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호텔에서의 삶. 호텔은 곧 의식주를 모두 망라하는 라이프스타일의 총체적 집합체 이기에 최근 들어 취향과 지역적 특색을 반영한 마이크로호텔의 등장은 매우 반갑기도 했다. 최근 넷플릭스에는 ‘인스턴트호텔’이란 오리지널 콘텐츠가 오픈했는데 자기의 집을 호텔로 내놓은 사람들이 서로의 집을 묵어가며 평가하고 지역의 경험들을 나누는 이색적인 프로그램도 선보였다.
오늘 소개하는 곳은 아마도 국내 호텔로 허가된 곳 중 가장 작고 특색있는 곳이 아닐까 싶다. ‘집이 곧 호텔’’이란 개념으로 완성된 ‘앨비어러스 망원’은 국내 최초 1실 호텔로 오픈 때부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던 곳이다. 앨비어러스는 생물학 용어로 ‘폐포’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디자이너의 안목과 집요함으로 완성된 ‘앨비어러스 망원’은, 허파 속의 작은 알갱이 폐포처럼 색다른 휴식을 경험할 수 있는 도심 속 탈출구가 되어준다.
겉은 오래된 양옥집의 외관이지만, 그 안에 들어서면 독특하고 창의적인 구조와 디자인적 완성도, 섬세한 디테일에 놀라게 된다. 안과 밖의 절묘한 조화가 주는 안락함,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채광과 분위기는 이 곳이 왜 도심 속 폐포(Alveolus)이며, 1실 스위트룸인지 깨닫게 해 준다. “내 자신을 온전히 녹여내고 싶었습니다.” 호텔 오너이자 이 곳을 디자인한 김용석 건축가는, 자신을 투영해가며 호텔의 모든 것을 매만졌다.
최근 망원동의 유명세와 상관없이, 오래 전부터 담담하게 동네를 지켜온 양옥집의 무게를 그대로 살려낸 “앨비어러스 망원”은 도심에서 깊은 휴식과 궁극의 안락함을 경험할 수 있는 곳으로 비밀스러운 아지트처럼 자리하고 있다. 때로는 디자이너의 삶의 공간이 되고 크리에이터와의 콜라보로 이색적인 전시, 퍼포먼스의 장소로도 변주하는 곳. 미려하고 고급스러운 공간의 하드웨어와 더불어 디자이너가 지향하는 철학을 함께 느껴볼 수 있는 특별한 곳이다.
people
오랜 경험과 안목, 집요함으로 디테일을 완성하다
앨비어러스 망원의 김용석 대표는 건축공학을 전공하고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건축회사에서 굵직한 경력을 쌓아 온 디자이너다. 15명 남짓의 작은 설계 회사에서 시작해 700명이 넘는 대규모 건축 회사의 디자인 디렉터로 일해온 그는 그간 축적된 안목과 경험들을 20평 남짓의 이 단층 주택에 모두 쏟아 부었다. 그는 이제껏 일해오며 건축이라는 분야가 ‘누군가가 원하는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서비스적인 측면에 국한된다는 점이 늘 아쉬웠다. 완성도 있는 좋은 디자인(이를 테면 아이폰처럼)은 세대가 바뀌어도 계속해서 소비되고 발전을 거듭하는데, 공간도 그런 성격을 지닐 수는 없을까.
바로 이런 생각이 바로 김용석 대표가 앨비어러스 망원을 만들게 된 원동력이다. 잘 만들어진 공간에 대한 정당한 값어치를 지불하며 머물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소비 방법이 ‘호텔’이기에, 그의 선택은 에어비앤비나 게스트하우스가 아닌, 호텔이었다. 완성도 있는 스테이는 소비자로 하여금 궁극의 안락함과 새로운 영감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이 공유되고 확산되며, 비로소 좋은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지니게 된다.
회사일을 병행하며 자신이 꿈꾸는 공간의 완성도와 디테일을 모두 구현하기 위해, 서류 준비에만 1년 2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관광사업 승인을 받아 정식으로 호텔업에 등록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정확하게 법령을 파악해가며 꼼꼼히 준비했고,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최종 심의 단계에서 반려될 위기를 넘기고 결국 1실 스위트룸 호텔이라는 타이틀을 얻어냈다. 작은 규모 때문에 ‘디자인 호텔스 DESIGN HOTELS™’(세계의 독창적인 호텔을 선정하는 글로벌 멤버십) 에 등록하지는 못했지만, 디자인 호텔스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기에 의미가 크다.
험난한 호텔업 등록 과정을 거치고 나니, 공간을 만드는 일은 척척 진행되었다. 공사 현장에서 거의 살다시피 하며 가구부터 소품 하나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들을 날카로운 안목으로 공들여 완성했다.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시 한 건 40여 년의 세월을 지닌 이 주택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보존하는 것. 집의 외관부터 내부의 벽까지 기본적인 골격과 물성을 그대로 살렸고, 단열재 시공도 과감히 포기했다. 덕분에 시간의 흔적과 창의적인 구조, 감각적인 디자인이 한데 어우러진 독특한 부티크 호텔이 탄생했다.
한강에서 멀지 않은 곳, 번화가를 걷다 보면 어느새 망원동에 닿는다. 서울에서 망원동만큼 독특한 아우라를 느낄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고즈넉한 마을 풍경, 낮은 건물들 사이로 따사롭게 들어오는 햇빛은 망원동만의 따뜻한, 어쩌면 정겨운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분명 오래된 골목인데, 재래시장을 지나 골목을 구석구석 걷다 보면 그 어느 지역보다도 새롭고 개성이 넘친다.
바로 옆의 연남동이 갑자기 핫한 동네로 떠오른 것과는 달리, 망원동은 원래 가지고 있던 시간과 공간들, 그리고 작은 숍들이 지켜온 개성들이 켜켜이 쌓여 동네의 분위기를 형성해왔다. 그렇기에 다른 동네의 이름을 따 ‘망리단길’이라는 별칭을 붙이기에는 너무 가볍고, 아쉬울 뿐. 동네의 중심인 망원시장 주변으로 젊은 사람들이 개성을 살려 운영하는 작은 식당과 카페, 공방과 디자인 숍들이 한데 어우러져 망원동만의 아이덴티티를 만들어냈다.
‘앨비어러스 망원’은 망원동이 가지는 동네의 정체성을 그대로 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71년에 지어진 오래된 양옥집을 최소한으로 고치고 최대한으로 유지해 만든 1실 스위트룸 호텔이라는 점도 독특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곳에 묵으면 망원동을 오롯이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특별하다.
SNS용 인증샷을 남기고 돌아서는 찰나가 아니라, 망원동을 오롯이 즐기며 주민처럼 지내보는 경험은 머물지 않고는 어려운 일이다. ‘카페 나하’에서 소박한 점심 식사를 하고 ‘스몰 커피’에서 커피를 산 뒤 '망원시장'에서 신선한 재료들로 장을 봐서 직접 요리하는 일. 산책삼아 한강을 걷고, ‘제로스페이스’나 ‘웜그레이테일’ 등의 디자인 샵에 들러 예쁜 물건을 구경하는 경험. 망원동의 하루는 지루할 틈이 없다. 그리고 이 모든 시간을 연결해주는 구심점이자, '집'의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곳이 바로 앨비어러스 망원이다.
MAKING STORY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추구는 디자인이 아닌 물체의 물성을 잘 드러내는 것으로 발현되었다. 소품들도 장식적인 것 보다는 원래의 물성이 잘 드러나도록 최대한 심플하게 디자인하고 가공은 최소화했다. 주방 가구나 침대 프레임 등은 짙은 컬러의 멀바우 원목에 화학처리 없이 오일 도장만 했고, 다이닝 테이블의 상판 역시 스테인리스의 결이 그대로 느껴지도록 심혈을 기울여 제작했다.
“디자인적인 부분까지 하나의 철학을 지키고 싶었습니다” 공간의 모든 요소를 세심히 신경썼다. 욕조 수전의 경우, 보통 도금을 해서 물때가 남거나 시간이 지나면 벗겨지는데, 앨비어러스의 수전은 도금을 하지 않고 스테인리스 자체를 깎아서 만듦으로써 오염 가능성을 줄였다. 많은 비용이 들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이런 디테일이 모여 앨비어러스만의 오리지널리티가 완성된 셈이다.
김용석 대표가 호텔을 만들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한 가지는 바로 오리지널리티. 서울의 여느 동네들과는 다른 망원동만의 소박한 분위기를 지키고 싶은 마음과 함께 사라져가는 양옥집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다. 그래서 앨비어러스 망원을 통해 오래된 주택과 망원동의 오리지널리티를 남기고자 하였다. 설계 또한 건물을 거의 손대지 않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외관의 형태는 거의 고치지 않고, 원래 있던 색과 어울리게 도장만 다시 작업해 마무리했다. 내부 공간은 벽에 남겨져 있는 흔적을 지키기 위하여 과감히 내부 단열을 포기했고, 원래의 벽돌도 걷어내거나 씌우지 않은채 그대로 두었다. 이러한 시도를 통하여 오래된 시간을 충분히 녹여낸 오리지널리티가 담긴 공간을 구현할 수 있었다.
SPACE
시간의 흐름과 재료의 순수성을 담아낸, 공간의 오리지널리티
망원동 골목길, 오래된 양옥집의 철문을 열고 들어서면 정겨운 외관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공기와 맞닥뜨리게 된다. 모든 공간이 하나로 연결된 널찍한 구조,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햇살의 방향과 그 빛으로 은근히 드러나는 벽돌의 텍스처. 미니멀하면서도 임팩트 있는 가구와 소품까지. 이 모든 것이 마치 합주를 하듯 어우러져 앨비어러스 망원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앨비어러스의 공간은 ‘오리지널리티’라는 단어로 요약된다. 망원동 곳곳의 공간과 문화를 나의 집, 나의 동네처럼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지역적인 오리지널리티라면, 공간적인 오리지널리티는 1971년도에 지어진 이후 지금까지 남아있는 집의 골격과 오래된 벽돌, 담벼락 등에서 찾을 수 있다. 원래의 것을 최대한 보존하려는 생각, 높은 건물들 사이에서 점차 사라져가는 양옥집의 형태를 남기고 싶었던 김용석 대표의 마음이 바로 그, 공간적인 오리지널리티를 완성했다.
내부의 벽을 새로운 자재로 덮는 것이 아쉬워 과감히 단열을 포기했을 정도로, 그는 집의 본래 모습을 지키기 위해 고심했다. 40여년의 세월이 묻은 건물의 속살을 그대로 두었기에 더욱 유니크하고 깊이 있는 공간으로 완성된 것이 아닐까. 구조의 특성상 벽이 없지만, 분류하자면 크게 다이닝룸과 거실, 욕실과 침실 두 곳으로 나눌 수 있다. 채광이 좋은 다이닝룸과 거실은 멀바우 원목 등 무겁고 짙은 컬러의 소재를 사용했고, 해가 덜 드는 욕실과 침실은 화이트 톤 가구와 침구를 사용해 밸런스를 맞췄다. 덕분에 어디에서도 답답하거나 과한 느낌 없이 조화롭다.
안에서 머물다 바깥 공기를 느끼고 싶다면, 코너의 계단을 통해 옥상으로 나갈 수도 있다. 천장에 설치된 철문을 위로 올리면 옥상의 야외 정원이 펼쳐지는데, 마치 요새에서 바깥으로 나가듯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옥상 정원은 푸른 잔디밭 위에서 일광욕을 즐길 수도 있고,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사색 하기에도 좋은 비밀스러운 공간이다.
다이닝 테이블과 키친, 거실 테이블과 욕실의 수전에 이르기까지 모든 집기는 재료 본연의 물성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미니멀한 디자인을 선택했다. 원목은 가구 디자인 공방인 ‘아이네클라이네’와 함께 만들었고, 공간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스테인리스 테이블은 직접 디자인하여 제작했다. 모두 화학적인 방법을 거치지 않고 최소한의 가공으로 완성했다. 조명은 풍부한 자연 채광을 충분히 활용하되, 포인트가 되는 공간에만 광원이 드러나는 투명한 전구를 사용했다.
세계 각국의 오리지널 디자인 제품들을 직접 써볼 수 있다는 것도 앨비어러스만의 특별함이다. 수백만원에 달하는 욕조의 수전이나 세면대, 조리도구와 커트러리 등은 모두 브랜드의 오리지널 제품으로 두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김용석 대표의 철학 때문이다. 도금이 아닌 스테인리스를 직접 깎아 만들었다거나, 가장 심플한 디자인으로 최고 사양의 기능을 구현한 제품들로만 엄선했다. 평소에는 쉽게 접하기 어려울 수 있는 글로벌 브랜드의 퀄리티 높은 제품들을 마음껏 경험할 수 있는 것. 앨비어러스 망원이 가지는 매력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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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앨비어러스 김용석 대표와의 인터뷰
stayfolio
Alveolus Mangwon
앨비어러스 망원은 공간의 완성도가 상당히 높게 느껴집니다. 그동안 어떤 일을 해 오셨는지, 이 곳을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대학에서 건축 공학을 전공하고 설계 회사에서 처음 일을 시작했어요. 10여년 동안 건축일을 해오면서 작은 건물부터 200세대가 넘는 제주도 리조트 디자인 등 제법 큰 규모의 건물까지 다양한 프로젝트를 맡았던 경험이 있어요. 그런데 일을 할수록, 풀리지 않는 의문이 늘 남아있었죠. 디자인이라는 활동 자체가 서비스적인 측면이 크잖아요. 늘 누군가가 원하는 형태의 무언가를 만들어주어야 하고요. 저는 어떤 공간이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 스스로가 유일무이한 가치와 상품성을 지닐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왔어요. 마치 아이폰이 세대를 거듭하며 소비되고 발전하는 것처럼요.
그런 고민을 하다 보니 ‘호텔’이라는 아이템이 떠올랐죠. 유일하게 공간을 상품화할 수 있는 아이템이 호텔이니까요. 그래서 작더라도 정식으로 호텔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내가 직접 운영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겠다 결심했어요.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축적해왔던 디자인적인 노하우와 다양한 경험들을, 제가 감당할 수 있는 크기로 농축한 것이 바로 ‘앨비어러스 망원’ 프로젝트예요.
호텔 이름이 무척 독특한데요, ‘앨비어러스’라는 이름은 어떻게 탄생했나요?
우리는 늘 ‘일상을 벗어나고 싶다’는 이야기를 습관적으로 하잖아요. 그래서 먼 곳으로 여행을 가곤 하죠. 저는 개인적으로 사진 찍는 것과 여행을 좋아해서 국내와 해외를 여러 번 다녀봤어요. 하지만 항상 공통적으로 느끼는 점은, 여행을 떠날 때까지는 설레고 너무 좋은데 이동하는 과정은 매번 힘들다는 거예요. 그래서 ‘과연 여행이라는 것이 일상을 벗어난다는 취지에 맞는 걸까?’ 아니면 반대로, ‘꼭 쉼을 위해서는 일상을 ‘벗어나야’만 하는 걸까?’ 라는 의문이 들곤 했어요. 가까운 곳에서 일상을 즐길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 거죠. 그래서 주변에 가깝고 편하게 쉴 수 있는 색다른 공간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시작된 곳이 바로 앨비어러스 망원이예요.
‘앨비어러스’는 생물학 용어로 ‘폐포’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허파 속에 있는 정말 작은 알갱이 하나가 폐포인데, 이것들이 모여 사람이 숨을 쉴 수 있게 해 주잖아요. 숨을 쉬게 해 주는 폐포처럼, 회색 빛 도시에서 작지만 새로운 쉼의 공간이 되자는 의미에서 앨비어러스라는 이름을 붙였죠. 그리고 뒤에 ‘망원’이라는 지역 이름을 붙인 이유는 앨비어러스가 또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망원동에서 시작했지만, 색다른 휴식이 필요한 그 어떤 지역에 훗날 앨비어러스가 위치할 수 있으니까요
앨비어러스 망원을 처음 기획하고 완성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가장 힘들었던 건 앨비어러스가 가지고 있는 최초의 ‘1실 스위트룸 호텔’이란 타이틀인 것 같아요. 저는 이 공간이 지니는 시간적, 디자인적 가치와 반영구적인 상품성을 공식적으로 인정받고 싶었고, ‘디자인 호텔스 DESIGN HOTELS™’멤버십에 등록하는 것도 염두에 두었기 때문에 규정 상 앨비어러스는 반드시 호텔이어야 했어요. 그래서 관광사업승인을 받아서 호텔업으로 등록하였는데 그 기간이 순수하게 14개월이 걸렸어요. 하나의 스위트룸으로 이루어진 호텔이 법률 상 가능하다는 것을 그간의 경험을 통해 이미 알고 있었기에 도전이 가능했죠.
하지만 아무리 법의 테두리 안에 있다 해도, 전례가 없으면 쉽게 허가가 나지 않더라고요. 3개월간 매일 같은 시간에 마포구 담당 주무관님게 전화해서 이 부분에 대한 상담과 설득을 할 정도로 집요했어요(웃음). 마포구에서 해결이 안 되어서 문화체육관광부 관련 부서로 넘어갔는데, 마찬가지로 같은 시간에 약 3개월간 그 곳의 담당 주무관님과 이야기를 했죠. 그렇게 노력한 것이 통했는지 드디어 관광사업 심의를 넣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호텔업으로 등록이 가능하게 되었죠.
이제 최종 사업 승인만 남았는데, 갑자기 주변이 주거지라는 이유 등으로 반려될 위기에 처했어요. 그때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처음으로 울었던 것 같아요. 하루 딱 슬퍼하고, 최종 심사를 하시는 심의위원 분들께 보여드릴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50장을 만들었어요. 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지역적인 커뮤니티 활동이나 문화적인 프로그램은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등등 모든 내용을 담았죠. 결국 최종 심의에서 통과됐고, ‘1실 스위트룸 호텔’이라는 타이틀로 운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방금 말씀하신 ‘디자인 호텔스’에 대해 좀더 알고 싶은데요, 멤버십 등록에 성공하신 건가요?
결과적으로는 등록하지 못했지만, 의미 있는 피드백을 받았죠. 디자인 호텔스에 지원하기 위해서 100여장의 프레젠테이션을 만들어서 지원을 했었고, 메일로 3-4번의 의견교환이 있긴 했었어요. 그쪽에서 거절했던 이유 중 하나는, 이 곳의 규모에 비해 본인들의 멤버쉽 등록이나 연동 수수료가 너무 크기 때문이었어요. 그래도 앨비어러스에 관심을 보였고, 혹시 제가 다른 대규모 프로젝트를 했을 때는 꼭 지원을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받았습니다.
그때 디자인 호텔스에 지원을 하면서 정리했던 내용이 재미있는 것들이 많은데, 그 중 하나가 이 망원동이라는 동네에 관한 것이었어요. 호텔 자체는 1실 스위트룸이지만, 주변의 여러 가게들과 문화적인 커뮤니티를 통해 규모가 비가시적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내용이에요. 눈에 보이지 않는 규모이지만, 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숙박을 누리는 범위가 무한대로 늘어날 수 있는 것이니까요. 예를 들면 손님이 오셨을 때 웰커밍 기프트를 근처의 카페와 연동해 제공한다거나, 조식 서비스를 망원동 내의 식당들과 협력해 제공하는 등의 형태죠. 실제로 그런 부분은 앞으로 진행해 볼 계획도 있고요.
이 곳을 만드시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가치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큰 건축회사에서의 경험도 많은 편이고, 일하면서 느꼈던 아쉬움도 많다 보니 이 공간에 제가 생각해온 것들을 쏟아내고 싶었어요. 앨비어러스 망원을 만들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한 가지는 바로 ‘오리지널리티(고유한 독자성)’가 있는 호텔을 만들자는 거였어요. 도시, 건축, 공간, 디자인 네 가지 분야의 오리지널리티가 조화롭게 살아있는 공간으로 기획했죠.
먼저 도시적 오리지널리티는 이 동네에 관련된 것이에요. 이 동네는 재래시장, 양옥집 그리고 작고 소박한 가게들이 모여 서울의 다른 지역들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어요. 동네가 가진 아날로그적인 주택의 추억을 이 집을 통해 지켜내고 싶었죠. 그래서 외관의 형태를 거의 손대지 않고 원래 있던 색깔과 어울리게 도장만 해서 마무리했어요. 양옥집의 외관을 보존하면서 내부 구조도 바꾸지 않으면서 날 것 그대로 두었어요. 그 오래된 시간을 공간에 충분히 녹여내며 건축적 오리지널리티를 살리기 위한 결정이었습니다.
그 다음 공간의 오리지널리티는 머무는 사람들이 공간을 어떻게 즐길 것이냐에 대한 것이였어요. 사실 이율배반적이기도 한데, 외부와 내부 벽까지는 그대로 남기되 나머지는 아예 다른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20평 정도 되는 내부 공간을 더욱 넓게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간을 나누지 않았고요. 여유로우면서도 이색적으로 앨비어러스를 즐길 수 있도록 계획했죠.
마지막으로 디자인적인 오리지널리티를 이야기하자면, 이 곳에 사용된 모든 가구와 소품들은 나름의 독자성이 있는 것들로만 구성했어요. 이를테면 모든 집기들은 원래의 기능과 소재에 충실한 것으로만 골랐고, 메인 테이블이나 가구, 조명 등은 제가 직접 디자인한 후 디자인을 가장 잘 구현해줄 수 있는 분께 의뢰하거나 콜라보레이션 형식으로 제작했어요. 저는 가구나 조명, 소품들이 오브제적인 성격을 띠는 것들은 배제했어요. 장식적인 것 보다는 원래의 물성이 잘 드러나도록 최대한 심플하게 디자인하고 가공은 최소화했죠. 이렇게 디자인적인 부분까지 하나의 철학을 지키려 하다 보니 스타일링 비용과 시공비용의 비율이 거의 반반까지 갔어요. 보통은 건축비가 7, 스타일링비가 3으로 7대3의 비율인데 말이죠(웃음).
망원동을 선택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대표님의 시각에서 망원동을 어떻게 보고 계신지도 궁금합니다.
오랫동안 홍대 부근에서 거주를 해서 망원동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어요. 망원동의 가장 큰 장점은 조금만 걸으면 바로 한강이 펼쳐져 있다는 거에요. 그리고 늘 활기가 있는 망원 시장이 있고요. 오시면서 보셨을 테지만 골목 골목 재미있는 가게들도 많아요. 그런 모든 부분들이 다 겹쳐져서 망원동만의 짙은 느낌을 형성하고 있어요. 망원동만의 고유한 분위기를 정말 좋아해요. 그리고 이 집을 선택한 이유는 오래됐지만 단정한 모습이 마음에 들어서였어요. 정남향으로 지어져 있어 채광이 아주 좋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고요. 동네의 분위기와 건물이 주는 모습이 너무 좋았죠.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망원동은 근처의 다른 동네들, 특히 연남동보다 천천히 가고 있어요. 유명해진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시장을 중심으로 오래된 주거지가 형성되어있어서 그런지 유행과는 조금 거리가 먼 망원동만의 개성이 있어요. 제가 망원동에 자리잡은 시간이 벌써 3년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 ‘젠트리피케이션’이라 볼 만한 상황들은 오지 않은 것 같고요. 그런 현상을 예방하기 위에서는 이 곳에서 살아가는 세입자와 건물주간의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가게를 운영하는 소상공인들간의 커뮤니케이션도 무척 중요한 것 같아요. 최근에 제가 SNS를 통해 시작했던 ‘망리단길 싫어요’ 운동도 주변 사장님들이 많이 참여해 주셨고요, 종종 앨비어러스에 모여서 포틀럭 파티 겸 회의 겸 즐겁게 소통하는 자리를 갖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손님들이 앨비어러스 망원에 머물면서 어떤 것을 느끼고 가시길 바라시나요?
고요한 휴식과 망원동의 소소한 즐거움까지 모든 것들을 충분히 즐기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디자인적인 의미도 알아봐주시고 눈여겨 봐 주시면 더욱 좋겠죠. 이를 위해서 재미난 프로모션도 진행 중이에요. 투숙객들이 오시면 예약하신 분 1분을 제외하고 핸드폰을 모두 비치된 금고에 넣는 것을 조건으로 가격 할인을 해 드립니다. 이 공간에서 함께 오신 분들과 온전하게 하룻밤을 즐기시라는 의미에요. 저 또한 사무적인 응대 보다는 이러한 이벤트를 통해서 지속적으로 손님들과 소통하고 싶고, 이 곳에 묵으시는 모든 분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도심 속의 휴식을 만끽하셨으면 해요.
스테이가 추천하는 주변 레스토랑
마이클 식당
소박한 퓨전 가정식을 만나볼 수 있는 식당으로, 미국인 남편과 한국인 부인이 함께 운영하고 있다. 요리는 주로 남편인 마이클이 담당하는데, 부부가 즐기는 다양한 요리를 공유하고 싶어 가게를 차리게 됐다. 미트볼이 올라간 덮밥과 크림 소스를 더한 덮밥 등 든든하고 간편한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다.
카페 나하
제로플레이스 2층에 위치한 카페 나하는 일본식 퓨전 요리를 판매하는 깔끔한 식당이다. 밥과 함께 간단한 주류를 즐길 수 있으며 부드러운 오믈렛이 올라간 오므라이스와 아삭한 식감의 타코라이스가 인기 메뉴.
스테이가 추천하는 주변 숍
제로스페이스
디자이너 부부가 운영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제로퍼제로’의 오프라인 숍으로 아이와 가족을 주제로 한 사랑스러운 소품과 포스터들을 만날 수 있다. 커다란 하트 모양의 지하철 노선도 포스터와 엄마와 아기를 그린 그림책이 대표적. 최근에는 ‘망원동 지도’를 만들어 근처의 다양한 숍들을 소개하고 있다.
스테이가 추천하는 주변 카페
커피가게 동경
많은 이들이 ‘인생 커피’라 칭하며 SNS를 뜨겁게 달군 곳이다. 망원동을 대표하는 커피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늘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직접 로스팅한 원두로 핸드 드립을 하는데 기본 드립 커피 외에 아인슈페너 등의 메뉴도 인기가 좋다.
STAY
시간의 흐름을 느끼며, 천천히 만끽하는 휴식
우리는 습관적으로 ‘일상을 벗어난다’라고 말하지만, 정작 일상을 벗어나 다른 장소로 여행을 가는 과정 자체는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일상을 벗어나기 위해 교통체증 등의 또 다른 복잡한 일상을 마주했던 경험, 혹은 여행을 떠난 그 순간부터 온갖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경험이 누구나 있을 터. 그렇다면 굳이, 매번, 일상을 '벗어나야만' 할까? 멀리 이동하지 않고도 색다른 휴식을 만끽할 수 있는 곳, 서울 도심 속에서 느린 시간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앨비어러스 망원이다.
이 곳에서 하루를 지내게 된다면, 가장 먼저 모든 생각을 비워내고 명상을 해보길 추천한다. 주택의 방향이 정남향인 덕에, 아침부터 밤까지 해가 들어오는 방향이 모두 다르고 시간대별로 변화하는 분위기가 공간을 채운다. 창문에 전동 블라인드가 설치되어 있어서, 햇살을 마음대로 조절해 ‘나만의 조명’으로 만들어볼 수도 있다. 까슬까슬한 벽돌의 텍스처가 시시각각 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무념무상의 세계로 빠져들지도 모른다.
해질녘, 망원시장으로 향해 보자.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고르고, 정육점에 들러 고기도 사면 근사한 저녁 준비를 마친 셈. 앨비어러스 망원의 다이닝룸은 ‘식사는 허기를 채우는 것 그 이상’이라 여기는 김용석 대표의 생각이 그대로 담겨있다.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기에, 크고 쾌적한 테이블, 주방 가구, 가전과 조리도구까지 세심하게 준비되어 있다. 덕분에 음식은 더욱 맛있게 느껴지고, 둘러앉아 나누는 대화도 점점 깊어진다.
큰 화면의 LED TV로 그 동안 보고 싶었던 영화를 한편 감상해 볼 것. 자유롭게 케이블 채널을 즐길 수도 있다. 스피커로 음악을 들으며 와인 한잔을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사각사각 폭신한 침구는 숙면을 돕는다. 욕조에 물을 받고 몸에 쌓인 피로까지 푼다면 완벽한 하룻밤 여행이 완성된다. 다음 날 아침에는, 망원동 골목의 소박한 식당이나 카페에 들러 여유로운 아침식시를 즐겨보기를. 정겨운 동네살이의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PM 3:00
여유를 즐기는
망원동 골목 여행
작은 가정식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근처 커피숍에서 향긋한 드립 커피를 한 잔 사서 망원동 골목을 산책한다. 아기자기한 소품 가게와 독특한 디저트 숍에 들러보니 이것 저것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PM 4:00
공간에서 느껴지는
오리지널리티
오래된 양옥집의 외관에, 미니멀하면서도 감각적인 내부 공간이 유니크하다. 이제 앨비어러스 망원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끽할 시간이다. 커다란 다이닝 테이블에 앉아 수다도 떨고, 침대 옆 책장에서 책을 꺼내 잠깐의 독서도 즐겨본다.
PM 6:00
망원동 주민이
된 듯한 하루
망원 시장에 장을 보러 나섰다. 향긋한 마늘을 파는 채소 가게와 신선한 한우를 파는 정육점을 들러 저녁거리를 샀다. 하나에 500원 남짓인 고로케를 간식으로 손에 들고 신나게 숙소로 돌아왔다.
PM 8:00
일상을 즐기는
오롯한 쉼
키친에서 요리를 만들어 나누어 먹으며 저녁 식사 시간을 즐겼다. 그릇을 정리한 후 TV 앞에서 영화를 한 편 감상한 후 사각사각한 침구에 몸을 맡기고 잠이 들었다.
AM 11:00
한강 산책을
마지막으로
체크아웃 후, 망원동 골목길의 작은 가게에서 가정식 브런치를 먹고 걸어서 한강으로 갔다. 한강에서 산책을 하는 것으로 이번 도심 속 힐링 여행은 마무리되었다.
4 POINT OF VIEW
ORIGINALITY
도심 속의 폐포, 깊고 진한 휴식의 공간
앨비어러스는 복잡한 서울 도심에서 고요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최초의 1실 스위트룸 호텔이다. 여행의 가장 큰 의미가 휴식이듯, 앨비어러스는 가까운 곳에서 가장 편안한 쉼을 즐길 수 있는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다. 아침부터 해가 지는 저녁까지는 변화하는 채광을 바라보며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밤이면 직접 요리한 음식으로 멋진 만찬을 즐길 수 있는 도심 속 은신처다.
DESIGN
40년의 세월이 만든 운치, 그리고 현대적 감각의 조화
망원동 골목길에 위치한 양옥집이 바로 앨비어러스 망원의 외관이다. 1971년에 지어져 단 한번도 수리한적이 없는 외부의 모습과 내부의 벽돌이 독특한 운치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서면 모든 공간이 하나로 연결되어있는 파격적인 구조와 미니멀하면서도 세련된 가구가 반전을 드러낸다. 오래된 단층 주택에서 가장 현대적 감각의 디자인을 만나는 즐거움을 만끽해보길.
Hospitality
도심 속에서 색다른 여유를 즐기다
망원시장을 중심으로 젊은 사람들이 옹기 종기 모여 만든 작은 식당과 카페, 그리고 공방과 디자인 숍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앨비어러스 망원은 이런 망원동의 소소한 즐거움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근처의 소박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골목길 작은 카페에서 ‘인생 커피’를 맛보기도 하며 시장에서 장을 봐 요리를 할 수도 있으니 이 곳에 묵는 하룻밤이 더욱 즐겁다.
PRICE
온전히 나만의 공간으로 소유하는 하룻밤
아무리 특급 호텔이라도 룸의 개수와 규모 때문에 호텔에서 온전히 나만의 휴식을 즐기기란 불가능하다. 하지만 앨비어러스 망원은 1실 스위트룸이므로 호텔보다 뛰어난 공간의 퀄리티를 누리면서도 그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을 수 있다. 게다가 여러명이 함께 숙박해도 되니 다른 숙박 형태에 비해 가성비가 매우 뛰어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