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삶과 공간의 새로운 가능성, 지역에서 답을 찾다.
지역에 대한 관심은 더 이상 해외에서의 흐름만은 아닌 것 같다. 사실 우리는 도심에 산다는 이유 하나로 많은 문제들을 마주한다. 일과 쉼의 무너진 경계는 말할 것도 없고, 주거 문제와 높은 물가까지. 한편으로는 이 문제들을 스스로가 감내해야만 하는 것이라고 배운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 해답을 지역에서 찾는 흐름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본인들의 감성과, 재능을 바탕으로 경쟁을 부르짖는 대도시에서 벗어나 하나, 둘 지역으로 떠나가는 이들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스스로 답이 되기 위해서 말이다.
이런 이유로 탄생한 지역의 스테이는 흥미로웠다. 외부인으로서 가질 수 있는 관점과, 진심 어린 애정을 바탕으로 만들어 내는 이야기들는 더욱 다채롭고 풍요롭게 그 지역 사회를 채워주는 듯했다. 오늘 소개할 ‘봄날의집’ 역시 그랬다. 정은영 대표는 통영에서 지역의 작은 기업들을 돕고, 남해안의 자연과 문화 예술 콘텐츠를 많은 사람들과 나누는 지역의 작은 출판사 ‘남해의봄날’을 시작했고, 동네 건축가 강용상 대표와 의기투합해 통영의 예술인들과 그 작품들을 직접 만나고, 체험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아트하우스 ‘봄날의집’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서울을 떠나 ‘봄날의집’ 이라는 공간을 만들고 꾸며낸 것과 더불어, 이 공간을 채워가는 방식 또한 주목해볼 만한 이유가 있다. 두 사람은 지역에서 정서와 역사, 문화, 그리고 오랫동안 뿌리내려 온 사람들의 일상에 깊이 다가가지 않고는 제대로 콘텐츠를 이해할 수도 만들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런 생각의 실천으로 ‘남해의봄날’과 ‘봄날의집’은 지역 삶의 중심에 과감히 들어간다. 그리고 그 속에서 지역의 가치를 경험을 통하여 직접 발굴하고, 그들의 관점으로 엮어내며, 다시 또 많은 사람들에게 경험시켜주고 있었다. 이런 가치의 순환 과정 역시 매력적이었다.
우리 역시 ‘봄날의집’의 시선을 빌려 바라본 남해의 작은 도시, 통영에 곧 빠져들었다. 이곳이 위치한 봉수골의 단골집을 엮어 만들었다는 지도나, 주변에 이름난 맛 집을 통해 조식을 제공해주던 방식, 그리고 곧 사라질지도 모르는 지역 장인의 물건들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객실들 구성했던 점까지. ‘봄날의집’을 통해, 통영을 새롭게 볼 수 있었다. 아니, 제대로 볼 수 있었다고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리고 지역에 이런 스테이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봄날의집’의 존재는 충분히 가치로운 곳이다.
people통영의 자연, 문화, 예술을
스테이로 담아내기 위한 도전
통영 ‘봄날의집’은 ‘남해의봄날’의 정은영 대표, 그리고 동네 건축가 강용상 대표가 주축이 되어 기획되고, 매만져졌다. 부부인 동시 파트너이기도 한두 사람에게 사실 통영은 연고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짧은 여행으로도 와본 적이 없던 곳이라 했다. 그런 이들이 서울에서 이토록 멀리 떨어진 통영까지 내려와 출판사와 건축 그리고 스테이에 이르기까지 이전과는 전혀 관계없던 다른 공간 안에서 새 삶을 그리게 된 연유는 무엇일까. 취재를 준비하고, 내려오는 시간까지 ‘봄날의집’ 만큼 두 사람에 대한 궁금증도 컸었다.
정은영 대표부터 소개하자면, 현재 동네 출판사 ‘남해의봄날’을 운영하기 전까지는 서울에서 기자와 광고 기획자로 경력을 쌓고 이름난 콘텐츠 회사를 운영했다. 물론 그때의 경험을 살려 지금도 회사를 운영 중이지만, 삶의 모습만큼은 지금과 전혀 달랐다고. “이른 나이부터 끊임없이 일만 하면서, 경쟁의 틈바구니 안에만 있다 보니, 언제나 바쁘고 치열했던 삶이었어요.
스스로가 무서워질 정도로 격한 날들이었으니, 건강의 적신호도 전혀 이상할게 없었죠.” 급기야 정은영 대표는 7년이란 시간 동안 회사를 운영하면서 두 번이나 쓰러졌다. 더 이상 변화를 미룰 수 없는 시점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는 강용상 대표 먼저 5년간 다닌 해비타트에 사표를 냈고, 둘은 통영으로 내려오게 된다.
“지칠 대로 지쳐버린 몸과 마음을 회복하기 위해 서울에서 벗어나게 되었죠. 그제야 비로소 의문이 들기 시작한 거예요, 굳이 다시 서울에서 속도전을 해야 하는가 하는..” 비워야 채워진다는 말처럼, 마땅히 누려야 했을 삶을 간신히 되찾고 나서부터 였을까.
통영이라는 이 매력적인 도시에서 해나가야 할, 해야만 일들이 하나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우리에게는 무척이나 흥미로운 통영이지만, 수도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서비스조차 없는 곳이기도 했죠, 우선 통영의 보석 같은 이야기들을 엮고 싶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 다양한 이들에게 효과적으로 경험시켜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졌어요.”
그 경험의 방법 중 하나로 생각한 것이 게스트하우스였다. ‘봄날의집’은 일찍부터 꽃피웠던 통영의 문화, 예술 콘텐츠를 손쉽게 경험할 수 있는 아트하우스로 기획되었다. ‘남해의봄날’에서 방향과 콘텐츠를 기획했고, 이곳을 직접 운영하는 주인장이자 동네 건축가 강용상 대표가 공간 디자인과 가구 제작에 이어 리뉴얼을 전담했다. 이에 전혁림 미술관과 지역 예술가와 장인들까지 작은 부분 하나하나 정성스러운 손길을 더해 오늘의 모습을 만들어내었다. 두 사람의 방식대로 통영을 담아내었고 지역의 이야기를 공간을 통해 담백히 보여준다. 물론, 이 공간은 두 사람이 살아온 삶의 흐름에서 나온 자연스러운 결과물이기도 했다.


지도 컨트롤러 범례
부동산
거리
읍,면,동
시,군,구
시,도
국가location지역에 더욱 조화롭고 뿌리 깊게 내리고자 선택한 봉수골
서울을 떠나기로 마음을 먹고서는, 새로운 삶의 터전을 결정하는데 몇 가지 조건을 정했다. 첫째는 서울에서 가능한 멀리 떨어질 것. 이유는 이왕 떠나는 거 일과 사람들에게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을 정도로는 떨어져 있어서 된다고 생각했다. 더불어 당시 정은영 대표의 건강도 고려되어야 했기 때문에 따듯하고 온화한 기후조건과 건강한 먹거리 또한 중요한 부분이었다. 이에 좋아하는 문화 콘텐츠까지 풍부하다면 두 사람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이상적인 보금자리가 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제주와 통영이 후보지로 두 분의 눈에 들어왔으나, 끝내 답사차 처음 방문한 통영에 마음을 쏙 빼앗겨 버렸다. 물론 앞선 조건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곳이기도 했다. “남해안에 오는 것 자체가 처음이었데, 느낌이랄까요. 그 자체가 너무 좋았어요. 옹기종기 모여있는 섬이 포근히 안고 있는 바다도 생전에 본적 없었기에 경이로워 보였고, 이 지역이 김춘수, 박경리, 유치환, 윤이상, 전혁림 등 예술인을 많이 배출한 예향이기에 문화 예술적인 콘텐츠들도 너무나 다채롭고 매력적으로 느껴졌죠.”
평생을 아파트만 보이던 곳에서만 살았기에 마땅히 바다가 보이는 집들도 끌렸지만 부부는 토박이들이 더 선호한다는 산 밑 봉수골에 둥지를 틀었다.
‘남해의봄날’을 통해 지역에 더욱 조화롭게 뿌리내리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었기 때문이었다. 통영의 봉수골은 흔하고 평범한 작은 마을이었지만 때묻지 않은 풍경을 잘 담고 있었다. 결정적으로는 전혁림 미술관과 이웃해 있어 지역의 예술가와 장인들을 소개하고 경험할 수 있는 아트하우스로의 역할을 하기에도 최적인 장소이다. 미술관 옆 출판사와 미술관, 게스트 하우스라니 프로그램 구성 만으로도 유니크하고 매력적이다.
‘봄날의집’의 원형이 된 38년의 세월의 낡은 단독주택은 서울에서 작은 아파트의 전셋값 정도 치를 법한 가격으로 매입했다. 알고 보니 신기하게도 현재 남해의봄날 사옥을 쓰는 주택을 포함해 이 동네의 많은 집들을 설계했던 지역의 유명 건축가의 집이기도 했던 곳이라 했다. 구입 당시에는 오랜 시간 방치되어 흉물 같은 모습으로 동네 주민분들도 안타까워했던 곳이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강용상 대표의 눈은 달랐다. 건축가 정기용 선생님 밑에서 흙 건축을 시작하며 농촌마을 컨설팅과 해비타트 집 짓기, 고치기를 통해 그동안 친환경 건축과 소외 이웃을 위해 일해왔던 그였기에 운명같이 찾아온 집같이 느껴졌다. 새로 지어야 한다는 주변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단단한 뚝심으로 '그림 같은 집'을 복원하기 시작한 것이다.
‘봄날의집’에 앞서 ‘남해의봄날’ 리노베이션 경험은 두 사람에게 큰 힘이 되어주었다. 오래된 집을 골조만 남기고 뜯고 다시 살을 붙이는 과정을 통해 옛집이 어떻게 생겼고 어떤 부분을 지키고 어디까지 변화시켜야 하는가에 대한 원칙을 잡아갔다. 특히나 내부에 있는 목재 마감과 계단은 최대한 원형의 미를 살려내고자 했다. ‘남해의봄날’ 사무실과 ‘봄날의집’ 모두 옛날 같은 건축가의 작품이었기 때문에 여러모로 시너지가 났다.
기존의 오래된 옛집의 공간을 재구성하여, 작은 공간을 최대한 짜임새 있게 만드는데 가장 큰 주안점을 두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집의 한편에 딸려있던 작은방을 책방으로 만들기 위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동네 사람들과 멀리서 온 손님들의 사랑방이 되길 바랐다. 사선으로 입구와 창을 내고 목수님을 통해 외부로 담장과 마주한 정원으로는 데크를 깔았다.

'남해의봄날’ 사무실이 먼저 이사 오고 게스트하우스를 만들겠다고 생각하게 된 시점까지는 약 18개월 정도 걸렸다. 강용상 대표가 '남해의봄날' 사옥이 봉수골에 지어진 다음에 1년 반쯤 흐른 뒤, 동네의 폐가를 보면서 '봄날의집' 구상을 실행에 옮긴 것이다. 오다 가다 바라봤던 미술관 옆의 버려진 집은 왠지 모를 안쓰러움이 느껴졌고 새로운 공간 재생에 대한 오랜 꿈이 자라기 시작했다.
통영에서 출판사를 시작하면서 실제로 통영의 전통 장인들과 지역 예술가들이 제대로 조명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깨닫게 되었다. 정은영, 강용상 대표는 지역의 예술인들을 널리 알리고 그들을 돕기 위해 남 통영을 찾는 게스트들을 위한 새로운 개념의 아트하우스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본격적으로 ‘봄날의집’에 대한 구상이 시작되었다.

SPACE예술인들의 삶과 그 작품들을
직접 만나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 봄날의집
아트하우스라는 이름이 말해 주 듯 ‘봄날의집’은 통영에서 나고 자라 자연이 준 영감으로 꽃피운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을 직접 만나고 경험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로 기획되었다. 하지만 갤러리처럼 많은 작품들로 한가득 채워진 공간임에도 전혀 딱딱하거나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실제 기획부터 구석구석 작품들과 게스트와의 간극을 최소화한 노력이 있었다고 했다. 실제 머무는 동안에는 안에 있는 두석장이나, 통영 소반, 빚과 누비 이불까지 직접 보고, 사용할 수 있게 했고 더 나아가 사색하고 음미할 수 있도록 연출했다.
또 하나 재미난 부분은 ‘봄날의집’과 함께 책방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봄날의책방’이라 이름 붙여진 이 지역 서점 덕분에 책과 온전히 하루를 보낼 수 있는 북스테이로도 ‘봄날의집’은 최근에는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독립된 입구를 가지고 있는 ‘봄날의집’ 내부로 들어가면 가장 먼저 시간의 흐름을 머금은 나무 내음과 ‘남해의봄날’에서 세심하게 기획한 이 집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특히나 어린 시절 한 번쯤 봤을 법한 옛집의 디테일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친한 이들의 집에 온 듯한 편안함을 부여해주고 있었다.
‘봄날의집’의 내부는 30년 전의 나무 골조를 그대로 살려놓은 거실을 중심으로 1, 2층으로 구분된 객실과 주방, 그리고 욕실과, 화장실로 구성되어있다. 공용공간인 1층 화가의 부엌은 전혁림 화백의 타일 아트 작품과 전영근 화백의 도자기 아트 작품으로 구성했다. 이웃한 미술관의 작품들을 경험해볼 수 있게 구성한 셈이다. 통영을 사랑했던 문인들의 작품 소개를 소개하고 있는 있는 작가의 방은 문인들의 작품세계를 느끼며 혼자만의 사색을 즐길 수 있는 1인실로 매만졌고 매번 다른 작가의 세계를 느낄 수 있도록 기획했다. 현재는 박경리 작가의 방으로 작가의 책과 책에서 배경이 된 통영의 스팟들이 지도로 제작되어 전시되어 있다.
화가의 방은 전혁림 화백과 아들 전영근 화백의 작품이 함께 전시되어 있다. 이웃인 전혁림미술관이 창밖으로 바로 보이는 것 역시 이 방의 매력이다. 이와 함께 통영 바다를 모티브로 강용상 대표가 직접 제작한 원목 침대 또한 이 공간에서 느낄 수 있는 매력이다. 2층의 장인의 다락방은 두석장과 통영 소반 등 조선시대 명품 공예 브랜드인 오랜 시간과 노력을 바탕으로 통영 12공방의 역사를 이어온 장인들의 작품들로 자연스레 채워 넣었다. 이렇듯 내부의 모든 공간은 작은 부분하나까지 통영의 콘텐츠와 절묘히 그리고 담백하게 어우러져 있다.
INTERVIEW'봄날의집' 강용상 대표님과의 인터뷰
‘봄날의집’은 어떤 뜻을 가지고 있나요?
‘봄날의집’은 통영의 작은 출판사 ‘남해의봄날’이 기획하고 운영하는 문화공간으로 출판사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머무는 동안 천천히 편안한 휴식을 취하면서 책을 읽고 문화예술을 접하면서 인생의 봄날을 추억하거나 다시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함께 담았습니다.
‘봄날의집’이 추구하고자 한 가치가 있다면?
지역의 예술가와 장인들, 그리고 작가들의 빛나는 콘텐츠를 국내외에 꾸준히 소개하고 전시하는 예술공간이 되고자 했습니다. 이들의 작품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문화예술체험 공간이자 ‘남해의봄날’의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과 책이 어우러진 북스테이로써 지역에서 출판과 책방 문화를 꽃피우는 산실이 되고자 했습니다.
‘봄날의집’을 완성함에 있어서 특별한 영감을 준 것이 있다면?
‘봄날의집’은 예향 통영의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12공방의 예술작품들을 한 공간에서 소개하고 체험할 수 있게 만든 공간입니다. 1층 화가의방과 작가의 방 침대는 통영의 바다와 섬에서 모티브를 얻어 집을 레노베이션한 건축가가 직접 만들었고, 화가의 방에서는 전영근 화백의 통영항 원화가 걸려있습니다. 같은 그림을 확대하여 봄날의집 지붕에 올려놓아 지역의 예술 콘텐츠를 알리는 아트하우스로의 정체성을 강조하였습니다. 또한 누비이불, 누비방석과 누비티슈케이스, 나전빗과 소목 머릿장 등 통영의 유명한 12공방 공예품과 생활용품으로 아트하우스 전체를 구성하였습니다. 즉 이 집 전체가 통영을 모티브로, 지역의 문화예술을 압축해놓은 ‘작은 통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 봉수골, 미술관 옆을 선택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먼저 동네 분위기가 참 좋았습니다. 오래된 마을, 오래된 물건들이 가지는 편안함이랄까요. 단독 주택이 많은 곳이어서 인구 밀도도 높지 않고 빌라 같은 공동주택들도 적어서 바람도 시원하고 시야도 잘 확보된 곳이었습니다. 뒤쪽 가까이 산이 있는 것도 매력적이었지만 무엇보다 전혁림미술관은 통영을 대표하는 화가이자 문화예술 명소이기에 ‘미술관 옆 출판사’를 생각했습니다. 문화공간은 서로 함께 할 때 시너지도 나고, 문화와 관련된 일을 꾸준히 하기 위해 조언을 구할 수 있는 든든한 선배님 곁이라 주저 없이 선택을 했습니다.
‘봄날의집’을 작업하고, 지금까지 운영해오면서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오프닝 파티 때 미술관 안집 이웃 아저씨에게 색소폰 연주를 부탁드렸는데 여러 달 피나는 연습을 하셔서 10곡 넘게 연주를 해주셨는데 정말 기뻤습니다. 주변 이웃들이 내가 저 아저씨 도레미 연습할 때부터 들었는데 들은 보람이 있다 하면서 대견해하시는 모습을 보았을 때가 가장 뿌듯했습니다. 가장 놀랐던 것은 폐가였던 이 집을 제 집 드나들 듯했던 앞집 고양이가 방충망 문을 열고 무단 침입했다가 발각되어 탈출한 사건이었습니다. 고양이가 방충망을 열 수 있다는 사실과 자기가 놀던 집을 기억한다는 게 참 놀라웠습니다.
오시는 손님들의 연령대나 연인/가족 비율, 외국인도 많이 오시는지 궁금하다. 오시는 분의 특징이 있다면?
손님의 연령대는 30대~40대가 가장 많고요. 주로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이 많고, 남해의봄날 독자분들과 출판계 종사자들도 많이 방문합니다. ‘봄날의집’은 10세 이하 손님을 받지 않고 있기 때문에 주로 친구나 연인, 부부, 단체의 경우가 많고 외국인 손님들도 종종 찾아옵니다. 뉴욕에 사시는 중국계 미국인과 한국계 미국인 부부가 방문하셨는데 중국분이 멋진 한시를 남겨주셔서 기억에 남습니다.
‘봄날의집’은 정말 많은 유명세를 갖게 된 것 같은데 마케팅 노하우가 있다면?
초반에는 적극 홍보하기보다는 내실을 다지고, 서비스에 충실하고자 지인 위주로 예약을 받으며 미비한 점들을 보완해 나갔습니다. 그래서 초기에는 ‘남해의봄날’을 알고 일부러 찾아오시는 손님들이 많았고, 점차 입소문을 타고 소개를 통해 혹은 블로그 후기를 보고 찾아오는 분들이 많습니다. 무엇보다 남해의봄날 출판사에 대한 관심이 봄날의집 방문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차별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운영하는 데, 어려움은 없으신지, 슬럼프 극복 방법은?
이제 만 1년이 되어갑니다. 모든 것이 새롭고, 시행착오도 많이 겪고 있지만 좋은 분들이 많이 찾아와주셔서 어려움보다는 감사함을 느낍니다.
머무는 이들이 이 공간에서 느낄 수 있는 매력은 무엇일까요?
지역의 문화예술 콘텐츠를 직접 보고, 느끼고,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 아닌가 합니다. 통영은 우리나라에서 장인들이 가장 많은 지역 중 하나로 조선시대부터 내려온 12공방의 역사 덕분에 예부터 명품을 만드는 고장으로 이름이 난 곳입니다. 그 역사와 전통이 아직 이 도시엔 남아 있고 그러한 예술의 흔적을 재조명하는 공간이기에 다른 곳에서는 만날 수 없는 매력을 만나게 되는 듯합니다.
여행자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봄날의집 주변의 명소가 있다면?
통영의 역사와 문화를 볼 수 있는 통제영 세병관과 편백 나무 숲이 아름답게 펼쳐지는 미래사, 그리고 ‘봄날의집’ 이웃이자 현대 서양미술을 대표하는 전혁림 화백의 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전혁림미술관을 추천합니다.
세병관
세병관은 통영의 역사와 문화가 집약된 공간이다. 두보(杜甫)의 시, '만하세병(挽河洗兵¡¤은하수를 끌어다가 병기를 씻다)'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임진왜란이 끝나고 한산도에 있던 삼도수군통제영이 육지인 통영으로 옮겨오면서 지어진 객사건물. 우리나라에서 현존하는 가장 큰 현판을 볼 수 있는 곳으로. 1603년부터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세병관은 일제시대에는 소학교로도 사용되었을 만큼, 오랜 역사와 이야기를 담고 있다. 통영을 이해하려면, 세병관을 먼저 가보시길 추천한다.
한산도
한산도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얼이 서려 있는 섬이다. 한산도 제승당에는 이순신 장군이 머무를 당시의 우물 터와 영정을 모신 사당, 시름을 읊던 수루와 한산정이 있고, 망산에 오르면 임진왜란 때 격전이 펼쳐졌던 해상을 내려다볼 수 있다. 날이 맑으면 푸른 바다와 섬들이 마치 점호를 받는 것처럼 일목요연하게 보이는 곳, 땀 흘려 올라갈 만한 가치가 충분한 곳이다.
연대도
연대도는 작고 고즈넉한 섬이다. 사시사철 야생화가 다랭이밭을 메우고, 여름이면 붉은 개양귀비가 지천을 물들이는 곳. 마을 전체가 석유화석 연료를 쓰지 않고 지열과 태양광으로 냉난방을 하는 에코아일랜드로도 유명하다. 연대도는 옛 학교에 에코체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자전거를 타면서 만들어내는 에너지로 휴대폰이 충전되고, 전자렌지가 작동되는 흥미롭고도 유익한 체험을 하고자 가족 단위 여행객이 많이 찾는 명소이다.
성림
‘봄날의집’ 별미 조식을 제공하는 봉수골의 이름난 맛 집이다. 성림은 화학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건강하고 깨끗한 좋은 재료만으로 '우리 아이들과 함께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든다. 반건조 생선 정식, 아구찜, 아구 수육이 주 메뉴이다.
홍도복어
해저터널 앞에 위치한 복요리 전문점으로, 32년간 식당을 운영해 오신 어머니와 아들 홍재환 셰프가 요리하고 운영하는 곳이다. 국내산 복어만 공수해서 만드는 깊고 담백한 밀복지리가 대표 메뉴. 회덮밥, 물회, 멍게비빔밥에 맛깔스러운 반찬까지 남해의봄날 식구들이 손꼽는 통영 맛집이다.
정원
통영 가정식을 먹고 싶다면, 이곳! 사시사철 아름다운 정원으로 유명한 봉수골 맛집 정원에는 통영 비빔밥과 멍게비빔밥, 갈치조림, 물 메기탕, 도다리쑥국 등의 메뉴가 있다.
STAY통영의 멋과 향이 한껏 스며든 곳, 봄날의집에서 채운 하루.
찬찬히 통영을 떠올려본다. 소매물도와 한산도 등 몇몇의 이름난 아름다운 섬들, 더 나아가 통제영이나 동피랑 마을 정도가 떠오를 뿐이었다. 그만큼 통영에 대한 뚜렷한 이미지조차 가지지 못한 상태에서 ‘봄날의집’에 대한 막연한 기대만 가지고 떠났다. 서울에서 출발해 차량으로 4시간 남짓 걸려 도착한 통영은 가장 먼저 육지와 바다가 아기 자기 하게 뒤 섞여 있는 듯한 풍경으로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봄날의집’은 통영에서도 조금 더 들어가 미륵도(통영과 육지로 연결된 가장 큰 섬) 봉수골에 위치하고 있다.
미록도까지 이동하는 길은 통영의 아담한 풍경을 타고 미끌어지듯 들어가는 느낌이어서 좋은 기분을 가져다주었고, 그렇게 도착해서 바라본 ‘봄날의집’은 사진에서 본 것처럼 지붕의 작품이 가장 먼저 시선을 끌었다. 통영 앞 바다를 묘사한 그림으로 지붕 위를 도화지 삼아 가득 채워버렸는데 그림은 전혁림 화백의 실제 작품을 크게 확대에 담은 것이라 한다. 그제야 옆에 나란히 위치한 미술관과 ‘남해의봄날’까지 오래전부터 함께 있었던 것 마냥 익숙한 느낌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짐을 풀고 나란히 있는 건물들을 지나 산책에 나서 바라본 봉수 골 마을은 올망졸망하고 정감있게 보였다.
첫인상으로 기억에 남는 점은 스탭 분의 세심함이었는데 체크인을 하면 직접 오셔서 ‘봄날의집’ 공간과 장인, 예술가의 작품, 통영과 이곳 봉수골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들려준다. 생경하게 느꼈던 도시와의 첫 만남에서 오는 낯섦을 기대와 설렘으로 한껏 채워주셨다고나 할까! 단순한 안내보다 통영과 ‘봄날의집’의 스토리를 들려주는 기분 좋은 환대라 여겨졌다. 내가 묶은 장인의 다락방은 통영의 전통 누비이불, 통영 소반 등 통영 장인들의 작품을 직접 경험해보며, 함께 하루를 머물 수 있는 공간이었다. 때문에 머무르는 것 자체가 유니크한 경험이었고, 간결한 공간 구성으로 휴식에도 부족함이 없었다.
‘봄날의집’에서 공간만큼이 좋았던 부분은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이었다.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을 법한 가공되지 않은 따듯함과 자연스러움은 이 공간을 구성하는 사람들에서부터 시작되는 듯했다. 손님과의 교감을 중시하는 봄날의집의 지기 ‘강용상 대표 역시 저녁 이든, 조식 시간이던 한 번쯤은 게스트와의 시간을 갖고자 노력한다고 했다. 단 하루였지만 ’봄날의집’에서 머물렀던 하루는 통영에 대한 그들의 따듯한 시선을 함께 공유하는 듯한 묘한 느낌을 가져다준다. 통영의 멋과 향이 한껏 스며든 곳, 그들 덕분에 통영이 더욱 사랑스러워졌다.
PM 04:00
‘봄날의집’과
조우하다.
드디어 ‘봄날의집’을 만났다. 통영이라면 당연히 바닷가에 위치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봄날의집은 예상과는 봉수골이란 아기자기한 동네에 숨어있었다. 화려하지 않고, 정적이며 예스러운 모습을 간직한 이곳 봉수골은 봄날의집과도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듯하다. 우선 미술관과 남해의봄날, 마을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PM 06:00
‘봄날의집’과
함께 살고 있는
‘봄날의책방’
‘봄날의집’의 한편에는 ‘봄날의책방’이라는 서점이 있다. 이제는 유명해져 지역에서도 일부러 찾아온다고 하니 과히 콘텐츠의 힘은 대단하다. 특히 이 서점에서는 지역 문인들의 책이나, 지기가 선택한 다양한 분야의 서적들, 객실에 있는 장인의 작품들의 일부도 구입할 수 있다고 하니 참고해보기 바란다. 개인적으로는 ‘남해의봄날’의 팬이어서, 다른 곳에서 구입할 수 없다는 다양한 제품들에 자꾸만 눈이 갔다.
PM 07:30
지기가 추천해준
통영의 맛, 민수사
통영이 이렇게 다채로운 음식들로 가득한 지역인지 몰랐다. 게스트들을 위해 마련해둔 봄날의집 가이드를 보고, 우리는 만장일치로 첫날 저녁으로 다양한 해산물을 즐길 수 있는 민수사를 선택했다. 맛은 단연 최고. 특히 서울에서는 맛볼 수 없는 신선한 간장게장은 꼭 한번 즐겨 보기 바란다. 통영의 앞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이곳의 뷰 또한 일품이었다.
PM 09:00
1층 공용 공간에
즐기는 비어 타임
동피랑 마을부터 시작해 세병관까지 하루 가득 통영 구경을 하고 나서 숙소로 들어왔다. ‘봄날의집’ 1층의 공용 공간은 평소에는 객실은 사용하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교류의 장이 된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우리가 간 날에는 멤버들만 함께 할 수 있었다. 그래도 꿈만 같던 오늘 하루를 되새기며, 맥주 한잔 기울이는 밤이란 얼마나 값지던지.
PM 11:00
아무도 방해하지
않은 나만을 위한
쉼의 공간
하루를 끝내고 싶진 않았지만, 객실에서의 쉼 또한 기대가 컸다. 눈으로 봐도 포근할 것 같은 통영 누비 침구나, 통영 소반, 은은한 조명까지 하루를 마무리하고, 보내는 쉼에 있어 극도의 만족감을 가져다주었다. 특히, 외부의 테라스에 바라보는 별들도 오랫동안 기억으로 담고 싶다.
AM 10:00
성림 식당에서
즐겼던 조식
‘봄날의집’의 조식은 지기님이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봄날의집 주변의 식당에서 제공한다고 한다. 좋은 식당을 소개하고, 작은 마을을 활성화시키고자 하는 의미도 좋았지만, 일단 성림 식당의 조식은 너무나 맛있다. 화학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다는 봉수골의 최고의 맛 집에서 통영의 깊고, 담백한 맛을 느껴보기 바란다. 꼭.
AM 11:00
나의 생각보다
매력적이었던 곳,
통영
통영 여행의 시작점에 우리는 ‘봄날의집’을 찾았다. 이곳을 통해 하루 묶으며, 우리는 통영의 재발견할 수 있었다. 봄날의집이 이야기해주는 통영의 다양한 아름다움을 알고 나니, 기존에 기존에 그냥 지나쳤던 스팟들도 더욱 흥미롭게 느껴졌다. 퇴실 시간에 맞춰 우리는 아직 보지 못한 통영의 또 다른 다양한 멋을 찾아 떠났다.
4 POINT OF VIEW
ORIGINALITY
통영, 그 자체를 나누다.
통영을 담은 집, ‘봄날의집’은 지역의 문화, 예술, 그리고 장인들의 삶과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아트하우스이자 여행의 거점으로 통영의 가치 있는 이야기를 다양한 방법을 통해 소개한다. 단순히 머무르는 공간을 넘어서 지역의 아름다움을 책, 지도 등 폭넓은 매개로 소개하고 있기에 이곳에서 만나볼 수 있는 통영은 더욱 다채롭고 새롭다.
DESIGN
건축가와 출판사, 지역의 장인과 예술가가 함께 모여 만든 집
‘남해의봄날’과 동네 건축가 강용상 대표를 주축으로 이 공간을 만듦에 있어 전혁림미술관 및 이웃한 장인 분들이 함께 정성스러운 손길을 더했다. 출판사 – 미술관 – 게스트하우스의 프로그램과 일관된 맥락을 지닌 디자인은 ‘봄날의집’에 유니크한 매력을 더했다. 덕분에 ‘봄날의집’은 아트하우스로 더욱 진정성 있게 완성될 수 있었다. 또한 근간에는 문패나, 간판, 조경, 촬영까지 작은 부분 하나 하나 이웃 장인, 예술가들과 함께 만들고 참여했기에 ‘봄날의집’은 지역에서도 의미 있는 디자인 스팟이다.
Hospitality
만남과 교류를 통해 가득 채워지는 마음
‘봄날의집’에 머무는 동안 만나는 수많은 만남과 교류는 이 공간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게스트하우스 내에 친절히 설명된 봉수골 지도, 안내문 뿐 아니라 지역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지기와 스탭분, 책방 지기님까지 게스트의 배려와 환대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교감과 지역 예술가, 문인, 장인들의 삶까지 ‘봄날의집’의 하룻밤은 통영이란 도시의 매력을 사람으로부터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PRICE
‘봄날의집’을 거점으로 떠나는 통영 여행.
어디론가 부담 없이 떠나고 싶을 때, 스테이를 거점 삼아 여행을 떠나보자. 물론 통영으로 떠나고 싶을 때 단연 ‘봄날의집’을 추천하는 바이다. 여행의 부담은 잠시 내려놓고 스테이에 머물면서 풍부한 문화 예술과 전통의 가치 느껴보자. ‘봄날의집’ 게스트하우스는 책을 사랑하고, 지역의 문화와 예술을 느끼고 만나고 싶은 이들을 위한 쉼의 공간이 되어줄 것이다. 작가의 방 가격은 7만원이며 봉수골 최고의 맛 집에서 제공하는 조식도 여행의 풍요로움을 더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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