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틴 마루
why

하지 않음으로써 차오르는 기쁨

소유할 것이 넘쳐난다. 갖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다. 개인의 공간이 작고, 이웃과의 거리는 가깝다. 어느 나라보다 타인의 시선과 삶에 눈과 귀를 자주 댈 수밖에 없는 사회 구조 안에서 소유하고 갈망하며, 갖지 못하고 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결핍은 늘어만 간다. 인위적이고 의식적으로 차단할 수는 없을까? 습관적으로 만지작거리는 핸드폰, 과다하게 쏟아지는 시시콜콜한 친구의 맛집 사진과 핫플레이스 목록으로부터 또는 가려내기 힘든 뉴스와 정보로부터. 고독을 위해 자신으로부터 가까운 곳과 것으로부터 떨어져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차오르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다. 전혀 반대되는 곳으로 가면 된다. 숲속의 작은 캐빈으로. 아틴 마루라 불리는 그곳으로.

장소 또는 시간을 뜻하는 전치사 'at'과 안 혹은 내면을 뜻하는 'in', 이 두 단어를 합해 ATIN 아틴이라 부르고, 순우리말인 '하늘, 으뜸, 높은, 산' 등의 의미를 가진 마루 MARU를 붙여 지은 이름 'ATIN MARU 아틴 마루'.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의 이름을 가진 캐빈 4동과 공용 공간의 높은 건물 하나로 이뤄진 깎아지는 듯한 산 능선에 자리한 아틴 마루는 불편함이 낭만이 되는 경험을 권한다. 그곳에 들어서는 순간 외부와 세상, 뉴스와 편리함의 세상의 문은 굳게 닫힌다. 닫힌 문은 곧바로 공고하게 쌓아 올린 벽이 된다. 그렇게 숲과 자신만 존재하는, 철저히 고립된 자연 속에서의 머무름이 시작된다.
people

사색에 진심을 다하길 바라며

아틴 마루 대표는 실내건축을 전공하고 국내 공간을 다루는 설계사무실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2013년 100A를 공동 설립, 이후 2016년 홀로 독립하여 지금의 비케이아키텍처 사무소의 대표로 활동 중이다. 그간 수십채의 집을 지어낸 경험과 여행의 경험에서 얻은 노하우를 그러모아 자신의 브랜드인 숲속의 스테이, 캐빈 4동이 분리되어 드문드문 놓인 아틴 마루를 만들었다.

오랜 시간 꿈꾸던 대지를 찾고, 직접 설계를 하고 시공 감리까지 도맡아 원하는 그림을 실현하기 위해 애썼다. 확고한 믿음으로 선명한 그림을 그렸기에 마음먹고 오픈하기까지 1년여의 시간밖에 들지 않았다. 공용공간 옆에는 딸이 어렸을 때 쓰던 작은 나무 침대를 두고, 딸이 3살 때부터 갖고 싶어 했던 나무 그네를 곁에 만들어 두었다. 그는 자신이 마련한, 복잡하고 풍요로운 세상과 완전히 차단되어 불편할 수밖에 없는 캐빈에서의 며칠의 선택을 숙박객들이 온전히 받아들이기를 바랐다. 네 개의 객실마다 숲이 가장 잘 보이는 아름다운 자리를 찾아 의자를 놓아두었다. 그들이 그 의자에 걸터앉아 오랜 침묵 속에서 숲의 모습과 나무의 흔들림, 자연이 내는 소리와 향, 뺨에 닿는 바람, 그날의 날씨와 계절을 느끼는 평온한 모습을 캐빈의 가장 이상적인 그림으로 그리고 있다. 머무는 이들이 사색에 진심을 다하기를 바라며.

location

서울에서 가장 가깝고도 먼 탈출구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 가장 가까운 탈출구, 가깝지만 먼 곳으로 떠나온 듯한 느낌을 한 몸에 받을 수 있는 경기도 양평. 서울에서 물리적으로 가까우면서도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광활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만날 수 있어서일까. 양평은 서울에 사는 이들의 세컨드 하우스가 가장 많이 자리하고 있다. 양평군 서종면은 북쪽으로는 가평군 청면을, 서쪽으로는 남양주를, 동쪽으로는 가평군 설악면을 접하고 있는데, 양평군의 서쪽에 위치해있어 '서종면'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북한 강을 따라서 펼쳐진 지방 도로인 경춘 국도와 서울 강릉 사이의 국도를 연결하고 있어 드라이브 코스로도 유명한 곳이다. 서울에서 1시간여 밖에 빠져나오지 않았는데도 만날 수 있는 펼쳐진 강과 산과 능선을 만날 수 있다니. 양평군 서종면의 문호리 같은 경우에는 서울에서도 가깝게 전원생활을 누릴 수 있는 입지로 많이 알려져, 몇 년 전부터 많은 이들이 집을 짓거나 구하고 있는 매력적인 동네다.

아틴 마루가 위치해 있는, 해가 가장 빨리 뜨는 동네를 칭하는 명달리의 그곳은 이제는 많은 이들이 머물고 오가는 문호리와는 달리 고즈넉한 시골 동네 분위기를 가로질러 잣나무가 빼곡히 자리 잡은 가마봉 꼭대기에 위치하고 있다.
MAKING STORY

몇몇 대지를 보다가 결국 맨 처음 보았던 지금의 대지를 선택하고 그렸던 그림이 선명했기에 순조롭게 마친 설계를 가지고 건축에 들어갔다. 그러나 깎아지는 듯한 능선에 캐빈을 올리고 각각의 동에 상수도 연결을 하고 전기를 끌어오는 일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또한 말 그대로 산, 임야였기 때문에 캐빈의 공간, 대지 확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일부의 나무를 잘라내야만 했는데 잘라낸 나무를 최소한으로 가공해 공용공간의 긴 테이블과 의자로 활용했다. 건축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보여줄 수 있는 규모가 있는 멋들어진 건물이 하나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이루면서, 캐빈이 가진 절대적인 공간의 협소함을 풀어내는 용도로 공용공간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유리가 없이 내외부가 그대로 연결되는 구조, 외부의 날씨와 공기를 내부로 끌어오는 구조를 가졌었지만 사계절 동안 머무는 분들의 사용적 측면에서 고려해 보았을 때 날씨의 변동에 따라 부는 바람과 내리는 비와 눈, 추위와 더위를 차단해야만 했다. 결국 수십 년 전에 이곳에 빼곡하게 있었을 잣나무의 나무 목대를 모티브로 한 쭉쭉 뻗은 기둥과 기둥 사이에 유리를 달았다. 본래의 기획이 대부분 그대로 실행됐으나 설계 및 기획에 있어 받아들여야 했던 가장 큰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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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틴 마루를 직접 설계한 최봉국 호스트는 아내와 딸과 떠났던 유라시아 여행의 끝자락에 여행의 피로를 누이는 안식처에 대해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처음에는 바퀴가 달린 트레일러가 한적한 숲의 어딘가에 띄엄띄엄 놓여 하나의 군락을 이루다가 차 뒤에 걸고 떠날 수도 있는 기동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그림을 그렸었다. 따라서 최초의 설계는 이동식이었고, 그 이동식 플러스 혼자서 조립할 수 있는 패키지 형태였다. 그래서 1톤 차에 실으면 납작하게 배송이 되어서 기초가 된 평평한 땅만 있다면 주춧돌이라고 하는 철물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걸 사서 해외처럼 자기가 직접 짓는 형태. 그게 힘들면 조립하는 서비스를 만들면 되지 않을까 싶었지만 평범한 철물점에서 파는 자재로 만들기에는 기능적으로 한계가 많았다. 그리고 이동이 편리해야 되는데 이렇게 능선이 진 지형에서는 수평을 맞춰서 캐빈을 놓아야 하니까 거기에 대한 여러 불가능한 현실적인 상황에 부딪혀 바퀴가 없이 지대에 붙어있는 숲속의 캐빈을 그리게 되었다. 그러나 능선 지형을 따라서 떠 있는 모습으로. 여행하면서 느꼈던 캐빈의 기능과 역할을 고려하되 숲속에서 고립된 채 머무는 동안만큼은 지나온 경험과 장면들을 회상하고 그리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 세상의 집과 전혀 다른 공간의 계획을 세웠다. 손님이 머무는 공간과는 별개로 라운지 공간, 인포메이션 역할을 하는 건물도 그렸다.

초기에는 캐빈에 2인이 함께 쓸 수 있는 사이즈의 침대를 두었지만 과감하게 그 공간을 쪼개 2인이 오더라도 각자의 침대에서 각자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싱글 침대 2개를 두는 설계로 뒤집었다. 공용공간이 아닌 네 개의 캐빈 안에서는 인터넷 연결이 되지 않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말 그대로 할 일이 없는, 아무것도 할 게 없어 사색과 사유를 할 수밖에 없는 의도적인 불편함 역시 기획했다. 이제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흔히 볼 수 없고 따라서 잘 사용하지 않는 CD플레이어는 블루투스 연결조차 되지 않는다. 어디를 둘러봐도 숲만 보게 되는 프로그램. 먹을 것으로 넘쳐나는 세상과도 정반대로 요리할 수 있는 환경도 객실에는 넣지 않았다. 숲속에 머무는 동안은 조금 부족해도 된다는, 결핍과 불편함을 세상의 반대편에서 경험하는 며칠을 권하고 싶었다.

스케치 ©최봉국#
SPACE

숲의 일부가 되어가는 곳

본래는 캐빈 4동의 이름을 투박하게 지었으나 최봉국 대표는 아내의 권유로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의 이름을 각각 붙였다. 캐빈이 바라보는 숲의 모습이 각 계절이 가진 면을 닮은 것을 발견해가며 이름을 정해주었다. 캐빈 속에 들어가면 숲속 나무 한 그루 속에 들어선 듯한 느낌을 받는다. 실제로 나무 속에 들어간다면 나무 틈으로 바깥세상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최봉국 대표는 캐빈마다 좁고 길게 찢은 형태의 창을 내었다. 푸르른 나무와 숲 또는 멀리 산과 산이 어깨를 마주하는 능선이 가장 안정적으로 보이도록 수평의 가로로 긴 창과 침대에 누우면 세로로 낸, 나무의 세로 틈 같은 비좁은 창으로 숲의 일부를 마주할 수 있다. 봄 캐빈에서는 봄을 닮은 울창한 숲을 조망할 수 있고, 여름 캐빈에서는 산의 높은 곳에서부터 흘러 내려오는 물소리를 유일하게 들을 수 있다. 가을 캐빈에서는 가을에 지는 낙엽과 가을빛의 나무 기둥을 가장 먼저 가까이서 선명하게 관찰할 수 있으며, 겨울 캐빈에서는 잎이 다 진 나무들 너머 멀리까지 시야가 닿아 눈이 오는 영화 같은 장면을 한가득 품을 수 있다.

수평과 수직으로 뚫린 긴 창들, 나무속에서 가늘고 긴 나무 틈을 통해서 각 계절마다 변하는 자연의 다양한 모습을 관찰하며 숲의 일부가 되는 신비로운 시간을 갖게 된다. 캐빈의 뚫린 틈으로 숲과 자연을 바라보며 어느 정도의 시간을 머물다 보면 할 것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바깥으로 나오게 된다. 각각의 동마다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 담길 수 있는 자리에 놓인 의자가 있다. 자연스럽게 그곳으로 걸어가게 되고 앉게 된다. 또다시 숲을 볼 수밖에 없다. 숲에 캐빈이 놓여 있는 게 아니라 캐빈은 숲의 일부가 되고 만다. 따라서 캐빈의 안에서든 밖에서든 어디서나 숲 안에 머무는 것과 다름없다. 물건으로 관계와 욕망과 바람으로 범람하는 세상과 다른 미니멀하고 간결한 관계만 있다. 그 의도는 욕실에서도 발견된다. 세 개의 미니 비누 바는 호스트가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한 친환경 비누 바로 며칠을 머무는 동안 다 쓸 수 있는 아담한 사이즈다. 적당한 정도의 세밀하고 간결한 계산이 눈에 띈다. 비누를 쓰는 동안에도 자연의 향이 느껴진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숲의 일부가 되어가는 데에 아주 큰 몫을 한다.

낮고 소박한 캐빈과 달리 늠름하고 높게 서있는 공용공간은 캐빈의 협소한 공간감을 풀어주는 큰 역할을 하는 곳이다. 음악이 흘러나오는 편안한 환대의 공간인 라운지 본연의 역할. 체크인을 돕는 리셉션 공간이자 조식을 준비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1층에는 아주 간단하게 음식을 데워 먹거나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최소한의 편의 시설이 마련돼 있다. 또한 여러 CD가 구비되어 있어 원하는 음악을 빌려 한 CD에 담긴 전곡을 차분하게 들어볼 수도 있다. 2층은 본래 이곳에 있었던 잣나무를 최소한으로 깎아 만든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다. 어둑한 저녁 8시가 되면 호스트가 좋아하는 영화를 틀어두는데 숙박객이라면 누구나 편히 앉아 숲속에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INTERVIEW

최봉국 건축가ㆍ호스트 인터뷰

stayfolio
Atin Maru
아틴 마루 이름을 어떻게 짓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여행 갔다 온 사진들을 보면, 인물만 찍힌 사진을 보면 그때가 생각이 잘 안 나요. 이상하게. 뒤에 배경이 있다거나 하면 내가 그때 기분이 어땠는지 가족들의 심정이 어땠는지. 장소가 주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이 있지 않나 싶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at'이라는 영어의 아주 쉬운 단어, 장소와 시간을 뜻하기 전에 앞에 붙이는 단어하고 'in'은 제가 공간을 다루는 사람이니까 실내일 수도 있고 사람이 갖고 있는 내면일 수도 있겠죠. 뒤에 마루라는 말은 순수 우리말로 꼭대기 최고 지리적인 특성인 가마봉 꼭대기에 위치하고 있어서 아틴 마루라고 붙인 것 같아요.
홈페이지에 쓰인 '사색에 진심을 다 해 본 적이 있나요?'라는 말이 인상적입니다.
영화에서 나오는 대사를 약간 변형해서 만든 말이에요. 안경이라는 일본 영화에서 나온 대산데 거기에 사색이라는 단어가 굉장히 자주 쓰이거든요. 어릴 적에는 그런 것을 못하는 것 같아요. 저도 아직 어리지만. 어떤 것도 신경 쓰지 않고 무언가에 집중하는 시간. 근데 이게 일이나 생각이 아닌 화두거리가 아닌 그냥 멍하니 있는 시간, 멍 때린다고도 하잖아요 그게 결국에는 사색의 일종일 것 같은데 그것을 하기 위해 시간을 내고 앉아서 명상을 한다든지 하는 게 현대인 뿐만 아니라 연령이 있으신 분들도 그걸 하시는 게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여행을 하고 있을 때 그것을 자주 하게 되더라고요. 처음에 여행을 하던 초창기에는 계획을 짜요. 뭘 하고 어디를 가고 무엇을 먹고. 그런데 그게 아주 무의미하다는 걸 한 달만 지나게 되면 알게 되더라고요. 내가 원하는 데로 갈 수도 없고 그 식당이 문을 닫았는지 안 닫았는지 휴대폰을 쳐다봐도 틀린 경우도 많고 대화도 안 되고 하니까. 그냥 내 컨디션 따라 내 가족의 컨디션 따라 만큼 가고 아니면 물리적으로 숙소가 거기 밖에 없으니까 거기까지 가야 되고 오히려 일정이 한가해지더라고요. 어느 순간순간 계속 멍하게 하늘을 바라볼 기회가 어쨌든 풍경이 낯설어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저만 누렸을 거예요. 와이프는 애를 보느라고. 운전한다는 핑계로 저만 자유시간을 얻었으니까. 아마 그런 시간을 좀 갖게 해드리고 싶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현재의 캐빈의 형태와 구조는 어떻게 만들어지게 된 건가요?
일단 최초의 설계는 이동식이었고, 그리고 그 이동식 플러스 혼자서 조립할 수 있는 패키지 형태였어요. 그래서 1톤 차에 탁 실으면 납작하게 배송이 되어서 기초만 되어 있다면, 평평한 땅만 있다면 주춧돌이라고 하는, 철물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걸 사서 해외처럼 자기가 직접 짓는 거죠. 그게 부족하면 조립하는 서비스를 만들면 되는 거죠. 그런데 생각보다 그냥 아주 노멀한 철물점에서 파는 자재로 만들기에는 기능적으로 한계가 많았던 것 같아요. 단열이 됐든 구조적인 게 됐든 내구성이 됐든, 신소재들을 부합해야 하는 데 그건 좀 최초의 의도에 벗어나지 않나. 날 것의 그대로였으면 좋겠는데 일단 해외에서 쓰는 원목 자체를 구하기가 힘들고요.

결국에 계속하다 보면 제품이 될 것 같고 자신도 없고 시간도 부족했고 그런 게 있었던 것 같고요. 그리고 이동이 편리해야 되는데 이렇게 능선이 진 지형에서는 수평을 맞춰서 캐빈을 놓아야 하니까 거기에 대한 불가능, 수평으로 놓기 위한 트러스를 받히거나 공사가 달라지기 때문에 본래 능선을 그대로 살리고 능선에 떠있었으면 좋겠다 여기에는 이런 게 더 맞는다고 생각해 고정식으로 하게 된 것 같아요.
아틴 마루를 어떻게 즐기면 좋을까요?
그런 분들이 있어요. 두 분이 오셔서 와인잔 두 개를 빌려 가세요. 그리고 다음날 조식 때까지 나오지 않으세요. 제가 봤을 때는 안에서 사진을 계속 찍으셨던 것 같아요. 그게 또 좋은 맛일 수도 있는데 여기 이렇게 이만큼 경험할 수 있는 게 더 많으니까, 또 어떤 분들은 캐빈에 아예 안 들어가세요. 하루 종일 밖에 계세요. 여기 있다가 저기에 있다가 해먹에도 누워서 1시간씩 주무시고 그래요. 그렇게 공간에 넓게 머무는 분들이 좀 더 잘 즐기고 있지 않나 싶어요. 여기 있는 모든 공용공간을 알차게 잘 쓰시는 거니까. 해외에서 보면 공용공간이 많잖아요. 수영장도 있고 트레이닝 공간도 있고. 그나마 수영장이 있으면 좀 즐기시는데. 이런 공간을 활용하는 데 있어서 어색해 하시는 게 있어요. 저는 방문하시는 분들이 오면 여기에 있지 않으려고 해요. 여기 오시면 아래로 내려간다든지. 아틴 마루를 조목조목 활용하셨으면 좋겠어요.
이곳을 찾아주시는 분들께 하고 싶으신 말씀 있으실까요?
한 번으로는 부족할 것 같아요. 이곳을 느끼려면 자주 오시라고 말하고 싶어요. 사계절의 명칭을 가진 캐빈에서 사계절을 보내보시길 추천드려요. 1박과 2박을 보내시고 가신 분들 중에 만족하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1박 하신 분과 2박 하신 분의 후기는 전혀 다른 것 같아요. 첫날 와서 짐 풀고 밥 먹고 자고 일어나서 가기 바쁘거든요. 근데 2박은 낮 시간을 온전히 다 보낼 수 있으니까요. 뭐라고 해야 될까. 각자가 가지고 살았던 고향이 있잖아요. 그 동네에서 멍하게 앉아있었던 놀이터가 됐든 벤치가 됐든 그냥 그런 곳이었으면 좋겠다. 그냥 거기 가서 가볍게 아무것도 안 하고. 책을 읽든 일을 가지고 오셔도 좋고요.

취사가 안 돼서 잠깐 나갔다가 오시는 경우도 많거든요. 밥을 못 해먹으니까 음식도 많이 안 가져오셨으면 좋겠어요. 잠깐 나 혼자 와서 또는 나와 평생을 함께할 누군가와 같이 와서 하룻밤 자고. 배가 좀 고파도요. 여행을 자주 못하는 이 사회적 문제일 수도 있겠죠. 우리나라는 길게 여행을 하지 못하니까. 당장 취사가 안된다고 하니까 내가 소화할 수 없을 만큼의 음식을 가져왔다가 결국 남기시는 분들이 많으세요. 환경 문제 뿐만 아니라 그 음식을 만든 사람의 마음이 아깝잖아요. 조금 부족하게 가져오신 분들이 계시면 딱 차에서 짐 내리실 때 양이 보이잖아요. 혹시 허기지시면 말씀하시라고 해요. 라면 하나 끓여드릴 수도 있고. 하루 한 끼 정도는 라면 먹어도 괜찮잖아요. 저와 와이프, 아이와 식사할 때 조금 더 해서 나눠드릴 수도 있고요. 아틴 마루에서는 공간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더 가지시면 좋겠어요.
STAY

자연과 숲과 계절의 품에서 머물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가능할까? 완벽하게 차단되지 않으면 세상의 어딘가로 생각은 튀고, 몸도 움직이게 된다. 자극으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자연으로 들어서야 한다. 숲과 숲의 일부인 캐빈에 머무는 동안 자신마저도 숲의 일부가 되는 듯한 착각이 든다. 방해가 될 만한 다른 것이 없다. 오로지 숲, 나무, 자연, 날씨, 공기 뿐이다. 계절과 시간의 흐름을 바라볼 수밖에 없고 자연스럽게 미루어 왔던 아니면 한 번도 해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사색을 하게 된다. 자신이 경험했던 지난 과거와 스쳐온 관계, 쌓아두었던 묵은 감정과 계획 등을 꺼내 숲속에 늘어놓고 차분하게 하나하나 바라보는 시간. 항상 앞으로만 걸어가야 했던 세상에서 벗어나 자리에 앉아 과거를 돌아보며 지금을 느끼게 된다. 뺨에 닿는 바람의 온도와 세기, 귀에 닿는 새소리, 나부끼는 나뭇잎과 주룩주룩 떨어지는 빗소리, 일렁이는 숲 파도, 빛이 없는 밤의 얼굴을 느낄 수 있다. 다른 무엇이 아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에 집중하게 된다. 자연과 숲과 계절의 품에서 가만히 그대로 머물며. 복잡하고 편리한 세상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숲의 일부, 자연으로 존재한다. 인간은 본래 자연의 일부이지 않았나? 그렇게 내일도 어제도 아닌 지금에 존재하는 머무름이 된다.

4 POINT OF VIEW

ORIGINALITY

고독과 사색으로 자연히 흐를 수 있기에

철저하게 차단돼 고독을 누릴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자극이 될 만한 수많은 것들이 널려 있는 세상이기에. 그러니 자연스럽게 자연으로 향해야 하고, 타인에 의한 의도적인 차단이 필요하다. 누릴 수 있는 것이 매우 적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숲 만을 바라보며 고독과 사색으로 자연히 흐를 수밖에 없는 공간은 정말 귀하다. 게다가 서울에서 매우 가까운 위치. 어디론가 멀리 떠나지 않아도 세상을 향해 있는 눈과 마음과 문을 잠시 벽으로 만들 수 있는 곳이다.

DESIGN

최소한의 것, 그 간결함의 미학

어딘가로 떠나면 이곳이 내 집이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만큼 간소하고 깔끔한 집을 꿈꾸지만 생활의 필요에 따라 구비해둔 물건과 버리지 못한 물건은 쌓여만 간다. 이곳은 아무것도 하지 않지 않고 머물기를 권하는 공간이기에 씻고 눕고 앉을 수 있는 최소한의 것만 놓인 숲속, 나무를 닮은 캐빈은 그 간결함의 정점이다. 어수선하게 어지럽힐 만한 게 없고 따라서 짐을 두어도 깔끔함이 유지된다. 게다가 많은 이들의 로망인 숲세권. 어디를 보고 어디로 돌아앉아도 숲 뷰가 펼쳐진다.

Hospitality

마음의 고요가 찾아들며

무엇을 해야 한다는 여행의 압박감 한 톨도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밖에 없다. 의도적으로 권하는 숲속 머무름의 불편함을 받아들이고 그대로 자연의 일부가 되는 경험을 한다. 숲이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각각의 자리에 앉아 오랫동안 숲을 느낀다. 굽이굽이 물결치던 머리과 가슴속의 파도가 잔잔해지자 마음의 고요가 찾아든다. 엉켰던 생각을 굵은 빗으로 곱게 빗는 상쾌한 기분이 든다.

PRICE

자연의 여백 안에서 갖는 소중한 기회

인위적으로 끊어내지 않으면 세상으로부터 멀어질 수 없다. 자신과 지금을 돌아볼 기회도 가질 수 없다. 그러나 멀지 않은 숲속, 나무를 닮은 집으로 향한다면 숲과 자연의 일부가 되어 계절과 지금을, 지금껏 해봤던 경험과 인상적인 장면을 깊이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앞으로 나아가는 진실된 목적을 자연의 품, 자연 그대로의 여백 안에서 갖는 소중한 사색의 기회를 말이다.

스테이명
아틴 마루

숙소타입
캠핑&아웃도어

연락처

주소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명달리

인원 / 객실수
1~3명 / 4객실

가격대
₩180,000 ~ ₩240,000

체크인 / 아웃
16:00 / 11:00

편의시설
아침식사

PHOTO BY 박기훈 | arcfactory.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