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 중에서도, 호스텔 장르를 시작하신 이유가 있나요?
지금까지 게스트하우스는 저가숙소라는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여행자들과의 만남, 주인장과의 친밀한 접촉, 재미와 낭만이 있지만 숙박업소의 기본인 청결과 편안함이 부족합니다. 반면에 호텔은 자신이 누리는 서비스에 비해 비싼 가격을 지불합니다. 게스트하우스와 호텔의 장점을 잘 버무리고 개별여행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서비스를 강화하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여기에다 디자인이라는 양념을 추가하여 보고 느끼는 즐거움까지 즐길 수 있는 디자인 호스텔에 도전 하였습니다.
바구니라는 개념(이름)이 흥미롭습니다. 바구니 호스텔에 바구니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바구니는 저희 호스텔의 전반을 규정짓는 이름입니다. 바구니의 모양을 딴 건물의 외관과 바구니에 담겨 있을 때의 편안한 느낌을 반영한 캡슐베드의 디자인. 체크인 때 제공하는 바구니부터 구입을 할 수 있는 바구니. 바구니의 본질을 고민하고 디자인한 서비스의 흐름까지 생각했습니다. 저희에게 있어 바구니는 처음이자 마지막이고 전부입니다.
바구니 호스텔의 세 지기님은 어떤 분인지 궁금합니다.
저희 셋은 고등학교 동창입니다. 질풍노도의 10대부터 지금까지 함께 했던 친구들입니다. 동년배 친구들이 똑같듯이 같이 술마시고 당구치고 야구장가고 여행 다니고 사회에 나와 각자의 길을 가다가 바구니호스텔을 계기로 다시 뭉쳤습니다. 카페겸 펍인 바스터즈를 책임지고 있는 최대표는 관세사를 하던 친구입니다. 적성에 안 맞아 지금은 그만두었고 요리를 좋아하여 바스터즈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10년 넘게 PC 방을 운영했던 양대표는 저희들 중 유일하게 서비스업에 종사한 경험을 살려 객실관리와 고객접대를 맡고 있습니다. 저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로 응급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상상하는 것을 좋아하고 두 친구보다 SNS를 잘 다뤄 기획 및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바구니 호스텔의 브랜딩, 네이밍 스토리텔링에 있어서 중점을 둔 부분이 있을까요?
바구니. 본연의 가치에 중점을 두고 생각했습니다. 바구니는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필요한 즉, 가치 있는 물건을 담는 용기입니다. 꽃바구니나 과일바구니. 선물바구니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기 위한 바구니들이죠. 바구니에 담긴 것은 혼자가 아닌 여러 사람이 함께 이용하는 가치 있는 것들입니다. 이처럼 저희들이 여행자들에게 필요한 물건을 바구니에 담아서 드리면 여행자들은 바구니를 활용하여 함께 즐길 수 있게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바구니의 네이밍과 서비스 유형. 그리고 의미까지 연결하여 명확한 연관성을 가지게 구성하여 좋은 이미지 뿐만 아니라 즐거움과 신뢰까지 주기위해 노력하였습니다.
바구니 호스텔의 디자인에 있어서 주안점을 둔 부분은 무엇입니까?
해외 디자인 호스텔 사례를 답사하면서 가장 중요했던 시사점은 일관된 맥락을 관통하는 브랜딩 전략과 여행자의 관점에서 새로운 경험을 창조해내는 디자인에 대한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잘 만들어진 디자인 호스텔은 지역의 관광안내소와 같은 역할을 하며 주변 지역에 대한 검증된 정보를 여행자끼리 공유하는 커뮤니티의 장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와 같은 좋은 선례를 국내에 실현해보고자 했어요. 바구니로부터 시작된 일관된 브랜드 이미지와 캡슐베드와 같이 새로운 공간 경험, 지역과의 연계를 위한 검증된 여행정보를 담은 리플렛과 지도까지 지금까지 알던 순천과는 다른 관점의 순천여행을 제시하고 싶었습니다.
주안점을 둔 디자인이 있다면 여행자 뿐 아니라 지역 주민에게도 편익을 줄 수 있는 바스터즈 카페&펍을 꼽고 싶습니다. 저희 세 사람을 의미하는 바스터즈(거친 녀석들)란 콘셉트를 갖고 캐리커쳐 이미지와 함께 브랜딩을 했는데요. 지역에 좋은 콘텐츠를 선물하고 싶은 마음에 빈브라더스에서 공수한 스폐셜티 커피와 아크비어의 수제 맥주 등 관리가 비교적 어려운 F&B사업에 공을 드리기도 했습니다.
바구니 호스텔의 시공에 있어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에피소드가 있다면?
바구니호스텔 바로 앞에는 순천만까지 흐르는 동천이 있습니다. 한번도 건물이 세워진 적이 없는 대지위에 짓다보니 토질조사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지반 공사중에 물이 많이 나왔습니다. 너무 많이 나와서 공사를 할 수 있나 겁까지 났었습니다. 외부타일공사를 하는데 동천이 30년만에 얼었을 정도로 겨울이 추워서 공사가 지연되었습니다. 하지만, 안전사고 없이 잘 진행되었습니다.
바구니 호스텔의 공간구성에 있어서 차별화한 요소는?
기획 단계부터 여행자를 위한 숙소로 설계했기 때문에 빈 공간없이 짜임새있게 구성하였습니다.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무인사물함, 여행자를 위한 정보와 만남이 있는 리셉션, 기념품을 살 수 있는 미니숍, 강과 순천의 아랫장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와 간단한 요리를 즐길 수 있는 공용주방, 시원한 전망과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야외발코니, 여자의 변신에 필요한 모든 것이 완비된 파우더룸과 피팅룸, 책을 읽으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휴게실, 그리고 아름다운 정원과 커피와 수제맥주를 즐길 수 있고 조식공간으로 활용하는 카페 겸 펍까지 여행자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담았습니다. 바구니 호스텔이니깐요.
바구니 호스텔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반영한 디테일이 있다면?
바구니 호스텔의 심볼 컬러는 노란색입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색이기도 하고 초기 컨셉부터 색에 대한 아이덴티티를 공간에 불어넣길 바랐기에 지랩에게도 함께 참여했던 크리에이터 분들에게도 기댈 만한 좋은 요소가 된 것 같습니다. 건물 외관의 사인에서부터 내부 공간, 층마다의 엑센트가 더해지는 시각물에 있어서 노란색 컬러는 공간에 생기있는 느낌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에 제가 소품으로 산 시계, 스피커, 플랜트 박스, 모빌 등에 있어서도 되도록 노란색의 컬러를 고르기도 했고요. 무엇보다 바구니 코인이 컬러를 반영한 디테일을 칭찬해주는 분이 많이 계신데 실제로 1천원의 비용으로 사용되나 제작비는 그보다 더 소요되었다는 것은 비밀로 해주세요.(웃음)
바구니 호스텔 운영에 있어 차별화가 있다면 어떤 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고객 개인에 맞추어 필요한 서비스를 선택하여 누릴 수 있는 코인서비스가 있어 고객과 접할 기회가 많습니다. 고객들에게 코인을 받고 저희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바구니호스텔에서 지내는 동안 필요한 점이나 불편한 점을 파악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경영상으로 비효율적이고 관리상 불편한 점은 있지만 고객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바구니 호스텔에 오시는 손님들의 연령대나 오시는 곳, 계층이 어떤지 궁금합니다.
핵심 마켓을 20 ~ 30대 여성으로 설정했는데 80%이상 20대 중후반의 직장인 여성분들이 찾아주십니다. 지역적으로는 역시 서울, 경기 지역이 압도적이고요. 초반에는 디자이너, 건축관련 종사자 등 창조적인 일을 하시는 분들이 많았고 요즘은 중년의 여성분들도 많이 오고 계십니다. 최근엔 부모님을 모시고 온 젊은 여행자 분들이 많은데 모녀 커플이 특히 바구니 호스텔에 대한 만족도가 좋으신 것 같습니다.
기억에 나는 인상 깊었던 손님이 있나요?
고마운 손님들이 많습니다. 특히, 문을 연지 일 년이 지나지 않았는데 3번 넘게 오신 분이 계십니다. 처음에는 친구와 함께 오셨고, 다음에는 남자친구와 함께, 그리고 최근에는 엄마와 함께 오셨죠. 저희가 판매하고 있는 슬리퍼가 있는데 구입하신 후에 집에 돌아가서 봤더니 왼쪽 슬리퍼만 두 짝이 있는 겁니다. 화가 날 법도 한데 재밌어하셨습니다. 고객들의 만족스러운 바구니에서의 경험이 기분 나쁠 수도 있는 실수까지 즐거움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고객과의 관계형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셨습니다.
순천이라는 지역의 매력을 소개해주세요. 혹은 지역적 한계가 있다면?
예로부터 사통팔달의 교통요지입니다. 풍광이 빼어난 조계산 송광사와 선암사. 생태보고인 순천만. 아름다운 해넘이로 유명한 와온해변 등 인문자원과 자연자원이 풍부한 곳입니다. 국가정원 1호로 선정된 순천만 정원과 드라마 촬영장 등 볼거리가 많고 지리산과 남해가 만나는 곳이어서 신선한 식재료가 만나 먹거리도 풍부한 곳입니다.
지방의 작은 도시이다 보니 한계도 분명합니다. 주 고객인 서울, 경기도에서 멀어 접근성이 떨어집니다. 전 출장객도 넓은 의미에서 여행자라는 생각을 합니다. 낯선 환경에서 지역주민을 만나고 지역음식을 먹으며 지역문화를 느끼기 때문입니다. 순천이 작은 도시다 보니 출장객이 조금 적은 것도 아쉬운 부분입니다.
바구니호스텔을 운영하며 시행착오나 어려웠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오픈 초반에 저희 셋이서 운영하였습니다. 손님이 얼마 없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고 숙박업소가 처음이다 보니 저희가 업무를 정확히 파악해야 직원을 고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운영비에 대한 부담도 작용했고요. 그런데 손님이 많건 적건 어느 정도의 규모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인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픈 초기에 오신 고객이 블로그에 후기를 남기셨는데 사장님들이 너무 지쳐서 힘들어 보인다는 것이었습니다. 서비스의 본질을 몰랐던 거죠. 서비스를 제공하는 저희가 편안하고 즐거워야 고객들도 마음이 편안하고 즐거울 수 가 있습니다. 뒤늦게 직원을 채용하였고 지금은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스테이 운영 외에 바구니 호스텔을 기반으로 하는 다른 계획들이 있으신지요?
바구니호스텔을 다녀간 손님들 중 자기만의 브랜드를 가지고 사업체를 운영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책을 쓰시는 분, 재활용품을 이용하여 장신구를 만드시는 분, 그림을 그리시는 분, 공방을 운영하시는 분등. 이분들과 지역의 아티스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을 운영하고 싶습니다. 바구니의 브랜드도 알리고 가치 있는 것을 담는 바구니의 아이덴터티에 맞는 편집숍을 열어 그분들의 브랜드도 알리고 응원하면서 바구니호스텔도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는 상생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분들과 함께 협업하여 상품을 제작하는 것도 재밌을 것 같고요. 호텔의 컨시어지 개념을 도입해서 순천여행에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하고 체험까지 접목한 여행상품을 만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