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어디서나 손쉬운 쇼핑이 가능한 오늘날, 생산과 소비가 참 가벼워진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때론 아날로그 감성 혹은 장인 정신으로 불리는 묵직한 단어들이 더욱 반갑게 다가온다. 혹여나 조금 비효율적이거나 투박하더라도 소신 있게 저마다의 방식으로 목소리를 내는 브랜드나 제품에 관심이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이 만든 무언가가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이야기, 과정이 더없이 매력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 소개할 ‘벵디 1967’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 받았던 인상도 비슷했다. 결과물인 집 뿐만 아니라, 그들이 겪은 과정 자체도 매우 흥미로웠다. 전문가를 통해 매끈하게 잘 지어진 곳이겠거니 생각했던 첫인상과는 달리, 건축과는 전혀 연결고리가 없는 두 기획자가 손수 지어 올린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두 사람은 토지 매입부터 설계, 운영까지. A-Z 를 위해 꼬박 1년의 시간을 보냈다.
물론 그들의 능력을 높이사는 것이 전문가 혹은 비전문가로 구분되는 이유만은 아니다. 능력만큼 깊은 인상을 준 부분은 바로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이다. 자연, 그리고 소박함에서 오는 행복을 좋아했던 두 사람의 취향은 좋은 집에 대한 철학과 그 가치를 전하려는 순수한 열정으로, 빛에서부터 가구까지 자신들의 생각을 현실화 하여 일관된 디테일로 공간을 만들었다.
그렇게 평대리 1967번지에 완성된 공간은, 마치 오랜 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과장이나 화려한 미사여구 없이 '벵디 1967' 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벵디는 평대리의 옛말이다). 내가 살고 싶은 집은 내가 살고 싶은 삶과 연결되어 있다는 말이 있다. 오늘 우리는 두 사람이 그렸던 꿈과 이상, 그것을 군더더기 없이 표현해낸 과정을 깊게 소개하고자 한다.
people
진심으로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
제주로 내려오기 전, 두 기획자는 서울에서 사보 편집자와 포토그래퍼로 일했다. 이들에게 제주도는 일 년에 한두 번씩 찾으며 둘만의 추억을 차곡차곡 쌓아온 장소였고, 도시의 평범한 일상에서 종종 떠났던 여행지이자 여러가지 고민을 잊게 해주는 휴식의 섬이었다.
그러던 중, 두 사람은 여행이 아닌, 삶을 살아보는 곳으로 제주는 어떨까 생각했다. “되돌아보면, 어느 날 제주여행에서 만난 인연들과 나눈 대화들이 우리의 생각을 명확히 해주었던 것 같아요. 그 때의 대화가 또렷이 기억나진 않지만, 문득 지금까지의 우리 삶이 진짜 우리가 원하던 삶이 아닐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꿈꾸던 삶의 방향이 분명했기 때문이었을까. 전혀 다른 삶의 시작이라는 큰 결정이었음에도, 실행에 머뭇거림은 없었다.
“제주에 내려와서는 우리가 진심으로 좋아하고 열심히 할 수 있는 것을 하자는 마음이었어요." 제주 시내에 거처를 마련하고 제주의 구석구석을 돌며, 그들의 꿈과 이상이 담긴 집을 짓고자 땅을 찾기 시작했다. 발품팔아 고른 곳은 아름다운 바다와 제주의 오래된 돌집이 잘 보존되어 있는 평대리라는 동네. 아담한 동산을 마주하고 있는 당근밭이었다.
지금껏 그려온 작은 집의 이상을 담기 위한 기획을 이어갔다. 기획부터 설계는 물론 공사에서 인테리어, 스타일링까지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두 사람의 힘으로 한 단계씩 완성해갔다. “기획할 때부터 너무 부족한 예산이었기에, 최대한 우리가 다 하자. 심지어 배워서 할 수 있는 거라면 뭐든 배워서 하자. 라고 마음먹었죠. 그 고민의 결과이자 첫 시도가 렌탈하우스였습니다." 그렇게 완성된 벵디 1967은 놀랍도록 치밀한 기획력과 완성도를 보여준다.
'제주에 내려와 정착하겠다'는 마음을 먹은 뒤, 삶의 터전이 될 장소를 구하는 데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 신중을 기했다. 그동안의 안정된 도시 생활을 과감히 포기한 상황이었고 심지어 제주에 연고조차 없었기에, 느긋한 마음을 갖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조바심 속에서도 묵묵히 그들만의 생각과 속도로 그림을 그려나갔다. 그러던 중 만나게 된 평대리였다.
구좌읍 평대리는 맑고 아담한 해변과 야트막한 옛집이 매력이다. 자연풍경은 두말할 것도 없고 톰톰카레, 평대 스낵, 알 이즈 웰, 풍림다방 등 내로라하는 개성 있는 작은 가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으면서도 때묻지 않은 평온함이 있는 곳이다. 소위 말하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수많은 동네를 돌아다니며 내심 서로 말은 않고 있었지만, 두 사람 모두의 취향과 꼭 닮은 곳이었다고 한다.
제주의 전통집에 대한 관심이 있었고,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좋아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리모델링을 생각했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마땅한 집이 없었고, 비용 등의 문제로 고민이 되기도 했다. 그즈음, 평대리에서 나지막한 동산이 둘러싸고 있는 당근밭을 보게 되었다. 당근밭의 싱그러운 초록빛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처음 이 땅에 도착했을 때, 아담한 당근밭이 초록으로 일렁이는데 어찌나 마음이 평온해지던지요."
특히 주변의 돌담길과 아기자기한 집들, 눈 인사에도 살갑게 대해주시는 주민분들까지 작은 풍경 하나 하나에도 제주다운 느낌이 많이 남아 있는 곳이라고 느꼈다. 수십 년 동안 대지 상태였던 당근밭은 더 이전에는 집이 있었다고 했다. 두 사람은 이 땅에 다시 집을 짓기로 했다.
MAKING STORY
벵디 1967의 아름다움은 끝단의 디테일에 있다. 설계를 진행함에 있어 건물의 완성을 넘어 가구, 조명, 욕실 어메니티는 물론 키친 내부 구성까지. 두 사람이 머릿속으로 구상했던 모습을 그대로 실현했다. 하지만 이 완전한 모습이 나오기까지는 정말 고됨의 연속이었다. 예산이 풍족했다면 설계도를 주고 공사를 맡기면 그만이지만, 제주에서 집짓기 공사는 육지보다 최소 1.5배 이상 가격이 비쌌고, 제주에 아무 연고 없이 내려와 믿을만한 사람을 찾기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경량목구조로 합리적인 가격에 집의 뼈대를 만들어줄 분을 수소문해 찾았다. 구조가 완성되어 갈때 쯤, 좀 더 만족스러운 완성도를 위해 앞으로는 두사람이 직접 발벗고 움직이기로 마음먹었다. 말 그대로 건축주 직영공사였다. "마음은 정말 편했어요. 스위치 1~2cm까지도 고민하며 시공할 수 었었거든요. 그렇지만 막히는 부분이 생길 때마다 공사일정이 미뤄지는 것이 걱정됐어요. 이 곳에서 행복하게 지내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가며 둘이 부둥켜 안고 울기도 했고, 1년여의 시간을 지나 집을 완성했습니다."
제주에서 집 짓기란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진행하기에는 많은 비용이 들고, 섬에서의 집짓기란 육지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작은 집일수록 비용을 줄이기에는 더욱 쉽지 않다. 두 사람은 고민 끝에 기획, 설계, 공사, 인테리어, 스타일링, 운영에 이르기까지 두 사람이 할 수 있는 한 모든 역량을 다해 꿈에 그리던 집을 완성해 보겠다는 다짐을 했다.
벵디는 평대의 제주 방언으로 '끝없이 펼쳐진 넓은 들판과 초원'을 뜻한다. 평대리 1967번지는 집을 지은 이 땅의 주소였고, 제주방언으로 옮겨 ‘벵디 1967'로 이름지었다. 전공을 하지는 않았지만 평소 건축에 대한 로망이 있었던 기획자가 직접 집을 설계했다. 캐드와 스케치업을 배우고 다양한 공간자료를 분석해가며 4개월에 걸쳐 작은집의 매력을 담은 설계를 완성했다.
SPACE
자연과 가까이 닿은 진심의 공간
애초부터 벵디 1967은 두 기획자가 살고 싶은 집을 그리며 만들어진 공간이다. 그래서 스테이 이전에, 이 곳을 '집'이라고 말한다. 작은 집과 자연을 좋아하는 두 사람의 취향을 온전히 담아냈는데,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좋은 집이 갖는 가치’다. “물론 벵디 1967은 상업 공간으로만 보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희는 여기에서 좋은 집, 좋은 공간의 가치를 경험해 볼 수 있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진짜 나의 집을 빌려준다'는 생각으로 두 사람의 철학과 소신을 담아 당근밭 위에 지은 이 곳. 내가 사는 집은 건강한 집이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페인트 마감, 자재, 피부에 닿는 오일까지 천연 제품만 고집해 꼼꼼하게 매만졌다. 실제로 내부의 페인트칠은 10번이나 덧칠을 하고서야 만족했다고 하니, 그 근성이 놀랍다 못해 존경스러울 정도였다.
1년여에 걸친 시간. 벵디 1967은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만들어졌다. 한 땀씩 수를 놓듯 지어올렸다는 표현을 들고싶은 이유다. 외관은 사방으로 돌담과 나무가 포근하게 감싸주어 방해받지 않는 인상을 준다. 내부의 모든 가구는 원목과 고 목재로 제작하여 자연의 따뜻함을 집안으로 끌어들였고, 요리하며 가족과 얼굴을 마주할 수 있도록 주방과 거실은 오픈형 구조로 설계했다.
굳이 집 밖을 나서야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듯, 내부의 다채로운 창을 통해 외부의 풍경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 또한 매력이다. 시간에 따라 변하는 빛에 따라 다채로운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두 사람의 취향이 듬뿍 담긴 공간에서 빛과 자연을 가득 느끼며, 진짜 쉼을 경험할 수 있는 벵디 1967. 진정성있는 좋은 스테이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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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벵디 1967 기획자와의 인터뷰
stayfolio
bengdi 1967
벵디 1967을 지으며 추구하고자 한 가치가 있다면?
스트레스가 심하고 일상이 바쁜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갖고 싶어하는 '자연에 가깝게 닿은 나만의 작은 집'을 만들고자 했다. 호텔이든 펜션이든 본질적으로는 사람이 거하는 '주(住)', 다시 말해 '집'이라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본질로 돌아가 '작고 정갈한 집이 주는 따뜻함과 편안함'을 전하고 싶었다. 거기에 단 하루를 지내더라도 '건강한 집'이기를 바란다.
벵디 1967를 완성함에 있어서, 특별한 영감을 준 공간 혹은 장소가 있다면?
집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있었다. 벵디 1967의 방향을 목조주택으로 결정한 후, 동양의 기후를 반영한 일본과 국내의 작은 목조 주택, 심플한 형태의 북유럽 주택들을 좀 더 참고했다. 하지만 우리의 취향을 모아 만든 집 쪽에 더 가까운 것 같다. 다양한 모양의 창에서 드는 빛과 바람, 그리고 그 창을 통해 보는 정제된 풍경, 늘 갖고 싶었던 모습의 욕실, 빈티지한 느낌이 가득한 가구 등. 이 모든 게 우리가 지금 가장 사랑하는 것들이다.
벵디 1967를 오픈하기까지 어떠한 동기와 준비과정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처음에는 '우리가 진심으로 좋아하고, 열심히 잘 할 수 있는 것을 하자'에서 시작되었다. 그 일을 다른 분들과 나누고 함께 즐길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 고민의 첫 결과가 렌탈하우스였다. 이 생각은 앞으로 우리가 더 만들어 갈 공간과도 계속해서 연결되어 있다. 준비는 몇 개월 동안 둘이서 올인했다. 처음 직접 땅을 얻는 일부터 시작해서 설계, 건축공부까지. 충분히 한다고는 했지만, 건축하는 기간 동안에도 계속 준비했던 것 같다.
벵디 1967를 작업하면서 에피소드가 있다면?
토지구입부터, 설계, 공사, 인테리어 등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 모든걸 우리 둘이서 진행해야 했다. 도와주신 분들의 손길 덕에 완성까지 되었지만, 건축전문가도 함께 일할 팀도 없는 상황에서 진행해야 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고 매 순간순간이 에피소드였다. 쉬지 않고 달렸지만, 작은 디테일을 포기하지 못해 오픈까지 결국 1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한 예로 직접 작업한 내부 페인트만 해도 10번을 넘게 칠하고서야 그만 둘 수 있었다.
오시는 손님들의 연령대나 연인/가족 비율은 어떤지, 외국인도 많이 찾는지 궁금하다.
2인~4인이 숙박하는 공간이다보니, 연인과 가족 비율이 비슷하다. 대체로 20대 중후반부터 30대 후반의 연인이나 친구들, 어린 자녀가 있는 부부, 미혼 자녀가 있는 가족여행도 있다. 얼마 전에는 일본에서 오신 손님도 있었지만, 외국인 대상의 홍보를 따로 하지는 않고 있다.
벵디 1967에 대한 좋은 반응들이 점점 웹과 SNS을 통해 번져나가는 것 같다. 벵디 1967만의 마케팅 노하우가 있다면?
부족한 마케팅에도 많은 분들이 찾아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많은 분들이 우리 생각에 공감해주시고, 또 응원해 주신 덕분인 것 같다. 공해가 될 수도 있는 자극적인 마케팅 대신에, 우리는 SNS를 통해 우리 취향을 더 드러내려고 노력한다. 이 곳에 오시는 분이 단순히 사진만을 보고 오는 것이 아니라, 벵디 1967의 취향과 철학 자체를 좋아해 주셨으면 좋겠고, 실제로도 비슷한 취향을 가지신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다.
예약에서부터 응대, 객실청소까지 직접 다 하는 것에 어려움은 없나? 슬럼프 극복방법은?
혼자 다 하는데 이미 익숙해져 있긴 하지만(웃음), 그래도 역시나 정말 정말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님 응대나 객실청소를 직접 하는 것은 오시는 분들에게 더욱 더 신뢰를 드리고 싶기 때문이다. 작은 디테일까지 챙기고 싶은 마음인데 할 수 있는데 까지는 이렇게 계속 해보고 싶다. 슬럼프가 와도 쉬기 힘든 게 현실이지만 쉴수 있을 때는 가까이라도 여행을 가려고 한다. 물리적으로도 일에서 강제로 벗어나게 해주고 또 여행을통한 새로운 영감은 마음을 다시 뜨겁게 해주는 것 같다.
머무는 이들이 이 공간에서 느낄 수 있는 매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벵디1967은 자연스럽게 형성된 동산을 등지고 지어졌다. 구멍이 숭숭 뚫린 제주돌담을 건물 사방으로 둘러쌓았고, 모든 공간에 다양한 모양의 큰 창문이 있어 제주의 바람과 햇살ㆍ하늘과 별ㆍ나무와 돌까지. 손 닿을 만치 가까이 자연을 느끼기에 정말 좋다. 내부공간은 긴 여행을 마치고 온 여행자들이 최대한 편안한 휴식을 취하도록 고안하였다. 불필요한 시선들을 최대한 덜어내고 원목과 고재, 돌, 리얼빈티지 재료 등 내추럴 빈티지의 느낌으로 채워 심플함과 안락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특히 내부 집기들은 모두 하나하나 직접써보면서 깐깐하게 골라 최고급 침구에서부터 커피머신, 티 제품, 워시제품들까지도 모두 믿고 쓸 수 있는 좋은 것들로 채워 넣었다. 그 결과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업그레이드되는 것이 생기기도 한다. 두 동이 닮은 듯 다르게 설계되어 다른동에 묵었을 때 새롭게 유니크한 공간 경험을 할 수 있는 것도 '벵디1967'의 또 다른 매력이다.
감성을 지닌 공간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는 것 같다. 여행자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평대의 명소가 있다면?
아직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평대리에도 평대를 닮은 에메랄드 빛 소담한 해변이 있다. 물이 얕고 바위가 적어 아이들도 안심하고 물놀이 할 수 있고 여름에는 천연다이빙장에서 다이빙하는 동네 꼬마들의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덜 알려져 프라이빗한 느낌으로 물놀이를 즐기기에도 혹은 여유롭게 사진 촬영을 하기에도 참 좋다. 평대의 또 다른 매력이 바로 작은 가게들이다. 평대스낵은 매콤한밀떡 떡볶이와 바삭바삭 튀김과 함께 생맥주 한잔할 수 있는 곳이고 톰톰카레에서는 뻔한 카레 대신 특색있는 콩카레와 야채카레를 맛볼수 있다. 아일랜드 조르바 같은 개성강한 까페들도 꼭 들려보시길 바란다. 평대리는 아니지만 4계절 어떤날씨에도 만족감을 주는 곳이 있는데 바로 이름까지 예쁜 '사려니 숲길'이다. 짧은 코스는 아니지만 난이도가 무난해서 누구나 걸을 수 있고 계절과 날씨마다 변화무쌍한 제주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진정한 힐링 숲이라 생각한다. 평대리에서도 가까운 월정리의 구좌상회도 추천할만하다. 예쁜 케익과 어울리는 차 맛도 훌륭하지만 낡은 시골집을 온통 꽃과 아기자기한 소품으로 가득채워넣어 놀랍도록 로맨틱한 분위기를 안겨준다.
스테이가 추천하는 주변 여행지
평대해수욕장
평대리를 닮은 에메랄드 빛 소담한 해변
사려니 숲길
이름까지 예쁜 사계절 힐링 숲길
스테이가 추천하는 주변 레스토랑
평대스낵
매콤한밀떡 떡볶이와 바삭바삭 튀김과 함께 생맥주 한잔
톰톰카레
뻔하지않은 콩카레와 구좌야채카레의 놀라운 맛
스테이가 추천하는 주변 카페
구좌상회
소박한 아름다움이 듬뿍 담긴 월정리 케이크 가게
STAY
시간이 느리게 가는 하루
모처럼 제주를 찾았다. 벵디 1967이 위치한 평대리는 공항에서 1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데, 제주에서 가장 예쁜 바다색으로 손꼽히는 월정리와 그리 멀지 않다. 평대리에는 개성 있는 작은 가게들이 많은데, 하나같이 마을 친화적인 분위기라 느낌이 참 좋다. 그런 장소들을 스쳐 지나 골목 어귀에 위치한 벵디 1967에 도착했다.
건물 앞에 쾌적하게 나있는 주차공간에서 외관을 바라보니, 뒤로 작은 동산이 둘러싸고 있어 안정되고 무게감 있는 인상을 준다. 두 채의 동(EAST)동과 서(WEST)동이 그런 주변 풍경과 잘 동화된 모습이다. 이 날은 특별히, 체크인 전에 공간에 대한 친절한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체크인 후에도 고객과의 소통을 통해 피드백을 운영에 유연히 담아내고 있었는데, 공간에 대한 그동안의 고민과 진심어린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오늘 묵을 곳은 ‘동(EAST)동’이다. 서(WEST)동은 좌식 공간으로, 동(EAST)동은 입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외부에서 보면 아담해 보이지만, 내부는 높은 층고 덕분에 쾌적하게 느껴진다.
개방감도 훌륭하지만, 공간의 구분도 잘 되어있다. 두 개의 방에서 절묘하게 시선을 분리해, 각 공간의 프라이버시가 철저히 보장된다는 점이 돋보인다. 반면, 자연과는 충분히 깊게 연결된 느낌을 준다. 이 곳에 머무는 동안, 이따금 동산 쪽으로 난 창을 통해 꿩이 날아 들었다. 우리가 자연 속에 있음을 깨닫게 되는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콜라보를 통해 준비된 특별한 웰컴 기프트도 이 곳의 첫인상을 기분 좋게 만들어 주었다. 개인적으로는 동(EAST)동의 야외 샤워시설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제주의 청명한 하늘을 바라보며 즐기는 샤워는, 다른 곳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신선한 경험이었다.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한 오붓한 시간. 벵디 1967의 공간은 TV보다는 음악을, 잠보다는 대화를 이어가게 만들었다. 이곳에서만큼은 잠시 일상의 복잡함을 내려놓고, 함께온 소중한 사람들에게 집중하며 시간을 보내길 권하고 싶다. 이제 서울로 돌아갈 시간. 당분간, 내 집을 짓고 싶은 마음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것 같다. 집이 주는 편안함과 따스함을 새삼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하룻밤이었다.
PM 04:00
자연에
가까이
다가가다
평대리 마을은 참 평온했다. 에메랄드 빛 바다와 아기자기한 돌집이 사랑스럽게 펼쳐져 있다. 나즈막한 동산을 품고 있는 벵디 1967은 말 그대로 자연의 품에 안긴 듯한 인상을 주었다.
PM 05:00
특별한
웰컴기프트
오늘 우리가 머무는 곳, 동(EAST)동. 층고가 높아 쾌적하고, 침실이 두개가 여럿이 머물기 좋다. 다른 브랜드와의 콜라보를 통해 탄생한 특별한 선물이 반기고 있었다.
PM 08:00
TV대신 음악을
잠보다는 대화를
이끄는 곳
빈티지한 감성의 가구와 조명, 소품들이 돋보인다. TV대신 스피커독으로 기분 좋은 음악을 듣고, 가족들과 함께 모처럼 오랜시간 대화를 이어간 행복한 밤이었다.
PM 11:00
벵디 기획자와
이야기 꽃을
피우다
벵디의 두 기획자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는 제주의 남영통닭을, 두 기획자는 모듬꼬치를 준비해 시원한 맥주와 함께 즐겼다. 문득, 이 모습으로 제주에서 제 2의 삶을 보낸다면 어떨까 생각했다.
AM 08:00
포근한 침구
기분좋은
아침햇살
역시 침구의 퀄리티가 훌륭했다. 오랜만에 깊은 잠에 들었고, 기분좋은 새소리와 따스한 아침햇살로 아침을 맞이했다. 아이들은 아직 단잠을 쌔근쌔근, 감성을 일깨우는 이 시간이 새삼 감사하다.
AM 09:00
유기농 당근
케이크와 주스로
아침식사를
당근밭으로 유명한 평대리. 바닷마을이지만 '향당근'이라 불리는, 향 좋은 당근이 특산품이라고 한다. 아침식사로 유기농 당근주스와 당근케이크를 맛보았다. 세심한 배려에 또 한번 감동을 받았다.
AM 10:00
에메랄드 빛 바다와
한가로운 평대리를
거닐다
아이와 함께 평대리 마을 산책에 나섰다. 에메랄드 빛 바다와 평화로운 마을 분위기는 조용히 사색하기에 참 좋았다. 곳곳의 개성있는 맛집과 카페를 들르는 재미도 쏠쏠했다. 꼭 다시 찾고 싶은 마을이다.
4 POINT OF VIEW
ORIGINALITY
보이지 않는 곳까지 신경쓴 건강한 집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곳까지 정성을 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군다나 상업공간에서는 더욱이 그렇다. 그런 점에서 벵디 1967은 확실한 차별점을 갖는다. 기획부터 설계와 건축까지, 누군가 단 하루를 머물러도 이 곳을 건강한 집으로 느끼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내부 도장이나 가구의 마감 등을 대충 넘기는 법 없이, 두 사람이 함께 고민하여 좋은 재료를 사용해 천천히, 꼼꼼꼼하게 매만졌다.
DESIGN
사계절 내내 자연과 가까이 닿은 곳
적당한 높이의 돌담과 아담한 동산, 나무로 둘러싸인 벵디 1967은 자연에서 오는 조용하고 포근한 분위기가 있다. 특히 굳이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내부에 다양한 자연의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다. 내부의 다양하고 많은 창을 통해 제주의 바람, 햇살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내부의 공간과 닿은 빛, 창을 두드리는 빗방울 소리까지. 어떤 계절이라도 모두 그 때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이 충분하다.
Hospitality
단순하고 느린 삶을 말하는 공간
여행이 꼭 화려한 모습으로만 꽉 채워져야 할까? 복잡한 일상을 떠나온 만큼, 벵디 1967에서는 단순하고 느린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이 곳에 오는 분들의 방해받지 않는 휴식을 위해서, 공간은 최대한 간결하게 꾸몄고 집기나 소품도 실제로 사용할 분들의 입장에서 많이 고민하며 세심하게 고르고 채워넣었다. 특히 하루의 절반 이상의 시간을 보내는 침실의 침구는, 최고의 편안함과 안락함을 선사한다.
PRICE
작은 집, 좋은 공간의 가치를 일깨우다
벵디 1967은 단순히 하룻밤 숙박 제공을 목적으로 두기보다는, 궁극적으로 이 곳을 다녀가는 분들이 작은 집, 좋은 공간의 가치를 알게 되기를 바란다. 작은 집을 좋아하는 두 사람은 작지만 불편하지 않게, 모든 공간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만들었다. 주방에서 거실에 있는 가족의 얼굴을 보며 요리하고, 거실에 단 없이 놓여진 침대에서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는 그런 집. 매력적인 공간임에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