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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고래
why

오래되고 낡은 것에 대한 새로운 가치 부여

오랜 세월 축적된 흔적을 품고 있는 공간은 감히 흉내낼 수 없는 멋스러움을 가진다. 물론 과거의 흔적과 이야기를 잘 보존하며 이어간다는 것이 쉽지 않은 길임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말이다. 그런 면에서 눈먼고래 프로젝트는 우리에게 조금은 신선하게 다가왔다. 시간의 흔적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현대적으로 살려 가장 제주스러운 집을 만드는 것을 목표한 작업. 100년 시간을 버텨온 제주 전통 돌집을 재해석해 탈바꿈시킨 그들이 궁금해진 이유다.

2014년 9월 제주도 내에서도 사람들의 발길이 많지 않은 곳 조천에서 눈먼고래가 문을 열었다. 조용한 마을 분위기와 마을풍경에 자연스럽게 녹아져 있는 모습이었다. 눈먼고래는 제로플레이스, 창신기지 이어 크리에이터 그룹 지랩에서 3번째로 선보이는 스테이로 오래된 제주돌집의 원형을 창의적으로 재해석한 사례로 평가 받고 있다. 제주 전통농가주택의 그물을 알루미늄 징크로 소재를 바꿔 재현했고, 둥근지붕과 실내 돌담, 바다를 향해 열린 마당과 대나무 숲 노천 욕조등이 어우러져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독특한 느낌을 한껏 자아낸다.

층고를 높였거나 돌벽을 살린 사례는 있었어도 내부구조와 기존 돌집이 가진 원형의 미를 그대로 살려 낸 기존에 볼 수 없었던 과감한 시도였다. 실제로 새로운 시도라는 이유만으로 눈먼고래는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실제로 둥근 지붕과 현무암 벽, 그리고 내부 고재 등 100년의 시간성을 품고 있는 공간의 가치를 지켜나가면서 되살려내는 작업들은 조천 주민에게도 이 곳에 머무는 사람에게도 새로운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눈먼고래를 그저 디자인이 돋보인 공간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자세히 볼 필요가 우리에게 있었다. 제주도의 개발과 상업화를 둘러싼 갑론을박 속에서 그들의 생각과 작업 과정은 마을과 조화된 개발이라는 점에서 좋은 선례로 생각되어 진다. ‘눈먼고래'라는 공간이 완성된 후에도 마을과 자연스럽게 조화될 수 있다는 하나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조천 지역의 탐구와 함께 장소적 특성을 최대한 살려내는 그들의 스토리는 오랜시간 마을이 쌓아온 이야기를 존중하는 흥미로운 과정이었다. 눈먼고래는 지금 시대의 사람들에게 오래되고 낡은 것이 불편하고 버려야 할 것이 아닌 매만지고 슬기롭게 고쳐쓰면 더 좋은 가치로 미래세대에 물려줄 수 있는 훌륭한 자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의미있는 사례라 여겨진다.
people

지랩의 세번째 도전, 제주다움에 대한 탐구와 몰입

앞서 말했듯이 눈먼고래 프로젝트는 크리에이터그룹 지랩에서 맡았다. 하지만 그저 근사하게 건물만 지어 올린 것은 아니다. 눈먼고래는 기획부터 디자인, 시공에 대한 감리에서 스타일링, 운영을 위한 홈페이지 제작, 마케팅, 운영에 이르기까지 지랩의 Our Brand 스테이로 완성되었다. 25년된 낡은 식당을 고쳐 만든 디자인 스테이 서산 제로플레이스, 80년이 넘은 한옥을 고쳐 만든 창신기지 크리에이티브 하우스까지 두 번의 리모델링 프로젝트 이후 진행된 작업이라 노하우가 있긴 했지만, 그래도 눈먼고래는 100년의 시간을 버텨온 돌집을 매만지는 작업이기에 더욱 더 난이도 높은 작업이었다.

지랩에겐 오랜 역사를 가진 제주 전통돌집의 원형 그대로를 살려 제주다움을 느낄 수 있는 감성 스테이로 탈바꿈시키는 미션이 주어졌다.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안거리(안채)와 밖거리(바깥채), 우영팟(텃밭)과 통시(화장실 + 돼지를 키우는 곳) 등 제주 전통돌집의 구성방식에 대해 탐구하였고 무엇보다 조천이란 지역이 지닌 장소적 특성을 파악하여 마을의 경관적 특성과 정주환경이 훼손되지 않도록 계획의 방향성을 그려갔다. 바람길, 바닷물의 들고 나름, 빛의 방향까지 자연과 교감의 방식에 대해 고민을 이어갔다.

그들의 원칙은 단순하면서도 확고했다. 과거의 흔적을 동시대 사람들의 삶에 자연스럽게 반응 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기획 초기부터 제주의 오름을 닮아 있는 둥그스름한 지붕의 형태와 오랜 세월을 버텨온 돌집의 원형은 최대한 지키고 주변의 마을과 바다의 경관을 최대한 끌어들이며 제주다운 감성을 담아내는데 온전히 집중했습니다.’ 그러나 과정은 역시 녹녹치 않았다. 최대한 살려내야 하는 구조들은 너무나 상태가 좋지 않아 교체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고 바람과 변덕스러운 날씨 역시 변수로 작용했다.

눈먼고래의 완성도를 높이는데에 매터앤매터와 라이마스가 숨은 조력자로 나섰다. 100년의 시간을 견뎌온 거친 현무암과 고재가 드러난 내부공간에 따스한 감성을 불어넣어주는 것은 폐목과 고재를 활용해 업사이클링 가구를 만들어온 매터엔매터에서 진행했다. 집을 철거하며 나온 대문과 마루바닥은 세월이 만든 시간의 켜가 그대로 묻어나도록 살려 눈먼고래의 테이블과 침대로 의미있게 재탄생되었다. 또한 “빛은 있되 조명은 없다”란 컨셉의 실현을 위해 공간을 생각하는 조명디자인 회사인 라이마스와 코업하여 간접광 위주의 조명 설계를 완성했다. 이와 함께 오브제 조명을 적용하여 금속소재가 갖는 순수한 물성으로 눈먼고래의 디테일을 더했다.
location

육지로 나가는 사람이 순한 바람을 기다리는 곳! 조천, 그리고 눈먼고래

‘육지로 나가는 사람이 순한 바람을 기다리는 곳’, 눈먼고래가 위치한 조천이란 마을의 유래이다. 이 곳 조천에는 약 800년전 부터 사람들이 살면서 마을을 형성했고 육지와 가까운 곳에 있기에 포구를 중심으로 많은 사람들이 살기 시작했다. 역사를 되짚어 보니 14세기 초에는 조천관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조천진은 군사적인 요충지였다. 또한 고려에서 조선시대까지도 제주도는 유배의 땅이었다. 유배를 온 사람들이 임금과 가족이 있는 북쪽을 그리워하며 육지와 가까운 조천에 모였고 북을 그리워하는 마음에 연북정이란 정자도 지어지게 되었다. 지금도 연북정은 그대로 잘 보존되어 남아있고 ‘눈먼고래’에서도 바로 보일만큼 지척 거리에 위치해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과거엔 이 곳 조천이 북을 연민하기 위한 정자와 육지로 나가고자 하는 열망이 담긴 곳이었으나 지금은 오히려 정말 많은 육지인들이 제주로 찾아 오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육지사람의 눈에는 오름을 닮아 있는 지붕과 현무암으로 벽을 친 제주돌집 자체만으로도 제주 그 자체의 감성을 느끼게 해준다. 하지만 처음 눈먼고래를 만났을 때 이 집은 그들에게 조금 더 특별하게 다가왔다고 한다. ‘제주도에서 여러 좋은 돌집을 보았지만 이렇게 바다와 바로 면하고 있는 돌집은 처음 봤기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바다도 바다지만 병풍처럼 오름과 한라산으로의 조망이 돌집 주변을 감싸고 있었기에 우린 순식간에 이곳에 매료될 수 밖에 없었죠’

눈먼고래라는 이름처럼 둥그스름한 지붕의 모양이 마치 고래를 닮았기 때문이다. 이 집의 첫인상은 고래 세마리가 옹기종기 모여있는 듯 했다고 한다. 마치 등처럼 느껴진다. ‘제주도는 바람이 많이 불기 때문에 그물지붕이라는 것을 사용합니다. 농사를 지을 수 없는 곳이기에 초 대신 새라고 하는 억새나 대나무 등을 엮어 지붕을 올리고, 비가 스미지 않도록 검은색 천을 씌우는데 그 모습이 흡사 고래등과 같은 인상을 주었습니다.’ 그렇다. 바다에서 꽈당 부딪힌 듯한 고래같은 이 집은 제주스러움으로 가득한 돌집이다.

집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제주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현무암으로 벽을 만들었고 그 옛날 솜씨 좋은 목수가 못하나 쓰지 않고 서까래를 엮어 지붕을 올렸다고 했다. 벼농사가 되지 않는 지역이라 (억)새와 대나무로 초를 받쳤고 오름을 닮은 둥그스럼한 그물지붕으로 바람을 버텨냈다. ‘우리는 이 곳이 제주인의 삶이 녹아있는 집이자 제주스러움을 간직한 중요한 공간유산이라 여겼습니다.’ 이 후에는 시간의 흔적을 간직한 부분들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이 돌집에 현대적인 감성을 덧입히는 작업이 계속되었다. 제주다움을 지키고자한 눈먼고래의 드라마틱한 변화의 과정이 더욱 궁금해졌다.
MAKING STORY

시공 상의 에피소드가 궁금했다. 철거를 하는데 5일의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운이 좋게 돌집 옆에 세워진 작은 포크레인을 보고 연락을 했는데 실력좋은 포크레인 기사님이 마을 주민분이라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철거 중 섞은 서까래가 부러져 사고가 날 위험도 있었고 지반이 암반이라 바닥 높이를 낮추는데도 한계가 있었다 했다. 어려운 과정 속에 내부 구조를 살려내는 구조보강 아이디어가 현장에서 나왔고 역시나 솜씨 좋은 목수님들은 제주에서 나는 삼나무를 보강재로 활용해 기존 (가시나무) 목구조에서 이질감 없이 구조체를 보존할 수 있었다.

고래등 지붕을 살려내는 것은 그리 만만한 과정은 아니었다고 한다. 제주는 초가집이 아니다. 벼농사를 지을 수 없는 곳이기에 초 대신 새라고 하는데 억새나 대나무 등을 엮어 지붕을 올렸다. 그리고 비가 스미지 않도록 검은색 천을 씌웠는데 그래서 고래등과 같은 인상을 준다. 어느정도 구조보강이 이루어지고 지붕의 천을 걷고 새를 걷으려 했는데 이 또한 만만한 작업이 아니었다 했다. 바다고래 지붕의 새만 걷는데 3일이란 시간이 걸렸다 했다. 다행히 벌레는 나오지 않았고 숲고래는 새를 걷지 않고 존치해서 작업을 이어갔다고 했다.#
눈먼고래는 바다를 지척에 두고 있으면서도 파도를 피하는 입지를 갖고 있다. 제주는 태풍이 대단한데 이 집은 백년이란 시간을 견디며 이 자리에 있었다. 지랩에서는 과거 백년의 시간을 버텨온 돌집의 배치와 건물 규모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가장 큰 원칙으로 세웠다. 주민들 말씀에 따르면 자신이 기억나는 이전에도 두 채의 집으로 있었다고 했다. 11자로 배치된 돌집은 바다와 90방향으로 대응하고 있었고 대지 두면이 바다에 면하고 있는 부분엔 작은 현관문을 제외한 어떠한 개구부도 없었다. 갯바위 위에 지어진 집이고 전면으로도 높은 갯바위가 많아 파도가 집안까지 밀려오기란 쉽지 않은 절묘한 입지였다.

바람과 대응한 둥그스러운 지붕과 돌담구조는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했다. 낮고 완만한 고래를 닮은 그물지붕과 절묘하게 집 전체를 감싸고 있는 돌담은 바람을 대응하기 위한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바람이 불면 담을 먼저 치고 그 위로 유선형의 지붕을 따라 흐르는 방식이었다. 돌담도 바람이 송송 그대로 들어갈 수 있도록 얼기설기 쌓아져 있다. 돌담과 지붕의 비례 자체도 아름다워 최대한 살려내고자 했다.#
SPACE

바다고래, 숲고래 그리고 조천바다를 품은 마당

계속해서 높은 건물들이 늘어나고, 많은 사람들로 인해 급속한 상업화가 일어난다. 현 시점 제주를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가 큰 이유다. 때문에 눈먼고래는 초기 프로그램 기획부터 조심스러웠던 부분이 많았다고. 특히 조천은 제주 내에서 상대적으로 아직 관광지로써 상업적인 프로그램의 침투가 덜한 장소였기에 프로그램에 있어서 지역의 정주성에 피해를 주는 공간보다는 최대한 지역과 상생하며 제주다움의 가치를 부여해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한다. 지랩에서는 건축주와의 의견을 조율하여 두 고래 모두를 하루에 딱 한팀에게 렌트해주는 프라이빗 렌탈하우스로 결론을 지었다. 무엇보다 최대한 제주다움에 오롯이 담겨있는 특별한 스테이로써 그 어떤 곳보다 제주감성이 가득한 장소가 되길바라면서 말이다.

‘제주돌집의 가치를 지켜내기 위한 다양한 노력과 과정이 있었기에 머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제주의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길 바랬습니다.’ 실제로 최대한 제주돌집의 원형은 지키고자 했고 낮은 층고와 똑바르지 않은 돌벽도 그대로 살렸다. 단지 주변의 마을과 바다경관만은 내부로 끌어드리기 위해 창을 내었고 대문과 마루바닥 등의 기존 고재는 테이블과 침대 등 가구로 재탄생되어있다. 현재 눈먼고래는 100평의 대지면적에 바다고래, 숲고래 두채의 면적은 30평으로 구성되어있고, 최대 6인까지 숙박이 가능하다. 주중 40만원, 주말 50만원, 성수기 60만원의 요금 아래 오로지 한팀을 위해 두채의 집 전체를 렌탈해주는 신개념 렌탈하우스로 방식으로 운영된다.

눈먼고래가 갖는 장소성과 돌집이 지닌 잠재력, 이 두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치열한 과정과 그 결과물은 사람들을 매료시키에 충분했다. ‘눈먼고래에의 하룻밤은 마치 고래 뱃속에 들어와있는 듯한 드라마틱한 경험이었어요’ 이용객들의 피드백과 오픈 이후 줄 곧 92%를 넘어서는 고무적인 예약율이 이를 말해준다. 현재 이용객들을 보면 30-40대의 비율이 가장 높으며 가족과 가족 단위, 연인과 연인의 비율이 가장 높다. 특히, 두채나 되는 공간이지만 2인 예약도 꾸준히 있는 점은 재미난 부분이다. 최근에는 스테이 뿐만아니라 공간렌탈로 이효리의 W KOREA 100주년 기념 화보촬영이 이루어졌고, MBC 드라마 촬영도 준비 중에있다. 뿐만아니라 최근에는 프라이빗 웨딩을 위한 프로그램을 고려하는 등 다양한 채널로 공간경험이 확장되고 있다.

무인 렌탈하우스로 운영되지만 눈먼고래는 마을주민이 운영의 가장 큰 축이 되어 직접 관리를 맡아주고 있다. 지역적 가치를 해하지 않는 것을 넘어 지역 주민과의 긴밀한 협조 아래 공조할 수 있는 모델을 유지하는 셈이다. 지금은 여기에서 더나아가 지역과의 상생모델을 다양한 방법으로 실험하고 있다. 조천이라는 곳이 지닌 지역가치를 재발견 하는 작업, 바다경관을 정비하는 활동 그리고 이용객들의 소비가 지역사회를 향하도록 하는 등 철저히 지역에 녹아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우리 마을에 눈먼고래가 있어서 자랑스럽습니다.’ 단순 상업시설이 아닌 주민들에게도 상징적인 공간이 되었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고 한다.
INTERVIEW

눈먼고래를 매만진 지랩(Z_Lab)과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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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고래라는 이름이 특이하다. 어떻게 네이밍하였는가?
눈먼고래라는 이름을 지을 때 오랜 고민의 시간을 가졌다기 보다 강렬했던 첫 느낌을 즉흥적으로 표현 했다고 보는게 맞을 것 같다. 처음 지랩의 노경록실장이 조천 앞 바다에 푹 파묻힌 이 돌집을 보며, ‘눈먼고래’ 같다고 말했다. 마치 먼 바다에서 표류하고 있던 두 마리의 고래가 눈이 멀어 육지에 부딪혀 있는 모습. 우리 모두 그 느낌이 너무 좋았다. 이름을 정하고나선 고래가 디자인적 모티브가 되어 상상을 현실화 시키는 과정이 계속되었다. 지금은 손님들도 머무르면서 고래 뱃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는다고 하니 신기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눈먼고래 완성 후 김재경 작가님가 찍어준 사진에 운명적으로 고래의 꼬리가 나왔을 때의 감동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눈먼고래를 완성함에 있어서 영감을 준 스테이 혹은 장소가 있다면?
이타미준 건축가가 완성한 포도호텔이다. 포도호텔이 없었다면 눈먼고래도 없었을 것이다. 제주의 풍광을 끌어안은 듯 한 오름을 닮은 지붕과 프라이버시가 문제되었을 텐데도 1층 호텔을 고집한 점은 건축가의 혜안이라 여겨졌다. 고래등 모양의 지붕을 직관적으로 살려보자는 취지 역시 포도호텔이 주는 영감에서 비롯되었고 디테일을 풀어내는데 있어서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리모델링 프로젝트에서 벽이 하나도 맞지 않는 선을 맞추며 고래지붕을 만들어 간 과정은 신축의 과정과는 또 다른 변수가 되었고 작업자분들의 노고와 내부의 공간감 및 오래된 서까래와 기둥을 살려낸 점은 눈먼고래만이 갖는 유니크한 아이덴티티라 생각된다.
바다고래, 숲고래로 구성되어 있는 점이 특이하다. 운영은 어떻게 이루어 지는가?
현재 눈먼고래는 바다고래, 숲고래 2동을 한팀에게 렌탈해주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사실 초기에는 바다고래 한 채만 빌릴 수 있냐는 문의가 많았다. 하지만 눈먼고래를 계획하며 가장 고민했던 것은 제주다움을 보여주고 싶은 것에 있었고 때문에 두 채의 공간을 분리해서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실제 두채로 나눠 다른 손님을 받게 될 경우 생길 수 있는 프라이버시 문제 등이 있는 것도 사실었지만, 우린 제주농가주택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밖거리 안거리 문화와 돌집 사이로 만들어지는 마당, 그리고 연속된 시퀀스로 만들어지는 재밌는 동선을 포기할 수 없었기에 두 채 모두를 오롯이 한팀에게 렌트할 수 있는 방향으로 공간을 완성해냈다.
머무는 이들이 이 공간에서 느낄 수 있는 매력은 무엇일까?
우선 바다가 주는 매력을 소개하고 싶다. 도심 속에서는 감히 경험할 수 없는 드라마틱한 바다의 변화. 조천 앞 바다는 하루에 두 번 물이 들어왔다 나간다. 밤에는 수평선을 따라 쌓여져 있는 돌담위로 오징어배들이 멋진 야경을 선사한다. 객실 안에서는 눈먼고래의 디자인 맥락을 잘 살려준 요소들을 살펴보시길 바란다. 눈먼고래의 가구는 매터앤매터에서 제작한 가구로 제주 눈먼고래의 감성을 느낄 수 있도록 집에서 나온 고재등을 활용하여 맞춤 제작된 것이다. 힐링을 위한 스파시설로 바다고래에는 미크롬 월풀이 장착된 소프트욕조 라르고가 노천에 배치되어 있고 숲고래에는 아이들 또는 커플이 함께 스파를 즐길 수 있도록 역시 미크롬 월풀이 장착된 소프트욕조 디스퀘어가 실내 욕실에 배치되어 있다. 제주의 여정 속에서 제주다움을 느낄 수 있는 오롯한 휴식을 만들어주는 공간이 되고 싶었다.
오시는 손님들의 연령대나 연인/가족 비율, 외국인도 많이 오시는지 궁금하다.
생각보다 다양한 연령과 유형의 사람들이 눈먼고래를 찾아주고 있다. 연령으로 보면 30-40대 고객들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유형으로는 6인 내외의 인원으로 가족과 가족과 연인과 연인 단위로 많이들 찾아주신다. 놀라운 점은 최대 6인이 머무르실 수 있는 공간임에도 두분이서 전체를 사용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는 점이다. 운영 초기에는 무인으로 운영되는 공간인지라 외국 손님을 받기 부담스러운 면이 없지 않았는데 몇일전에도 에어비앤비를 통해서 외국손님이 찾아주셨다. 현재까지는 별다른 이슈없이 만족스런 피드백을 받고 있는 중이다.
눈먼고래의 운영상의 특징은? 시행착오, 어려움 등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눈먼고래는 무인 렌탈하우스로 운영하고 있다. 온라인과 유선을 통해 예약을 받고 손님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다만 현지의 관리 및 운영은 조천 주민분이 맡아주시는데 눈먼고래 운영의 큰 축이 되어 서비스 및 시설 관리에서부터 안전교육 및 긴급상황대처까지 상황에 따라 고객 응대를 도맡아주시고 있다. 큰 시행착오라 할 수 있는 사건은 현재까지 없었으나 작년 여름 눈먼고래 앞에 파래 떼가 뒤덮은 적이 있었다. 고객들에게 아름다운 경관까지 서비스하고 싶은게 우리의 마음인지라 많이 속상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다행히 조천마을청년회와 협조하여 파래 떼를 제거하며 바다를 깨끗하게 정비 할 수 있었다. 지역 커뮤니티와 맺은 긍정적 관계가 빛을 본 케이스라 여겨진다.
어느덧 오픈한지 10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특별한 마케팅 노하우가 있다면?
눈먼고래의 마케팅 역시 현재 지랩에서 진행하고 있다. 각종 채널 관리에서부터 시작해서 최근에 오픈한 멤버십 서비스까지 고객관리의 A-Z까지 책임지는 셈이다. 마케팅이나 광고에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기보다 우리는 고객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편이다. 비록 우리가 눈먼고래의 공간을 만들었지만 그 안의 이야기를 채워주고 만들어주시는 부분은 결국 고객들이 한다. 일례로 눈먼고래의 하룻밤이 고래 뱃속을 경험하는 것 같다는 말씀도 어느 고객이 해주신 말이다. 각 고객분들의 개인 경험을 다른 분들에게도 잘 보여드리는 것이 마케팅의 핵심이라면 핵심일 듯하다.
멤버십 서비스는 구체적으로 어떤 건가?
지스테이 멤버십이다. 지랩에서 운영하는 4가지 스테이(수화림, 제로플레이스, 창신기지, 눈먼고래)의 통합 멤버십 서비스로 공개적으로 가입을 유도하거나 홍보는 않는다. 고객들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드리고자하는 취지로 지랩이 만든 스테이에 머물렀던 고객들이 가입을 할 수 있는 프라이빗 멤버십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일단 가입 승인이 되면 다음 숙박 시에 이솝에서 만든 어메니티 킷을 선물로 드리며 생일과 결혼 기념일에도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는 뉴스레터 등 다양한 방식으로 혜택을 준비하고 있으니 기대를 해도 좋을 것 같다.
제주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명소가 있다면?
눈먼고래는 올레 18코스(산지천마당 -> 조천만세동산)에 위치해 있다. 가까운 곳에 주변 볼거리로는 눈먼고래 오른편으로 옛 조선시대 유배온 선비들이 북을 그리워하며 임금에 대한 사모의 충정을 보낸 연북정이란 정자가 있다. 연북정에 올라 눈먼고래 및 조천바다를 바라보면 마음이 평온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연북정을 넘어 해안도로를 따라 3km정도 나가면 제주에서도 바다가 아름답기로 손꼽는 함덕바다와 함덕해수욕장을 만날 수 있다. 여름에는 해수욕을 즐기기에 더 없이 좋다. 바닷물이 빠지면 눈먼고래 앞으로 길이 열리는데 길 끝에는 네모난 현무암 구조물을 볼 수 있다. 바로 해녀들이 옷을 갈아입거나 불을 쬐는 불턱이다. 개인적으로 눈먼고래의 또 다른 매력은 불턱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불턱으로 걸어가 그 곳에서 사방으로 열린 오름과 한라산, 바다뷰를 보면 제주다움을 한껏 담아가실 수 있다. 근처에 젊은 분들이 운영하시는 사진갤러리가 있고 시내로 나가면 일리커피숍도 있다. 주변 카페로는 4km 떨어진 "구름언덕"과 식당으로는 해물칼국수가 정말 맛있는 "버드나무집"을 추천한다.

스테이가 추천하는
주변 여행지

연북정

조선시대 유배온 선비들이 북을 그리워하며 임금에 대한 사모의 충정을 보낸 정자

함덕해수욕장

제주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혹적인 비취빛 산호바다

스테이가 추천하는
주변 레스토랑

버드나무집

싱싱한 해물 칼국수가 정말 맛있는 곳

조천수산

수산에서 직접 뜬 회를 저럼한 가격에 테이크아웃

스테이가 추천하는
주변 카페

구름언덕

사진작가가 운영하는 스튜디오 겸 카페

STAY

제주의 감성을 선물하는 특별한 하룻밤

여행의 이유와 목적은 다양하다. 하지만 대개 궁극적인 관심은 ‘가보고 싶다’라는 마음에서부터 시작되지 않을까. 나에게 눈먼고래는 무척이나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곳였다. 그렇게 부푼 기대감을 안고 제주공항에 내렸다. 차로 30분을 운전하니, 어느새 아래로 조천 마을이 내려다 보인다. 생각보다 아담하고, 조용한 첫 인상인 마을 어귀를 따라 골목 깊숙이 들어가니 그 끝에 제주 전통 돌집 모양을 한 ‘눈먼고래’가 보인다. 무인으로 운영되는 곳이라 사전에 받은 안내 메시지 대로 내부로 들어갔다.

외부에서 바라보면 ‘눈먼고래’는 제주 전통 돌집의 형태와 생활 양식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 뇌리에 깊은 인상을 주었던 지붕이 이 곳이 눈먼고래임을 나타내 주지만, 마을과의 이질감 없이, 겸손한 자태로 자리잡고 있다. 정성껏 가꿔놓은 마당 한가운데 위치한 테이블에 앉아 보니 돌담 너머 넘실대는 파도가 시선을 따라 펼쳐지는게 장관이다. 담장의 높이가 바다 수평선과 비슷해서 인지 마치 물위에 둥실둥실 떠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물이 차고 빠지는 것을 실시간으로 느낄 정도라니 바다가 주는 잠재력은 남다르다.

문을 열어 바다고래로 들어가면 과감히 사용된 현무암과 세월이 겹겹이 쌓인 고재들이 눈에 들어온다. 예상했던 것과 달랐던 건 사진으로 보는 것 보다 훨씬 따스하고 아늑한 느낌이다. 바다고래는 17평의 아담한 공간임에도 오픈플랜으로 계획되어있어 꽤나 쾌적하다. 또한 돌담으로 구획되어 있어 충분히 정돈된 느낌을 준다. 욕조가 있는 곳과 바다가 보이는 전면, 숲고래와 이어지는 곳과 면하는 부분이 전면 창으로 되어 있는 것도 이 공간을 특별하게 만드는데 한 몫을 하는 듯 하다.

바다고래에서 숲고래로 넘어가는 곳 사이에는 잔디로된 넉넉한 마당이 있다. 돌담과 대나무가 마당을 둘러싸고 있어서 한층 아늑하고 독립된 느낌을 주는데, 햇살 좋은 오늘 같은 날은 아이들이 마당에서 마음껏 뛰어노는 장면이 절로 오버랩된다. 전통 돌집에서 돼지를 사육하던 우리는 조천 앞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작은 전망대가 되었다. 비록 크기는 아담하지만 전해주는 풍경은 아름답다 못해 거짓말 같다.

마당을 통해 넘어온 숲고래는 한층 더 아기자기하고 포근하다. 침대에 누워 이리저리 둘러보면 제주를 물씬 느끼게 해주는 요소들이 가득하지만, 눈을 감으면 이 곳이 더없이 아늑한 곳임을 말해준다. 매터앤매터의 가구, 라이마스의 조명은 이 공간에 절묘하게 어우러져 눈먼고래만의 분위기를 반드는데 일조했다고 볼 수 있다. 다른 브랜드가 공간의 분위기를 이렇게 잘 구현할 수 있었을까. 차분하게 정리된 톤과 세월의 흔적 안에 새롭게 더해진 디테일들이 좋게 다가왔다.

100년이 넘는 돌집에서 머물러 보는 경험은 분명 새롭고, 유니크한 경험이었다. 비록 하룻밤이었지만 치열한 과정을 통해 남아있는 뼈대, 고재로 탄생시킨 가구, 오브제들을 보며, 지역의 가치를 발굴하고 지역의 정체성을 담은 공간자원을 지키고자한 그들의 열정을 충분히 엿볼 수 있었다.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된 이 오래된 돌 집은 모양과 정신 즉, 모든 면에서 고풍스럽고 묵직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제주다움을 오롯히 느낄 수 있는 눈먼고래에서의 하룻밤이라면 도심의 번잡함과 단조로운 일상에 잔잔한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좋은 기운을 선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4 POINT OF VIEW

ORIGINALITY

100년된 제주 돌집의 창의적인 재해석

눈먼고래는 유니크하다. 둥근 지붕과 현무암 벽, 그리고 내부 고재 등 100년의 시간성을 품고 있는 공간의 가치를 지켜나가면서 되살려냈다. 시간의 흔적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현대적으로 살려 가장 제주스러운 집을 만들어냈다. 눈먼고래는 모양과 정신 즉, 모든 면에서 고풍스럽고 묵직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자연스러움이 주는 편안함이 있는 이유다.

DESIGN

건축에서 운영까지 일관된 디자인 맥락 구축

눈먼고래는 전통 돌집이 가지는 본질과 현대적인 감각이 아름다운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옛것에 토대를 두되 과감히 변화시킬 줄 알면서도 본연의 자기다움을 유지시켜냈다. 칭찬할만한 점은 이러한 디자인 맥락인 소비자와의 관계안에 있는 모든 요소 즉, 건물의 외관만아니라 네이밍, 가구, 운영에서까지 일관되게 연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Hospitality

제주다움을 오롯이 소개해주고 싶었던 지기의 바람

눈먼고래가 갖는 장소성과 돌집이 지닌 잠재력, 이 두가지를 이끌어낸 결과물은 사람들을 매료시키에 충분하다. 건물의 고래등 지붕을 살려내는 것부터 벽채를 복원하고 고재와 돌담을 남겨두는 것까지 시대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요소들을 현대시대와 연결하기위한 작업은 제주다움을 오롯이 소개해주고 싶었던 지기의 순수한 열정이었다고 볼수 있다.

PRICE

차별화된 경험 안에서 내 집 같은 편안함.

다양한 렌탈하우스의 중에서도 눈먼고래는 나름의 합리성과 기준을 바탕으로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가족과 가족, 연인과 연인 단위의 고객들이 많이 찾는 이유인 즉슨 고급 호텔이나 리조트의 기준에 부합하는 공간경험을 선사하면서도 상대적으로 다수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어 실 사용자의 요구에 부응하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다른 곳에서 경험할 수 없는 독특한 개성과 자기만의 분명한 색깔을 가지고 있으니 차별화된 가치를 지닌다.

스테이명
눈먼고래

숙소타입
민박

연락처

주소
제주도 제주시 조천읍 조천7길 19-12

인원 / 객실수
4~4명 / 1객실

가격대
₩400,000 ~ ₩600,000

체크인 / 아웃
16:00 / 11:00

편의시설
바베큐, 빔프로젝터 또는 TV, 취사, 반신욕

PHOTO BY 김재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