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취할 시간이다!" 시간의 학대를 받는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취하라. 끊임없이 취하라. 술이든, 시든, 선이든 그대가 좋아하는 대로…. - 샤를 보들레르 (취하라! 中) -
우리는 무엇에 취해 살고 있는 걸까? 러닝머신 위를 달리듯 매일을 살아가는 우리는 무엇에 취해 살고 있는 걸까? 취하지도 않았는데 타인의 작은 날숨 한 번에도 인생의 방향이 흔들리고, 몸을 가누기가 힘들다. 많은 이들이 취하지도 않았는데 휘청거리고 있는 요즘이다. 부메랑처럼 돌아오는 그저 그런 하루를 맞이하고 견뎌내던 어느 두 사람은 그 질문에 답을 취하자!로 정했다. 술 한 잔에 취하고, 자연에 취하고, 잠에 취하고, 쉼에 취해서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쉴 때, 진정 원하는 평온함이 찾아오길 바라며. 온갖 스트레스와 두려움, 강박에서 사뿐하게 내려오길 바라며.
아무 걱정 없이 내일의 애씀 없이 호흡을 크게 뱉은 적이 언제일까? 시간의 흐름을 지하철 사람들의 옷차림이나 나무의 상태와 하늘의 높이와 꽃의 얼굴과 바람의 온도로 알아차릴 수는 없을까? 그렇게 스스로와 가깝고도 먼 사랑하는 가족 또는 사람에게 충실할 수는 없을까? 그 많은 질문으로부터 시작한 그들은 기어코 호랑이의 집, 숲에 가까운 사원을 짓기에 이르렀고, 자연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스스로를 찾는 이들이 진실한 시간과 기운을 회복할 수 있도록 맞이하고 있다. 호흡으로 마음을 비우고 자신의 마음을 바라보며, 스스로의 온기를 채워 뜻을 취하게 되는 곳. 그 안식의 공간은 바로 평창군 호명리 '취호가'이다.
people
다시 힘을 얻게 될 호랑이의 집을 꿈꾸며
서울, 굉장히 불안정하다고 느껴지는 그 공간 속에서 나름의 균형과 안정된 삶을 찾기 위해 애쓰며 살아왔던 호스트 부부는 답답한 속내가 쌓였으나 이를 드러내지 못하는 막막한 생활로부터 해방되길 원했다. 항상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고 검증하는 일이 반복되지만 충분한 쉼을 누리기는 힘든 일상. 그 가운데 흔들리는 삶의 방향성을 더 확고하게 잡고자 2020년, 평균보다 매우 이른 나이에 귀촌을 결정했다. 그 이후 부부는 부메랑 같은 일상에서 힘들고 지칠 때마다 시간을 내 여행 삼아 전국을 돌아다니며 새로 정착할 곳을 찾아다녔다. 그러던 중 운명처럼 평창을 만났다. 충청도, 강원도, 강원도 해안 쪽부터 경상도까지 쉴 새 없이 돌아보던 중 평창에 딱 들어섰을 때 설명할 수 없는 굉장한 안정감을 느낀 것이다. 어떤 호랑이의 집을 만들어 그곳에서 호랑이처럼 지내고 또 새로이 기운을 얻어 일상에서 지칠 때마다 다시 힘을 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이름은 '취호가'. 뜻을 취하는 호랑이의 사원. 어떤 마음속 깊은 뜻을 취하기도 하고, 분위기에 취하기도 하고, 위스키가 제공되기 때문에 술에 취하기도 하는 그런 곳.
강원도 평창군 호명리.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진부역에 내리면 차로 10분 내외, 시외버스터미널에서도 5~10분 내외로 닿는, 마을 민가로부터 한참 떨어져 산 중턱 같은 곳에서 취호가를 만나게 된다. 취호가가 자리한 강원도 평창군 호명리는 해발 700m에 절묘하게 걸쳐 있는 곳. 예로부터 사람이 숨을 쉬고 잠을 자기에 가장 좋은 고도는 해발 700m라고 전해지고 있다. 오래전 이 마을 어귀에는 크고 듬직한 바위가 있었는데 그 바위 위에 호랑이가 올라서서 자주 울었다는 설에 따라붙어진 이름이 호명리다. 북쪽으로는 기암석을 병풍처럼 두른 병두산이, 남쪽으로는 바위가 많아 매가 많이 산다는 매산이 자리하고 있다. 다른 곳에서는 매를 보기 힘들지만 취호가에 머물다 보면 매들이 날아다니는 풍경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진기한 장면이다. 또한 취호가가 위치한 자리는 호명리에서도 해가 넘어가는 길목이라고 하는 늦목인데 이곳은 매일의 석양이 굉장히 아름답다. 게다가 주변에 인공 빛이 거의 없어 밤의 별이 유난히 반짝이고 아름답다. 밤은 더 짙고, 낮은 더 긴 곳. 낮의 숨을 더 들이마시고, 밤의 숨을 길게 내뱉기에, 온전한 쉼을 위한 최적의 위치이다.
MAKING STORY
해외 방향과 날씨를 고려한 객실의 분류나 체크인 동 등 건축 설계부터 시공 완공의 전 과정에 이르기까지. 호스트는 백에이어소시에이츠의 안광일, 박솔하 두 소장님과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호랑이가 살아가는 숲 같은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굳건한 바람은 두 소장님을 만나 비로소 공간으로 실현됐다. 먼저 전나무, 구상나무, 소나무 껍질 외에도 많은 풀과 돌 같은 다양한 자연 소재가 거칠게 나열되었다. 거친 숲속에 들어온 한 마리의 호랑이가 되는 느낌을 충분히 받도록 하기 위해서다. 체크인 동, 입구에는 계곡 같은 수공간을 배치해 비가 오면 위에서 물줄기가 떨어져 폭포처럼 강렬한 인상을 준다. 거친 바위 같은 체크인 동의 두꺼운 콘크리트 벽을 가로지르면, 동굴 속에 있는 큰 호랑이 한 마리를 만날 수 있다. 그 이후에는 다시 각자의 동굴로 한층 더 깊이 들어가는 동선이 마련됐다. 각자의 동굴인 두 객실은 들숨과 날숨으로 부르는데 구조적인 차이는 없다. 다만 오브제를 다채롭게 배치했으며 안에서 바라보는 바깥 풍경이 객실마다 조금씩 다르게 꾸며져 있다.
내부는 다시 한번 호랑이가 살고 있는 집을 형상화시켰다. 호랑이가 살아가는 공간은 자기 말고는 알 수 없는 영역으로 만들어져 있다고 한다. 분명한 것은 자기 영역 중 가장 높은 곳에서 잠을 잔다는 사실뿐. 높은 곳에서 잠을 자니 낮은 곳에서는 먹기도 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침실에 단차를 두어 영역을 구분했다. 들숨과 날숨이라는 객실 이름처럼 방 내부는 숨의 개념을 형상화했다. 들숨은 내면을 중시하며 깊은 사색으로 이끄는 검정색, 날숨은 무(無)로 다시 시작할 기회를 주는 흰색에 가깝도록 표현한 것이다. 외부 조명은 평창의 밤과 별을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최소화했다. 호명리의 지역적 특성도 면밀히 반영했다. 호명리는 평창의 다른 마을과 비교했을 때도 유독 추운 지역이기에 단열에 몇 배의 힘을 더 들여 공간을 완성했다.
취호가의 기획 중점은 바로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고 잘 마실 수 있는 공간'이었다. 다른 누구가 아닌 호스트 부부에게 그런 공간이 필요했고, 누군가와 그 온전한 쉼과 숨을 나누고 싶었다.
그들은 호랑이의 사원 즉, 호랑이의 집을 형상화하고자 했다. 호랑이의 특성을 면밀하게 조사하며 생각하던 중 의외로 단순한 결론에 이르렀다. 바로 호랑이는 숲에서 살았다는 것. 숲과 같은 공간, 숲 안에 있을 것 같은 호랑이의 집을 만들기로 했다. 그렇게 탄생한 이름 ‘취호가’. 알고 보면 취호가라는 이름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 호스트 부부 중 남편분의 유년 시절로부터 시작된다. 어릴 적 래퍼 드렁큰 타이거와 그의 음악을 무척 좋아하고 존경해 유토피아적인 생각을 마음에 품었던 때로부터. 자신이 지은 집에 취호가라는 큰 현판을 걸고 좋아하는 위스키 한 병을 손에 들고서 호랑이처럼 집 여기저기를 어슬렁거리며, 발끝에는 설명할 수는 없으나 삶을 지탱할 어떤 힘을 지닌, 그런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부터. 호스트는 자신의 바람을 관통해 취호가에 머무는 분들이 조금 더 즐기면서 조금 더 편안하게, 여러 뜻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들은 취호가라는 이름 하나를 들고서 무작정 건축사사무소 백에이어소시에이츠를 찾아갔다. 건축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던 부부는 마음에 그려둔 삶의 모습을 담담하게 표현했다. “저는 연구 교수를 하고 있고요. 와이프는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귀촌해서 살면서 스테이를 하고 싶어요. 이름은 취호가이고, 웰컴 드링크는 위스키 칵테일입니다.”라고. 호스트 부부와 소장님이 나눈 수많은 대화를 바탕으로 취호가의 설계가 이루어졌다.
SPACE
숨에서 쉼으로 이어지는 경험의 전이
도착해 처음 마주하는 풍경은 압도적인 노출 콘크리트의 체크인 동이다. 계단형으로 된 수공간이 방문객을 맞이하며 정면 끝에는 좁게 트인 공간에 위엄 있는 호랑이 그림이 있다. 그야말로 호랑이의 사원이라는 일종의 신호이자 표식 같다. 덕분에 일상의 스위치가 꺼지고, 시공간을 뛰어넘어 비일상으로서 호랑이의 영역으로 들어선 듯한 스위치가 켜진다. 선향이 가득한 체크인 동에서 객실마다 페어링 된 각각의 다른 위스키를 안내받는다. 웅장하고 장엄한 힘의 공간에서 빠져나와 더 깊숙이 굽이쳐 들어가는 객실을 향해 걸음을 옮기는데 발아래 나무껍질이 사각거리며 진짜 숲 어딘가에 들어선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귀여운 표정을 한 석호가 객실 앞 정원에서 숙박객을 처음으로 맞이한다. 두 갈래 길로 나뉘어 도착하게 되는 객실은 앞뒤로 정렬 배치돼 있다.
호스트 부부는 취호가를 준비하며 온전한 안식과 휴식을 이끌어내는 호흡에 집중했다. 따라서 늘 두 방향인 호흡의 방향을 염두에 두고 객실의 이름을 정했다. 들숨, 날숨. 객실은 동일한 구조이나 창에 담기는 풍경이 다르며 이에 맞추어 페어링 되는 위스키 역시 각기 따른 특성으로 안배했다. 들숨은 육체가 살아가는 방향이며 내면 깊숙이 다다를 수 있게 하는 숨이니 전나무 숲의 풍경 안에 놓여 내면이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날숨은 내보냄으로써 살아가는 방향으로 시야를 가리지 않아 멀리 바라볼 수 있는 외부 풍경을 창 안 가득 끌어들였다. 객실은 전기 그릴로 맘껏 요리할 수 있는 키친과 외부 덱, 침실과 욕실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호랑이가 가장 높은 곳에서 잠을 잔다는 사실에 상상을 더해 침실을 가장 높은 곳에 두는 단차가 인상적이다. 침대 끝에는 자연스럽게 걸터앉을 수 있는 턱이 생겨 음악을 듣고 책을 읽기에 제격인 툇마루 같은 공간이 형성됐다. 욕실 안에는 마치 호랑이의 신전 같은, 스테인리스로 둘러싸인 향을 피울 수 있는 공간이 있고, 히노끼탕이 마련돼 허브볼로 평온한 휴식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무엇보다 여느 스테이와 다른 안식의 향이 은은하게 퍼진다. 아침 이슬에 젖은 나무와 이끼, 들풀이 만들어 내는 진한 나무 향, 풀 내음 그리고 스모키한 향기. 그들 사이에 숨어 존재감을 드러내는 야생화의 플로럴 한 향기. 공간과 외경이 조화를 이루어 흩날리는 향기는 때로는 편안한 감각을 주고 때로는 정신을 깨워준다. 취호가 객실만의 향은 수없이 많은 향을 찾아가며 시향하고 레이어를 쌓는 실험 끝에 완성된 최적의 향이다. 객실에 비치된 선향과 어우러지며 호스트 부부가 귀촌 생활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오대산 입구부터 전나무 숲을 지나 월정사로 들어가는 길’의 감각적인 시퀀스를 느끼게 한다. 경험의 전이가 공간의 확장으로 이어진 덕분에 객실에서 보이는 전창의 외부 환경은 감성적으로 내부에 끌려온다. 내부에 있어도 외부의 환경이 충분히 느껴질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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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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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wihoga
취호가 이름의 뜻이 궁금합니다.
'뜻을 취하는 호랑이의 사원'. 어떤 호랑이의 집을 만들려고 했습니다. 호랑이의 집에서 호랑이처럼 지내고, 여기서 받은 기운으로 지칠 때 다시 힘을 낼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그리고 마음속 깊은 뜻을 취하기도 하고, 분위기에 취하기도 하고, 또 위스키가 제공되기 때문에 뭐 술에 취하기도 하고. 이런 다양한 의미와 방향으로 표출될 수 있는 공간, 그런 호랑이의 집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다르게 말하자면 제 어릴 적 드렁큰 타이거를 좋아했던 때와도 연결되는 것 같아요. 당시에 막연한 이상향, 유토피아적 생각을 가지고 있었죠. 취호가라는 큰 현판을 걸고 내가 지은 집에서 위스키 한 병을 손에 든 채, 호랑이처럼 어슬렁거리며 발끝에는 어떤 힘이 있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어떻게 보면 그게 취호가의 시작이었고 이런 감각을 스테이에 오시는 분들도 조금 더 즐기며 편안하게 느끼셨으면 하고 바랐습니다.
어떻게 평창에 오게 되셨고, 지금의 위치를 정하게 되셨나요?
저희는 힘들고 지칠 때마다 같이 전국을 돌면서 여행 삼아 계속 돌아다녔던 것 같아요. 그래서 취호가를 짓는 것도 정해 놓지는 않았죠. 그냥 언젠가라는 막연한 가정을 두고 전국을 거의 다 돌아봤어요. 충청도, 강원도, 경상도, 그리고 해안 쪽으로도 고루 다녔는데 평창에 들어선 순간 굉장히 안정감을 갖게 되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평창 안에서도 다양한 대지를 보러 다녔어요. 예쁘고 깔끔한 곳들이 많았지만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던 중 호명리에 오게 됐죠. 여기 오자마자 우리 부부가 제대로 된 안식을 찾을 공간이라는 게 확 와 닿았습니다. 그렇게 이곳에 정착했어요. 땅 주인분을 엄청 설득해서 이 대지를 사게 되었어요. 엄청나게 설득했어요.
공간 및 객실 설명 부탁드립니다.
취호가에 들어서면 계곡과 같은 수공간을 지나 비가 오면 물줄기가 떨어져 폭포처럼 만들어지는 공간을 뚫고 이동하게 됩니다. 거친 바위 같은 콘크리트 벽을 다시 지나게 되면 동굴 속에 있는 큰 호랑이 한 마리를 만날 수 있습니다. 그 이후에 더 깊은 각자의 동굴로 들어갈 수 있어요. 객실은 호랑이가 살고 있는 집을 형상화했습니다. 호랑이가 사는 공간은 자기 말고는 알 수 없는 영역으로 만들어져 있다고 합니다. 가장 높은 곳에서 잠을 잔다는 것만 알려져 다른 것들을 유추해보았어요. 높은 곳에서 잠을 자니 더 낮은 곳에서는 먹기도 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객실 내부는 가장 높은 곳에 침실을 마련하고, 침실을 중심으로 단차를 둬 씻는 곳, 먹는 곳, 그리고 노는 것으로 분류해 구성하게 되었습니다. 각 객실은 모두 정남향으로 위치해 있고요. 남중 고도를 보면 일 년을 기준으로 12시에 가장 강한 햇살을 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 호랑이의 기운을 호랑이처럼 지낸 집에서 듬뿍 받고 돌아가시길 바라며 체크아웃을 12시로 정했습니다.
취호가 내외부에 있는 작품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정원의 석호 같은 경우 이재순 석장님 작품이에요. 보통 다른 분들은 석호를 굉장히 무섭게만 만드시는 편인데 이재순 석장님은 석호를 궁궐 월대에 놓아 공간 지킴이 역할을 하고 나쁜 기운을 내쫓았던 전통적인 모습으로 만들고 계십니다. 그래서 조금 무서운 부분과 귀여운 부분을 함께 가지고 있어요. 저희가 이재순 석장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지금의 모습을 하게 되었습니다. 석호상이 액운을 쫓는다는 의미가 있어서 취호가에 오시는 분들도 그런 마음과 기운이 닿게 되기를 바라고 있고요. 각 객실 문에 자리한 전통 한지의 옻칠 작품은 한금주 작가님의 작품입니다. 이 작품 같은 경우는 백에이어소시에이츠 두 소장님께서 취호가에 오시는 분들을 맞이하는 인사의 의미로 배치하게 되었습니다.
위스키 칵테일 키트부터 큐레이션 도서, 조식까지 콘텐츠 설명 부탁드립니다.
복잡하고 지친 마음을 가지고 오신 분들이 마음을 비울 수 있는 도구로 위스키와 칵테일 키트를 생각해보았어요. 위스키가 조금 생소하신 분들을 위해 위스키를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위스키 칵테일을 키트를 떠올렸고, 만들어보는 재미와 마시는 재미 그리고 즐기는 재미를 느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들숨 객실에는 약간 전통적인 칵테일인 올드 패션드 또는 맨하탄을 주로 제조해서 드실 수 있도록 준비해 두고 있습니다. 날숨 객실은 뷰도 조금 더 트여 있다 보니까, 청량감이 가미된 하이볼을 주로 제공해 드리고 있습니다. 이 칵테일 키트를 조금 더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추천드리자면, 체크인하신 후 히노끼탕의 물을 매우 약하게 틀어놓고 그동안 위스키 칵테일의 설명서를 보고 만들어 천천히 음미하시는 것입니다. 만들자마자 바로 드시면 너무 독해서 천천히 음미하시며 드시는 걸 추천해 드리고 있습니다. 그렇게 빈속에 위스키 칵테일을 한잔하게 되면 취호가에 오면서 느꼈던 여독을 녹이고 마음을 비워 더 많은 것들을 채워가는 경험을 누리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히노끼탕에 어느 정도 물이 받아지면 허브볼을 이용해 반신욕을 충분히 즐기시고, 침대에 몸을 뉘어 잠을 청하거나 저희가 제공해 드리는 도서 리스트를 보고 가볍게 독서하면서 지친 생각과 마음을 내려놓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휴식을 취한 후에는 홀로 또는 일행과 대화하며 시간을 나누고 맛있는 음식을 해 드실 수 있는 키친을 추천해 드립니다. 별과 함께 술 한 잔 기울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술 한 잔으로 시작한 이 여행의 마지막에는 편안하고 부담 없는 식사를 대접하고 싶어서 조식을 죽으로 제공해 드리고 있습니다.
스테이가 추천하는 주변 여행지
오대산 전나무 숲길
아름답고 고즈넉하기로 유명한 숲길. 봄에는 개구리가 깨어나는 소리를, 여름에는 싱그러운 초록의 맛을, 가을에는 바람 따라 흐느적대는 갈대의 춤을, 겨울에는 전나무 위에 쌓인 하얀 눈의 맑음을 즐길 수 있다. 사계절 모두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이 평화로운 길은 마주한 두 개의 쭉 뻗은 숲길을 다리로 건너 원점으로 돌아올 수 있다.
스테이가 추천하는 주변 레스토랑
오대산 농원 식당
강원도에서만 볼 수 있는 각종 나물무침과 된장찌개, 도토리묵, 더덕구이까지, 1인당 15,000원으로 건강하고도 아주 배불리 맛있는 한 끼를 먹을 수 있다. 근처의 여타 식당과 비교되지 않는 훌륭한 산채 정식 식당. 정문 앞 광활하게 펼쳐진 밭 뷰는 덤.
STAY
호랑이가 되고 자연이 되고, 그렇게 자연을 닮아간다
자연의 먹이사슬 맨 위에 군림하는 호랑이가 되어보는 경험. 그의 비밀스러운 공간에 들어서고 유유히 거닐며 술 한 잔에 긴장을 풀고 고개를 하늘로 든다. 해가 가장 길다는 길목에 위치한 동굴 같은 곳에서 짙은 밤의 별을 바라보고, 은은한 향을 품는 히노끼탕에서 피로를 푼다. 밖으로 향한 눈을 안으로 돌려, 지쳤던 스스로의 마음에 위로를 주는 시간을 누린다. 한 번도 만들어본 적 없는 위스키 칵테일을 만들어보면 그 과정과 음미하는 순간까지 몸의 작은 세포로 촘촘하게 느껴진다. 살아있다는 기분. 매일의 반복과 자기 강박에 붙잡혀 있던 발목에서부터 해방은 시작된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뱉는다. 전나무 향이 코끝에 와닿는다. 마을을 감싸고 도는 깨끗한 공기를 따라 머리도 마음도 깨끗해지는 것 같다. 단차가 있는 침대 끝에 걸터앉아 마치 호랑이가 보일 것만 같은 먼 산을 바라본다. 시야를 방해하는 건물이 없다. 나무와 나무, 산 그리고 자신만 있을 뿐이다. 원했던 위로의 시간. 호랑이, 자연이 되는 시간이다. 사람도 자연인데 스스로 자연스럽기란 어렵기만 하다. 취호가에 머무는 동안 자신은 호랑이가 되고 자연이 되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자연을 닮아가게 된다.
3:00 pm
깊은 숲 계곡에 다다르다
탁 트인 정갈한 언덕으로 올라 제일 먼저 묵직하고 두텁게 자리한 체크인 동 앞에 섰다. 전날 비가 많이 온 덕분에 수공간에 물이 가득하다.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물줄기 소리가 꼭 깊은 숲 계곡에 다다른 기분을 자아낸다. 호스트님이 객실과 객실에 어울리는 위스키를 안내해 주신다. 선향 때문인지 정말 먼 곳으로 떠나온 것 같다.
6:00 pm
호랑이가 되어 누리는 시간
거실 테이블에 놓인 도서 리스트에서 한 권의 책을 골랐다. 객실로 도착한 책을 들고 침대 맞은편에 걸터앉아 책을 읽다가, 전창에 가득 담기는 자연의 풍경을 보다가, 평온한 움직임을 반복한다. 마치 호랑이가 되어 누리는 듯한 여유로운 시간. 해가 길고 길게 넘어가고 있다.
10:00 pm
칵테일 한 잔에 밤하늘 바라보며
추천받은 산채 정식을 먹고 돌아와 히노끼탕에 따뜻한 물을 틀었다. 물이 적당히 차오를 때까지 키친에 마련된 칵테일 키트와 안내서를 보며 천천히 칵테일을 만들어본다. 완성된 칵테일을 들고 캄캄한 밤의 덱으로 나선다. 짙은 밤하늘에 총총 박혀 있는 수많은 별들. 호사라는 게 이런 건가 싶다. 별을 바라보다 잠에 들기 전, 히노끼탕에 몸을 담근다. 허브볼을 물에 담그고 뭉친 어깨 위로 올린다. 향과 온기에 일상의 긴장은 서서히 풀린다.
8:30 am
느긋하고도 여유로운 아침
호랑이 언니가 내어주시는 죽이 야외 테이블에 도착했다. 깨끗한 아침 공기를 맞으며 정성스럽고 정갈한 조식을 천천히 음미하며 먹는다. 엄마의 집밥처럼 사랑이 가득하다. 죽 한 그릇과 아침 볕에 몸도 마음도 따뜻하게 데워진다.
12:00 pm
자연과 공기와 하늘에 취해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길게 내뱉는다. 이곳의 공기는 정말 달다. 느긋하게 일상으로 돌아갈 채비를 한다. 커피를 내려 정원을 어슬렁대다가 어제 받은 책을 몇 페이지 더 읽는 여유까지 부린다. 취한다, 정말. 자연과 공기와 하늘과 나무에. 이제 뜻을 취할 수 있는, 일상으로 돌아갈 힘이 솟아오른다. 마치 내 삶의 호랑이가 된 것처럼.
4 POINT OF VIEW
ORIGINALITY
무의식적 숨으로부터의 해방
자연의 일부가 되어 자연 안에 머무는 경험. 들이마시고 내쉬는 무의식적 숨으로부터 해방되고 그럼으로써 진정한 숨을, 그렇게 쉼을 이끌어내는 호랑이 사원. 진정으로 숨을 쉬고, 잠을 자고, 휴식할 수 있는 곳을 꿈꾸던 이들이 만든, 사람이 살기 좋은 해발 칠백의 안식처. 이곳에서라면 숨다운 숨을 쉬고, 잠 다운 잠을 자고, 휴식다운 휴식을 이룰 수 있다.
DESIGN
멀리 가지 않고서 먼 곳에 머물다
호랑이가 살 것만 같은 깊은 숲속의 어느 곳이다. 입구의 거대한 바위 같은 사원 사이로 폭포가 흐르고 물이 고여 있다. 오랜 시간이 쌓일 숲길 같은 정원을 지나 견고하게 지어진 객실, 저마다의 동굴로 들어선다. 풍경 소리와 옻칠된 한지 작품이 건네는 환영의 인사를 받고 안정을 이끄는 오묘한 향에 휩싸인다. 호랑이의 집에서 그처럼 낮은 자세로 그러나 위풍당당한 기세로 집의 안팎을 모두 당당히 누려본다.
Hospitality
내면으로 안착되는 시선과 시간
비워내는 마법을 이룰 수 있을까? 물소리, 나무껍질 소리, 풍경 소리, 새소리 등 각각의 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마음에 이는 거친 파도를 잠잠하게 하고, 공고하게 쌓아올린 안락한 공간에 별과 달과 지는 해와 산 등이 각각의 장면으로 내면 가득 차오르니 다른 것을 떠올릴 여유가 없다. 그렇게 비워진다. 자연스럽게 내면으로 안착되는 시선 그리고 시간. 누구나 꿈꾸지만 어디서나 이룰 수 없는 그 마법 같은 꿈이 드디어 이뤄진다.
PRICE
한 모금 술에, 정취에 취하고
밀폐된 낮의 풍경은 웅장하고 밤의 풍경은 평화롭다. 한 모금 술에 취하고, 맑고 깨끗한 공기에 취하고, 차분하게 가라앉아 안정적으로 뛰는 심장과 고른 숨에 취하고 취한다. 매가 날아다니고, 전나무가 춤을 추고, 병풍처럼 둘러진 산들이 자신과 순간을 아늑하게 감싸 안는다. 취해야만 하는 곳, 그래야 잊고 있었던 진정한 생의 뜻을 취하게 되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