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파. 그. 집
why

수식이 아닌, 태도로 고유성을 만들어가는 ‘가고파.그.집’

하나의 브랜드로서 ‘정체성’은 언제나 스테이폴리오의 큐레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잣대이다. 오늘 소개할 가고파.그.집 역시 정체성 측면에서 자기다움을 잘 드러내는 스테이중 하나라 생각된다. 고흥의 남쪽, 나로도에 자리 잡고 있는 ‘가고파.그.집’은 사실 처음부터 스테이로 만들어진 공간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지금의 운영 또한 전통적인 숙소의 범주로 구분 짓기에 모호하다. 하지만, 그저 화려한 이미지에만 사로잡혀 본질적 가치에 인색한 수많은 숙소들 사이에서 '가고파.그.집'은 확연히 다른 고유의 개성과 존재 이유를 보여주었다.

‘가고파.그.집’은 스스로의 존재를 ‘집’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표현했다. 나는 ‘집’이라는 표현이 ‘장소를 대하는 태도’를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누구라도 한 장짜리 사진 속에 손쉽게 브랜드 이미지를 심어 넣을 수 있는 세상 속에서 ‘가고파.그.집’은 겉모습만 좋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일반적인 관념에서 벗어나 시간이 지나며 더 가치를 발할 수 있는 브랜딩 작업을 보여주었다. 공간과 시각적인 디자인 표현과는 별개로 이들이 ‘집’으로서 지역가치를 발견하고, 머무름 이상의 다름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스테이 공간으로서 ‘가고파.그.집’이 갖는 고유성은 날 것 그대로의 자연, 가장 한국스러운 자연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데 있다. 유럽의 어느 게스트의 표현을 빌리면, 울창한 숲과 기암,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이곳의 풍경은 한국적 자연의 아름다움을(Korean beauty)를 가장 잘 대변한다고 했다. 공사 중 발견된 바위를 폭파하는 대신 자연 그대로를 살려서 바위 위에 집을 지어낸 건축주의 자연 철학, 그리고 실험적 도전은 물리적 공간을 넘어서, 가고파 그집을 지역의 좋은 장소로 매만지기 위한 주인 정성과 노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BOOK & BED라는 새로운 장르적 시도로서도 ‘가고파.그.집’은 흥미롭다. 북스테이라면 당연히 그럴듯한 서재가 우선시 되어야 하지 않냐는 질문에 대해 이곳은 담담히 그들만의 답을 보여준다. 여행자들과 책과 서평지를 교환하고, 함께 모여 필사를 하는 등 쌍방향적인 접점을 강조하는 주인지기의 마음에서 책을 매개로 한 장소와 책, 그리고 사람의 인연의 고리는 의미있게 확장되어가고 있다. 경쟁 지향적으로 변모하는 스테이 시장에서 오직 하나뿐인 자기다움에 집중하는 ‘가고파.그.집’의 이야기는 그런 면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people

좋은 장소는 한 사람의 의지가 아닌, 여러 사람의 생각이 조화롭게 쌓여 만들어진다.

스티브잡스는 본인의 비즈니스 모델이 비틀즈라 했다. 비틀즈는 서로 조화를 이루었고 전체가 부분의 합보다 더 컸다. 위대한 일은 결코 혼자서 이룰 수 없다는 뜻이다. 스테이 역시 한 사람의 능력과 열정만으로 만들어 내기 힘들다. ‘가고파.그.집’을 취재하며 흥미로웠던 건 다양한 사람들의 협업 과정 그리고 구도였다. 따로 떼어 보면 전혀 어울릴 연결고리가 없을 사람들이 공간을 매개로 모이게 된 인연도 재미있지만, 각기 다른 서로의 꿈이 교차하는 하나의 통로로서 ‘가고파.그.집’은 더욱 깊은 의미를 가지는 듯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가고파.그.집’은 최초 기획은 개인의 세컨하우스였다. 유년의 추억이 가득한 고향에 아름다운 집을 짓겠다는 꿈이었다. 건축가는 유럽의 자연 친화적인 별장처럼 지역의 아름다운 전망과 간결한 건축물의 안정적인 조화를 이끌어 주었다. 아름다운 남해의 바다가 바라보이는, 아름다운 2층 주택의 물리적인 형태가 순조롭게 완성에 다다를 때, 중요한 과제가 생겨났다. 이 공간을 활용할 새로운 방법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스테이 지기는 현명하게 이곳을 스테이로 변모시키는 방법을 떠올렸다. 물리적인 형태의 건축물에 ‘가고파.그.집’이라는 새로운 이름과, 생명을 불어 넣었다. ‘가고파.그.집’에는 실제로 다양한 영역의 사람이 참여하였다. 좋은 장소는 한 사람의 의지가 아닌, 여러 사람의 생각이 조화롭게 쌓여 만들어진다는 믿음이었다. ‘가고파.그.집’ 브랜드 스토리와 디자인은 농어촌 브랜딩에 탁월함을 보였던 스튜디오 레벨나인의 결과물이다. 이 밖에 인테리어와 패브릭, 웹 디자인까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업을 통해 ‘가고파.그.집’은 완성되었다.
location

가장 한국적인 자연 남해의 숨은 보석, 고흥

‘가고파.그.집’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한 것은 한 장의 사진이었다. 다분히 동양적이고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자연, 그리고 그 안에 위치한 하얀집은 고흥라는 지역이 가진 매력을 함축적으로 발산하는 듯 느껴졌다. 잔잔한 에메랄드 빛깔의 바다와 초록의 숲,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모습은 존재만으로 인간의 본성을 자극한다. 이 곳의 네이밍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듣지 않아도, 전해지는 마음. 가고파 그 집은 우리 모두가 한 번쯤 그려봤던 장소이다. 마치 장소 자체가 곧 이 곳의 이름처럼 느껴진다.

사실 여행지로서 고흥은 확실한 장, 단점을 가진다. 특별한 관광자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수도권 지역과는 차량으로 4시간 이상이나 떨어져 있다. 기차역과 항공편이 있는 순천, 여수지역에서도 차량으로 한 시간 정도를 더 들어와야 하니, 접근성은 좋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어려운 접근성이 고흥을 남한반도에서 유일한 청정 자연환경으로 만들어주었다. 명소만을 찾아다니는 관광이 아닌, 머무를 수 있는 자연 속의 여행지로서 ‘가고파.그.집’은 특별한 입지를 가진 셈이다.

서울에서만 살던 주인가족들이 나로도까지 내려오게 된 큰 결심에는 고향에 아름다운 집을 짓겠다는 부모님의 포부가 있었다. 그리고 아들이 일하고 있는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에 속하는 리비에라 지역을 여행하면서 그 포부는 현실이 되었다. 지중해 해안선의 집들 중 유독 한 집이 두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었다. 잔잔한 남해 바다를 내려다보는 나로도의 이 땅을 선택했던 이유도, 지중해에서 봤던 푸른 바다가 데칼코마니처럼 겹쳐졌기 때문이었다.

자연 속의 전원생활을 꿈꾸기엔 지금의 자리가 최적의 입지조건이었다. 반면, 스테이 공간으로 변화되면서 오지 중의 오지인 고흥 지역이 가지는 한계점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남해의 찬란한 자연 속에서 마주하는 진정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 ‘가고파.그.집’은 전남 고흥의 땅끝, 아름다운 바다를 가진 경관 속에서 찾을 수 있는 또 다른 하나의 집이 되고자 했다. 지리적 단점을 극복한 방법은 이 곳이 세상에서 차별적인 유일한 공간이 되는 것이었다.
MAKING STORY

전남 고흥의 지리가 워낙 멀기에 시공과정 역시 만만하지 않았을 것이라 여겨졌다. ‘가고파.그.집’의 호스트는 시간은 꽤 오래걸렸지만 오시는 분들이 자연과 함께 작업하는 시간을 좋아해주셨다고 했다. 시공상의 에피소드를 묻는 질문에는 원시림과 같은 자연만 있는 곳에 인공물인 얹는 건축의 과정이 결코 녹녹치 않았음을 이야기해주셨다. 예로 집터를 만드는 토공사 작업 중 거대한 바위를 만나서 훼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 그대로를 살려서 바위 위에 집을 짓는 결정을 했다고 했다.

“공사 기간이 길어지고 비용은 증가했으나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을 훼손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로 인해 특색있는 바위 정원이 ‘가고파.그.집’의 상징과 같은 요소가 되었다. 레벨차가 있어 2층이지만 1층도 정원에 접하고 2층 역시 정원에 접하는 공간들도 만들어졌다. 마당을 잇는 산책로와 지형을 따라 자연스러운 식재들도 좋았다. 전체적인 조경과 식재는 호스트 가족들이 하나하나 정성을 다해 심었고 오는 사람들이 계절마다 다른 매력을 가져갈 수 있도록 세심한 관리를 이어가고 계셨다.#
‘가고파.그.집’은 건축가 고기웅, 인테리어 디자이너 정윤희, 패브릭 디자이너 Haute Maison, 브랜딩 디자인에 레벨나인(Rebel9) 등 다양한 전문가의 참여와 협업으로 완성된 곳이다. ‘가고파.그.집’의 전체 마스터플랜은 자연을 중심에 두고 설계에 임했다.

건축가의 의도처럼 이 곳이 지닌 아름다운 자연과 건축물의 조화가 아름다웠다. 객실 내부는 남해 나로도와 멀리 여수바다까지 조망할 수 있도록 공간의 시퀀스와 창의 높이와 크기에 있어서도 세심하게 디자인되었다. ‘가고파.그.집’ 인테리어 디자인을 총괄한 정윤희님은 풍경이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거추장스러운 마감 라인들은 최대한 자제하고 집과 같은 따스한 느낌을 주고자 원목마루 등 따듯한 톤의 재료를 사용했다. 패브릭 컬러도 베이직한 톤에 자연의 색과 어울리는 톤앤매너를 유지했고 웹페이지 디자인에 있어서도 공간의 아름다움과 주변 자연환경을 사용자 경험 안에 녹아들 수 있도록 배려했다.#
SPACE

고요한 바다와 자연 가득한 정원이 기다리는 나의 집

‘가고파.그.집’은 집을 표방한다. 떠나왔을 때 비로소 그리워지는 집의 이유를 이 곳에서는 보금자리를 떠나며 느끼게 되는 낯설음에서 찾았다. 따라서, ‘가고파.그.집’은 여행지에서의 낯설음을 최소화한 집의 형태를 기본적인 객실의 구조로 삼는다. 눈앞에 펼쳐지는 남해의 아름다운 풍경을 따라 배치된 ‘가고파.그.집’은 실내에서 다양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게 설계 되었다. 이와 함께 작은 도서관으로 독립된 오두막 공간도 운영하고 있다.

‘가고파.그.집’은 남해안 끝자락에 위치한 섬 나로도의 언덕 능선에 포근한 모습을 담고 앉아 있다. 남해의 잔잔한 바다와 다도해의 섬들을 시원스럽게 내려다보는 이곳은 쾌적한 공간과 벽을 가득 채운 전면창이 매력이다. 바다를 배경으로 한 넓은 잔디밭과 뒷마당의 소나무 숲을 가지고 있어 산과 바다가 가진 자연의 숨결을 모두 가까이서 느낄 수 있다. 밤에는 밤하늘의 별빛과 바다위에 비친 달빛이 바위 틈 새 자리 잡고 있는 꽃들과 조화를 이루며 특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가고파.그.집’은 객실 이외에도 여행자를 위한 작은 도서관이 있다. 고즈적한 앞마당을 가로질로 보이는 기차침목 계단을 내려가면 작은 통나무집이 보인다. 잡지에서 북미지역 소나무숲 한가운데 있는 ‘1인 도서관’ 사진을 보고 책에 관심이 많은 호스트가 시도한 건축 구조물이다. 원목 특유의 향이 그득한 통나무집에서 바다와 섬을 흘러가는 해무를 바라보다보면 시간마저 멈춘 느낌이다.

혼자 지내기에 넉넉한 통나무집은 여행자를 위한 북카페이자 작은 도서관이다.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부드러운 내용의 책들과 가벼운 음료를 함께하면서 여행자들이 남기고 간 몇줄의 독서평을 읽다 보면 ‘가고파.그.집’에서의 시간은 깊어지고 휴식은 편안해져만 간다.
INTERVIEW

'가고파.그.집'과의 인터뷰

stayfolio
GAGOPA HOME
가고파 그집이 머무는 공간으로서 추구하는 가치와 아이덴티티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가고파. 그. 집’은 본래 전원주택을 목적으로 지어진 건축물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가고파. 그. 집’의 공간 곳곳에는 전원생활에서 기대하는 가치들이 담겨져 있습니다. 첫째는 ‘날 것 그대로의 자연’입니다. 땅끝 마을, 아름다운 바다를 가진 경관, 천연 그대로의 숲으로 둘러 쌓인 ‘가고파. 그. 집’은 자연을 오롯이 바라보며 누릴 수 있는 특별한 장소입니다. 그래서 ‘가고파. 그. 집’의 공간은 날 것 그대로의 자연의 요소들을 표현하려 하였고 궁극적으로 자연과 건축물의 조화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둘째는 ‘의미를 찾아가는 머무름’입니다. 집에 손님이 찾아와 머무는 것은 누구에게나 참 좋은 인연의 시작입니다. ‘가고파. 그. 집’이라는 장소에서 초대하는 사람의 반가움과 초대받는 사람의 설레임이 만나는 경험을 제공하고 싶었습니다. 또한 ‘가고파. 그. 집’은 잠자고(sleep), 머물고(stay), 쉬는 것(rest) 보다 더 정신적이면서도 의미 있는 체류 경험을 만들고 있습니다. 책과 함께 하는 이벤트 제공해 책을 교환하고 북카페에서 책을 읽으며 필사를 하는 공간을 작게 만든 것 역시 감정의 교류를 통해 ‘그. 집’에 머물다 가는 의미를 발견하기 위함입니다.

셋째는 ‘비움을 채우는 시선’입니다. ‘가고파. 그. 집’에 존재하는 비움을 채워가는 것은 여행자의 몫입니다. 빠르게 채워지는 도시의 삶과 다르게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을 경험하는 ‘그. 집’은 다소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비움을 채움으로 바꾸는 스스로의 시선에 익숙해지면서 여행자들은 한결 여유를 가지게 됩니다. ‘가고파. 그. 집’의 브랜딩과 디자인에 유난히 많은 공백이 보이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 자리하고 있는 공간이 흥미로웠습니다. ‘가고파. 그. 집’을 만든 지기님은 어떤 분인지 궁금합니다.
‘가고파. 그. 집’은 두 명의 지기로 시작되었습니다. 저희는 한 북클럽에서 우연하게 만나게 되었는데요. ‘가고파. 그. 집’이 북스테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게 된 것은 책을 좋아하는 두 운영자가 북클럽에서 만난 인연 때문입니다. 운영자들이 첫 북클럽 모임에서 읽고 토론하던 책이 “그리스인 조르바”였습니다. 책 속의 주인공 조르바는 모험적인 인생을 살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캐릭터입니다. 저희 운영진은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보통의 사람들입니다.
'가고파.그.집'의 브랜딩, 네이밍 스토리텔링에 있어서 중점을 둔 부분이 있을까요?
‘가고파. 그. 집’이란 이름은 1933년 작곡가 김동진이 만 20세가 되던 해에 작곡한 ‘가고파’란 곡에서 영감을 얻어 지었습니다.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 꿈엔들 잊으리요 그 잔잔한 고향바다…”로 시작되는 고향에 대한 향수가 어린 느낌이 건축주인 부모님들의 이야기와 딱 맞아 최종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구체적인 집의 이름은 사람들에게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 집 참 좋았다’, ‘그 집에 또 가고 싶다’ 등의 사람들이 그리워하는 ‘그 집’. ‘그 집’ 이름에 미사여구를 붙이는 것보다 꾸밈없는 있는 그대로의 집이자, 아는 사람들끼리 통하는 느낌을 전달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가고파그집의 디자인에 있어서 주안점(컨셉)을 둔 부분은 무엇입니까?
주변과의 조화가 디자인의 주안점이었습니다. One for All, All for One 이라고 말하고 싶은데…담론 형식의 설명보다는 하나의 예시로 말씀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가고파. 그. 집’의 방문자분들이 꼭 사진을 찍어가시는 것이 ‘가고파. 그. 집’의 간판입니다. ‘가고파. 그. 집’의 간판은 건축물의 외벽이나 길거리에 두지 않고 건축물 옆 작은 꽃밭에 위치해 있는데요. 무릎높이도 채 되지 않으니 작은 형태로 지면 가까이 있는 것이지요. 이런 디자인과 간판의 배치는 간판이 주변 자연과 건축물을 압도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낮게 위치한 간판이다 보니 해가 지고 난 저녁에는 은은한 빛으로 길을 안내하는 작은 가로등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간판디자인을 보고 저희 숙소를 선택하신 디자인 관련자분들도 있었고요. 많은 여행자분들이 간판 디자인에 대해서 질문을 많이 하십니다. 자연과의 조화를 염두해 두었다고 답을 드리면 모두 고개를 끄덕이시더군요.
가고파그집의 시공에 있어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에피소드가 있다면?
주변 자연을 최대한 보존하는 방향으로 건축을 진행하면서 예상하지 못한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 특별한 기억이 남는 것은 집터를 닦기 위한 토목 공사 중에 만난 큰 바위였는데요. 바위가 집터를 훨씬 넘는 면적을 차지하기도 하고 시공 전에 예상치 못하던 부분이어서 많이 당황스러웠습니다. 처음에는 폭약으로 바위를 제거하는 것이 제안되었습니다. 건축비용의 절약과 공사기간단축의 장점이 있었습니다만 저희는 대담하게 바위를 보존하고 바위 위에 집을 짓기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폭약 제거 후에 진행될 콘트리트 구조물이 자연 그대로의 미관을 해칠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입니다. 이후 여러 추가적인 한계점을 하나씩 극복해가며 ‘가고파. 그. 집’의 아름다운 건축물이 탄생했습니다. 건축물이 지어지지 않은 바위 위에는 흙을 메우고 정원을 가꾸어 ‘가고파. 그. 집’만의 특별한 바위정원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가고파그집의 공간구성에 있어서 차별화한 요소는?
‘가고파. 그. 집’은 본래 주거 목적의 전원주택으로 지어졌기 때문에 집으로서 부족함이 없는 실내 공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반적인 전원주택에서 기대하는 집 앞의 너른 정원과 꽃밭으로 이어지는 오솔길로 이루어진 외부 공간도 가지고 있지요. 숲과 바다, 그리고 사계절 내내 다양한 꽃들을 경험할 수 있는 것도 ‘가고파. 그. 집’만의 추가적인 장점일 것입니다. 방문하신 여행객들이 ‘가고파. 그. 집’을 여행 숙소라기보다는 세컨드 하우스와 같은 또 하나의 집으로 인식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입니다.

객실의 공간구성과 인테리어의 주안점은 ‘가고파. 그. 집’을 둘러싼 빼어난 풍광을 실내에서 조망하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실내에서 외부를 바라보는 풍광을 부각하기 위한 적절한 내부공간 디자인이 무엇보다 중요했습니다. 핵심은 무엇을 추가하느냐가 아닌 무엇을 더 빼느냐였습니다. 대부분의 가구는 빌트인으로 구성하여 내부 공간을 살리는 동시에 동선의 활용도를 높였고 유리창 역시 공간의 동선에 맞추어 실내 어디에서든 남해 바다의 아름다운 풍광을 파노라마 형태로 조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자연을 부각하기 위한 공간구성이 ‘가고파. 그. 집’의 차별점이 아닌가 합니다.
가고파그집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반영한 부분이 있다면?
영어에 “Less is more”라는 표현이 있는데 우리말로 해석해보면 ‘비우는 것이 채우는 것이다.’ 정도가 될 듯합니다. ‘가고파. 그. 집’의 정체성에 잘 어울리는 표현이라 생각합니다. 불필요하거나 의미 없는 꾸밈을 지양하니까요. 실내에는 주거 생활에 필요한 가구와 집기만을 두었고 특별한 장식품이 없습니다. 숙소에서 흔히 예상하는 인테리어 액자 대신 남해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액자형태의 유리창이 적절하게 배열되어 있습니다. 실내는 대부분 화이트 톤으로 구성되어 있고 따뜻한 한 두 가지의 색으로 부분적인 포인트를 주었습니다. 소소한 화분 한 두 개 정도와 독서등 혹은 무드등 정도만이 내부 소품의 전부입니다. 고흥이란 먼 곳까지 여행을 오시는 분들은 대부분 일상에서의 어지러움을 털어내기 위해 오십니다. 복잡하고 인위적인 인테리어 소품으로 여행객들의 쉼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들에게 간결한 일상과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을 제공하고 싶었습니다.
가고파그집 운영에 있어 차별화가 있다면 어떤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가고파. 그 집’은 북스테이라는 컨셉을 가지고 운영되고 있습니다. 저희는 여행자의 파트너로 책을 적극 추천하는데요. 책과 함께 하는 여행을 위해 ‘가고파. 그. 집’은 북스테이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프로모션은 이렇습니다. 여행자는 도착 전에 ‘가고파. 그 집’에게 읽고 싶은 책을 정해서 알려줍니다. ‘가고파. 그 집’은 여행자가 요청하신 책을 선물해 드립니다. 여행자에게 어떤 특정한 책의 구매를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원하는 책을 선물한다는 점에서 많은 여행자들이 흥미로워합니다.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당연히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요. 평소에 책을 안 보시는 여행자 분들도 북스테이 프로모션에 참여할 동기가 충분한 있는 셈이지요. 요리책부터 어려운 전공서적까지 요청하시는 책들이 다양해서 선물 드리는 저희도 북스테이 프로모션이 매우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책과 함께 서평지 혹은 책갈피를 선물로 드리는데요. 단순히 책을 건네는 행동을 넘어 여행자 분께 의미가 있는 독서가 되기를 원하는 마음으로 서평지를 전달하고 있는데 여행자 분들이 매우 좋아하십니다. 책장과 서재를 공개하는 형태 혹은 서점 형태의 북스테이가 아니라 여행자를 한 명의 독립된 취향을 가진 독자로 인식하고 소소한 재미와 의미를 공유하는 것이 ‘가고파. 그. 집’의 차별점이라 생각합니다.
가고파그집에 오시는 손님분들의 연령대나 오시는 곳, 계층이 어떤지 궁금합니다.
주로 책을 좋아하시거나 자연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자주 찾아주십니다. 그렇다 보니 연령대와 성별이 다양하지만, 그 중에서도 30-40대 여성분들이 주로 많이 찾아주시는 것 같습니다. 지역으로 보면, 서울에서 거리가 꽤 먼 편이지만 그래도 서울/수도권 분들이 가장 많이 찾아주십니다. 거리가 먼 만큼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온전히 휴식을 하고 싶은 마음에서이지 않을까라고 생각해 봅니다.
기억에 나는 인상 깊었던 손님이 있나요?
스몰 웨딩을 할 장소를 찾기 위해 ‘가고파. 그 집’을 찾아 오신 커플이 기억이 남네요. 웨딩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서 찾아오신 커플 여행객들은 이따금씩 있었는데 결혼식 장소를 문의하러 오신 분은 처음이었습니다. 아쉽게도 스몰웨딩을 진행하시지는 못했는데요. 대신 이곳으로 신혼여행을 오셨습니다. 처음에는 지기와 손님으로 만났지만, 여러 번 방문 하시는 동안 연인에서 부부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좋은 의미로 복잡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스테이폴리오 매거진을 빌려 행복하시길 기원한다고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가고파그집을 운영하며 시행착오나 어려웠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가고파. 그 집’은 다양한 이야기를 여행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고흥의 아름다운 자연, 건축과 각 건축물에 대한 다양한 에피소드, 그리고 책을 중심으로 하는 북스테이를 핵심 제공가치로 만들어 가는 과정과 이유 등등… 가고파 그집의 이런 수많은 이야기들을 복합적으로 여행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그 이야기들을 전달하기 위해 이런 저런 작은 시도와 시행착오가 있었고 분명 앞으로도 더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운영면에서 부딪힌 가장 어려운 점은 ‘가고파. 그. 집’을 어떻게 사진으로 효율적으로 표현하냐는 것이었습니다. 2차원적인 카메라의 프레임은 3면이 바다로 둘러쌓인 ‘가고파. 그. 집’의 파노라마 전망을 모두 담기 어려웠습니다. 예를들어 해무가 흘러가가나 달빛이 비친 바다의 모습은 시각이 아닌 오감으로 느껴야 하는 자연의 모습이기에 온라인매체를 통해 잠재여행자들에게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이었습니다. 홈페이지에 VR(가상현실)형태로 촬영된 ‘가고파. 그. 집’을 보여주는 등 더 효과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아쉬운 점도 많습니다. 주변의 새소리와 함께 꽃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과 같이 생동감 있는 찰나는 오직 이곳에만 경험 할 수 있으니까요.
스테이 운영 외에 가고파그집을 기반으로하는 다른 계획들이 있으신지요?
‘가고파.그.집’은 브랜드 스토리를 공유할 수 있는 분들과 함께 협업을 하려 합니다. 현재 자연주의 침구브랜드인 ‘slou’와 협업을 진행중입니다. Slou는 효리네 민박으로 유명해진 친환경 침구 브랜드인데요. 자연속 북스테이를 추구하는 ‘가고파.그.집과 여러 공통점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저희가 협업을 제안하게 되었고 여행자들의 만족도 매우 높습니다. 앞으로도 유사한 협업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북스테이를 가지고 더 다양한 시도를 해보려고 합니다. 이것 역시 ‘가고파. 그. 집’의 북스테이의 프로모션을 경험하신 여행자분들께서 책을 읽는 다양한 제안을 스스로 해주셨기 때문입니다. 북스테이를 통해 ‘가고파. 그. 집’은 책을 파는 공간 혹은 책으로 가득한 전시목적의 공간보다는 책을 읽고 즐기는 공간으로 만들어보려 합니다. 마치 스타벅스가 국가별 커피 원두를 가득 채워두지 않더라도 커피를 마시는 최고의 문화공간이 된 것처럼요. 그래서 작가와의 여행, 필사 여행 같은 것들을 시도해보려 합니다. 방향은 정해졌는데 어느 길로 도달할지는 고민중입니다.

스테이가 추천하는
주변 여행지

남열 해돋이 해수욕장

아침을 여는 해돋이의 명소 남열리 일출

봉래산 편백숲

피톤치드을 한껏 마시며 삼림욕을 즐길 수 있는 장소

소록도

한센병 환자들의 애환이 깃들어 있는 섬, 깨끗한 자연환경과 해안절경이 아름답다.

스테이가 추천하는
주변 레스토랑

중앙식당

다양한 남도한정식을 즐길 수 있는 곳

STAY

자연과 하나되는 건강한 삶을 꿈꾸다!

남해바다가 이렇게나 아름다웠는지 몰랐다. 이국적인 빛깔과 남해바다와 흩어 뿌려진 남도의 섬들 사이로 난 아름다운 해안도로를 따라, 기분 좋게 ‘가고파.그.집’에 도착했다. ‘가고파. 그. 집’은 남해에서도 비교적 덜 알려진 고흥에 위치해 있다. 우주센터로 알려진 나로도라면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서울에서는 차로 이동하는데 4시간 남짓 걸렸는데, 여유로운 일정이라면 순천이나, 여수 같은 주변 지역을 함께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취재팀 역시 순천만을 둘러보고 한 시간 정도 걸려 도착했다.

야트막한 언덕으로 올라가면 ‘가고파.그.집’의 작은 입간판이 보인다. 머물렀던 객실은 ‘가고파.그.집’의 시그니처 객실인 Grand Suite객실이다. 책과 함께 호흡하는 북스테이에 왔으니, 평소 읽고 싶었던 책을 하나 들고 룸으로 들어왔다. 확실히 ‘가고파.그.집’의 객실은 외부와 철저히 단절된 공간 속에서 자연의 정수를 즐기는 매력이 있다. 전면 창을 통해서는 남해 바다가 한눈에 쏟아진다. 내부는 여타 다른 스테이 보다 화려하진 않지만, 집처럼 생기가 넘친다. 내부에 구성된 식기나 조리기구만 봐도 내 집처럼 누리길 바라는 주인의 마음을 느껴볼 수 있었다.

머무는 공간으로서 객실의 또 다른 매력은 객실에 마련된 테라스에 있다. 시원한 테라스에서 선선한 바람과 함께 즐기는 커피는 그야말로 기가 막히다. 외부에는 소나무 숲길이 있어 모처럼 정말 산책 다운 산책을 즐겨보았다. 정성스럽게 가꾼 채소밭과 화초 역시 보는 것만으로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인간으로서 마땅히 좋아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자연 아닐까. ‘가고파.그.집’은 지역이 주는 자연의 가치를 지켜나가며, 자연과 하나 되는 건강한 삶을 경험하기에 더없이 완벽한 공간이 되어준다.
4 POINT OF VIEW

ORIGINALITY

자연의 정수를 즐기며 책과 호흡하는 시간

자연 하나만으로 ‘가고파.그.집’은 충분한 매력을 지닌다. 평화로운 남해바다, 다도해 사철 내내 새소리와 녹음이 가득한 남해의 아름다운 풍경이 주는 감동은 더없이 특별하다. 하지만 ‘가고파.그.집’은 자연과 더불어 자연 속에서 책과 호흡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북스테이로서 대체 불가능한 고유성을 가진다. ‘여행과 책을 통한 아날로그적인 생활의 경험과 그 속에서 새로운 발견을 제시하고 싶었습니다.’ 당신의 내면을 풍요롭게 해줄 그 어떤 것을 찾고 있다면 ‘가고파.그.집’이 적절한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DESIGN

한 번쯤 그려봤을 당신의 로망을 담아낸 집

‘가고파.그.집’은 최초 개인의 별장으로 기획되었다. 2년이 넘는 공사 기간과 1년 여간의 사업 구상 기간이 있었고, 2016년 7월에 스테이로 새로운 시작을 출발하였다. 그래서인지 ‘가고파.그.집’은 스테이보다 친한 지인의 근사한 세컨하우스에 방문하는 듯한 느낌이 크다. 실제로 객실 내부의 조리기구, 시설, 가전, 어메니티까지 프리미엄 브랜드로 디테일을 채웠다. 드라마틱한 자연을 내부로 과감히 연결한 시도와 고급스러운 멋을 지닌 가구들은 한 번쯤 그려봤을 전원생활의 로망을 실제로 그려낸다.

Hospitality

의미를 찾아가는 머무름, 비움을 채우는 시선

주어진 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한 자연 철학, 책을 통해 여행자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전해주고자 했던 북스테이 프로그램만 보아도 '가고파.그.집'을 이끌어 가고 있는 이들의 생각을 충분히 엿볼 수 있다. ‘가고파.그.집’은 그저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모습으로 보여지길 원하지 않는다. ‘의미를 찾아가는 머무름’, ‘비움을 채우는 시선’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여행자들이 머무르는 동안에 가질 수 있는 새로운 의미에 더욱 집중한다. 이런 보이지 않는 부분들이 다름을 만들어가는 핵심 요소일 것이다.

PRICE

폭 넓은 객실 구성과 가격 범위

다른 스테이들과 비교해보면 '가고파.그.집'의 객실 가격은 비교적 넓은 범위로 책정되어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총 3개의 객실은 크기 및 위치, 내부시설에 따라 15 만원에서 80만원 대의 가격으로 책정되었다. 시그니처 객실인 Grand Suite는 개별적 문의를 통해서만 예약을 받는다. 고흥으로 가볍게 여행을 떠나온 이들은 차별화된 객실 디자인을 고려하여 가족 구성과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취사 선택하기 좋을 듯하다. 물론, 모든 객실은 동일한 서비스와 룸 컨디션을 제공하고 있다.

스테이명
가고파. 그. 집

숙소타입
렌탈하우스

연락처

주소
전라남도 고흥군 동일면 덕흥음쪽길 272-43

인원 / 객실수
2~4명 / 2객실

가격대
₩180,000 ~ ₩350,000

체크인 / 아웃
15:00 / 11:00

편의시설
빔프로젝터 또는 TV, 취사, 반신욕

PHOTO BY 허동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