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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에세이 서촌
why

자신을 위한 환대의 공간

사람의 시선은 물리적으로 안이 아닌 밖을 향해 있다. 자신을 보기보다 타인과 바깥을 바라볼 수밖에 없게 만들어진 신체 구조 때문인지 나를 우선하기보다는 마주하는 상대와 타인을 우선하는 시간에 더 많은 노력과 신경을 쓰고 살아간다. 매일의 작은 선택도 마찬가지다. 오늘 점심 메뉴도 그렇지 않았던가? 누군가를 맞이할 준비와 마음에는 그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면서 정작 자신을 정중히 대하고 맞이하는 노력은 소홀히 하고 있지 않은지. 바쁘고 빠르게, 정신없이 살아가면서 손에 쥔 휴대폰은 매시간 새로 고침하고 있지만 정작 밖이 아닌 안, 자신을 자신의 내면을 깊이 오래 바라보며 새로 고침 하는 시간은 쓰고 있지는 않다. 균형 있는 삶이 스스로와 매일을 지탱하는 힘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런 시간과 경험을 쉽게 갖지 못하는 게 지금의 현실일 것이다. 남을 향한 시간, 남을 위한 환대에 익숙한 자신에게 본인 스스로를 위한 환대를 선물해보기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게다가 멀리 갈 필요도 없다. 퇴근 후, 출근하며 가볍게 챙긴 간소한 짐을 들고 경복궁역에 내려 낮은 건물들 사이를 가로질러 서촌, 누하동 골목에 위치한 한옥에세이 서촌, 몇 시간의 머무름이 한 편의 글이 되는 그곳으로 가면 된다.

한옥에세이 서촌은 20평 남짓한 80년 정도 된 도시형 생활 한옥을 현대인에 맞게 수선한 스테이다. 호스트 정석원 이사는 시도하다는 뜻의 프랑스어 essai에서 나온 단어인 Essay(에세이) - '형식을 따르지 않는 자유로움' 의 뜻을 한옥 뒤에 붙였다. 한옥을 큰 틀로 매만졌으나 한옥이라는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오늘날 사람들에게 맞는 휴식의 공간으로 스테이를 자유롭게 해석해보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한옥에세이 서촌'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어떤 특별한 경험과 액티비티를 정해놓고 게스트들이 잘 즐기다 갈 수 있는 대부분의 스테이가 아니라 한 마디로 격하게 멍 때릴 수 있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지금의 우리들에게 간절한 공간, 쉼의 공간, 편안하고 가만히 몸을 쉬며 시간에 따라 변해가는 해와 달, 바람의 변화들을 자연스럽게 느끼면 마음까지 저절로 편안해지는 공간을 만들었다. 스스로 해내기 힘든 자신만을 위한 정중한 대접, 자신을 위한 환대를 이곳에서는 가뿐히 해낼 수 있다.
people

인간다운 따뜻한 맛을 찾아서

IT기업의 회사원으로 20년 가까이 근무했던 정석원 이사는 유년기를 제외한 평생을 도심 속 아파트에서 살았다.  그는 세월이 지나 자연스럽게 나이가 들고나면 언젠가는 무미건조한 콘크리트 아파트와는 다른 그 반대의 삶, 자연에 더 가깝고 마당이 있는 한옥에서의 삶에 대해 막연한 로망을 품고 있었다. 불편하더라도 그리운 사람 냄새와 온기가 드리워진,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살살 올라오는 정겨운 흙냄새가 있는 마당, 작은 정원과 가까워 자연의 변화가 잘 느껴지는 실내, 목 구조의 자연 재료가 주는 편안함을 가진 자연에 한 발짝 가까운 한옥은 어느새 그의 머릿속 주거 공간의 이상향이 되어 있었다. 인간미가 넘치는 공간 말이다.

몇 년 후면 독립해 자신만의 삶의 길 위로 걸음을 옮길 딸아이. 딸의 독립 전까지 그의 마음에 드는 적당한 곳을 찾아내고 싶었다. 만약 그곳을 만나게 된다면 무작정 정착할 준비에 착수하기보다는 스테이라는 현명한 형식을 빌려 그곳을 자주 오고 가면서 과연 노년에 정착할 만한 알맞은 곳인지 차분하고 꼼꼼히 관찰하며 알아가길 원했다. 매일의 생활, Living에서 떠나 나의 삶, Life에 대해 잠시라도 생각해 볼 수 있는 공간의 스테이로 주변 사람들로부터 떠나서 나 혼자 온전히 또는 단둘이 오붓하게 쉴 수 있도록. 희망에 간절함이라는 숨을 지속적으로 불어 넣은 덕분일까? 간절히 바라면 이뤄진다고 하지 않았던가. 정성으로 쏘아 올린 그의 마음과 노력, 또렷하게 그린 생각들이 바로 지금의 한옥에세이가 된 것이다.
location

일상으로 복귀가 빠르게 가능한 서촌

서촌은 서울의 서쪽 동네, 경복궁 서쪽에 있는 마을을 일컫는 별칭이다. 동쪽의 경복궁과 청와대 덕분에 서울의 타지역과 달리 고층 빌딩이 빼곡히 들어서지 못해 옛 모습과 정취가 잘 보존되어 있는 귀한 곳이다. 서울시 종로구로 시작되는 주소와는 어울리지 않게 동네 건물의 높이가 낮고 따라서 조용하다. 아담한 한옥들과 아기자기한 상점들 사이로 난 걷는 재미가 있는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따라가다 보면 수성동 계곡, 완만한 인왕산 자락길까지 자연으로의 입장도 가능한 동네다. 서울 도시 한복판에서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와 짹짹거리는 새소리를, 골목을 울리는 발걸음 소리까지 들을 수 있다니.

조선 시대에는 전문직, 의학 천문학 지리학 등을 전공한 중인들과 겸재 정선, 추사 김정희가 살았었고, 근대에는 화가 이중섭, 시인 윤동주, 작가 이상 등 문인들과 화가들이 모여 살았던 우리나라의 멋과 미를 간직한 곳으로 걷는 것만으로도 이유 모를 편안함이 찾아든다. 게다가 서울시 한옥 보전 구역이자 수 백년의 위치를 지켜온 궁궐 옆이라 서울을 찾는 외국 게스트들에게도 위치적으로나 경험적으로 두루두루 어필할 수 있는 최적의 위치다. 무엇보다 지하철로 쉽게 닿을 수 있어 일상으로의 복귀가 빠르게 가능하다는 큰 장점을 갖고 있다. 3호선 경복궁역 1번 출구로 나와 스테이로 향하는 골목길마저 여행이 되는 곳이다.
MAKING STORY

호스트 정석원 이사 인터뷰에서 /

처음부터 스테이라는 목적 만으로 공간을 완전히 새롭게 구성했다. 부엌, 세탁기, 옷장, 창고 등 살림을 위한 공간들을 모두 없애는 대신 스테이의 목적에 맞는 침실, 욕실, 라운지 등에 대부분의 공간을 할애했다. 스테이를 처음 시도해 보는 거라 곳곳에 이것저것 더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지만 설계와 감리를 담당한 지랩에서는 덜어내는 노력을 꾸준히 많이 했다. 지랩이라는 젊은 건축가 집단을 만나게 되어 계획하고 생각했던 조건이 잘 충족된 한옥을 구현하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사실 지랩이 없었다면 서촌의 한옥을 뜯어고친다는 생각을 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개조 전의 건물은 한옥의 뼈대는 가지고 있었지만 수십 년 동안 거주자의 편의에 의해서 다양하게 개조돼 마당도 사라졌고, 건물의 담벼락도 빨간 벽돌담으로 변해있었다. 마당과 한옥 대문을 다시 살리기 위해서는 한식 담장을 새롭게 복원해야만 했다. 한식 담장은 두 가지 고려점이 있었다. 먼저 골목에서 바라다 보이는 외부 경관 측면에서의 연결성. 왼쪽에 바로 면해 있는 집이 매우 잘 수선된 한옥이었기에 그 집의 한옥 담장과 매끄럽게 잘 어울릴 수 있도록 구상했다. 우선 담장의 높이를 똑같이 맞추고 와편 장식을 동일한 간격으로 이어서 시각적인 연결성을 찾았다. 두 번째로는 내부 경관, 즉 마당의 배경으로서의 한식 담장. 작은 마당이지만 ᄀ자 건물 구조 덕분에 실내 어디서든 마당이 잘 보여 지루하지 않도록 와편 사이사이에 호스트가 고재상에서 직접 구해 온 수막새를 장식했다. 마찬가지로 기단이 되는 석재는 주로 동일한 정사각형 모양의 사괴석을 쌓고 줄눈으로 마무리하는데, 많이 사용하는 기법이라 친숙하지만 자칫하면 지루할 것 같아 다른 기법을 선택했다. 크기가 서로 다른 석재를 줄눈 없이 쌓아올리는 기법으로 각 돌의 어깨를 서로가 물고 있는 듯 보여 더 견고한 ‘어깨걸이'기법. 이 기법을 알고 계신 석공분을 오랫동안 수소문했는데 아주 어렵게 운이 좋게 만날 수 있었다. 그분이 작업 중에 하신 혼잣말이 가슴에 남아 있다. '한옥의 완성은 담장이다.'

마당의 쪽마루 아래에는 ㄱ 자 기단석이 있는데 이 기단석들은 이 집이 처음 지어졌을 당시에 원래 그 자리에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 몇 십 년 동안 입주자의 편의에 따라 마당에 지붕을 두르고 보일러를 깔아 실내 면적으로 확장하여 사용하느라 땅속에 묻혀 있었는데 공사 진행 중에 발견된 기단석을 그대로 살렸다. 자연스럽게 기단석 위쪽에 쪽마루를 두었고, 주 출입구가 되는 라운지 실내까지 쪽마루의 형태를 끌어들였다. 실내 쪽마루는 라운지 공간과 침실 공간을 자연스럽게 구분해 줄 뿐 아니라 테이블과 긴 의자의 역할도 함께해 준다.

목 구조의 한옥은 차음( 외부나 내부의 특정 음원에서 나오는 소리의 음압(sound pressure)을 감소시켜 소리 수신기로 들어가지 않도록 소리를 차단하는 것)에 상당히 취약한데 천장과 벽의 차음 성능에 신경을 쓰고 노력을 기울였다. 통창 역시 방음이 잘 되는 통창을 사용해 결과적으로 웬만한 녹음실의 노이즈 레벨인 25dB 수준까지 낮출 수 있었다. (호스트가 음악기기 관련 IT 회사에 오랫동안 근무했기 때문에 잘 알고 있는 부분) 호스트는 우리나라의 정자를 연구한 지인으로부터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본 나무 중에 한옥 담장과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이 배롱나무 (한여름 붉은 꽃이 백일동안 피어난다고 해 목 백일홍, 백일홍이라고도 불린다) 였다는 이야기의 기억을 끄집어내, 조경을 담당한 듀송 플레이스 분들이 우리나라 남쪽 지방의 수목인 배롱나무를 어렵게 구해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던 것처럼 심어 조화롭게 완성된 담장과 마당의 풍경이다.

지랩 노경록 대표 인터뷰에서 /

무엇보다 가장 심혈을 기울였던 공간은 처음 게스트를 맞이하고, 게스트가 마주하는 라운지 공간이다. 처음부터 한옥이라는 틀이 워낙 강한 전통성이 지니고 있으니 전통에 집착하지 않고 서양식을 녹여보면 어떨까라는 관점에서 라운지에 신발을 신고 들어가는 안을 건축주에게 제안했는데 흔쾌히 이해하고 받아들여 주셨다.

프로젝트 시작 전에 건축주가 우리에게 큰 화두를 던지셨다. 모든 발전된 문명이라는 것은 활발한 교류와 소통에서 만들어지는데 이런 소통과 교류를 위한, 어떤 환대의 공간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갖고 계셨고, 그런 환대의 공간은 무엇인지 지랩에서 해석을 해보면 좋겠다는 말씀이었다. '환대의 공간은 무엇일까?' 현대에서 한국과 서울에서 환대의 공간이 무엇일까가 굉장히 중요한 키워드이자 시작점이었다. 서촌의 지역성을 떠올리며 우리의 삶과 과거 조상들의 삶을 돌아보니 과거 조상들은 본인의 심미적이거나 문화적인 취향을 드러내 보이는 등 교류와 소통을 하기 위해 사랑방을 만들었는데 우리는 현대적 삶을 살면서 핵 가족화되고, 아파트에 들어가면서 자연히 그런 공간을 잃었다. 집과 밖의 삶이 완벽히 분리된 현대 한국인들에게 그런 삶이 고착된 게 아닌가 싶었다. 삶의 공간은 도심 또는 아파트 같은 곳에 있지만 그들에게 저마다의 사랑방을 만들어주자는 관점에서 라운지 설계를 해나갔다. 다만 한국적인 라운지를 만드는 동시에 현대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녹여내기 위해 한옥이라면 당연한 툇마루 대청마루가 아닌 서양식의 호텔 라운지를 들인다는 개념으로 접근했다. 공간에 들어가는 모든 요소와 신을 서양식의 프라이빗 한 호텔에 들어가 라운지를 즐길 때 어떤 방식과 자세와 요소들이 있는 지 중요하게 생각하고, 다만 그것들의 디자인은 가장 한국적이고 동양적인 색채와 디테일과 신들을 고려해 만들었다.

지랩이 그동안 했던 리모델링 프로젝트들은 기존의 공간이 갖고 있는 장소성이나 건축물의 특징을 되살리면서 새로운 요소를 넣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스토리텔링을 해 나가는 것을 중요한 프로세스로 가져가고 있는데 한옥에세이 같은 경우 다른 프로젝트와 달랐다. 기존에 오랫동안 주거용 한옥으로 사용되면서 훼손이 된 많은 부분을 덜어내고 오히려 원형의 한옥이 어디까지 남아 있는지 찾아내는 과정이 중요했다. 첫 번째 철거를 먼저 하면서 현대에 덧붙여진 부분들이 어디까지인지 찾아내고 덜어낸 이후에 다시 작업을 들어갔다. 기존의 한옥을 다른 한옥 프로젝트들보다 더 전통적인 느낌으로 만들고, 그 안에 들어가는 평면과 프로그램들을 새롭게 재편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1차 철거를 할 때마다 굉장히 떨리는데 한옥의 목 구조가 생각보다 좋은 편이어서 기존의 목 구조를 살릴 수 있었다. 기존 한옥의 지붕은 금속의 지붕 재로 덧대어져 있었고, 그 안에는 전통 기와가 잘 남아 있을 줄 알았는데 (기와를 바꾸지 않고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으나) 기와를 완전히 다 교체를 해서 공사가 추가됐고 따라서 예산과 일정이 조금 더 늘어나게 되었다. 기와는 2가지를 적절히 섞었다. 누수를 해결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암 키와는 요즘 생산되는 전통 기와인 신 기와를 쓰고, 외장으로 많이 보이는 수 키와는 고 기와를 수급해서 시공했다. 그 방식으로 만든 한옥이 우리가 상상하는, 시간의 때가 묻어나고 자연스러우면서도 현대적으로 기능을 해결할 수 있는 적정한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라운지를 전체적으로 어둡고 집중감 있는 공간으로 생각했는데 빛이 지고 저녁으로 넘어가는 순간의 새로운 경험을 주고 싶었다. 첫 번째로 작동했던 요소가 유리블록으로 된 긴 창인데 건축주와 담당 디자이너 최가람 사원이 함께 낸 아이디어였던 것 같다. 집이 해가 지는 방향을 등지고 있기 때문에 해가 질 때쯤이면 건물에 빛이 들지 않아 많이 어두운 편이다. 건축주 분이 뒤쪽에서 오는 빛을 활용해보자고 하셨고, 그것을 표현하는 창을 일반 창이 아닌 은은한 텍스처 감을 가진 유리블록을 이용해 보자는 아이디어를 우리 쪽에서 냈다. 빛이 사선으로 들어오게 디자인해 깊숙이 그리고 은은하게 떨어진다. 그 빛과 그림자가 좋은 것 같다. 빛에 관한 또 다른 재미난 이야기가 있다. 욕조에 물을 받았을 때 물빛이 반사되어 벽에 아른거리는 데 이는 새로운 빛의 활용이 되었다. 사실 그렇게 비칠 줄 몰랐는데 의도치 않게 빛의 일렁거림이 생겨나 놀라웠다.#
처음 마주한 모습의 건물은 너무 낡고 나이를 먹은 듯 보여서 깨끗하게 허물고 새로 지어볼까 하는 고민을 했었다. 그러나 상세 설계를 위해서 1차 철거를 하고 보니 의외로 80여 년의 세월을 잘 버틸 만큼 튼튼한 뼈대를 가진 집이었다. 만약 새로 짓는다면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옛 것과의 단절이 일어나는, 원치 않는 손실이 있을 것 같아 본래의 목 구조를 수선해가자는 결정을 내렸다. 현재 모습의 한옥에세이 서촌의 기둥을 받치고 있는 12개의 주춧돌과 기둥, 서까래 등 목 구조의 대부분은 본래 이 자리에 있었던 그 모습 그대로다. 사실 이러한 부분이 제약이 됨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현대인들, 게스트들이 사용하는데 전혀 불편하지 않은 구조로 만들어보고자 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요즘 사람들은 좌식보다는 입식 문화에 훨씬 익숙하다. 호스트 정석원 이사는 오래전 외국 손님들께 삼계탕을 대접한 적이 있었다. 마침 복날에 테이블 자리가 만석이라 좌식 룸으로 안내를 받을 수밖에 없었는데 한 시간 가량의 양반다리 식사는 그들에게 고문이었다. 웃는 얼굴로 생전 처음 보는 음식을 먹어야 했으니 말이다. 한옥의 실내구조는 전통방식에 따라 좌식을 가정하여 구성되어 있는데 외국인 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좌식보다 입식이 훨씬 편하다. 이것부터 근본적으로 바꾸기로 했다. 한옥은 살리되 실내구조는 입식으로. 목 구조와 한식 기와 만을 살리고 한식 담장과 대문으로 전통미를 갖추되 나머지 모든 것은 멍 때리는데 불편함이 전혀 없도록 우리에게 익숙한 입식 구조를 스테이 전체적으로 적용하는 새로운 시도를 하기로 했다.

단순히 한옥에 입식 가구만 들여놓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그로 인해 낮아진 층고는 오히려 휴식을 방해할 뿐, 한복에 검은 구두를 신은 것처럼 잘 어울리지도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또한 그는 회사에 다닐 때 잦은 출장으로 수 백 군데의 숙소를 경험했다. 그 경험으로 스테이가 가져야 할 핵심 기능을 정의했다. 그것은 다음과 같다. 공간이 넓을 필요는 없지만 각 기능에 따른 동선은 심플 할수록 좋다. 침대는 최대한 널찍해야 하고 누웠을 때 허리가 푹 꺼지지 않고 단단하되 몸에 닿는 부분들은 부드러운 촉감을 지녀야 한다. 침구는 깨끗하고 촉감이 좋으면서 아무 냄새가 안 나야 한다. 침대에 누웠을 때 TV보다는 바깥 경치가 잘 보이는 편이 좋다. 당연하겠지만 욕조는 깊고 넓을수록 좋다. 화장실과 세면대, 샤워실을 각각 분리되어 있는 것이 사용하기에 편리하다. 거실 의자는 안락해야 하며 좋은 오디오가 있으면 금상첨화다. 설계 당시 주문한 가장 핵심적인 것은 ‘고택'이라는 키워드와 그것에 어울리는 고재의 어둡고 검은 톤이었다.#
SPACE

형식을 따르지 않는 자유로움

한옥에세이 서촌은 대문이 있는 마당을 ㄱ 자 건물이 끼고 있는 정남향 구조다. ㄱ 자 건물의 코너 부분에 화장실, 세면실 및 샤워실을 각각 따로 구분하여 위치했고, 동향채에는 주 출입구, 라운지와 난로를,  남향채에는 침실, 욕조 및 마루를 놓았다. 완벽한 릴랙스를 위해 불(난로)은 동향채에 물(욕조)은 남향채에 각각 배치했다.

주 출입구이자 라운지 공간인 동향채에는 친환경 에탄올 연료를 사용하는 난로가 있어, 사계절 내내 불꽃의 일렁임을, 느슨한 불멍의 경험을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 마당과 계절의 변화를 바라볼 수 있는 안락의자와 하이엔드 오디오 시스템, 직접 내려 마실 수 있는 커피와 드립 세트, 작은 싱크가 마련돼 있다. 높은 층고 덕분에 개방감이 든다. 호텔 라운지처럼 처음으로 게스트를 반기는, 한옥이지만 신발을 신고 들어설 수 있는 특별한 환대의 공간이다. 게다가 외부의 쪽마루가 내부까지 들어와 있어 긴 의자 역할도 한다. 신발을 편리하게 벗고 신을 수 있는 데다가 라운지와 침실 공간도 자연스럽게 분리해 준다. 캄캄한 밤에도 라운지 유리문 너머로 마당이 아른거려 아련한 정취를 한껏 뿜어낸다.

침실이자 거실 역할을 하는 남향채에는 마당을 보고 둘이서 나란히 앉을 수 있는 아담한 소파와 슈퍼 킹사이즈의 침대, 깊고 넓은 욕조, 차와 다기 세트, 룸 웨어가 마련돼 있다. 마당을 향해 있는 두세 명이 몸을 푹 담가도 여유 있을 만큼의 커다란 욕조는 마당이 잘 내다보이는 대청마루의 통창 바로 옆에 있다. 동절기에는 온수욕을, 하절기에는 냉수욕이 가능하다. 마당을 향한 통창을 밀어 열면 동절기에도 노천욕을 즐길 수 있다.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침대 옆벽에서 찾을 수 있는 데 바로 복원한 담장의 일부를 가득 담은 작은 창이다. 어둡고 차분한 실내 분위기에 환기가 되는 작품이 되어준다. 욕조와 침실 통창에 설치된 커튼은 명주와 삼베를 섞어 만든 추포 원단으로 만들어져 명주의 부드러움과 삼베의 거친 느낌이 조화롭고, 얇아서 뒤가 잘 비친다. 따라서 밖에서는 안을 잘 들여다보기 어렵고, 실내에서는 밖을 볼 수 있어 답답하지 않다. 사용하지 않을 때 올려두면 물결 모양으로 층이 져 기와의 물결 모양과도 잘 어울린다. 깊은 잠을 위한 밤에는 두툼한 암막 블라인드를 내릴 수도 있다.

호스트는 물과 불을 매개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릴랙스의 공간을 의도했는데 이에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음악이 바로 재즈였다. 공간의 결에 맞게 설치한 라운지의 하이엔드 오디오 시스템은 재즈의 디테일 한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게 한다. 사실 음악을 잘 듣기 위해 중요한 건 노이즈 레벨인데 동네 주변에 자동차가 고속으로 다니는 큰 도로가 없기 때문에 실내가 굉장히 조용하다. 창문을 모두 닫고 환풍기와 전등을 전부 끄고 가만히 앉아 있으면 너무 조용해서 약간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끝으로 공간을 말하는 데 있어서 새롭게 복원한 한식 담장과 마당을 빼놓을 수 없다. 한식 담장으로 복원한 담장은 마당의 배경이다. 작은 마당이지만 ㄱ 자 건물 구조 덕분에 실내 어디서든 마당이 잘 보인다. 담장의 와편 사이사이에는 호스트가 고재상에서 직접 구한 수막새가 장식되어 지루함이 전혀 없다. 캔버스인 담장과 마당의 조경은 한 폭의 그림으로 한옥에세이 서촌을 완성한다.
INTERVIEW

한옥에세이 서촌 호스트 정석원 이사와의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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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ok Essay Seochon
한옥에세이 서촌 라는 이름이 문학적으로 다가옵니다. 그 이름을 붙인 이유를 말씀해 주세요.
에세이는 시도하다는 뜻의 프랑스어에서 나온 말이라고 합니다. 글을 쓰는 에세이에서의 핵심은 형식을 따르지 않는 자유로움에 있는데 한옥에세이 서촌은 한옥을 주제로 하지만 한옥이라는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오늘 우리들에게 잘 맞는 휴식의 공간으로 자유롭게 해석해보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서 한옥에세이 서촌이라는 이름을 쓰게 되었습니다.
어떤 테마와 콘셉트를 지닌 공간인가요?
보통 스테이라고 하면 어떤 특별한 경험과 액티비티 등을 정하고 손님들이 잘 즐기다 갈 수 있도록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옥에세이 서촌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도록 기획했습니다. 격하게 멍 때릴 수 있는 곳입니다. 아무것에도 집중하지 않고 멍하게 있으면 오히려 창의성과 상상력을 담당하는 두뇌의 일정 부분이 활성화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한옥에세이 서촌에 오신 분들은 편안하게 가만히 몸을 쉬면서 자연스럽게 변해가는 해와 달, 바람의 변화들을 느끼다 보면 마음도 함께 굉장히 편해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공간별 설명 부탁드립니다. 가장 애착이 가는 공간이나 심혈을 기울인 디테일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한옥에세이 서촌은 대문이 있는 마당을 ㄱ 자 건물이 끼고 있는 정남향 구조입니다. 남향채는 예전 대청마루와 방이 있었고 동향채는 부엌과 건넛방이 있었습니다. 한옥에세이 서촌은 ㄱ 자 건물의 코너 부분에 화장실, 세면실 및 샤워실을 각각 따로 구분해서 위치시킨 후 동향채를 주 출입구와 라운지로 사용하고 남향채를 침실과 욕조 및 마루로 구현하였습니다.
한옥은 주요 구조부가 목재로 되어있고, 한식기와를 사용한 건축물 중 전통미를 간직하고 있는 건축물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저는 한식 담장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수선하기 전 이 건물은 한옥의 뼈대는 가지고 있었지만 수십 년 동안 거주자의 편의에 의해서 다양하게 개조되었습니다. 마당도 사라졌고, 건물의 담벼락도 빨간 벽돌담으로 변해있었죠. 마당과 한옥 대문을 다시 살리기 위해서는 한식 담장을 새롭게 복원해야만 했습니다.
한옥에세이 서촌의 한식 담장은 두 가지 고려점이 있었습니다. 먼저 골목에서 바라다 보이는 외부 경관 측면에서의 연결성입니다. 왼쪽에 바로 면해 있는 집이 매우 잘 수선된 한옥이었기 때문에 그 집의 한옥 담장과 심리스하게 잘 어울릴 수 있도록 구상해야 했습니다. 우선 담장의 높이를 똑같이 맞추고 담장의 와편 장식을 동일한 간격으로 이어서 시각적인 연결성을 찾고자 했습니다.
두 번째로는 내부 경관, 즉 마당의 배경으로서의 한식 담장입니다. 한옥에세이 서촌의 마당은 작지만 ㄱ 자 건물 구조 덕분에 실내 어디서든 마당이 잘 보이도록 되어있습니다. 마당의 경관에 있어서 그 배경이 되는 한식 담장은 지루하지 않도록 와편 사이사이에 고재상에서 구해 온 수막새를 장식하였습니다. 마찬가지로 기단이 되는 석재는 주로 동일한 정사각형 모양의 사괴석을 쌓고 줄눈으로 마무리하는데, 많이 사용하는 기법이라 친숙하지만 자칫 지루함이 있을 수 있어 다른 기법을 사용하였습니다. 크기가 서로 다른 석재를 줄눈 없이 쌓아올리는 기법으로 자세히 보면 각 돌의 어깨를 서로가 물고 있는 듯 보여 더 견고한 ‘어깨걸이'기법이라고도 합니다. 이 기법을 알고 계신 석공분을 아주 어렵게 오랫동안 수소문해서 모실 수 있었습니다.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이 분이 작업 중에 혼잣말을 하시더군요. 한옥의 완성은 담장이다.
한식 담장이 캔버스가 된다면 마당의 조경은 한 폭의 그림처럼 만들어져야 하는데요. 우리나라의 정자에 대해 연구한 지인이 있는데 그분이 직접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본 나무 중에 한옥 담장과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이 배롱나무였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목 백일홍이라고도 불리는데, 한여름에 붉은 꽃이 백일동안 피어난다고 해서 백일홍이라고 합니다. 보통 한식 담장은 그레이와 화이트, 블랙 등 단색 계열이 대부분인데, 그 주변에 붉은색의 꽃과 초록 잎새의 조화가 너무나 아름답다고 하시더라고요.
문제는 배롱나무가 우리나라 남쪽 지방의 수목이라 서울에서는 흔치 않은 것이었습니다. 조경을 담당해 주신 듀송플레이스 분들께 배롱나무(목 백일홍)를 구해달라 했고. 어렵게 구한 배롱나무 한 그루를 처음부터 원래 그곳에 있던 것처럼 잘 심어주셨습니다. 이와 함께 몇 종류의 식물들도 함께 심어주셨는데 아주 마음에 듭니다. 이번 여름, 어떻게 꽃을 피워낼지 너무너무 기대가 됩니다.
정식 오픈 전 시험 가동 당시 지인분께서 잠시 구경 오셨을 때 마당의 담장을 가리키며 “저 담장은 원래부터 있던 것인가요?”라고 물었을 때 기분이 아주 뿌듯했습니다.
룸 안으로 끌어들인 욕조와 라운지 공간의 난로가 무척 인상적입니다. 물과 불의 아이디어를 어떻게 떠올리셨는지 궁금합니다. 또한 흘러나오는 음악 장르가 재즈인 이유도 함께 설명해 주세요.
서촌에도 성수기와 비수기가 있더라고요. 주변 상인분들이 공통적으로 여름과 겨울이 상대적인 비수기라고 하셨습니다. 도심에 가까운 서촌은 산책을 겸해서 경복궁과 그 주변을 거닐며 오가는 손님들이 많은데, 여름은 너무 더워 오히려 휴양지로 놀러 나가는 경우가 많고, 겨울은 걸어 다니기에는 너무 춥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수기라고 하더라고요. 이를 적극적으로 극복하고자 아이디어를 낸 것이 여름에는 물, 겨울에는 불입니다.
두 세명이 몸을 푹 담가도 여유 있는 커다란 욕조는 일반 가정집에는 거의 없습니다. 마당이 잘 내다보이는 대청마루의 통창 바로 옆에 두면 새로운 경험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마찬가지로 추운 겨울, 난로의 온기를 느끼며 가만히 불꽃을 쳐다보고 있을 때, 느슨한 불멍의 경험을 라운지에서 느끼실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모두 물과 불을 매개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릴랙스가 포인트인데요. 이때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음악이 재즈였습니다. 하이엔드 오디오시스템을 통해 들으면 재즈의 디테일한 맛이 느껴지실 겁니다. 사실 음악을 잘 듣기 위해서 하이엔드 오디오시스템보다 더 중요한 것이 노이즈 레벨입니다. 음악기기 관련 IT 회사에 오랫동안 근무했기 때문에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옥은 목구조이기 때문에 차음에 상당히 취약합니다. 밖의 소리가 잘 들리고 실내에서 음악을 크게 틀어놓으면 옆집에 아주 잘 전달이 되죠. 공사를 진행할 때 천장과 벽의 차음 성능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방음이 잘 되는 통창을 사용하였고요. 결과적으로 웬만한 녹음실의 노이즈 레벨인 25dB 수준까지 낮출 수 있었습니다. 동네 주변에 자동차가 고속으로 다니는 큰 도로가 없었기 때문에 조금만 신경 쓰면 굉장히 조용한 실내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었죠. 창문을 모두 닫고 환풍기와 전등을 전부 끄고 가만히 앉아있어 보면 너무 조용해서 약간 비현실적으로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 저는 가끔씩 이 상태에서 그냥 마당을 바라보며 가만히 있는 것을 즐깁니다.
한옥에세이 서촌을 온전하게 누릴 수 있는 팁 또는 안내 부탁드립니다.
저는 가끔씩 이곳에 오면 조명과 환풍기까지 모두 끄고 라운지체어에 앉아 마당을 바라보며 계절과 빛의 변화를 느끼고는 합니다. 너무도 조용하고 편안해서 완전히 다른 세계로 온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사실 걸어서 10분이면 지하철 경복궁역에 도착할 수 있는 서울 한가운데라는 것도 심리적인 부담이 훨씬 덜합니다. 일상으로의 복귀가 순식간에 이루어질 수 있는 거리니까요.
게스트들이 한옥에세이 서촌에서 '이것'만큼은 꼭 담아 가길 바란다면?
평소에 바쁘게 살면서 휴대폰은 매시간 새로고침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의 내면을 깊게 쳐다보면서 새로고침 하는 경험은 많이 없을 것입니다. 남을 위한 환대에 익숙한 자신에게 본인 스스로를 위한 환대의 공간을 선물해 보시기를 추천해 드립니다. 서울시 지도의 한 가운데, 경복궁 바로 옆 서촌의 한 골목입니다. 한옥에세이 서촌.
한옥에세이 서촌의 향후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특별한 계획은 없습니다. 단지 처음 오픈한 날과 똑같은 상태, 즉 매일매일 최고의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계획입니다. 최고의 컨디션을 가능한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이죠.

스테이가 추천하는
주변 레스토랑

스페인식당 레에스티우

스페인어로 여름을 뜻하는 이름의 스페인 식당. 제철 재료로 만드는 타파스 메뉴와 발렌시아식 빠에야, 최상급의 하몬을 맛볼 수 있는 서촌 맛집 중에 맛집. 시즌별로 메뉴를 재구성하는 정성과 세심함이 요리마다 가득 담겨있다.

히타토제면소

직접 만든 깔끔한 육수와 자가제면한 생면의 쫄깃함이 일품인 우동 맛집. 기본 우동인 뜨끈한 지도리 우동과 냉육수에 적셔먹는 자루우동에 간장 계란 또는 우엉 튀김을 추가하시길 추천한다. 계절마다 등장하는 한정 메뉴 역시 훌륭하다.

함박식당

진득하고 건강한 함박 스테이크를 만날 수 있는 행운. 말을 잃게 만드는 매일 아침 반죽한 신선한 패티로 만드는 점심 메뉴, 함박 스테이크를 추천한다.

세이지핀치

서촌의 아침을 여는 소박한 토스트바로 아침 9시부터 문을 연다. 따뜻한 커피 한 잔에 토스트만으로 든든한 조식이 된다.

스테이가 추천하는
주변 카페

쎄이썸띵

한옥의 기존 틀을 살려 만든 오후 햇살이 좋은 카페. 호주에서 날아온 스페셜 차이 티와 직접 구우시는 티라미슈를 드려보시길.

STAY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자신의 내면을 새로 고침

번잡한 서울, 분명 도시 속이다. 경복궁의 서쪽 동네에 도착해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을 거닐어 이곳으로 걸어오는 동안 걸음에 따라 점차 도시의 소음과는 멀어진다. 과거와 지금이 어깨를 기댄, 역사의 흔적 사이를 걷는 동안 높은 건물이 없어 쏟아지는 햇살로 자연으로 샤워를 한다. 도착한 이곳은 옆집과 비슷한 담장을 두르고 듬직한 한식 대문을 갖고 있다. 묵직한 문을 열고 아담한 마당에 놓인 디딤 석을 차례로 밟으면 적당한 볼륨의 재즈 라디오를 튼 환대의 공간, 라운지에 도착하게 된다. 신발을 벗지 않고 한옥에 들어선다. 어둡고 중후한 색감의 공간은 신성한 분위기마저 감돈다. 안락한 의자에 그대로 앉아 마당의 하늘과 길게 난 쪽마루를 본다. 무엇을 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공간에 놓인 것들을 원하는 대로 누리기만 하면 된다. 해가 위치를 달리하면 라운지 벽 위쪽에 가로로 길게 난 유리창을 통해 해가 들어온다. 은은한 조도에 머물다가 깊고 넓은 욕조로 발길을 옮겨 물을 받는다. 낙차로 인한 물소리가 마치 깊은 산속 계곡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몇 분마다 새로 고침하는 핸드폰을 그만 내려놓고, 나의 내면을 새로 고침할 수 있는 시간. 특별하고 유난스럽게 무엇을 하지 않고, 말 그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도 가능해진다.

4 POINT OF VIEW

ORIGINALITY

진정한 쉼의 공간

편안하게 잘 정돈되어 있는 차분한 톤의 공간. 어느 누구의 방해도 없이 푹 쉬면서 멍을 즐기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따뜻한 불의 움직임과 물빛 속에서의 진정한 쉼이다. 진정성을 가슴에 품고 온전한 휴식을 가질 수 있는, 스스로에게 선사할 수 있는 그 어떤 것보다 값진 선물이다.

DESIGN

시대와 시대의 어깨를 걸어

한옥의 좌식 구조를 입식으로 바꾼 덕분에 불편함을 감수하며 낭만이라 여겨야 하는 조금의 껄끄러움도 이곳엔 남아 있지 않다. 마당부터 실내 라운지까지 길게 낸 쪽마루가 동향채와 남향채의 일체를 이루고, 어두운 분위기의 실내는 낮에도 밤에도 바깥을 바라보게 해 공간이 보다 시원하게 확장된다. 고택의 무드와 현대 생활의 구조가 사이좋게 얽혀 보기에도 쓰기에도 아름답고도 편리하다.

Hospitality

가만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서

도시의 소음과 빛으로부터 잠시 탈출한 기분이다. 잃어버린 일상 한 조각을 찾는 방법은 복잡한 일상으로부터 한 발 떨어지는 것. 마당 나무 한 그루에 귀를 기대고, 고개를 들면 두 눈 가득 담기는 하늘에 마음을 기댄다. 가만히,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 비워지고 차오른다.

PRICE

도심 속 고립의 시간

나만의 에세이, 그 첫 페이지를 쓴 듯하다. 타인의 언어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언어를 찾은 기분이랄까. 공간 속에 차분하게 마련된 불과 물, 풍경을 바라보니 평온과 자유로움이 절로 찾아든다. 일상으로부터 한 발짝 벗어났을 뿐인데 스스로에게 집중하게 되는 귀하고 귀한 도심 속 고립의 시간. 무엇과도 비견할 수 없는 값진 시간.

스테이명
한옥에세이 서촌

숙소타입
한옥

연락처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필운대로3길 12

인원 / 객실수
2~2명 / 1객실

가격대
₩380,000 ~ ₩430,000

체크인 / 아웃
16:00 / 11:00

편의시설
반신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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