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머무르는 시선 끝에서도 여행은 시작된다. 오랜 시간을 견뎌 마침내 어떠한 격을 갖추게 된 작품을 들여다보고, 내가 살아보지 못한 시공간의 흔적을 가늠하며, 그 신비롭고 오묘한 감각 가운데 가만히 머물러보는 일. 우리가 박물관을 사랑하는 이유는 아마도 이처럼 머무는 시선마다 여행이 시작되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를 마주하고 그 안을 탐험한다. 원초적인 기쁨이다. ‘박물’하고 ‘사유’하며 내 삶의 경계를 확장한다.
강릉의 조용하고 고즈넉한 동네, 홍제동의 작은 언덕에 자리한 스테이 고현은 머무는 이들에게 박물의 기쁨과 사유의 보람을 알려준다. 현대와 전통의 미감을 조화롭게 갖춘 공간은 머무는 시간에 깊이를 더하는 다양한 공예 작품과 유물을 품고 있다. 5-6세기 신라에서 사용하던 굽다리 접시나 가야의 것으로 추정되는 그릇받침 등. 현대 한옥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유물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디에서도 쉬이 느껴보지 못했던 감각이 밀려든다. 과거에서 현대로, 현대에서 과거로 이어지는 시간선이 고현이라는 공간에서 기묘하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얽혀 있다.
공간은 물리적 형태로만 완성되지 않는다. 공간을 만드는 이의 마음가짐과 의지, 터가 품은 기운과 그곳에 깃든 역사 같은 것들이 복합적으로 엮여 공간의 겉과 속을 채우는데, 고현은 이 특별한 시간선의 공간을 숙박객들이 실제 삶처럼 경험하도록 콘텐츠를 기획해 진정성이 느껴진다. 고현의 호스트는 저널리스트로 십수 년 활동한 경력을 살려 공간과 콘텐츠를 완성도 높게 결합했다. 공간의 이야기를 이해하며 좇을 수 있도록 작품집을 닮은 매뉴얼을 기획하고, 강릉 주민의 시선으로 지역의 인문학 요소와 추천 장소를 소개하는 로컬 지도를 제작했다.
그래서일까, 마치 고현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잘 짜인 책과 같다. 고서의 거칠고 두툴한 종이와 현대의 매끈하고 세련된 종이가 그라데이션으로 엮인 책. 매 장면이 이색적이고 흥미로우나, 동시에 무척 평온하고 차분하다.
people고현한 시간으로 경험하는 일상적인 비일상
스테이 고현은 호스트의 삶과 경험,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마주한 인연이 조화롭게 맞물려 탄생했다. 고현을 운영하는 이혜나 호스트는 어릴 적 한옥에서 머물렀던 경험이 있었는데, 강릉을 삶의 터전으로 삼는 과정에서 그 정취 있던 공간에 대한 추억을 떠올렸다. 운치 있게 내려오는 처마와 뛰어놀기 좋았던 마루, 그리고 아담한 중정에 동그랗게 놓인 향나무와 구석을 담담하게 지키던 석등 같은 것들. 이러한 향수를 바탕으로, 이혜나 호스트는 강릉시의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객원 기자로서 10년 동안 다양한 인터뷰이를 만나며 자신만의 스테이를 천천히 그려나갔다. 구옥을 고쳐 카페나 상점으로 운영 중인 인터뷰이의 공간을 취재하면서 경험하다 보니 용기가 생기기 시작한 것. 이는 코로나로 지역 간 이동조차 자유롭지 못했던 시기, ‘편안하게 머무를 수 있는 나만의 공간’에 대한 니즈와도 접점이 있었다.
이전에 패션지 기자로 활동해왔던 이혜나 호스트는 빠르게 변화하는 패션 트렌드에서 회의감을 느껴 삶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들어줄 무언가를 골몰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스테이 기획을 시작하며 다다른 것은 손으로 직접 빚어 완성한 수공예품과 오랜 시간의 결을 지니고 있는 역사적 유물들. 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큰 의미와 가치를 가진다는 점에 큰 깨달음을 얻었다. 특히 누군가 아끼고 소중하게 다루어, 지금까지 그 형태를 유지해왔다는 점 자체에 위안을 얻었다고. 호스트는 이와 같은 영감을 바탕으로 공간을 그려가며, 취재원으로 만났지만 가족보다 더 자주 만나는 지인의 도움과 격려로 구옥을 매입하고 수리해 지금의 ‘고현’을 완성하기에 이르렀다.
location풍요로운 인문학 콘텐츠를 품은 강릉, 홍제동
최근 강릉은 다양한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매력적인 지역으로 거듭나고 있다. 특히 이혜나 호스트는 이 지역에서의 삶을 꿈꾸게 만들었던, 강릉만의 다채로운 매력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산과 바다, 호수, 계곡 등 다양한 자연환경뿐 아니라 인문학적 콘텐츠 역시 풍부한 지역이라고. 율곡, 신사임당, 김시습, 허균, 허난설헌 등의 위인에 얽힌 이야기, 단오제, 문화재야행, 커피축제, 정동진 독립영화제 등 계절마다 여러 문화 요소를 기반으로 행사가 열리는 아름다운 도시다.
그중 스테이 고현이 자리한 홍제동은 다양한 맛집과 카페가 이어진 거리까지 걸어서 이동 가능하면서도, 중심가와는 다른 한적하고 정겨운 분위기를 간직해 무척 매력적이다. 숙소 주변에는 남대천을 중심으로 강릉 시내가 형성되어 있는데 대도호부관아, 칠사당 등의 문화 유적과 서부시장, 중앙시장이 가까워 강릉에서 열리는 행사를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다. 특히 고현은 비교적 언덕에 위치해 있어 단오 불꽃놀이, 문화재 야행 드론쇼를 마당에서 감상할 수 있는 명당이기도 하다.
수십 년간 홍제동 골목을 지켜온 한옥. 고즈넉하고 운치 있는 외관이 인상적이었으나 막상 철거 후 내부를 확인하니 단순한 수리만으로는 거주할 수 없는 상태임이 밝혀졌다. 더욱이 이곳이 부동산 가치가 없는 맹지였기에 이후 매매는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으로, 노후에 실제 거주할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기초 공사를 꼼꼼히 진행했다. 내 집을 짓는다는 마음으로. 오랜 시간 방치된 한옥은 수많은 수선이 필요했는데, 서까래와 기둥, 보 등 목재 등 기본 구조물은 최대한 유지하고 배관부터 단열, 창호까지 보이지 않는 곳을 다듬어 신축에 가까울 정도의 대공사가 시작됐다.
고현의 바탕이 된 한옥은 좁은 골목에 자리해 시공 차량이 진입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었다. 석재와 목재 등을 실어 나르는 기본적인 과정조차 쉽지 않은 상황. 길어지는 공기에 최대한 빠르게 마무리하는 방향을 선택할 수도 있었으나 이혜나 호스트는 굳건했다. 2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한옥을 꾸준히 가다듬은 것이다. 기존 목재 구조는 세월의 흔적에 되살리기 힘든 상황이었음에도 작업자가 일일이 샌딩하는 방식으로 질감을 재생해냈으며, 이와 같은 내추럴한 물성과 어우러지는 스페셜 페인팅을 적용해 새로운 현대적 한옥을 완성했다. 완벽을 추구하는 호스트의 마음가짐은 마루 한 장, 작은 경첩 하나까지 디테일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이어졌다. 일반적인 국내 제품이 아니라 경첩이 없으며 일체형 도어락을 갖춘 필로브 브랜드 제품을 사용하고, 짙은 톤의 서까래와 오크 톤의 가구에 맞는 마루를 찾기 위해 수차례 테스트를 거듭했다.
이혜나 호스트는 건축 인테리어 스튜디오 디자인투톤에게 설계를 의뢰했다. 5년 전, 고감도의 병원 인테리어를 진행한 이력이 있어 온전히 믿고 맡길 수 있는 디자인 스튜디오였다. 특히 지역과 공간 특성에 따라 다채로운 이미지를 전개하면서도, 디자인투톤만의 분명한 정체성을 담은 디자인을 선보이는 점이 호스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기획에 중요한 콘셉트 중 하나는 전통과 현대 요소를 조화롭게 조율하는 것.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한옥이 아닌, 현대적인 멋이 깃들어 편안하면서도 창의적인 아름다움이 있는 공간을 구현하고자 했다. 고현의 큰 핵심이 되는 수공예 작품과 유물의 묵직하고 진중한 결을 존중하는 동시에, 가볍지 않으면서 밝고 쾌적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톤 앤 매너를 세심히 조율했다. 특히 기존 한옥 스테이는 다크한 톤이 많으며 레인체인과 같은 특정한 요소를 강조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보편적인 흐름에서 벗어나 새로운 스타일의 한옥을 선보이고 싶었다. 다양한 소재 테스트를 통해 산뜻하면서도 중성적인 톤의 오크를 표현하는 데 성공했으며, 어두운 톤의 기존 목재 구조도 최대한 보존해 여러 우드 톤이 자연스럽게 중첩되면서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게 했다.
낮은 담장 너머 아기자기한 정원이 보이는 홍제동 골목을 따라 언덕을 오르면, 담백한 인상으로 손님을 맞이하는 고현이 나타난다. 정문을 열고 들어서자 호스트가 직접 가꾼 다양한 수종으로 채워진 정원이 우리를 맞이한다. 언덕에 위치해 빛이 잘 드는 모양인지 로즈마리나 수국의 잎사귀가 싱싱하고, 한옥을 둘러싸고 있는 검은 대나무 역시 줄기가 튼튼해 보인다. 또한 한적한 낮 시간을 즐길 수 있도록 아웃도어 체어가 준비되어 있으며 난로 역시 구비돼 낭만적인 저녁을 보내기에도 좋다. 특히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정원 한쪽에 놓인 석등과 석물. 이는 호스트의 어린 시절 보고 자랐던 석등과 석물을 고현의 정원에 옮겨 온 것으로, 공간에 깊은 운치를 더하는 요소다.
내부로 들어서면 여타의 한옥보다 폭과 길이가 넓고 높이 역시 시원하게 트여 있는 공간이 드러난다. 바탕이 된 한옥 역시 규모가 큰 편이었는데, 외부 풍경과의 관계를 살리고 단열 효과를 향상하고자 공간을 한 단 높여 더욱 개방적인 분위기를 갖추게 되었다. 아름다운 골조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박공형 지붕은 수공예 마감으로 그 결이 고급스러우며 천장 일부를 적절히 막고 열어 전통과 현대적 감각이 교차한다. 특히 스페셜 페인팅으로 질감이 생생한 화이트 톤의 벽면과 산뜻한 오크 톤의 가구 마감은 인테리어의 완성도를 더욱 높이는 요소. 반듯하면서 섬려한 라인감이 인상적인 고현의 가구는 대부분 공간에 맞추어 제작한 것이다.
고현의 내부는 정원을 감상할 수 있는 탁 트인 거실과 다이닝 룸, 대나무 숲을 커튼 삼은 메인 침실, 넓은 조적식 욕조와 샤워실을 갖춘 욕실, 별도의 욕실이 있는 서브 침실로 구성된다. 최대 3인이 머무를 수 있으나 이는 호스트가 고현을 온전히 누리기 바라며 설정한 것으로, 각 영역이 큼직하게 할당되어 호텔 스위트룸에 온 것처럼 공간을 여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특히 고현은 창 계획이 세심하게 이루어져 어떤 계절에, 어떤 날씨에 방문하더라도 만족스럽다. 다이닝 룸에서는 하늘거리는 커튼 너머 네모난 통창으로 하늘을 감상하고, 거실에서는 시선을 땅 아래로 모으는 낮은 창 너머로 보이는 소나무와 함께 명상하며, 침실 머리맡과 욕실에서는 바람에 따라 하염없이 흔들리는 대나무의 움직임을 감각해본다. 빛이 비스듬히 스며드는 시간에는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다. 정원을 둘러싼 다양한 식물의 그림자가 빛을 타고 공간에 흘러들어 액자 속 작품처럼 자리하는 것이다. 고현으로 둘러싸인 풍경은 그 어떤 한옥보다 입체적이다.
안녕하세요, 이혜나 호스트님. 고현이라는 이름의 어감이 참 차분합니다. 그 의미는 무엇인가요?
고현은 ‘헤아릴 수 없이 깊고 그윽하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고어인데, 마을과 집의 오래되고 깊이 있는 정서를 담을 수 있는 단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테이를 기획하실 때 영감이 된 경험이 있다면.
외가가 5대를 이어 온 200년이 넘은 한옥이었어요. 친척집도 모두 수도권이어서 도심을 벗어날 기회가 없었는데 어린시절 청평에 있는 외가가 유일한 시골이었어요. 대청마루, 처마 끝에 달린 고드름, 잘 가꿔진 정원, 화로 등으로 이루어진 그 때의 풍경과 추억이 영감이 된 것 같아요.
공간 곳곳에 놓인 공예 작품과 유물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오브제를 수집하고 전시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어느 순간부터 시간이 갈수록 가치를 더해가는 것들이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제가 전에는 패션지 기자로 일했거든요. 그런데 패션계는 트렌드가 무척 빨라서 지난 시즌 입었던 옷을 이번 시즌에는 입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서울에서 강릉으로 이사 온 후, 옷장을 정리하는데 그렇게 쌓인 옷을 보면서 회의감을 많이 느꼈어요.
그런데 공예 작품이나 유물은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의미가 있더라고요. 예를 들어 저 뒤에 놓인 소반은 조선 시대에 만들어진 거예요. 100년 넘는 기간 동안 보존되었다는 것 자체도 흥미로운데 여기저기 수리해서 사용해온 흔적이 남아 있어요. 누군가 아끼고 소중히 다루었던 가구를 이제 내가 이어서 가지게 되었다는 점에 가치 부여를 많이 했어요.
창 너머로 보이는 정원도 아름답습니다.
원래 식물에 대해 잘 몰랐는데 고현을 준비하면서 많이 배웠어요. 정원 가꾸는 법은 잘 알지 못해도 어떻게 꾸미고 싶다 하는 목표는 분명해서 우여곡절이 많았죠. 거실 창이 낮고 긴데 딱 맞는 소나무를 찾고 싶어서 강릉에 소나무만 대를 이어 40년을 키워 오신 분을 찾아가기도 하고, 다이닝 룸의 창 앞에는 수형이 특이한 나무를 들이고 싶어서 일산까지 다녀오기도 하고. 식물 종류도 제법 다양해요. 프렌치 라벤더, 수국, 라일락, 감나무, 오죽, 배롱나무까지.
그리고 정원 한쪽에는 외가 마당에 있던 석등과 석물을 추억과 함께 옮겨왔어요. 밭에서 농작물을 따서 소꿉놀이를 했던 맷돌과 절구, 외가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보이던 정자 옆 석등.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이제 계시지 않지만, 마당에 남아 있던 추억을 고현에서 간직하고 싶었어요.
호스트님이 생각하시는 이 동네의 매력은.
홍제동은 구도심 지역이지만 알게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어요. 차가 지날 수 없는 좁은 골목이 굽이굽이 연결돼 큰 도로와 만나고, 다시 걷다 보면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신기한 곳입니다. 오래된 기와, 녹슨 철문, 깨진 아스팔트 사이로 고개를 내민 풀꽃 같은 것들의 풍경이 정겹더라고요. 또 다들 마당을 잘 가꾸셔서 담 너머 보이는 배롱나무나 매화, 산수유 등 나무들도 무척 예뻐요. 스티로폼 박스에도 식물을 가득 키우시고. 참 사랑스럽죠.
시공할 때에는 주민분들을 만나서 그런 정겨움을 많이 실감했어요. 이 집을 사고 와 보니까,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분들이 제가 누구고 어떻게 살 것인지 관심이 정말 많으신 거예요. 아파트에 살면 옆집조차 어떻게 지내는지 모르게 되잖아요. 그런데 어르신 분들이 나오셔서는 이 동네에 초등학교 때부터 살았네 하는 얘기를 오픈 마인드로 들려주시더라고요. 정말 즐거웠어요. 마당에 귀한 핑크색 목련 나무를 심으신 할아버지 이야기, 강릉 신영극장 댁의 할머니 이야기, 마을의 역사를 알게 됐죠. 이렇게 동네에 대한 애정이 생겨서 ‘골목지도’ 같은 콘텐츠도 만들게 됐고요.
‘골목지도’와 ‘고현 매뉴얼’의 퀄리티가 엄청납니다. 정성이 느껴져요.
방문해주신 분들이 좋은 것만 경험하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어요. 크게 찾아보지 않고 들어갔다가, 기대 이상의 음료 한 잔에 힐링 될 때가 있잖아요. 그런 게 오래 기억에 남는 것 같아서요. 그렇게 골목지도에는 현지인이 추천하는 특별하고 신뢰 가는 맛집과 카페를 정리했고, 매뉴얼에는 고현에 놓인 공예 작품과 유물에 대한 정보를 포함해 공간 설명을 적어 두었어요. 그리고 고현의 컨셉과 어우러지게 만들고 싶어서 민화 작가님, 그리고 전통 제본 인쇄소와도 협업했어요. 정말 옛날 지도 같죠. 매뉴얼도 정말 옛날 책을 닮았고요.
앞으로의 계획은.
관광객이 접근하기 어려운 로컬 콘텐츠를 고현을 통해 소개할 예정이에요. 지난 크리스마스에는 동네의 베이킹 스튜디오에 의뢰해서 만든 슈톨렌을 제공하기도 했고, 그 이후에는 강릉과 서울에서 활동하시는 조성규 감독님의 추천 와인과 함께 감독님 소개 카드를 만들어 드리기도 했어요. 이번 달에는 도라지 정과가 들어간 캐러멜을 발견해서 선물로 드리고 있고요. 강릉에 이런 흥미로운 가게나 문화 요소가 많은데 관광객분들은 잘 모르니까 알려드리고 싶어요. 숙박하시는 분들 반응도 정말 좋아요. 감사한 일이에요.
샌마르
임당동을 사로잡은 독창적인 피자집. 강릉의 오리지널리티를 집약한 강릉꼬막피자는 관광객에게 항상 사랑받는 메뉴이며, 스테디셀러인 마르더베스트 피자는 수제 양념 고기와 페페로니, 바질의 조화로 풍성한 풍미를 전한다.
카페 코버트
강릉 교동에 위치한 곳으로, 그 자리에서 운영되던 청수탕이라는 목욕탕에서 모티브를 얻어 참신한 디자인의 카페가 탄생했다. 디자인투톤의 손길이 닿아 공간의 감도가 높으며, 인더스트리얼 무드를 한 스푼 더한 모던한 인테리어가 시선을 끈다. 이색적인 빈티지 가구를 구경하는 재미는 덤.
고현에서의 하루는 더없이 입체적이다. 공간을 이루는 요소 하나하나 짚어보다 보면 시간이 가는 줄 모른다. 체크인부터 체크아웃까지, 고현이 보여주는 아름다운 장면을 따라 흩어진 시간 속을 탐험해보자.
4:00 pm
유구한 과거에게 인사
박물관에 들어온 듯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공간을 둘러본다. 신라시대 토기, 고려시대 청자, 조선시대 고가구가 현대적 미감을 입은 한옥과 놀라울 정도로 단단한 합을 이루고 있다. 편안하고 산뜻한 분위기이나 웅장함과 깊이가 느껴진다. 시대의 틈을 비집고 시간 여행을 떠난다.
7:00 pm
노을 한 모금, 다도 시간
고현은 동네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을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서쪽 하늘로 살며시 열린 창을 마주한 채 해가 저무는 속도에 맞추어 차를 우린다. 금속 공예 스튜디오 ‘foh’의 단아한 차 도구와 함께, 티 하우스 요산당의 브랜드 ‘일구다’의 차가 계절에 맞게 준비되어 있다.
10:00 pm
가장 현대적인 환대의 공간
독특한 컨셉으로 공간을 가득 채우면서도, 쾌적함과 편의성을 근간으로 스테이로서의 탄탄한 기본기를 갖췄다. 가장 강약 조절이 두드러지는 곳은 바로 욕실. 호텔을 연상시키는 고급스러운 뉴트럴 톤 타일 마감으로 완성된 욕실은 넉넉한 크기의 욕조와 샤워실로 구성된다. Maison Margiela와 BALMAIN으로 구성한 어메니티에서도 호스트의 세심함이 느껴진다.
12:00 pm
시간을 자유롭게 부유하는 존재가 되어
아주 먼 과거에서 오늘로 이어진 공간을 거닐고 나니, 마음에 가득했던 걱정과 미련이 사소하게 느껴진다. 오랜 시간을 굳건히 견뎌온 고현을 바라보며 용기를 얻었다. 아득하여 짐작할 수 없는 시간에 겁먹을 필요 없이 오늘을 충실히 살아내자. 시간을 자유롭게 부유하며 이 삶을 여행하자.
4 POINT OF VIEW
ORIGINALITY
가장 온전한 방식으로 역사와 함께 호흡하는 공간.
DESIGN
현대와 전통 사이에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는 한옥.
Hospitality
지역과 사람을 사랑하는 진정성 어린 마음으로.
PRICE
완벽주의적 디테일. 최상의 환대를 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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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박기훈 | WRITTEN BY 신은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