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보내는 동안 우리는 주로 한 자세를 유지한다.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모니터와 얼굴을 맞대고 업무를 보는 시간이 대부분. 그것도 삐죽빼죽 솟아난 빌딩 숲속에서. 시야를 가로막는 도시 안에서 끝이 어딘 지 누구도 모르는 높은 곳과 지금보다 다음, 미래를 향한 지금의 희생을 무의식적으로 강요받으며, 거북목으로 앞과 아래를 보며 살아가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 손에 핸드폰을 쥐고 구부정한 자세로 고개를 숙인 사람들은 매우 흔한 풍경이 되었다. 이런 시대에 가만히 앉아 시야를 가리지 않는 자연으로의 회귀를 원치 않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사람은 언제나 자신이 소유하고 있지 않은 것을, 지금이 아닌 지금의 반대편을 동경하기 마련이다. 높다란 빌딩 숲을 헤집고 탈출해 끊임없이 밀려드는 하얀 파도 소리가 들려오는, 낮은 시선으로 제주 바다를 만나는 여정은 꿈만 같은 일이다.
제주시 삼양동, 공항에 내려 동쪽으로 30분을 향하면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바다마을 다이어리'에 나올 것 같 은 낮고 아기자기한 바다마을이 나온다. 할아버지가 손수 지은 돌집을 아버지가 고쳐 사시다가 아들이 낮은 돌담 안에 품은 어릴 적의 소중한 추억과 동심을 남겨두고 익숙함과 설렘을 더해 가족이 함께하기에 매우 좋은 공간으로 되살렸다. 바닷가 바로 앞이지만 바다보다 높은 지대에 낮은 구조로 지어진 집. 둘러싼 돌담을 따라 제주 바다의 수평선이 나지막이 펼쳐지는 '낮은제주'. 이곳에서는 한 가지 자세로 하루를 보낼 일도, 구부정한 자세로 핸드폰을 바라볼 시간도 없다. 깔끔하게 정돈된 잔디 마당 가운데 가만히 누워 별을 별을 세거나 식탁에 앉아 가족들과 차를 마시며 창문 너머의 일렁이는 파도와 바다를 바라볼 시간조차 부족한 이곳. 두 팔 벌려 자연을 한 아름 껴안을 수밖에 없는 한없이 낮은 돌집, 옛 제주의 낮은 집의 형태를 따라 낮은 시선으로 아늑하게 꾸며진 이곳에서 잊지못할, 영화 같은 추억 여러 장을 만들어보자. 모든 이 들에게 특별한 선물이 될 시간을.
people
마음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곳
쉼과 힐링이 있는 제주에 살며 낮은제주를 운영하고 있는 제주댁, 호스트 김하정 대표는 여유 있는 제주를 즐길 줄 아는 사람이다. 원래 모 도시의 종합병원에서 간호사로 오랫동안 일했었다. 현재 매우 매력적인 일을 하고 있어 가끔 그때가 그리워도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호스트. 낮은제주는 원래 호스트의 시할머니께서 사시던 집으로 그녀의 남편도 오랜 기간은 아니지만 잠깐 이곳에 살았었다. 처음부터 이 집을 고쳐 스테이 할 생각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고쳐서 호스트가 살고 싶었던 곳.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 본다는 단독주택 살이를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았고, 그 기회를 쉽게 주 지도 않았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의 반대와 진심 어린 걱정이 대표 부부를 머뭇거리게 했다. 천천히 조금씩 김하정 대표는 남편을 설득했고, 그런 노력 끝에 조금씩 남편의 생각이 바뀌었다. 당장 살 수 없어도 나중에 들어가 살 수 있는 스테이 해보자!"라고. 그래서 스테이를 준비할 때부터 낮은제주를 찾아오시는 모든 분들이 마음의 여유를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공간, 내 집처럼 편안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제주공항에서 동쪽으로 30분. 제주 시내 낮은제주가 위치한 삼양 삼동은 파도와 파도가 서로 부딪쳐 가르는 곳이 라 하여 칠 벌(伐) 자와 물결 랑(浪), '벌랑'이라 불리는 마을이다. 물결이 치는 마을. 아주 조용하고 한적해 사색을 즐기기에 아무 좋은 동네다. 삼양 검은 모래해변과 이어지는 해안 길, 제주 올레길 18코스 안에 위치한 낮은제주의 바로 앞 작은 포구, 벌랑 포구에서는 몇 년 전 마을 사람들이 복원한 원담 (갯담) : <제주의 전통적인 어로 방식 으로 밀물 때 원담 안으로 들어온 물고기들이 썰물 때 빠져나가지 못하고 갇히게 된다.>과 짜릿한 손맛을 느끼기 위해 낚싯대를 드리운 한두 명의 강태공을 만날 수 있다. 용천수 (단물)가 바다로 흘러 해수욕장에서 만나는 지점 도 있는데 그곳에서는 굳이 물에 들어가지 않고 근처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시원함이 느껴진다. 삼양 삼동 마을을 한가로이 거닐다 보면 제주의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돌담 길. 제주 올레길에 드물게 남아있는 옛 돌담의 풍경도 만날 수 있다.
또 벌랑 포구의 방파제 끝에 서서 낮은제주를 바라보면 낮은제주 뒤편으로 긴 양팔을 넓게 펼친 한라산의 포근한 모습까지 함께 볼 수 있다. 봄여름 가을 계절마다 다른 제주의 귀하고 귀한 풍경을 말이다. 낮은제주의 오른 편으 로는 원당봉이라는 이름을 가진 오름이 솟아있어 바다뿐 아니라 푸르름까지도 만끽할 수 있다. 산이 등 뒤에, 눈앞 에는 바다가 펼쳐지는 곳. 사계절 내내 파도 소리가 들려오는 낮은제주. 정겨운 바다 마을 풍경 속 낮게 지어진 집 의 안팎으로 교차되는 시선 덕분에 원했던 바, 몸도 마음도 편안해진다.
MAKING STORY
두 개의 집이 온전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주안점이었다. 우선 바깥채는 키친과 다이닝 공간이 있고, 문을 열고 안쪽으로 들어서면 안락하고 편안한 쉼을 위한 침실과 욕실을 넣었다. 각각의 역할을 도드라지게 줘 머무는 동안만큼은 그 무엇으로부터의 방해도 없이 아늑한 시간이 될 수 있도록. 키친의 큰 테이블 끝에는 가로로 길게 뻗은 창을 넣어 벌랑 포구 방파제 끝에 자리한 빨간 등대와 삼양 바다, 본래 있었던 돌담, 수평으로 길게 뻗어난 다양한 프로그램이 서로의 낮은 시선이 엇갈려 구조적인 경험으로 다가서게끔 구성했다. 게다가 키친의 역할을 가졌으니 창문 밖에는 별도의 비비큐 공간을 마련해 (콘크리트로 단단하게 만든 미니멀한 야외 테이블) 빨갛 게 노을 지는 저녁 시간에 가족들과 서로의 소중함을 알아가는 즐거운 식사 자리가 되길 바랐다. 꼭 저녁 식사가 아니더라도 아침이나 오후에 차나 커피를 내려 다 같이 바다를 조망하여 한가로운 시간을 내릴 수 있길 바라는 마 음이었다. 공간의 안에서든 밖에서든 가리는 무엇하나 없이 풍요롭게 쏟아지는 햇살과 바로 앞의 바다를 만끽할 수있게고민해야만했다. 따라서바깥채와안채에여러위치에여러방향에다양한모양의창을설계하고넣었 다. 좌식으로 앉거나 혹은 몸을 숙이거나 의자에 앉거나 바닥에 누워도 다양하게 제주 바닷 마을의 풍경과 바람, 자연과 낮은제주를 누리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다.
안채는 바깥채와 달리 길게 펼친 거실과 아치형 문을 가진 2개의 침실이 욕실을 가운데 두고 마주 보게 했다. 이곳에는 현관에 신발을 벗으면서 마주할 수 있는 낮은 식물들이 제일 먼저 숙박객을 맞이하게 만들었다. 입식과 좌식을 각가 배치해 시선을 달리할 수 있는 목적성을 드러냈고, lp가 마련된 쪽에서 편히 누워서 잘 모르더라도 마련된 앨범에 접근이 쉽고, 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끔 하기 위해 좌식으로 앉거나 누울 수 있는 바닥 베드를 두었다. 좌식으로 시간을 보낼 공간이니 바닥 놀이인 공기와 화투 등을 함께 구성했다. 고개를 들고 천장을 보면 제주 돌집의 멋이라고 할 수 있는 원래 이 집이 갖고 있던 서까래를 얼기설기 늘어놓아 침대에 누워 가족들과 제주다움의 추 억을 간직하게끔 열린 지붕을 설치했다. 안채를 빙 두른 붉은 화산송이 산책길은 어디로 멀리 나서지 않아도 머무는 동안 제주의 나무와 계절의 변화를 바라볼 수 있는 의도였다. 뒷짐을 지고 가족들과 나란히 아침 산책을 누릴 수 있는 작지만 충분한 산책 코스다.
지랩 인터뷰에서 / 낮은제주, 저희가 만난 건축주 분은 아버님 세대부터 꽤 오랫동안 그곳에서 자란 분이었다. 할아버지가 직접 지은 집을 아버님이 아름아름 고치셨고, 그곳으로부터 지니고 있는 어릴 적 기억들을 하나 둘 얘기를 끄집어 내면서 낮 은 제주가 갖게 될 이미지들의 구체화하는 작업을 했다. 가장 먼저 저희에게 보인 것은 바로 바다였다. 삼양 3동이 예전에는 파도와 파도가 부딪혀 나는 소리가 들려 벌랑이라고 불렸다고 들었다.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니 파도 소리가 정말 저 멀리서부터 우리에게 날아드는 게 느껴졌다. 반짝이는 파도와 흐름으로부터 낮은제주의 브랜딩은 시작되었다. 햇볕과 마당, 파도를 모티브로 한 각각의 아이콘으로 낮은제주 브랜드에 잘 녹이는 게 관건이었다. 또한 안채와 바깥채가 각각 그 역할을 온전히 할 수 있도록 기획해야 했다.
건축주분으로부터 들은 얘기 중에 사방치기를 온 가족과 하던 추억이 이 집에 많이 남아있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한국 전통 놀이인 바닥 놀이를 프로그램으로 설정, 배치하는 것은 물론이고, 마당 한편에 사방치기를 마련해 누구의 가슴에나 남아있는 동심과 어릴 적 추억을 되살리고 싶었다. 아날로그적인 경험까지 끌어오기 위해 분필로 누구나 직접 쓸 수 있게끔 구성하기로 했다. 또한 공기놀이나 화투 등 잊히고 있는 전통 놀이도 길게 펼쳐진 안채에 서 경험하게 하는 것 역시. 끝으로 주변의 자연 경관을 어떻게 하면 공간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지 고민을 이어 가며, 안채에 다양한 창의 위치와 크기를 배치하기로 했고, 낮은제주다운 낮은 시선을 엇갈리게 배치하기 위해 바깥채 키친의 바다를 바라보는 창을 넣어 빨간 등대와 삼양의 바다, 마당을 뛰어다니고 산책하는 가족들의 행복한 모습이 어느 때고 가득 담길 수 있도록 계획했다.
SPACE
본래의 낮은 돌집에 옛 기억을 더한 집
본래 낮게 지어진 옛 제주 집에는 일상과 다른 낮은 시선으로 몸과 마음이 이완되는 편안함이 가득하다. 높은 돌담 사이 계단을 오르면 탁 트인 마당이 펼쳐지고, 나지막한 돌집 두 채가 서로 마주 보고 있다. 창 너머로 바다가 담기는 바깥채에는 최대 8명까지 함께 둘러않을 수 있는 넓은 테이블이 갖춰진 다이닝 공간과 욕실을 겸한 침실이 있 다. 맛있는 음식과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며 바다를 향해 옆으로 길게 난 창 너머로 제주의 돌담과 삼양돌의 흰 파도, 낮은 바다를 마주할 수 있다. 키친 옆으로 난 문 뒤에는 2인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침실이 있다. 붉은 화산송이가 깔린 실내 화단에서 제주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안채는 침실 두 개와 욕실, 총 세 개의 공간 이 위로 트인 긴 벽으로 연결되어 있다. 길게 펼쳐진 거실은 다 같이 둘러앉아 시간을 보내기에 좋고, 곳곳에 키보 다 낮은 높이로 나있는 크고 작은 창들은 돌담 그리고 식물의 풍경을 집 안으로 끌어들인다. 옛 돌집의 서까래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는 거실에서 책을 읽고 음악을 듣는 등 즐길 수 있는 거리들을 마련되어 있다. 둥근 아치로 이뤄진 3개의 문 너머에는 포근한 침구과 편안한 침대가 마련된 2개의 침실이, 필요한 것들로 가득 채워진 욕실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있다. 있다. 또 편리함을 고려해 블루투스 스피커로 둬 손님들이 원하는 음악을 틀 수도 있지 만 제일 처음 이곳에 도착해 낮은제주의 취향대로 선별한 lp 앨범을 듣는 그 아날로그적 경험도 매우 특별하다. 어렵지 않게 앨범마다 짧은 메모를 남겨둔 세심한 배려도 함께.
다양한 위치에 다른 형태로 뚫린 창으로부터 시간대마다 다른 얼굴과 온기의 해가 들어 공간이 한층 더 안락하다. 마당은 낮은제주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만나게 되는 공간인으로 두 채의 돌집 사이에서 제주의 하늘과 삼양의 바 다를 한 번에 느낄 수 있다. 한 편에는 모두가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사방치기가 새겨져 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잔디에 누워 가만히 햇살을 맞을 수 있다. 어른이 되고 나면 놀이를 멈추는 현대인들의 숨겨진 결핍이 채워지길 바랐다. 분필로 직접 숫자를 쓰고 마당의 돌을 주어 던지고 뛰고 돌아서며 일상에서 소홀히 했던 소중한 추억을 돌볼 수도 있을 것이다. 바비큐 공간은 바깥채 앞 낮은 돌담과 삼양의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곳에 위치해 함께 온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게 bbq 데크와 야외 테이블이 마련돼 있다. 아침에는 따스한 햇볕과 바다 바람을 맞으며 저녁에는 해 질 녘의 바다를 바라보며 고즈넉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노천탕은 제주 바다와 삼양동 마을 풍경을 품는 낮은 돌담에 둘러싸여 있다. 홀로 조용히 욕조에 기대 바닷소리를 들어도 좋고, 밤하늘 가득 담기는 별을 바라보거나 여럿이서 발을 담그고 담소를 나눠도 좋다. 따뜻하고 평온하게 여행의 피로를 풀 수 있다.
+
+
+
+
+
+
+
+
+
+
+
+
+
+
+
+
+
+
+
+
INTERVIEW
호스트 김하정님과의 인터뷰
stayfolio
Low Jeju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쉼과 힐링이 있는 제주에서 살며 낮은제주를 운영하고 있는 제주댁입니다. 가끔 너무 느리게 가 고 있는 저를 보며 도시를 그리워하기도 하지만 여유가 있는 제주를 즐길 줄 아는 여자입니다.
원래 어떤 일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원래 간호사였어요. 종합병원에서 12년 근무하고 다시 당뇨병 전문간호사로 8년 일했네요. 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가 살짝 그립네요. 몸은 힘들었어도 나름 즐거웠었거든요. 다시 돌아가라면... 글쎄요. 지금도 너무 매력적인 일을 하고 있어서 돌아가고 싶지가 않네요... 몸은 힘들지만요.
시할아버지의 고향집을 고쳐 스테이를 운영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낮은제주는 남편의 조부모님께서 사시던 집이에요. 남편도 오랜 기간은 아니지만 잠깐 살았었고요. 이 집은 처음부 터 스테이 할 생각이 있었던 건 아니에요. 제가 고쳐서 살고 싶은 집이었죠.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 본다는 단독 주택 살이를 해보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현실은 저에게 호락호락 기회를 주지는 않더군요. 많은 사람들의 반대와 걱정이 저와 남편을 머뭇거리게 하더라고요.
그래서 조금씩 남편을 설득해보자 생각했고 노력 끝에 조금씩 남편의 생각이 바뀌었어요.. 당장은 살 수 없어도 나중에 들어가 살 수 있는 스테이를 해보자!고요. 그래서 스테이를 준비할 때도 오시는 모든 분들이 마음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공간! 편안한 공간이었으면 했었고요.
삼양 3동, 이곳과 제주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삼양 3동은 제주 시내에 위치한 바닷가 동네로 아주 조용하고 한적해 사색을 즐기기 아주 좋은 곳이에요. 그리고 용천수(단물)가 바다로 흘러 해수욕장에서 만나는 지점이 있는데 여기는 물에 들어가지 않고 근처에 서있기만 해 도 시원함이 정말 최고랍니다. 바다를 보며 해안로를 따라 걸어 산책하다 보면 물고기가 튀어 오르는 장면도 볼 수 있고요. 제주 시내에 있어서 생활의 편리함도 아주 좋아요..
지랩에 설계를 맡기게 된 계기도 궁금합니다.
처음 지랩을 접한 건 눈먼 고래 기사를 보고였어요. (6년 전쯤?) 인테리어 기사를 보다 눈먼 고래 사진을 보고 나도 저런 집 갖고 싶다고 생각하며 지랩에 대해 알았죠. 추후 세월이 흐르며 지랩이 설계한 곳들을 보고 더 매력을 느 꼈구요. (조천댁, 브리드 인 제주 등) 스테이를 생각하며 여러 건축사들의 건축물들을 찾아보았지만 제주 돌집을 가 장 잘 구현한 곳은 역시 지랩이었어요. 전 현대건축도 좋지만 예스러움을 더 보존하고 싶었고 현대 생활에 불편함 이 없을 정도로 변화를 주는 정도가 좋았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지랩이 과연 저의 손을 잡아 줄까? 였어요. 다행히 도 지랩이랑 하게 되었네요.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편히 말씀해 주세요.
낮은제주를 찾아주시는 모든 분들이 행복하고 즐거운 기억만 남을 수 있도록 공간을 유지하는 게 저의 목표이자 계획이네요.
스테이가 추천하는 주변 여행지
닭머르 해안길
닭이 흙을 파헤치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해서 이름 붙여진 닭머르 해안 길. 남생이못과 마을의 낯선 경관과 함께 제주 바다의 아름다운 풍경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닭머르 팔각정 정자에서 억새와 바다의 풍경이 아름답다.
삼양 검은 모래해수욕장
반짝이는 검은 모래가 특색인 검은 모래해변 은 관광객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곳입니다. 소박하며, 물이 깨끗합니다. 이곳 모래는 신 경통과 비만에 좋다고 알려져, 매년 여름마다 뜨거운 모래를 덮고 찜질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함덕해수욕장, 서우봉
하얀 모래와 대조를 이루는 에메랄드빛 바다로 한국의 몰디브라 불리는 삼덕 해변. 한눈에 가득 차는 바다 빛을 머금고서 제주의 활기찬 밤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곳. 바로 옆 서우봉에도 올라서 함덕해수욕장과 한라산 풍경도 바라본다면 그야말로 장관.
스테이가 추천하는 주변 레스토랑
동카름
바다 앞 제주의 구옥을 고쳐 만든, 매콤한 낙지볶음이 있는 식당이다. 메뉴는 단일 메뉴인 오로지 낙지볶음만 있지만, 딱새우 된장찌개가 그냥 나온다. 신 촌포구가 딱 보이는 창가자리에서 매콤 칼칼 탱글한 낚지볶음을 먹으면 더할 나위 없다.
STAY
어린 시절 추억을 찾아서
높은 돌담 사이로 난 계단에 올라 낮은제주의 문을 열면 말끔하게 정돈된 잔디밭 앞에 서게 된다. 일상에서 벗어 나 하나 둘 셋하고 어린 시절의 추억 속으로 소환되는 기분. 바깥채 안채 사이 마당의 사방치기 놀이대에 분필로 쓰인 숫자와 '낮은제주'라는 이름 덕분이다. 어른이 되고 난 후, 우리는 노는 방법을 까먹었다. 놀이를 그만둔 지 오래다. 이곳에 머무는 동안만큼은 세속적인 생각은 내려두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담소를 나누거나 돌담 너 머의 바다를 바라보고, 사방치기 돌을 던지고 뛰며 어린 시절의 작지만 소중한 추억들을 하나 둘 캐낼 수 있다. 동 심이 피어오르는 건, 덤이다. 과거가 지금의 모습을 만들었기에 다음을 바라보며 매일을 살더라도 과거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종종 가져야만 한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어 손주가 본래의 건물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며 다듬은 낮은제주에서는 그것이 머무는 것만으로도 가능하다.
이곳에는 많은 이들의 꿈인 마당이 있고, LP로 음악을 들으며 쉴 수 있는, 길게 펼쳐진 거실을 품은 안채가 있고, 다 같이 둘러앉을 수 있는 키친 공간에 창문 가득 바다가 담기는 바깥채가 있다. 게다가 바다 위 빨간 등대와 고깃 배가 오가는 노을 지는 바다와 하늘 아래서 즐기는 비비큐까지, 눈치 보지 않고 해 먹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빨간 화산 송이가 깔린 안채 뒷편의 산책길을 거닐며 돌담 안에서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온전한 계절의 모습을 즐길 수도 있다.
4:00 pm
돌담 사이 계단으로 올라
계단 몇 개를 올랐을 뿐인데 돌담 너머로 낮고 잔잔한 제주 바다가 펼쳐진다. 이 넓은 마당이 온전히 우리의 것이라니. 짐을 내려놓고 사방치기 놀이대 위에 숫자를 적는다. 여행의 피로는 금세 사라지고 없다. 어린이가 되어 낮은제주를 맘껏 누리는 시간. 술래잡기도 해본다. 계단 몇 개 올랐을 뿐인데 일상이 아닌 다른 시공간에 들어선 게 분명하다.
7:30 pm
불어오는 바닷바람과 함께 저녁 식사
노을이 지는 시간에 맞춰 서둘러 BBQ를 준비한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갖는 행복한 저녁시간. 벌써 하늘과 바다는 서쪽의 노을빛을 입어 눈부시게 아름다운 색을 입는다. 야외에서 먹는 식사를 왜 이리 맛있는 걸까? 공기조차 맛있다. 잔잔한 파도 소리를 들으면 부서지는 노을빛 아래에서 누리는 비비큐라니.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닷바람은 상쾌하다.
10:00 pm
깊고 푸른 밤의 별빛
노천탕에 따뜻한 물을 한가득 받았다. 어느 계절 어느 때건 간에 따뜻한 물에 두 발을 담그면 아, 하루의 피로는 낮 의 햇볕에 눈 녹듯 사라지고 만다. 빛공해가 덜한 덕분에 별이 많이도 보인다. 날아드는 건 바닷바람과 파도 소리뿐이 다. 그간의 안부를 묻거나 못다 한 대화를 나누며,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일상으로 돌아갈 힘이 되어줄 추억을 만들어간다.
9:00 am
돌담을 따라 아침 산책
포근한 침구 덕분에 꿀잠을 잤다. 문을 열고 마당으로 나서서 잔디를 밟고 화산송이 길을 따라 느슨한 아침 산책을 즐긴다. 더할 나위 없이 평온한 시간. 안채의 거실에 들어서 진열된 LP 중 하나를 골라 튼다. 친절한 앨범 소개를 꼼꼼히 읽고, 음악을 들으며 이번 여행의 주제곡을 찾아본다. 낮은제주에서의 순간들을 가둘 노래 한 곡을.
11:00 am
보통의 삶으로 돌아가며
계단을 올라왔던 전날의 기억을 더듬어 계단을 내려온다. 한적하고 평화로운 벌랑 포구가 보인다. 하루의 조업을 준비하는 어부들의 모습도. 돌아서는 순간까지도 들려오는 선명한 파도 소리. 반갑게 맞이해주던 파도와 바다를 뒤로하고 다시 만날 날을 기리며 보통의 삶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4 POINT OF VIEW
ORIGINALITY
다 내어주는 바다를 낮은 시선으로
바라는 것 하나 없이 다 내어주는 바다가 있다. 그것도 낮고 낮은 시선으로. 돌담과 나란히 놓인 제주 바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이곳이 가진 매력은 충분하다. 게다가 3대를 거쳐 온 돌집이라니. 한 가족의 역사 안에서 자신의 역사를 돌아본다. 자신의 역사를 채워간다.
DESIGN
로망이 현실이 되는 공간
잔디가 깔린 마당. 많은 이들의 로망이기도 하다.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나만의 안락한 공간과 키친이 분리된 집을 갖는 것도 역시 로망 중에 하나. 밖으로 나서지 않아도 집 주변을 거닐며 나무와 꽃, 과일의 정원을 산책할 수도 있고, 서로 다른 모양과 위치에 놓인 여러 창이 바깥의 풍경을 그림처럼 끌어온다.
Hospitality
수직에서 벗어나 수평으로의 회귀
수직적인 사회, 누군가를 밟거나 무엇보다 앞서서 어딘지 모르는 높은 곳으로 향하던 일상의 발걸음은 평평하고 낮은 집과 돌담, 바다와 함께한 시간 동안 위가 아닌 옆 또는 앞과 뒤를 향하게 된다. 경쟁 사회에서 완벽하게 벗어 날 수 있는 기회를 준 건, 그 어떤 공간도 아닌 본래의 낮은 자세와 구조를 가진 할아버지의 집이었던 그곳, '낮은제주'다.
PRICE
누구와 무엇의 방해도 없이
그 무엇의 방해도, 그 누구의 방해도 없이 누리는 시간. 날아드는 인공적인 소음도 풍경도 없다. 돌담과 돌집과 바 다뿐. 뱅뱅 끊임없이 맴도는 잡다한 생각들은 파도 소리에 실어 보낸다. 불 멍처럼 물 멍으로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