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ebook_pixel
나무호텔
why

여유를 발견할 수 있는 고요 속으로

붐비는 전철과 시끌벅적한 거리, 외부와 사람들로부터 떨어져 먹먹한 고독의 시간을 누리고 싶을 때가 있다. 도시와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이나 시골의 품 안에서가 아닌 온전히 자신 안에서 내면의 얼굴과 마주하는 고독의 시간. 거부하려 해도 거부할 수 없는, 알 수 없는 다음으로 흐르는 시간과 그에 따라 아침이면 찾아드는 빛과 밤이면 내려앉는 어둠으로부터 완벽하게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디론가 떠나야만 한다. 불변의 법칙. 그 '어디'는 시공간을 초월한 사차원의 어딘가가 아니고서는 절대적으로 불가능할 것만 같다. 눈을 감아도 다음 날 아침이면 새로운 자극이 생겨나고, 잠에 들어도 일상과의 연결은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고립과 차단이라는 낭만적인 단어를 품으려는 바람은 적극적이고도 체계적으로 설계, 기획된 치밀하고도 정성스러운 공간에서만 이뤄질 수 있다.

도시 한복판, 한강으로부터 멀리 떨어지지 않은 서울 한복판에 자연에서 이름을 따온 호텔이 생겼다. 나무 호텔. 외부로 노출되는 최소한의 창과 나무와 건물 틈으로 비스듬히 끌어들인 빛. 시간과 일상의 흐름 앞에 자연의 물성을 빌어 잠시의 고립과 완벽한 차단을 이뤄낸 곳. 세상과의 교집합에서 한걸음 떨어져 나올 수 있는 여유의 공간. 여유는 있는 것이 아니라 찾는 것이다. 넉넉히 남음이 있어 느긋하고 차분하게 생각하거나 행동할 수 있는 마음의 상태는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찾아야만 한다. 외부로 향한 시선을 자신에게로 돌리면서. 그것을 발견할 수 있는 고요한 그 '어디', 나무 호텔로 떠나야만 한다.
people

삶을 이야기하는 건축가 정재헌

'집은 디자인하는 게 아니라 삶을 이야기하는 것이다.'라는 진심으로 다양한 집을 지어온 정재헌 건축가. 그는 사용자에 대한 이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하며, 설계 시작부터 완공까지 건축주와의 긴밀한 대화를 이어가며 수많은 질문과 고민을 거듭한다. 이런 과정을 짚어가며 건축가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 동안 담양 호시담, 파주 주택, 운중동 친구네 집, 디파이 사옥, 나무 호텔 등의 건축물을 천천히 땅 위에 올렸다. 나이를 먹어도 아름답게 낡을 수 있는 자연을 닮은 건축물들을. 그는 나무 호텔을 20년 동안 설계했다고 말한다. 여행을 좋아하는 그는 시설과 전망이 근사한 호텔에서 갖는 5분 정도의 즐거움 이후에는 TV를 보거나 잠을 자는 정도의 공간이 돼버리고 마는 호텔에 대해 긴긴 고민을 이어왔다. '단순히 잠만 자는 공간이 아닌 머무르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그간의 여러 작업을 거치며 20년 동안 멈추지 않은 고민. 건축가의 면면과 작업을 존중한 클라이언트의 의뢰에 반색을 표하고 나무 호텔이 들어설 사이트에 처음 방문한 그는 도시 안, 어지러운 주변 환경 안에서 으스대거나 도드라지는 건축물이 아닌 뭐든 다 내어주는 '나무' 같은 호텔이 되길 바랐고, (나무 호텔이라는 이름도 그가 선택했다) 모두가 너무 빠르게 살고 있는 지금의 시대에서 외부를 의도적으로 재설계해 눈에 보이지 않아 잊고 사는 소중한 빛과 바람, 하늘을 다시금 감각하고 조망할 수 있는 귀한 기회를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location

어수선한 도시 속 원래 있던 나무처럼

옛날부터 서울에서 강을 건너 남쪽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강폭이 넓은 나루로 주변 경치가 수려하여 문인이 즐겨 찾았다는 광나루. 1936년에 광진교가, 1976년에 천호대교가 건설되어 강북과 강남을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해 나루터로서의 기능은 완전히 상실하였으나 3번 국도와 강변도로가 지나고 있어 서울을 오가거나 외곽으로 빠지기에 여전히 교통이 좋은 지역으로 손꼽히는 도시의 경계 부분이다. 경계는 굉장히 산만한 풍경을 갖게 된다.

한강 변 안쪽 길에 자리한 나무 호텔은 그와 같은 일상적인 주변 경관을 갖고 있다. 정갈한 호텔과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상업 시설과 들쑥날쑥 박혀 있는 의미가 아닌 목적 만을 갖고 지어진 건물들, 일정하지 않은 간격으로 놓인 전봇대와 느슨하고 어지러운 전깃줄. 일상적으로 우리의 곁에 두고 있는 도시의 풍경 가운데에 나무 호텔은 자리해 있다. 몇십 년 전에 지어진 건물들과 나란히 위치한 신축 건물이지만 특이한 점이 있다. 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래된 것들 사이에 새것이지만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길에 인접한 호텔의 전면은 두터운 상체를 가진 사람의 등처럼 묵묵한 인상을 갖고 있다. 사물이든 사람이든 공간이든 간에 그 운명과 인상은 이름을 따라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나무 호텔'이라는 이름은 어지러운 도시에 나무처럼 놓여 있다. 도시에 부족한 그늘이 되고, 필요한 자재가 되고, 온기가 되고,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듯이.
MAKING STORY

정재헌 건축가는 자연의 요소를 주재료로 선호한다. 나무 호텔의 주재료는 고벽돌인데 오래되고 낡은 벽돌을 깎아 속살을 드러내 여러 가지 쌓아 올리는 방법을 사용해 단순하지만 다양한 변주의 외관을 완성했다. 재활용을 한 것이다. 산업재를 사용하면 지어진 당시에만 아름다운 모습을 갖고 있지만, 자연의 재료는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주변 풍경에 잘 녹아들고 자연스럽게 나이를 먹기 때문이다. 최근 그가 고벽돌을 선호하는 이유는 근래에 제작되는 벽돌은 고온에 구워 빈틈없이 매끈하고 단단하지만, 예전에 제작된 벽돌은 낮은 온도에서 구워 본연의 재료인 흙에 한층 더 가까운 물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두툼하게 벽을 올려도 편안하고 따뜻하다. 그는 벽돌을 '땅의 아들'이라고 말한다. 이런 자연의 주재료를 비롯한 다른 재료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귀담아들으며 공간에 맞춰 집어넣었다. 따라서 나무 호텔이라는 이름처럼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나이를 먹는, 자연을 닮아갈 외관을 완성했다. 간결하고 고요한 전면의 인상을 처음 갖고서 골목을 둘러 길게 늘인 진입 동선을 따라 후면의 입구로 닿는데 미로와 같은 구조로 로비와 엘리베이터 공간을 배치해 집의 편안함을 그대로 가져가되 동선의 변화로 인한 새로운 시각과 감각을 갖게 되었다. 저마다 다른 형태의 집으로 구성된 내부 객실은 가진 객실마다 각자의 개성을 잡아내었고 마당과도 같은 발코니를 갖고 있어 심어진 식물들과 열려 있는 하늘, 외부 벽으로부터 추상화된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폐쇄적인 공간 안에서 보호받으며 충분한 개방감을 가질 수 있는 효과가 극대화했으며, 객실이 가진 풍경들을 정성스럽게 크롭하고 절제하며 담아 늘 바라보던 풍경이 달리 보일 수 있도록 했다.

호텔 건물의 전면부는 사선 제한과 일조권 제한이 없지만 후면 북쪽은 일조권 제한으로 자연스럽게 사선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제한을 받지 않은 것처럼 볼륨을 만들어냈다. 그렇게 피라미드처럼 경사지로 만들어진 하나하나의 깎인 볼륨의 특성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후면 북쪽에 있는 객실들은 개성 있는 얼굴을 갖게 했다. 옥상 마당을 디자인하거나 입체 마당을 만드는 방식으로. 또한 일조권 제한으로 최상부의 두 플렉스(복층)는 계단을 8층까지는 올리지 못해 나온 법적인 환경이 만든 결과다. 계단의 코어가 7층 이상 올라갈 수 없어 8층의 남는 공간을 활용해 복층이 되었다. 하늘이 열릴 수 있고 풍경이 좀 더 나올 수 있고 프라이버시에 대해서 전혀 문제가 없는 장점들을 극대화한 노력이었다. 2개의 복층 객실은 위 공간은 크고 아래층은 작은 형태로 각각을 테트리스처럼 조합하고 비슷한 위치지만 다른 성격을 띤다. 하나는 계단을 일자형으로, 다른 하나는 비어있는 공간에서 상하를 연결해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서 일상과는 다른 풍경을 보게끔 했다.#
클라이언트가 건축가에게 보낸 존중과 신뢰는 건축가가 20년의 세월 동안 호텔이라는 공간의 의미와 가치, 구성 등에 대한 고민을 구현할 수 있는 대지를 만들어냈다. 한강변이지만 한강에 닿아 있는 위치가 아닌 소란스러운 주변 환경 속의 위치이기에 건축물을 올리기 위해 기댈 수 있는 요건이 거의 전무한 상태에서 스스로 서 있을 수 있는 무언가를 고민해야만 했다. 말 그대로 도전이었다. 어수선한 도로의 전면은 반듯한 단면을 가져 주변의 풍경 안에서 도드라지지 않도록 했고, 골목을 접하고 있는 후면으로 입구를 두어 의도적으로 도시로부터 서서히 멀어지면서 일상이 아닌 비일상의 공간으로 닿게 되는 여정을 설계했다.

또한 유닛 형식의 기존 호텔에서 벗어난 접근을 시작했다. 컨트롤 c - 복사 & 컨트롤 v 붙여넣기로 찍어내는 비슷한 공간의 객실 나열이 아닌 각각의 집을 입체적으로 구성하기로 했다. 여러 집이 모여 있는 하나의 호텔. 세련된 부대시설과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똑같은 표정을 한, 경험이 단절된 단조롭고 지루한 객실이 아닌 설계 가능한 조건에 따라 차별화된 객실을 만들었다. 지금 시대의 집은 내부의 공간을 확장시키기 위해 외부의 공간을 모두 내부로 만드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나무호텔의 경우 면적과 구조 등이 다르지만 대부분의 객실에 발코니를 두고 외부의 요소를 내부로 끌어들였다. 집처럼 편안한 머무름을 경험하게 하되 보이지 않지만 삶에서 가장 중요한 자연을 직접적으로 만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외부 공간에서 만나는 빛과 바람, 공기, 하늘과 도시의 풍경들을 고벽돌로 직조한 외벽으로 재배치하고 원근법을 적용해 근경, 중경, 원경으로 구성하여 익숙한 풍경을 다르게 감각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SPACE

다른 얼굴을 한 각각의 집들이 모여 있는 곳

들어서는 순간부터 다른 경험. 고요하고 단정한 전면에서 골목을 타고 돌아 들어가면 마치 깊은 숲속의 산사의 여정처럼 물을 건너 입구를 거치고 호텔 안에 들어서게 된다. 건축가가 의도적으로 길게 뽑은 여정은 일상에서 이상적인 공간으로의 전환을 이뤄낸다. 물과 돌의 정원, 시간이 흐르는 정원을 건너 좁고 긴 평화로운 골목의 로비로 들어서면 예약한 객실로 이동하기 위한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길이 복잡하지 않지만 단조롭지 않은 미로의 동선을 갖고 있다. 도시와 일상으로부터 서서히 멀어지는 움직임을 따라 만나는 공간은 일자 복도에 늘어서 있는 비슷비슷한 객실이 아닌 다른 얼굴을 가진 각각의 집들이다. 층마다 객실마다 다른 집들이 들어서 있는 호텔이라니.

여러 이름을 가진 객실을 차례대로 살펴보면 오리엔탈 박스는 여러 객실 중 테라스가 없는 객실이지만 내부 욕조를 가져 보통의 집에서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함이 있고, 기존 호텔의 스탠더드 룸에 해당되는 객실이나 그보다 크고 쾌적하다. 테라스 원은 객실 내부 침실과 욕조 공간이 열려 있는 형태이며 화장실과 샤워 공간이 분리되어 있다. 길게 손질된 나무를 반듯하게 엮은 벽이 두 공간의 문의 역할을 도맡아 전체적인 인상이 정갈하고 따뜻하다. 테라스가 딸려 있어 내외부의 연결이 자연스럽고 계절의 변화를 몸으로 느낄 수 있다. 테라스원 305호는 유일하게 테라스에 노천 욕조를 갖추고 있다.

스퀘어 룸은 최상층의 2개의 펜트하우스,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복층 객실 중 하나로 벽을 타고 사선으로 오르는 계단을 갖고 있어 여러 공간의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1층의 유리창을 밀면 곧바로 외부 공간으로 이어져 빛이 비스듬히 들고, 바람이 스민다. 작은 마당 하나 가져보는 우리의 꿈이 현실이 된다. 2층으로 오르면 포근한 침구가 마련된 침실 너머로 또 하나의 테라스가 있는데 노천 욕조까지 갖추고 있어 사계절과 어떠한 날씨에도 노천욕을 즐길 수 있다. 길게 난 외부 벽 틈으로 아련한 도시의 풍경이 보인다. 테라스에 심어진 나무들의 표정에서도 계절과 날씨를 읽을 수 있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재미까지 더해지니 집의 편안함으로 확장된 새로운 경험까지 이어진다.

더 서클은 또 다른 하나의 펜트하우스로 역시 복층형의 구조다. 아래층에 넓은 거실과 테라스가 갖춰져 있고, 저 멀리 한강 뷰가 보인다. 나무 색감의 긴 소파와 가구들이 안락함을 한층 더 자아낸다. 거실 왼편의 원통형 구조물은 2층으로 오르는 달팽이 형태의 계단을 감싸고 있는데 차단된 시선으로 계단을 오르니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2층 공간이 더 확장되어 보이는 효과를 갖는다. 펜트하우스답게 스퀘어 룸과 똑같이 2층에도 테라스 공간과 노천 욕조가 있다.
INTERVIEW

stayfolio
Namu Hotel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에 대해서 소개하는 건 항상 굉장히 쑥스러워요. 전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이면서 작업을 하는 교수 건축가, 건축학 교수이죠. 그러다 보니까 일반 설계만 하는 건축가와는 조금 달라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요.

근대화 과정에서 우리의 문화가 극단적으로 단절됐다고 봐요. 이렇게 오다 보니 우리네 삶들이 빠르고 크고 싸고 이런 것들만을 추구했잖아요. 간직할 게 없이 소모적인 것뿐이었죠. 그렇게 과거 문화와는 전혀 상관없이 양 (질이 아닌)의 사회로 가고 있는 거죠. 과거의 우리의 문화와 지금의 우리에게 맞는 것들을 연결시켜주는 브리지 역할을 하는, 우리 몸속에 DNA에 있었고 있는 것들에, 즉 스스로를 좀 더 관심 있게 알아가는 거죠. 그래서 저를 소개하라 그러면 뭐랄까요? 이러한 작업을 해온 게 아니었나 이런 생각을 해요.
처음 나무 호텔 의뢰를 받으셨을 때 어떤 생각들을 하셨나요?
제가 불만족스러운 것들 그중에 하나가 호텔이었어요. 저는 여행을 많이 다녀요. 국내 여행도 많이 하고요. 호텔이라는 그 도시의 색깔을 표현해 주는 거예요. 그 지역의 색깔을. 사실은 우린 참 안타까워요. 한국적인 색깔을 그리고 서울을 표현하는 호텔이 없는 것 같아요. 호텔이 거의 다 체인화된 호텔이에요. 어디에서나 다 똑같은, 노멀한 아파트처럼 그렇지 않아요? 런던에 가도 있고 동경에 가도 어디 가나 다 있는 거죠. 그러니까 서울에서 호텔이라면 어때야 할 건가 이런 생각을 항상 했어요.

또 한편에서는 호텔을 가봤을 때 우리나라와 외국 등의 일반 체인 호텔들을 가보면 사실은 굉장히 경치나 풍경이 좋은 데 가더라도 픽스 창으로 돼 있어서 객실에 들어서고 딱 오 분만 지나면 할 일이 없어요. 호텔이라는 건 어때요? 풍경이 좋은 데든가 아니면 시티 호텔 같은 교통이 좋은 데 두 군데 중에 하나잖아요. 풍경이 좋은데도 불구하고 저 바깥의 풍경하고 교감할 수가 없죠. 그냥 바라보는 풍경일 뿐이죠. 그게 너무 갑갑한 거죠. 저는 주로 부산에 자주 갑니다. **호텔을 참 좋아해요. 거기 풍경이 아름다워서. 근데 안타까운 건 바깥으로 나갈 수가 없어서 바닷바람을 만날 수가 없는 거죠. 그런 데서 자연환경과 동화가 돼서 같이 누릴 수 있는 공간이라면 굉장히 좋을 것 같은데 지금까지 호텔은 거의 거기 가서 잠만 자는 것, 슬리핑이라는 개념이었죠.

그래서 도심에서도 스테이 할 수 있는 장소, 머무르면서 침잠돼 있으면서 자연과 계절의 변화와 바깥 공간을 느끼고 빛을 느끼고 재료를 느낄 수 있는 어떤 그런 장소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나무 호텔이 생기게 된 건, 그런 생각은 항상 그 저는 오랫동안 해왔었어요. 호텔이 단순히 잠자는 데 말고 조금 더 확장돼서 하면 더 지내기가 좋겠다. 호텔에 가면 자유가 없어져요. 바깥의 문을 열 수도 없고 나갈 수도 없고 공기를 쐴 수도 없고. 전 주택을 하든 호텔을 하든 사무실 하든 간에 뭐든 이 시대에서 내가 선택권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어떤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삶을 담는 공간이었으면 좋겠다는 거죠. 단지 박제화된, 잠자는 곳을 넘어서서 그런 공간, 그런 호텔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이트를 처음 보셨을 때 어떠셨나요?
도전이라는 이야기했어요. 여기에는 기댈 데가 없죠. 풍경이 좋은 것도 아니고 한강 변에서 한 50 미터에서 100 미터쯤 떨어져 있고, 난잡한 건물이 강을 가로막고 있죠. 교통도 좋은 것도 아니고. 주변 환경에 기댈 데가 하나도 없죠. 이런 곳에 어떻게 호텔을 만들 것인가? 자체적으로 어떤 공간을 건축가의 힘으로 디자인으로서 새로운 장소를 만들어주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예를 들면 도시형 한옥 같은 경우, 북촌 마을 같은 경우는 어때요? 어떤 특별한 풍경 있지도 않고 전망도 안 보이지만 거기에 들어가면 계절을 오롯이 느끼고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고, 내외부가 같이 존재하잖아요. 그런 것처럼 그래도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게 있죠. 자연환경, 빛이라든가 바람이라든가 그리고 재료라든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 강력하지 않은 것들 그중에 촘촘히 알뜰하게 찾아보면 분명히 뭔가를 쓸 수 있는 게 있다는 거죠.

가끔 어머니가 집에 보면 먹을 게 하나도 없는데 어느 날 음식을 근사하게 한 상을 배고픈 아이들을 위해서 내놓잖아요. 어머니의 정성으로 상을 차려주는 거죠. 특별한 풍요로운 재료가 아니어도 항상 어머니는 마법처럼 아무것도 없는데 뭔가 사랑으로 자식들을 위해서 내놓잖아요. 그런 것처럼 건축학도 거기에 정말 없는 것들로부터 찾아내는 거죠. 없는 것도 찾아보면 굉장히 많은 것들이 존재하는 거죠. 거기에는 어디나 똑같이 있는 하늘이 있죠. 빛이 있지요. 계절이 있지요. 가장 평범한 것들로부터 시작하는 거죠. 눈에 보이지 않는 그런 재료를 가지고 도전을 한 거죠.
입구가 뒤편에 있는 게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입구가 뒤에 있는 건 두 가지 이유가 있어요. 첫 번째는 단순하게 봤을 때 지금은 아직 오픈 안 했지만 전면 같은 경우는 로비가 있기보다 근린 생활 시설을 넣으면 경제적으로 유리하겠죠. 두 번째, 도시하고 대화할 때 호텔 로비보다는 근생 건물이 훨씬 길하고 대화하는 게 유리하겠죠. 경제적인 면이라든가 도시적인 면에서. 그리고 뒤쪽으로 호텔 엔트런스를 넣으니까 먼 여정이 만들어졌어요. 몇 개의 디자인이라는 건 단순히 하나의 이유 때문에 결정되는 게 아니고 한 열 가지 이유 때문에 그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되는 거죠. 굉장히 매력적인 장소가 있는데, 차를 이렇게 타고 들어가면서 먼 여정으로, 도로변에서 차에서 내려서 바로 호텔로 들어가는 것하고 비교해 보았을 때 어떤 게 더 여유로울 것 같아요? 거의 다 상업적으로 바로 큰길에서 호텔 문을 만나게 되잖아요.

한 번 더 여유롭게 큰길에서 이렇게 골목으로 들어가서 엔트런스가 있다면 더 좋겠다. 사실 저는 호텔도 하나의 집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좋은 집은 길가보다는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가 있는 집. 좋은 집들은 예를 들면 다 그렇게 있어요. 상점들은 길가에 있는 게 훨씬 더 장사가 잘되고 유리하죠. 호텔이라는 곳에 간단히 물건을 사러 가는 게 아니잖아요. 최소한 하루를 묵으러 가는데 이렇게 돌아서 먼 여정을 통해서 집으로 들어간다, 이런 게 훨씬 품격 있지 않을까? 여유가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디자인했어요.
많은 고민과 질문으로 쌓아올리신 호텔인 것 같습니다.
호텔은 얼마 간의 기간 동안 만들어졌지만 저한테는 20년 동안 설계한 결과물이에요. 한 이 년 걸린 게 아니고 20년이 걸린 거예요. 왜 20 년 동안 설계라고 하냐면요. 실은 호텔의 이런 것들이 좀 바뀌었으면 좋겠다. 그럼 어떻게 바뀌었으면 좋을 것 같다고 20년 전부터 고민을 해왔고. 또 하나는 왜 호텔이 프로토타입이 이래야만 될까? 집처럼 편안하면 되지 않을까? 집처럼 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그러면 편안한 건 뭘까? 이런 것들을 굉장히 많이 고민했어요. 제가 했던 아치울 주택이라고 있어요. 굉장히 좁은 땅에 용적을 많이 올리는, 60 평 땅에 110평 이렇게 지어야 했는데 마스터 배드 룸이 3층에 있고, 거실과 식당, 부엌이 2층에 있어요. 굉장히 콤팩트하면서 수직적인 공간이죠. 다른 일반적인 주택은 마당이라든가 이런 것들은 평면적으로 직조해서 만들어지는데 입체화된 곳에서는 어떻게 그런 평면적인 편안함을 느끼게 만들 것인가? 그런 것들을 굉장히 많이 고민을 했어요.

그 결과물이 그대로 호텔에 들어가 있어요. 내외부와 같이 만나고 방문 너머가 바로 낭떠러지가 아닌 덱이 있고 마당이 있으니까 심리적으로 굉장히 편하죠. 그런 입체화된 마당을 만드는 것, 그런 프라이버시를 해결하고 빛을 주면서 많은 시도를 했어요. 그런 것들을 압축을 해서 각각의 다른 방들을 끼워 넣은 거죠. 그래서 스물두 세 개의 객실을 디자인한 게 아니고 스물두 세 채의 단독주택을 만들었다고 이야기 드리고 싶어요.
끝으로 호텔에 머무시는 분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나무는 사실 어마어마하게 많은 걸 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 고마움을 모르고 있죠. 나무는 굉장히 함의적이에요. 나무라는 건, 어떤 편안함, 풍요로움을 갖고 있고, 내가 나무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요. 땔감도 될 수 있고 잘 쓰면 정말 아름다운 게 나올 수 있죠.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무궁무진하죠. 나무는 공기만큼 중요한 거죠. 그런 의미에서 나무 호텔의 공간도 그렇게 쓰였으면 좋겠다. 공간 자체도 화려하지가 않아요. 그 자체에 있는 곳, 공간 그 자체로 표현하려 했어요. 공간을 쓰는 분들이 바쁜 일상 속에서 좀 속도를 늦추고 여기에서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그런 누구랑 같이 왔을 때는 그 사람하고 깊이 이야기를 나누고 속마음을 이야기할 수 있는 장소가 되면 좋을 것 같아요.

호텔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 뭘까요? 어떤 살아가는 장소가 바뀜으로써 걱정도 약간 덜어낼 수 있다는 거죠. 삶의 무게를 조금. 여행에서 가장 매력적인 게 삶의 관성을 살짝 벗어날 수 있다는 거예요. 저는 여행을 좋아하는데 그런 매력이 있더라고요. 내가 해야 할 일들을 딱 접어놓고 떠나면 거기에서는 그 상황만 생각하는 것. 그래서 나무 호텔에 오시는 분들도 그런 걱정들을 잠시 접어놓고 조금 느리게, 속도를 좀 낮추고 자유롭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런 삶도 한번 실험적으로 경험해 보시기를 바라요.

스테이가 추천하는
주변 레스토랑

주하객잔

퓨전 차이니스 레스토랑으로 계란 프라이를 얹어주는 소고기 짜장면, 진하고 얼큰한 국물의 소고기 짬뽕 등 식사 메뉴와 깐풍기, 탕수육 등 요리 메뉴까지 어느 하나 빠짐없이 맛있는 나무 호텔 스태프가 강력 추천하는 맛집으로 양까지 푸짐하다.

가온

한우 사골로 육수를 낸 곰국시와 만둣국. 깔끔하고 담백한 국물과 적당히 찰진 면과 손으로 빚은 만두가 잘 어울리며 마치 보양식을 먹은 듯 몸이 든든해진다.

버터버거

라이더들에게 잘 알려진 맛집으로 신선한 재료로 직접 만드는 패티와 쫄깃하고 부드러운 식감의 번을 기본으로 하는 수제버거 맛집. 계란 익힘 정도를 선택할 수 있는 스프라우트 버거와 더블 베이컨 치즈 버거, 기본 치즈 버거를 추천하며 다양한 종류의 맥주와 함께 즐길 수 있다.

스테이가 추천하는
주변 카페

로우키

본래 이름은 커피점빵이었고, 성수동 카페 로우키의 시작인 곳. 2010년부터 시작된 로우키는 로스팅 카페로 다양하고 섬세한 맛과 향을 가진 스페셜티 원두를 로스팅해 신선하게 제공하는 커피 맛집이다. 맛있는 드립 커피가 생각날 때 떠오르는 곳으로 한번 맛본 라테 맛을 잊지 못한 단골들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원두 정기 배송 서비스로도 만나볼 수 있다.

원위크

구례 우리밀 과 직접 제분한 앉은뱅이 통밀, 일주일 이상 키운 발효종으로 천연 발효빵을 만드는 베이커리 겸 카페로 푸짐하고 맛있는 샐러드와 각종 빵과 케이크류, 커피 등이 있어 건강한 브런치도 즐길 수 있다.

STAY

도시부터 멀어지는 이상의 공간으로

자연의 재료로 쌓아 올린 단단하고 단단한 얼굴을 처음 만나고 골목을 따라 길게 돌아 들어가면 입구를 만나게 된다. 서서히 도시로부터 멀어지는 동선이다. 입구에 다다르면 돌과 나무와 빛과 바람이 보이고 느껴진다. 다리처럼 보이는 입구 앞의 반듯하고 큼지막한 돌들을 밟고 내부로 들어서면 따뜻한 나무 벽과 마주하게 된다. 물을 건너 닿은 일상의 반대, 비일상적인 이상의 공간으로 들어섰다. 최소한의 것들로 밀도 높게 디자인된 흔적들이 보드랍게 따뜻하게 온몸과 마음을 감싼다. 바깥의 자연을 내부로 끌어들이기 위해 대부분의 객실마다 발코니가 설치되어 있어 한 줌의 마당과 볕을 갖고 싶어 하는 요즘 도시 사람들의 로망을 실현할 수 있다. 문을 열고 도시로부터 차단된 발코니로 나서면 주어진 하늘과 스치는 바람, 멀리서부터 날아드는 아련한 도시의 소리를 맞고 들을 수 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들고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들을 다시금 찾는 시간이 주어진다. 집이 주는 안정감과 스테이가 주는 특별한 경험, 그리고 건축적 가치를 인정받은 건축물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머무는 내내 집과 스테이, 건축적인 의미를 차분하게 겪을 수 있다. 촘촘하고 치밀하고 세밀하지만 오랜 시간 둘러져 나이를 먹고 단단하게 솟아나는 나무를 꼭 닮았다. 나무처럼 아낌없이 다 내어주는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것으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져 더욱 선명하고 바르게 바라볼 수 있는, 여유와 시간을 되찾을 수 있다.

4 POINT OF VIEW

ORIGINALITY

도시 안에서 도시와 멀어지는 비일상적 경험

눈에 띄지 않는 치밀하게 계산된 길을 따라 들어서는 걸음은 차분하게 온전히 머물 수 있는 준비가 된다. 전이가 일어난다. 들어서는 걸음은 일상에서 여행으로 이어지며 머무르는 동안은 숙소가 아닌 집처럼 편안하다. 건축상을 받은 건축물 안에서 보내는 집처럼 편안한 머무름. 도시 속에서 도시와 멀어지는 비일상적 경험의 시간으로 가깝고도 사소해 잊고 있었던 근경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고 감각하게 만든다.

DESIGN

멀리 가지 않고서 먼 곳에서 머물다

경희대학교 건축과 교수이자 모노 건축사사무소와 삶을 짓는 건축가 정재헌의 작품으로 2021 한국건축가협회 건축상을 받았다. 기존 호텔의 구성과 구조에서 벗어나 여러 집을 한 건물에 배치하며 대부분의 객실에 외부 공간인 발코니를 두고 빛과 바람 등의 자연을 내부로 끌어들였다. 속도를 늦추지 못하는 현대인들에게 멀리 가지 않아도 먼 곳에서 머무는 듯한 경험을 세밀하게 디자인하였고, 일상적인 집의 안락함을 토대로 비일상적인 경험을 일깨우는 추상화된 자연을 만날 수 있다.

Hospitality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

바쁜 도시의 속도 안에서 무엇을 위해 매일을 보내는지 생각할 여유는 사치와도 같다. 일부러 찾으려고 애써야만 찾을 수 있는 여유를 위해 흙으로 쌓은 나무를 닮은 공간 안에서 잠시 멈춰 있음으로 이는 불안함은 어느새 사라지고 엄마의 품에 안긴 듯 고요하고 차분해진다. 언제든 바깥공기를 맡을 수 있는 마당과도 같은 발코니에서 멀리 보이는 도시의 풍경은 자신으로부터 떨어져 마주하는 자신의 모습 같다. 이 시간이 반드시 필요했다는 걸 재차 깨닫게 된다.

PRICE

시간의 흐름, 계절을 바라보며

밀폐된 방들이 긴 복도를 따라 줄지어 놓인 기존의 호텔이 아닌 여러 형태의 집이 모여 있는 공간을 경험할 수 있는 나무 호텔은 어디 먼 곳에 아닌 서울 도시 한복판에 있다. 어지러운 골목길 안에 원래 자리하고 있었던 듬직한 나무처럼 우뚝 서서 머무름의 편안함과 새로운 경험을 전하는 그곳에서는 시간의 흐름, 계절을 바라볼 수 있다. 돌과 나무와 빛과 바람, 그리고 도시의 풍경을.

스테이명
나무호텔

숙소타입
호텔

연락처

주소
서울특별시 광진구 아차산로76가길 12 (광장동)

인원 / 객실수
2~2명 / 3객실

가격대
₩240,000 ~ ₩360,000

체크인 / 아웃
15:00 / 11:30

편의시설
빔프로젝터 또는 TV, 반신욕

PHOTO BY 박기훈 | arcfactory.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