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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온고지신의 자세에서 서울의 미래를 찾다.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는 시대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성장의 신화는 멈췄고 저성장, 저소비 시대에 따라 청년과 노인의 실업률은 높아져 갔다. 고령화, 저출산의 인구 변화 안에서 소유에 대한 집착보다는 가진 것을 공유하려 노력하고 있고 IT 기술의 발전으로 세계가 하나의 경제질서로 재편되어가고 있다. 일명 뉴 노멀(new normal) 시대 안에서 서울이란 도시 역시 패러다임의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장밋빛 미래를 보여주었던 뉴타운, 재개발 계획은 해제되고 북촌, 서촌 등 오래된 동네에 대한 관심뿐 아니라 도시개발에서 재생에 대한 관점을 논하고 있다.

저성장의 긴 터널을 지나야 하는 서울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뉴 노멀 시대에 new seoul의 비전은 역사와 문화에 대한 존중과 옛 것에서 새로운 것을 찾는 온고지신의 자세에서 시작된다. 최근 서울 안에 색깔있는 동네의 변화들, 이를테면 연남동의 동진시장, 경리단길의 장진우거리, 성수동 공장지대의 변화는 옛 것 안에 새로움을 더하는 젊은이들의 열정, 옛 동네가 갖는 물리적 환경과 새로운 컨텐츠가 만났을 때에 생기는 힘에 의한 것임을 엿볼 수 있다. 스마트폰을 들고 서울을 찾는 개별 관광객들이 new seoul의 new spot을 찾아 여행을 가는 힘 역시 이러한 변화에 있다.

오늘 소개하는 nookseoul 역시 new seoul에 대한 방향성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new spot이다. 재밌게도 nookseoul은 재개발과 보존의 경계 안에 있는 서울역 앞 후암동 언덕 자락 초입에 위치해 있다. 첫인상이 매우 놀라웠다. 9.3평도 안되는 면적에 옹벽 위로 매끈한 모습으로 서 있는 3층 집은 주변과 묘한 대비를 이루고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안은 더 놀라웠다. 일제 강점기에 지어진 적산가옥의 형태가 그대로 남아있으면서도 주인의 관점과 취향으로 선택된 조명, 가구, 집기가 어우러져 과거와 현재가 묘하게 얽혀 그 안에 새로움을 읽어내는 매력을 가진 공간이었다.

new spot을 일궈낸 세대가 지금의 20 ~ 30대라면 nookseoul을 탄생시킨 이호영 대표는 50대로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는 세대였다. 성장의 시대에 주역이었던 베이비부머 세대인 이호영 대표가 이 낡은 적산가옥을 살려낸 이유엔 시대의 변화와 그 속에서 미래세대와 교감하고 공유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싶은 이유가 컸다. 접속의 시대를 맞이해 나만의 소유라는 단절된 공간이 아닌 new seoul이 맞이할 앞으로의 시대에 프리미어 세대로써 온고지신의 미덕을 솔선수범으로 실천한 사례를 보여주고 공감의 장을 만든 것이다.
people

다름의 가치를 발견하고자 한 해피 유목민 이호영 대표

눅서울 주인 이호영 대표는 그동안 만나온 지기와는 다른 색깔, 다른 향기가 나는 사람이었다. 창신동 골목 어귀에서 첫 대면을 했고 그 후 눅서울이 완성된 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1960년대생이지만 누구보다 젊은 생각으로 무장했고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의 ‘공유경제’에 공감하며 다가오는 미래를 꿈꾸며 제2의 인생을 펼치고자 하는 진취적인 사고가 흥미로웠다.

이호영 대표는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란 후 젊은 시절에는 뉴욕에서 공부했고 이후에 대구의 대학에서 교직 생활을 하며 비교적 안정된 생활을 누렸다. 인생의 전환점을 맞은 것은 누구보다 열심히 가르쳤지만 타성에 젖은 삶 안에서 교직생활을 그만두며 시작되었다. 다시 뉴욕으로 날아가 디자인 매니지먼트 일을 해가며 ‘해피 유목민’이라는 지금의 닉네임처럼 스스로 노마드적인 관점과 태도를 실현해갔다. 그리고 다시 고향이라고 생각한 서울에 대한 관심의 불씨를 키웠다.

“그 즈음에 한가지 결심을 했어요. 내가 기존에 알고 있던 서울을 완전히 비워버리고 연구해 볼 대상으로 바라보자고 말이죠.” 2012년 서울에 MMCA(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가 개관하고 북촌과 서촌을 비롯해 서울의 가치가 재발견되는 등 일련의 변화 속에 서울이 맞이하게 될 새로운 흐름을 느꼈다. 좋은 장소의 발견과 작은 거리들의 변화는 더 이상 보여주기식 관점이 아닌 공유하고 공감하고 향유하는 문화가 시작됨을 느꼈다.

“서울이 변화하고 있었고, 나 역시 변화하고 있었습니다. 도시의 일부로서 문화적 관점과 내가 만들어 낼 수 있는 향기를 통해 나 역시 장소로써 보여주고자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꿈꾸는 사랑방에서 향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것이 눅의 시작이었죠.” 이호영 대표는 뉴 노멀 시대라는 새로운 기준 점 안에서 그동안의 서울과 다름의 가치로 재탄생 될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다음 세대를 위한 준비를 위해 프론티어 세대로서 선언적인 일을 벌리기 보단 작지만 실천적인 변화를 꿈꾸고 싶었다.

그런 마음의 변화 속에서 이호영 대표의 눈을 사로잡은 건 서울의 골목이었다. 거대 자본을 바탕으로 유행과 수익만을 맹목적으로 쫓아다니며, 하루가 바쁘게 스스로의 모습을 변화시켜가는 대로 변과는 달리 오래된 골목은 그 자체로 흥미의 대상이었다. “서울이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작고 강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어요. 그 변화를 조금 더 가깝게 감지하기 위해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이후 틈이 나면 골목투어를 스스로 진행했다.

책과 물만 챙겨서 걷기 시작해 창신동, 이화동, 연남동, 상수동, 합정동 그리고 성수동까지 마냥 돌아다녔다. 그에게 맞는 향기를 품은 장소를 찾는 과정에서 흥미로운 작업을 하는 젊은이들을 보며 긍정의 기운을 느끼기도 했다. 한때는 창신동 절개지에 큰 매력을 느꼈지만 결국 인연은 닿지 못 했다. 그런 그에게 새롭게 다가온 동네가 있었으니 지금의 ‘눅’을 만난 후암동이다. 그는 후암동이 그동안 경험한 동네와는 다름의 가치가 느껴지는 동네라 말했다.
location

후미지고, 아늑하고, 조용한 곳, 눅(nook)

‘눅서울’이 위치한 곳은 서울 용산구 후암동으로 아래로는 교통의 요지인 서울역이 위로는 남산으로 이어진 성곽길이 자리하고 있는 동네다. 재개발로 인해 반듯해지고 번듯해진 큰 덩치의 건물을 지나 길 건너 골목 안쪽에 ‘눅서울’이 위치해있다. 무엇보다 서울역에서 지척인지라 놀랍고 차도 들어가지 못하는 골목 안 후미진 곳에 입지한 환경과 주변과는 다른 분위기가 느껴지는 ‘눅서울’의 첫인상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무엇이 그를 이곳으로 이끌었을까 생각했다. 눅이라는 단어는 “후미지고, 아늑한, 조용한 곳”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사람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시간은 3초라고 했던가. 나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분위기와 첫인상이 눅의 이름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눅을 기획하면서 서울의 다름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드라마 같은 공간을 꿈꾸기도 했어요. 하지만 골목투어를 하며 존재감을 대놓고 드러내기보다 뭘 하던 사람들이 무관심할 것 같은 곳이 눅에게 맞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눅서울의 장소성을 고민하며 이호영 대표는 요즘 소위 말하는 알려진 동네는 피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서울 사대문 안에서 찾고 싶은 마음은 컸다. 서울의 골목에 흥미를 가지게 되면서 만난 후암동은 지리적 특성과 색깔이 가장 뚜렷했던 동네였다. 600년 한양도성을 기댄 구릉지란 지리적 특성과 서울의 관문이라 할 수 있는 서울역의 배후지역으로써 역사 문화유산이 비교적 잘 남아있고 길과 골목도 오래된 특징을 갖고 있었다.

또한 보전 지역으로 오랫동안 묶여 동네가 가지고 있는 색깔이 뚜렷해서 상업적인 용도들이 마구 들어오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동네의 영향력에 기댄 공간이기 보다는 스스로 담담하게 향기를 내며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눅서울이 되길 바라며 적절한 공간을 찾던 중 지금의 눅서울을 만나게 된 것이다.
MAKING STORY

‘눅서울’의 시공은 김승회 건축가와 호흡을 맞춰온 EanRnC에서 진행했다. 첫걸음은 조심스러운 철거에서 시작되었다. 80년이라는 삶의 흔적이 십여 겹의 벽지로 녹아져 있었고 속살을 열어보니 오랜 세월을 견딘 목재들이 보석처럼 드러났다. 전체적인 구조를 보강하기 위해 썩은 목재는 교체하고 철재 보강도 최소화하며 본연의 집이 갖는 매력을 이끌어내고자 했다.

초기 지붕과 외관을 동으로 감싸서 빛에 따라 건축물의 색깔이 변화하도록 의도했으나 예산 때문에 유로 징크로 변화한 것을 제외하곤 초기 건축가의 스케치 생각대로 완성되었다. 마치 검은색 드레스를 입은 여배우가 아름다운 각선미를 드러내 듯 골목으로 드러난 과거 건축물의 적벽돌 외관과 붉은색 사인으로 새겨진 ‘N’로고는 옛 재료와 새 재료 간의 긴장감과 세련미를 더해주었다.#
이호영 대표는 지금의 눅서울이 당시 골목탐방을 하며 본 집 중에서 가장 저렴했고 그만큼 상태도 워낙 좋지 않았다고 했다. 1930년대 지어진 일식 주택으로 10평 남짓한 땅에 총 15평 정도 되는 3층 짜리 주택이었다. 8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우직하게 옹벽 위에서 서울의 변화 흐름을 내려다봤을 법한 이 집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동안 봐왔던 집 중에서 가장 작았고 가장 저렴한 매물이기도 했다.

그는 이 역시 그동안 오랜 생각과 성찰 안에서 온 기회라 여겨졌다. 계획은 이미 이 대표 머릿 속에 섰다. 스스로 산업 디자인과 디자인 매니지먼트 일을 해오며 비록 전문가는 아니었지만 도면과 솜씨 좋은 목수 하나 있으면 멋지게 고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다. 실제로 시작은 제자가 소개해 준 솜씨 좋은 목수를 만나 공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지 않아 목수는 집의 구조가 위험하다는 말씀을 남기며 공사를 포기하고 만 것이다.#
SPACE

디자인 하지 않는 디자인 눅서울

재미있게도 눅의 외관을 바라보고, 또 내부를 둘러보면서도 예전 사진을 건네받기 전까진 극적인 비포, 애프터를 가늠할 수 없었다. 실제로 눅은 디자인하지 않는 디자인을 목표했다. 김승회 건축가의 건축물을 거의 다 봤지만 이곳에서 건축가의 색깔은 거의 느낄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내밀한 변화의 정도를 한 번에 눈치채긴 힘들다. 내부의 분위기는 더없이 깊고, 차분한 느낌이다.

공간의 첫인상은 옹벽 위 엣지있게 붉게 놓아진 ‘N’ 로고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다리를 드러낸 여배우의 발찌 같은 섹시함이 느껴진다. 예전 붉은색 벽돌을 더 드러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었지만 3차원으로 재료를 구축하며 좋은 비례 안에서 골목과 대면하는 창의 위치가 좋았다. 9.3평의 초소형 사이즈지만, 내부로 들어가면 3층의 공간구성을 가지고 있어 수직적인 동선 안에서 공간을 오르고 내리는 재미가 있다.

묵직한 현관문을 열고 단을 오르면 널찍한 아일랜드 주방공간과 다이닝 공간을 만나게 된다. 머무는 이들이 음식과 함께 담소를 나누는 곳이자 때로는 이호영 대표가 글을 쓰고, 작업을 하는 공간으로도 사용한다. 특히 의자 및 소품들은 평소에 그가 직접 발품을 팔아 구입한 것으로 저마다 각자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Artemide의 조명과 Fritz Hansen 의자 등 오리지널 디자인 제품과 오랫동안 사용해왔던 물건들 모두 오브제로서 눅의 아우라를 구축한다.

계단 아래의 발판을 열면 비밀스러운 1층 공간을 만나게 된다. 옹벽 아래 틈에 숨어있는 공간이나 기분은 지붕 위 다락에 온 듯하다. 전면에 거울이 있어 확장감이 있어 좁다는 느낌은 없다. 명상과 사색의 공간으로 사용하며, 추가 인원이 있을 경우 침실로도 사용한다. 어릴 적 한 번쯤은 나만의 비밀스러운 아지트를 꿈꿔보지 않았는가. 1층은 나에게도 어릴 적 상상을 만나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다가왔다.

다시 계단을 올라 3층을 맞이한다. 눅서울의 심장부이다. 속살을 내비친 목재널로 구성된 박공의 천정과 3.5m의 층고가 만드는 공간감은 80년 세월이 지닌 시간의 무게감를 전달하는 듯하다. 이호영 대표가 직접 디자인해 제작한 리스톤 침대는 공간의 중심을 이룬다. 재밌는 것은 욕실 공간이다. 침대 끝 비밀의 문을 열면 그 동안의 호흡과는 전혀 다르게 새 하얀 공간에 현대적인 욕실 공간을 만나게 된다. 하늘로 열린 천창에서 떨어지는 빛은 눅 안에서도 다름의 가치를 보여주는 듯했다.

미술 작품과 가구 그리고 직접 발품을 팔아 손에 쥐게 되었다는 소품들까지 범상치 않은 감각과 안목으로 채워진 눅의 공간은 분명 이곳의 주인장 이호영 대표를 닮아 있다. 그가 없이도 공간이 주는 아우라, 인터뷰 속 항상 웃으며 이야기했던 그의 ‘향기’가 배어있다. “눅서울은 저에겐 세계인을 만나는 대사관과 같습니다. 눅을 통해 서울의 다름, 서울의 향기를 전하고 싶어요. 민간 외교관, 눅은 제게 새로운 롤을 부여했고 무덤덤한 삶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INTERVIEW

눅서울 이호영 대표와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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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눅서울’(NOOK SEOUL)을 시작하게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82년도부터 뉴욕에서 유학을 시작했고, 그 후 뉴욕을 베이스로 한국을 왔다 갔다 하는 생활을 했습니다.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대구에서 산업디자인과 디자인 매니지먼트 교수로 일했기에 어느 시점부터 자연스레 서울과는 멀어졌죠. 해외 경험이 잦아서 그런지 서울과 떨어진 삶을 살았지만 문화적으로 서울에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MMCA와 DDP의 출현은 제게 새로운 서울을 만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보여주기 문화가 아니라 공유하고 공감하고 향유하는 문화가 시작되었구나 느낄 수 있었어요. 그 후 자연스레 눅을 결심하게 되었고 2013년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의 선물처럼 서울로 올라오게 되었습니다.
‘눅서울’을 생각했을 때, 스테이라는 장르를 선택을 하게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본질적으로 눅은 저의 ‘사랑방’을 생각하고 만들어졌습니다. 눅을 시작할 때 단순히 돈벌이나 숙박업소로 접근한 게 아니라 제가 서울에서 누군가를 만날 때, 이 공간이 내 향기를 가지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발품을 팔고, 세상을 돌아다니다 보니 누구를 만날 때 그 사람의 작업실이나 공간에서 만났을 때 호텔이나 다른 곳에서 만났을 때 느끼지 못 했던 그 사람의 향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건 언제나 부러움의 대상이었죠.
눅서울 ‘nookseoul’ 의 의미가 궁금합니다.
1년 반 전에 서울로 다시 돌아와서는 머릿속에 있는 익숙한 서울을 비워버리고, 연구해야 될 대상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게 골목 나들이였죠. 골목은 저에게 흥미의 대상이었어요. 저에게 대로변은 그저 돈을 벌기 위한 스피드 게임을 위한 공간처럼 느껴질 뿐이었으니까요. 서울의 역사와 골목에 관한 책을 구입한 것도 그때쯤입니다.. 책을 보고는 하루 5 ~ 6시간을 걸었습니다. 생수 두 병을 들고 창신동, 이화동, 연남동, 상수동, 합정동, 그리고 최근 성수동까지 마냥 돌아다녔습니다. 향기를 품은 장소는 과연 어디일까 하는 의문을 항상 품고 말이죠. 물론 정답은 없었어요. 하지만 발품을 팔며 서울의 오래된 동네를 돌아본 경험이 눅을 필연적으로 시작된 계기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눅서울 ‘nookseoul’ 의 첫번째 공간으로 후암동을 선택한 계기는?
서울의 역사와 골목에 관한 책과, 최근에 회자되기 시작한 젠틀리피케이션을 보고 있자면, 기성세대로써 많은 괴리를 느꼈습니다.. 그 중심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내가 뭘 하던 사람들이 무관심할 것 같다고 생각한 곳, 그러면서도 제 향기 제대로 내 볼 수 있는 곳을 찾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만난 동네가 후암동이었어요.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남산과 서울성곽을 끼고 구릉지란 지리적 특성과 색깔이 뚜렷해서 상업적인 공간이 마구 들어오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동네는 보전 지역이나 길 하나만 건너면 재개발 구역이에요. 재개발이 되는 과정을 재개발되지 않는 곳에서 볼 수 있는 것도 제게는 흥미로운 관찰을 할 수 있는 재미난 부분이었습니다.. 이와 함께 이곳이 가진 장소성이 좋았어요. 일단 서울역과 가깝기에 저의 글로벌 경험을 살려, 민간 외교관 역할도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습니다.(웃음) 남산도 워낙 좋아하기에 말할 것도 없고, 성벽 문화를 가지고 있는 이 지역의 역사성도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눅서울 ‘nookseoul’ 의 가장 큰 매력, 특징은 무엇인가요?
눅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드러나는 게 없다는 점입니다. 겸손함이 있는 공간이죠. 옛 시간이 머금은 켜들을 살려내며 균형감을 지켜내기 위한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드러내기 위한 욕심이 생기는 순간 이 공간 자체가 가진 힘은 줄어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한 이유에서 눅의 모든 재료는 소위 B급 소재에요. 완벽한 소재만을 재워 넣는 게 아닌 기존에 가지고 있는 정서와의 균형을 이루고 싶었기 때문에 이러한 소재를 사용했습니다.
조화로운 가구와 빈티지 소품들이 인상적입니다. 어떤 관점으로 셀렉하신건지 궁금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완벽한 설계를 하는 게 아닌 10~20%는 누군가에 의해서도 조율될 수 있는 여지를 만들고자 한 부분도 이와 일맥상통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콜라보레이션으로 함께 한 박종 작가의 투명한 입체작품과 김흥진 공예작가의 감칠맛 나는 장식장, 리스톤과 함께 만든 돌침대까지 눅은 오브제나 가구가 잘 조화되어 있습니다. 그 외에 채워진 물품은 책상과 조명, 의자 등 모두 제가 최소 10년 이상 사용하던 것입니다.. 이 책상은 유학시절 플리마켓에 나와있던 것인데, 60년대 초반의 디자인을 느껴볼 수 있죠. 평소 꾸준한 관심과 정성으로 모은 이런 물건들에도 각자의 이야기기가 있습니다. 이 이야기들 또한 눅만의 재미죠.
오픈 후 많은 이들이 이곳을 즐길 것 같은데, 어떤 이야기들이 오고 갔는지 궁금합니다.
눅을 찾아주는 많은 이들은 내가 예측하지 않았던 얘기를 많이 해주세요. 지인 중 한 분은 9.3평의 이 공간의 얼마나 풍요로운 공간으로 변신되었는지 잘 느끼셨다고 해주셨네요. 주로 건축 쪽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좁은데, 좁지 않은 편안함이 있다는 표현을 해주시더라고요. 완성되고는 오픈 파티에 30분 정도 오셨고, 우연히 소개받아 오신 분도 있고 현재 다양한 만남이 생기는 중입니다.
눅서울 ‘nookseoul’에 있어 어떤 사람들이 왔으면 하고 어떻게 운영나갈지 궁금합니다.
젊은 친구들이 이 공간의 가치를 인정해주고, 찾아주고 할 때는 너무나도 감사해요. 개인적으로 나이가 들어가며, 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내가 가지고 있는 안목이나 관심사, 맥락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이 왔으면 좋겠어요. 자신의 생각이나 문화에 대한 담론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와서 자기를 표현해주시고, 앞으로 눅이 가질 많은 이야기들을 함께 만들어 갔으면 합니다. 그래서 아직까지 눅은 약간 모자라게, 부족하게, 남들이 보기에 안타깝게 보였으면 좋겠어요. 다양하게 채워나갈 여지를 남겨두는 거죠. 여담이지만, 이와 별개로 공간이 주는 힘을 최근에 느끼고 있는데, 아우라가 풍기는 공간에서는 사람들의 애티튜드도 함께 달라짐을 관찰하는 것도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눅서울 'nookseoul'에 오신분들이 이 안에서 즐길 수 있는 팁과 후암동에서 즐길 수 있는 거리를 추천해주신다면?
눅의 주변에는 서울의 대표적인 재래시장인 남대문 시장이 7분 거리이고, 후암동 재래시장 걸어서 3분 거리에 있습니다. 전에는 몰랐는데 후암동에 터를 잡고 다녀보니 순대국집, 고깃집(선명구이가)들 마을과 스며든 재미있는 장소들이 많더군요. 그런 향기와 애티튜드를 가진 공간들이 많은 게 후암동의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추천하자면, 김밥을 한 줄 사들고 성벽을 따라 올려가며 피크닉을 한번 즐겨 보세요. 좋습니다.

주인이 추천하는
Best 여행지

김밥 한 줄 들고 '후암동 성곽' 기행

고즈넉한 매력을 지닌 '후암동 성곽'과 남산타워

보석과 같은 '후암시장'

후암동의 진한 향기를 느끼고 풍족한 먹거리를 즐길 수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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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맛집

제주 근고기 맛집 '선명구이가'

이호영 대표가 적극 추천하는 후암동 맛집, 고기를 직접 끝까지 구워주는 주인의 센스

건축가가 연 퓨전식당 '도동집'

소고기를 주재료로 한식과 일식을 절묘하게 섞은 후암동 맛집, 도동탕면, 도동비면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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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카페

디자이너 부부의 카페 ‘아베크엘’

감각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디자이너의 카페 겸 소품샵

STAY

다름의 공간 눅서울에서 보낸 하루

눅서울에 도착하기 전까지 아직까지 서울이란 도시의 분주함과 현실 속 빠듯한 일들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나에겐 아직 서울이란 도시가 빌딩 숲 안에 샐러리맨들이 살아가는 개미들의 도시가 아닌가 싶었다. 서울역에서 내려 오르막을 오른다. 언제 이 동네가 이렇게 개발되었지? 주상복합이다 호텔이다 몸집을 잔뜩 키운 빌딩 숲을 지나 이내 국경을 넘는 듯, 아님 강가를 건너는 듯 길을 하나를 건너니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지는 듯 했다. ‘여기가 후암동인가 보네!’ 스마트폰을 꺼내 들어설 골목을 정조준한 뒤 눅서울의 ‘N’을 나침반 찾듯이 찾아 나섰다.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다. 옹벽을 올라 현관문에 비밀번호를 눌러 안으로 들어가니 ‘와~’하고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두 번이 놀라움이 맞을 것이다. 이렇게 작은 공간을 수직적으로 풀어놓으니 절묘함이라 할까? 공간의 효율에 첫 번째로 놀랐고 두 번째는 마치 타임머신을 탄 듯 시공간이 다른 차원으로 이동한 듯 차분하고 싶은 공간감에 놀랐다. 내부를 구성하는 아기자기한 가구며 소품, 집기 모두가 범상치 않은 자태로써 누군가의 섬세한 감각을 온전히 느끼게 해주었다.

특히 3층에 오르며 트로이목마 안에 들어온 느낌이랄까? 숨 가쁘게 바삐 돌아가는 서울과는 달리 난 이 목마 안에 숨어 한가로움을 만끽하는 베짱이가 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침대에 누워 한 권의 책을 꺼내들고 ‘눅서울’에서 마련해준 티볼리 스피커에 몸을 맡겼다. 얼마 만의 힐링인가? 서울에 나만의 아지트를 갖고 싶은 생각을 처음으로 한 것 같다. 소중한 사람과 몰래 오는 도심 별장으로도 좋고 오늘처럼 트로이목마 속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재충전을 해보는 것도 좋다.

저녁엔 친한 친구들에게 전화해 접속을 시도했다. 눅서울 대표님이 추천하신 ‘선명구이가’에 가서 제주 근고기에 술 한잔 기우리며 오랜만에 친구들과 좋은 시간을 보냈다. 돌아오는 길에 ‘아베크엘’ 카페에 들러 런던 포크 밀크티와 링고 라떼, 홍차 쉬폰케이크를 골라 눅으로 이동했다. 지금의 가로수길과는 다르겠지만 후암동의 가로수길도 아늑한 맛이 있더라. 작은 가게와 중간중간 보이는 예쁜 주택들이 서울 속 다른 서울을 선물하는 듯했다.

밤의 ‘눅서울’은 또 다른 느낌이다. 따스한 조명 안에서 우린 오랜만에 긴 수다를 이어갔다. 2층의 응접실에서 아베크엘의 차와 디저트를 즐긴 뒤 비밀스러운 1층에 모여 맥주 한 잔과 우리가 즐겨듣던 음악과 함께 이불을 부여잡고 길고 긴 밤을 이어갔다. 오랜 시간에서 오는 힘 때문이었을까? 아님 공간이 주는 매력 때문일까? 서울의 속도와는 다르게 이곳에서의 시간은 느리게 흘러가는 듯했다.

아침이 밝았다. 사방에 빛의 기운이 감돌았다. 밤과는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눅서울의 다양한 표정을 엿볼 수 있는 아침이다. 서울 한복판이 아닌 잠시 먼 여행을 떠나온 듯 커피 한 잔과 토스트, 그리고 창밖에 풍경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나만의 트로이목마에서 이젠 나가야 할 시간이다” 골목 밖으로 스르륵 빠져나와 어제와 다른 서울을 맞이한다. 그리곤 다시 생각에 잠긴다. “나도 나만의 눅을 갖고 싶다!^^” 나만의 트로이 목마를 꿈꾸며 눅서울에서의 특별한 하루를 마음속에 간직해두었다.
4 POINT OF VIEW

ORIGINALITY

80년 된 일식 가옥의 겸손한 재해석

일제강점기의 오래된 적산가옥을 섬세한 균형감으로 재해석한 공간 ‘눅서울’은 80년 된 일식 가옥의 미래유산적 가치를 드러내준 사례이다. 전 세계가 저성장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뉴 노멀 시대에 눅서울은 골목 안 옛 건물이 지닌 가치를 새롭게 해석하며 서울이 지닌 다름의 가치를 보여준 뉴 스팟으로 다가왔다. 집이 갖는 소유의 가치가 저물고 웹과 모바일 환경 안에서 자신만의 향기를 남과 공유하며 일식 가옥이 지닌 시간의 가치를 문화적 공간 체험을 풀어낸 신 경제모델로 느껴졌다. 규모의 경제가 아닌 가치의 경제로써 뉴 서울이 지향해야 할 기준점을 만든 점에서 눅서울은 의미 있는 사례로 느껴졌다.

DESIGN

건축주와 건축가의 협연이 주는 아름다움

누구나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은 크지만 리스크에 대한 두려움은 발목을 잡곤 한다. 눅서울의 시작에 있어 두려움이 컸지만 김승회 건축가를 만나며 건축주 이호영은 큰 힘을 얻을 수 있었다. 기존 것에 대한 존중과 정성스러운 철거과정을 서로 음미할 수 있었던 과정엔 옛 것에서 새로운 것을 끌어내고자 한 서로의 경험치가 뒷받침되었기에 좋은 호흡을 만들 수 있었다. 묘하게 축대에 그려진 시멘트로 그린 꽃 그림은 두 사람의 향수를 자극했고 이후에도 대화와 담론 속에서 집이 지닌 숨은 매력을 끌어내는데 고심했다. 두 사람의 협연은 건축가와 건축주의 관계를 떠나 단절되었던 서울의 시간을 연결하는 작업이었고 새로운 미래세대를 위한 현세대의 솔선수범을 보여주는 듯했다.

MIND

나만의 사랑방을 남과 공유한 집

글을 쓰고 있는 필자보다 연배가 있는 인생의 선배이지만 마음만큼은 그 누구보다 젋다는 생각이 든다. 골목 투어 끝에 발견된 80년 된 일식 가옥에 협소한 집을 나만의 집을 넘어 남과 공유하며 생각과 경험을 나눈다는 점은 최근 화자되고 있는 플랜Z(최후의 보루)를 실천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아닌가 싶었다. 시공간을 초월한 웹이란 접속의 환경에서 자신만의 향기에 반응하는 누군가와의 스파크를 꿈꾼다. 나만의 사랑방을 넘어 민간외교관으로써 세상 사람들에게 서울의 다름을 눅으로 보여주고 싶다는 말씀엔 힘이 느껴졌다. 눅서울을 넘어 눅인천, 눅군산, 눅대구 등 지방도시의 다름을 보여주는 눅을 기대하는 것은 비단 이곳을 경험한 나뿐은 아닐 것이다.

PRICE

다름의 가치를 전하고자 한 눅서울

서울은 지금 호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아파트의 시대가 끝나니 도심의 매력을 파괴하는 볼륨형 호텔 개발이 한창인 것이다. 라스트미 닛 앱은 앞다투어 호텔의 경쟁력을 깎아내리고 환대라는 호텔이 지닌 서비스 정신조차도 무너트릴 판이다. 방을 채우기 급급해 탄력적으로 가격정책을 펼치는 호텔과 달리 조용히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는 눅서울은 접속의 환경 속 다름의 가치를 인정하는 사람들에게 어필한다. 평판으로 해석되는 눅서울은 앞으로 숙소란 공간이 지닌 가치를 경험으로 또는 문화로 이해할 수 있는 장르로써 가능성을 높였다. 아큐펀시가 아닌 포지셔닝 전략으로 다름의 가치를 인정받는 공간으로써 눅서울은 오래된 동네 속에 숨겨진 건축물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만든다.

스테이명
눅서울
주소
서울특별시 용산구 후암동 439-3
전화
0504-0904-2159
숙소타입
게스트하우스
인원
1~4명
객실수
1객실
가격대
₩220,000 ~ ₩250,000
체크인 / 아웃
15:00 / 11:00
지역
서울/용산구
스타일
모던레트로갤러리
타켓
문화,서울여행
어메니티
건축가 디자인,고즈넉한 분위기,주인의감성
PHOTO BY 박기훈 | www.arcfactory.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