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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호텔
why

한국적 미감이 발현된 현대적 아름다움을 꿈꾼 디자이너, 김백선

이 세상 모든 것에는 존재의 이유가 있다. 그리고 그 존재성에 자신의 색깔과 해석을 더해 시대와 융합하고자 하는 디자이너가 존재한다. 성공의 기준점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시대의 가치와 지역성을 기반으로 새로운 차원으로 이끌고자 하는 디자이너는 적어도 관련 업을 종사하는 사람에게 ‘존경’이라는 단어가 뒤따르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 소개하는 오월호텔의 디자이너 고 김백선은 동양 철학과 예술이 주는 신비로움과 자연이 주는 경외감, 그리고 현대적 시간성을 본인 스스로의 작업에 녹여내어 그만의 정체성으로 이끌어내고자 하는 디자이너였다.

그의 마지막 작품이 된 오월호텔은 ‘문화적 가치가 라이프스타일로 발현되어야 한다’라는 생각을 발현하기 위해 힘쓴 공간이다. 그의 작품을 존경했던 팬이자 친구로써 그의 마지막 의뢰인이 된 오월호텔의 박현숙 대표는 ‘세상의 기준보다는 자신만의 시야와 동양적 미감과 한국적 정서를 풍류의 공간으로 풀어낸 디자이너’라 평했다. 28개 객실에 8개 타입의 객실은 저마다 공간이 주는 느낌은 다르지만 자연이 주는 소재, 재료가 갖는 물성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자 했던 일관된 관점이 돋보였다.

외관은 도시와 대면해 매끈하고 유려한 석재마감이 강한 콘스라스트를 만들어 냈고 내부는 정적인 공기를 만들어내는 테라스와 곳곳의 여백이 돋보였다. 오월호텔의 MAY HOUSE와 GARDEN HOUSE 객실은 한국적 미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김백선 디자이너의 정수가 느껴지는 곳이다. 문과 문의 열림에 의한 공간의 확장성, 창과 풍경의 대면을 통한 긴장과 여백, 편안하면서도 동양적인 정서가 스며있는 공간감은 생전 디자이너의 철학을 응축해놓은 듯했다.

타고난 감각에 의지하여 세련된 디자인이 많아지는 요즘 자신만의 깊이 있는 탐구와 본질을 향한 절제 속 유려함이 느껴지는 오월호텔은 매우 반가운 일이라 생각한다. 좋은 건축은 결코 건축가 디자이너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고 김백선 디자이너의 타계 이후 끝까지 그의 정신과 열정의 혼을 건축과 끝단의 디테일로 승화시키려고 했던 박현숙 대표의 노력은 좋은 건축의 탄생에 있어 좋은 건축주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people

한국의 풍류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기획하다

오월호텔은 영국 건축 디자인 매거진 <월페이퍼Wallpaper>에 소개될 만큼 한국적 아름다움에 대한 재해석으로 외신에서 먼저 주목을 했다. 이후 소리 소문 없이 사람들에게 오월호텔은 한번 쯤 꼭 가보고 싶은 장소로 이야기되고 있다. ‘보기에 멋진 공간이라서’‘실시간 SNS 검색에 오르는 핫플레이스라서’와 같은 단순한 이유가 공간의 깊이를 결정하지는 않는다. 자신만의 스토리와 확고한 철학을 가진 브랜드가 주목 받는 시대에 그에 걸맞는 스테이 오월호텔의 등장은 겉으로 보이는 것에 골몰한 요즘의 우리에게 진정한 ‘장소’의 의미를 되돌아보게끔 한다.

프랑스의 살롱 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기획한 마리호텔, 뉴욕 컨템포러리 스타일로 전대미문의 성공을 거둔 사월호텔, 그리고 한국의 풍류와 멋을 담은 오월호텔의 뒤에는 모두 박현숙 대표가 있다. 일찍이 30대부터 호텔 사업가로 자리매김한 박현숙 대표는 건설 회사를 운영해온 아버지로부터 건축과 설계에 대한 경험을 쌓고 부동산에 대한 안목을 물려 받았다.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는, 그 동안 해왔던 호텔 프로젝트에 그대로 녹아 있다.

박현숙 대표의 첫 호텔이였던 마리호텔은 당시 객실 수 늘리기에 바빴던 곳들과는 달리, ‘어떻게 지을 것인가’를 고민하며 남들과는 조금 다른 접근으로 시작한 프로젝트다. 그녀는 건축 현장에서 배운 노하우로 구조부터 직원 동선, 객실 공간 등의 모든 조건을 직접 연구했다. 당시 파격적이었던 것은 60개 정도의 객실을 만들 수 있는 상황에서 객실 수를 줄이고 크기를 대폭 늘린 것. 객실 개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다른 호텔과 차별성이 있는가’에 초점을 두었기에 가능했던 결정이었다. 감각적 디자인과 압도적 객실 크기로 마리호텔은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그녀는 그것을 계기로 호텔 사업가로서의 능력을 다졌다.

이후 오픈한 사월호텔은 뉴욕 맨하탄의 분위기에 매료되어 있던 박현숙 대표의 취향을 그대로 옮겨 담은 두번째 프로젝트다. 모든 가구와 소품들도 직접 뉴욕에서 구입했다. 이전에는 ‘숙박’에 대한 개념이 특급 호텔과 여관이라는 두 가지 옵션만 있었다면, 사월호텔이 등장하며 ‘디자인 부띠끄 호텔’이라는 새로운 숙박의 형태가 생겨났다.

그만큼 사월호텔은 유명세를 떨치며 상업적 성공을 거뒀다. 같은 서울 하늘 아래에 있지만 바쁜 일상과는 멀리 떨어진 파라다이스, 최상의 서비스를 누릴 수 있지만 특급 호텔의 획일화된 느낌이 아닌 특별한 취향의 스테이. 이 모든 것이 자기만의 색을 잃지 않고 강단 있게 밀고 나간 그녀의 확신이 있기에 가능했다.

사월호텔 이후 준비 기간을 꽤 거친 오월호텔은 박 대표의 ‘내가 살고 있는, 살고 싶은 집’을 모티프로 했다. 담양의 소쇄원, 안동의 병산서원, 구례의 운조루 등 가장 한국적인 것에 매료된 그녀는 한옥처럼 한국의 풍류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기획하고 싶었다. 코리안 터치, 전통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데에는 일가견이 있는 故 김백선 소장에게 공간 디자인을 맡기고 설계부터 함께 고민했다.

마감재와 인테리어도 말할 나위 없이 최상급이지만, 그보다 더 특별한 오월호텔의 핵심은 공간적 구조다. 객실 이름을 301호, 302호가 아닌 ‘하우스’라 붙인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객실에 들어서는 순간 하나의 집에 초대받은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 한국의 아름다움을 공간 곳곳에서 온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디딤돌의 감촉, 테라스의 배치, 수전 하나까지 고민했다. 발코니에서 바라 보이는 풍경, 한국 특유의 절제미까지 모두 디자인에 녹여내 모던한 동양의 풍류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박현숙 대표의 오월호텔이다.
location

가장 트렌디한 서울에서 누리는 동양적인 호젓함

역삼동 한복판 우거진 빌딩 숲 사이에 자리한 오월호텔은 말 그대로 도심 속 ‘호캉스’를 즐기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강남의 중심부지만 빌딩 숲 안쪽, 조금은 조용한 골목에 자리잡고 있어 교통의 편리함과 휴식을 위한 고요함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위치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오월호텔은 특별한 나만의 쉼을 찾는, 높은 안목과 취향을 가진 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트립어드바이저 등 여행 어플리케이션을 통한 외국인들의 방문도 꾸준히 상승 중이다.

역삼동을 비롯한 강남권은 넘쳐나는 관광객과 비즈니스인들로 인해 24시간 내내 숨가쁜 도시다. 도시의 빠른 속도감과 대비된 오월호텔의 묵직한 외관과 공기를 전환하는 로비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이 곳의 백미다. 로비 위로는 갤러리가 위치해 있는데 역삼성당과 함께 이 동네의 여백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프로그램이 되고 있다. 현재는 유쥬쥬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고 기성작가는 물론 신진작가의 전시를 위한 프로그램도 준비 중에 있다고 한다.

강남에 위치해 교통의 중심지로 위치적 편의성이 높고 접근성이 뛰어나기에 멀리 떠나는 여행 대신 도심 속에서 진정한 휴가를 취할 수 있다. 여백의 미와 고요의 철학을 몸소 경험하며 여유롭게 호텔이 주는 편안한 온기를 느낀다면 더 없이 좋다. 투숙 후 가까운 곳에 위치한 복합 쇼핑몰 코엑스를 비롯해 요즘 사람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세밀하게 반영한 트렌디한 맛집을 즐기며 서울의 최신 문화를 탐색할 수도 있다.

오월호텔은 주변의 다른 스테이들과 다른 확연한 고유의 색을 지니고 있어 수준 높은 지역 고객의 니즈를 반영하기에 충분하다. 컨템포러리의 정점에 도달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강남에서 한국적 미감을 느낄 수 있는 오월호텔의 하룻밤은 시대적 감성을 새롭게 느끼는 경험이 되어줄 것이다. 또한 오월호텔은 박현숙 대표가 만든 이전 호텔과 가까이 있어 시간을 나누어 경험을 해보며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MAKING STORY

박현숙 대표가 평하는 김백선 디자이너는 본질을 꽤뚫어보고 스스로의 해석력 있는 작가였다. 카피에 카피가 난무하신 시대에 독창적인 세계관을 지닌 사람으로 작업을 함께 하며 즐거움이 컸다고 하셨다. 그동안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박현숙 대표는 호텔의 동선, 시스템 경험을 불어넣어주었고 김백선 디자이너는 본인 스스로의 새로운 시선과 도전을 피력하며 서로의 믿음과 신뢰 안에서 오월호텔을 완성해갔다.

김백선 디자이너가 외국에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17년 밀라노 페어에서부터였다. 이태리 수전 브랜드 판티니와의 콜라보된 수전 작품이 주목받았는데 몰딩이 나오는 시점에 돌아가신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었다. 박현숙 대표는 김백선 디자이너의 손길로 완성된 수전을 객실 전체에 설치했고 하나의 이치로 꿰뚤고자 했던 그의 정신을 온전히 호텔에 담고자 했다.#
오월호텔이 지어진 땅은 예전 여관 골목이었다. 낡은 여관이 있던 자리에 마리호텔을 짓고 사월호텔을 지으며 주차장이 필요했다. 지금 오월호텔의 자리는 처음엔 주차장을 염두해두며 보았던 땅이었다고 했다. 꽤 권리 관계가 복잡한 땅이었는데 박현숙 대표는 운이 좋게 매입할 수 있었고 주차장부지가 절묘하게 해결이 되어 새로운 꿈을 꿀 수 있었다. 바, 식당 등 F&B도 생각했지만 결국은 호텔이었다.

박현숙 대표는 사월호텔보다 우아하면서도 하이 세그먼트 호텔을 지향했다. 그녀는 구속받지 않고 자유롭게 노니는 소요유의 삶에 동경이 있었기에 우후죽순 생겨나는 호텔과는 결이 다른 공간을 창조하고 싶었다. 이에 화답한 디자이너는 김백선, 건축설계는 박현숙 대표 손에서 끝났지만 인테리어 기획부터는 김백선 디자이너와 함께 유일무이한 한국판 네오이즘을 실현하는 호텔을 꿈꾸며 호흡을 맞췄다.#
SPACE

한국적인 정서와 미니멀한 공간, 그 취향의 정점

오월호텔의 공간은 외관에서부터 객실의 구조, 작은 소품 하나마저도 철저히 깊은 휴식을 위한 요소들로 완벽하게 짜여져 있다. 그리고 가장 심플하면서도 감각적인 방식으로 ‘일상과의 단절’을 이루어냈다. 무척 단순하지만 예사롭지 않은 회색빛의 외관. 그 모습을 마주하며 계단을 내려가다 보면 마치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듯한 묘한 기분이 느껴진다. 문이 열리고 약간은 어둑한, 짙은 톤의 로비에 들어서면 그 느낌은 더욱 확고해진다.

고요한 어둠, 똑, 똑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 그리고 잔잔한 음악이 이 호텔의 아우라를 먼저 말해준다. 이제 바쁜 일상의 먼지는 털어내고 오로지 나만의 휴식에 집중할 때가 된 거다. 로비를 지나 객실이 위치한 층으로 이동하면 마주하는 것은, 양 옆으로 문이 늘어선 호텔의 흔한 긴 복도가 아니다. 마치 우아한 누군가의 빌라에 초대받은 듯 커다란 대문이 마주보고 있는 널찍한 복도다. 그리고 객실로 들어서면 탁 트이는 시원한 구조의 넓은 침실과 깔끔하게 분리된 욕실, 그리고 야외를 조망할 수 있는 통창 혹은 테라스를 만나게 된다.

침실과 욕실이 테라스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테라스 하우스’, 디딤돌을 딛고 대청마루에 오르는 듯 독특한 디자인의 수영장을 즐길 수 있는 ‘아쿠아 하우스’, 모든 공간에서 정원을 바라보게 설계한 ‘가든 하우스’ 등, 일반적인 숙박 장소에서는 절대 볼 수 없던 새로운 구조는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다. 하룻밤을 머물더라도 이 곳이 호텔이 아닌 ‘취향 있는 누군가의 감각적인 집’처럼 느끼길 바랐다.

박현숙 대표에게 오월호텔의 객실 하나하나는 모두 한 채의 잘 지어진 집인 것이다. 객실 타입은 모두 여덟가지로 분류되는데, 그래서인지 모든 객실 이름에는 모두 ‘하우스’라는 단어가 들어간다.

오월호텔이 특별한 또 한가지 이유는 한국적인 정서를 미니멀리스트의 감각으로 가장 세련되게 풀어냈다는 데에 있다. 수없이 해외를 들락거리며 일하고 여행한 박현숙 대표지만, 다양한 문화와 디자인을 접하며 깨닫게 된 것은 바로 ‘한국적인 것이 가장 아름답다’는 사실이었다. 소박하지만 나름의 지혜가 깃들어 있고, 단순하지만 절제된 아름다움이 내재된 한국의 고택과 고가구들에 어느 순간 매료되어버렸다. 그래서 틈날 때 마다 담양과 안동, 경주 등을 다니며 오래된 한옥과 정자를 찾아 휴식을 취하고 에너지를 얻어 돌아오곤 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취향은 오월호텔에 여실히 반영되었다.

오월호텔을 함께 만든 故 김백선 디자이너는 한국적인 정서와 미니멀한 공간, 그 취향의 정점을 기가 막히게 찾아내 실현시킨, 박현숙 대표의 절친한 친구이자 동반자다. 여러 겹의 레이어가 오버랩되는 디자인의 실내 구조와 작지만 한국인의 풍류를 담은 정원, 묵직하지만 기품이 느껴지는 욕조와 수전 등. 특히 욕조의 수전은 이탈리아 판티니Fantini사와 협업해 탄생한 것으로, 묵직한 소재와 날렵한 선이 대비된 절제된 디자인으로 큰 주목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이렇듯 오월호텔의 모든 공간은 큰 구조에서부터 작은 소품 모두 두 사람의 시너지가 그대로 발현된 훌륭한 결과물이다. 덕분에 이 곳에 머무는 이들은 기품 있는 동양의 풍류와 현대적인 미니멀리즘을 동시에 만끽하며 궁극의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INTERVIEW

오월호텔 박현숙 대표님과의 인터뷰

stayfolio
OWALL HOTEL
마리호텔, 사월호텔 등등 그간 오픈한 호텔들은 객실 콘셉트나 인테리어가 독보적이었어요. 작업을 하실 때 어떻게 영감을 받으셨나요?
딱 어디서 영감을 받았다고 정의 내리긴 어렵지만, 오래 전부터 여행을 많이 다녔어요. 해외 호텔에서도 많이 묵어봤고요. 1988년에 여행 자유화가 시행되자 6개월간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올 만큼 많은 곳을 다녔죠. 처음 오픈했던 마리호텔도 프랑스의 살롱 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고, 2010년에 지은 사월호텔은 당시 뉴욕 맨하탄의 분위기에 매료되어 있던 것이 그대로 반영됐죠. 뉴욕 프렌치 모던이라는 콘셉트 아래 모든 가구나 기물들도 뉴욕에서 제가 직접 사왔어요. 이전에는 손님들이 ‘5성급 호텔 VS 여관’이라는 두 가지 옵션만 있었다면, 사월호텔 이후로는 정말 뉴욕에서나 볼 법한 디자인 호텔이라는 장르가 추가된 거죠.
호텔의 이름이 독특하게 느껴지는데요. ‘오월호텔’이라고 이름을 지으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이름은 쉽고 한번 들으면 안 잊어 버리는 걸로 짓고 싶었어요. 공간은 무조건 멋질 거니까 이름은 조금 촌스러워도 되잖아요(웃음). 사월호텔의 이름도 그런 생각을 바탕으로 탄생됐어요. 친한 지인들과 편하게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호텔 이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멋진 영어 단어보다도 딱 ‘사월’이라는 단어가 귀에 쏙 박히더라구요. 실제로 좋아하는 계절이기도 하고요. 사월호텔과 같은 연장선 상에 있지만 한층 더 품격 있는 공간이 바로 이 호텔이에요. 그래서 사월의 다음 달인 ‘오월'을 넣어 오월호텔이라고 이름 붙였죠. 서정적이면서도 제가 추구하는 한국적인 요소를 담은 네이밍이라 애착이 가요.
오월호텔은 대표님의 집을 닮았다고 들었어요. 현재 거주하고 계시는 집의 모습이 궁금합니다.
제가 살고 싶은 집을 만들기 위해 아주 오래된 4층짜리 빌라를 리모델링했어요. 제가 디자인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감각이 뛰어난 것도 아니지만 건축과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어요. 공간을 보고 찾고 상상하는 게 즐거웠죠. 집을 꾸밀 때에도 이 공간을 어떻게 개조할까, 이 집에 들어섰을 때 어떤 기분이 들게 할까 하는 것들이 설렜어요. 건축 디자인에 관련된 책도 많이 보고 멋진 공간도 많이 가보고 하다 보니, 어느 순간 한국적인 것이 가장 훌륭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소박하고 거칠지만 그 안에 깃든 지혜, 담담하면서도 절제된 겉모습 속에 내재된 풍류와 자연적인 미(美)가 어느 순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죠. 그래서 집을 리모델링 할 때도 이런 취향을 최대한 반영하고자 했어요. 절제된 미니멀한 공간에 작은 소반이나 병풍 하나만으로 아우라를 풍기는 매력적인 집을 만들고 싶었죠. 굳이 비싼 그림을 걸지 않더라도, 커다란 창을 통해 보이는 외부 풍경이 마치 그림이 되는 그런 자연스러움을 담고 싶었어요.
한국적 미를 추구하는 대표님의 취향이 오롯이 공간에 반영된 거군요. 영감이 되는 곳들을 직접 찾기도 하시나요?
딱 하나를 꼽을 순 없지만 한국 구석구석을 다녔어요. 담양의 소쇄원, 안동의 병산서원, 그리고 이름모를 디딤돌과 오래된 유명 고택들을 다녔어요. 그중 제일 기억에 남는 곳은 구례에 있는 운조루에요. 낙안사부를 지냈던 안동 출신의 유이주가 지은 99칸의 집이죠. 이 집에는 행랑채라고 해서 하인들이 사는 집이 따로 있는데, 머슴들을 위한 누각이 인상적이었어요. 공간의 품격이 느껴지고 주인의 인품이 느껴지는 공간이죠. 이런 곳들을 찾아 다니며 한국적인 여유와 생활의 지혜를 엿보는게 즐거워요. 크고 화려한 호텔보다, 소박하게 지어진 한 평짜리 작은 정자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면 그게 곧 쉼이고 영감이죠.
오월호텔을 설계할 때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하신 부분은 어떤 건가요? 객실 구성도 궁금합니다.
저희 집에서 제가 느끼는 감성, 분위기, 여유를 손님들도 똑같이 즐기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건축 설계는 제가 직접 참여했지만 공간에 동양적 터치를 가미하기 위해 故김백선 소장님과 함께 했어요. 원래 친분이 있던 사이라 설계 과정이 너무 즐거웠어요. 돌로 파사드를 만드는 과정도 함께 의논하고 조명등, 욕조, 수전 등 작은 부분까지 서로의 의견을 담아 디자인했죠.

마감재는 모두 최고 사양으로 들였고, 튼튼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소재로 흐트러짐 없이 깔끔한 라인을 잡는 것에 집중했어요. 하지만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공간의 ‘구조’에요. 객실 이름을 301호, 302호가 아니라 화이트 하우스, 아쿠아 하우스, 메이 하우스, 오리엔트 하우스 등으로 지은 것도 같은 이유죠. 손님들이 정말 집에 온 것 같이 느끼길 바랐거든요. 객실에 테라스를 두어 침실과 욕실이 마주보게끔 하기도 하고, 욕실로 가기 위해 마치 집인 것처럼 긴 복도를 지나기도 하고, 또 툇마루를 밟고 지나야 작은 방에 도달하도록 곳곳에 ‘진짜 집’ 같은 요소를 넣었죠.
호텔 1층에 갤러리가 있다는 것도 굉장히 특이합니다. 위치적으로도 그렇고요.
1층에는 호텔과 별개의 사업 공간을 추가하고 싶었어요. 처음에는 바를 운영할까 했는데, 너무 시끄러울 것 같아 고민이 됐죠. 故김백선 소장님과도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하다 과감히 ‘노는’ 공간으로 두기로 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정말 문자 그대로 비워 뒀어요. 그러다 저희 호텔에 오는 분들도 그렇고 지역 사람들이 구매력이나 문화 수준이 높은데, 강남에 전시 공간이나 갤러리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월호텔 1층이면 오며 가며 좋은 전시 소식도 듣고 아티스트들과 연결고리도 될 수 있겠다 싶어서 갤러리를 만들게 됐어요. 젊은 신진 작가들의 전시를 재미있게 기획할 수 있으니 큐레이터들도 만족도가 높아요.
오월호텔을 찾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저는 오월호텔이 한국적인 컨텐츠를 품은 공간이 되길 바라요. 한국 사람들도 우리 문화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도 많고, 외국 손님이라면 더더욱 그렇죠. 특히 외국 손님이 한국을 방문해서 경복궁에 갔다가 명동을 들렀다가 북촌 한옥마을을 잠깐 방문하는 게 아니라, 오월호텔을 통해 한국의 진짜 풍류를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그래서 그와 관련된 여행 패키지를 기획하려고 하고요. 옛 전라도 지주들은 3일동안 잔치를 했다고 하죠. 피리부는 사람, 거문고 켜는 사람 등등을 불러다가 마시고 붓고 자고 누워서 쉬고… 또 한국의 완창은 얼마나 멋있나요?

오페라보다 더 멋져요. 한국 사람도 모르는 한국의 풍류를 외국 사람이 어떻게 경험하겠어요? 그러니 이곳에서 머물면서 그런 한국의 아름다운 문화를 어떻게 하면 느낄 수 있게 할까 늘 고민해요. 오월호텔은 외관만으로 이미 영국 유명 디자인 건축 잡지 <월페이퍼>에 소개됐어요. 한국적 아름다움을 담았다는 것이 그들의 평가에요. 하지만 그 안에 진정한 한국적 풍류와 멋을 담아 내야죠. 그게 앞으로 제가 할 일이죠.
요즘 외국 자본도 들어오고 한국의 호텔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어요. 앞으로의 호텔 시장에 대해 어떻게 보시나요?
오월호텔이 속한 범주는 특급 체인 호텔과는 조금 다른 시장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호텔의 크기나 체인유무, 성급보다 자기만의 취향이 확고한 곳을 찾아요. 호텔 시장 역시 20년, 30년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가치가 더 높아질 거라고 생각하고요. 오월호텔은 그런 곳이에요. 만일 제가 손익을 따졌다면 오월호텔은 시작할 수 없었을 거예요. 이제껏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아우라를 가진 호텔을 짓고 싶었고, 그것이 제가 오월호텔에 대해 갖는 프라이드이기도 하죠.

스테이가 추천하는
주변 여행지

스페이스 메이

오월호텔의 1층에 위치한 갤러리로, 많이 알려지지 않은 신진 작가들을 발굴해 흥미로운 현대미술 전시를 연다. 호텔에서 휴식을 즐기면서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문화 공간이다.

스테이가 추천하는
주변 레스토랑

차이니즈 레스토랑 ‘더라운드’

신선한 재료로 다채로운 중식을 선보이는 더라운드는 압구정동에 위치해 있으며 강남을 대표하는 차이니즈 레스토랑으로 손꼽힌다. 모던한 분위기 속에서 정갈한 코스요리 혹은 시그니처 메뉴인 북경오리를 즐길 수 있다.

한식당 ‘비금도’

청담동에 위치한 비금도는 남도 음식 전문점으로, 전복전, 낙지전, 홍어, 생합탕 등 신선한 제철 해산물을 사용한 다양한 요리와 깔끔한 코스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이탈리안 레스토랑 ‘리스토란테 에오’

이탈리안 레스토랑인 청담동의 리토란테 에오는 미슐랭 가이드 2018에 선정된 맛집이다. 가장 신선한 재료로 기교 없이 깔끔하게 만든 정통 이탈리안 요리를 맛볼 수 있다.

STAY

시공간을 초월해 오롯이 느끼는 쉼의 시간

하룻밤이라는 시간은 누구에게는 무척 짧은 찰나이지만, 휴식을 갈망하는 이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순간이자, 긴 여운이기도 하다. 오월호텔은 도심에서는 좀처럼 마주할 수 없는 일상과의 ‘철저한 단절’이 가능한 유일무이한 스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치 시공간을 초월해 어떤 새로운 세계에 들어가듯, 오월호텔은 입구에서부터 남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계단을 내려가 한 겹, 또 한 겹의 문을 거쳐 들어가면 우아하고 미니멀한 오월호텔의 세상이 펼쳐진다. 특급호텔 부럽지 않은 따뜻한 환대와 함께 객실로 이동하면 이제부터 진정한 휴식의 시간으로 빠져들게 된다.

‘한국적인 풍류가 담긴 고요의 공간’. 여덟가지 타입의 객실을 관통하는 하나의 느낌은 그렇게 정리해볼 수 있을 듯 하다. 테라스 하우스, 가든 하우스, 아쿠아 하우스 등 각각의 객실들이 모두 특색이 뚜렷하지만, 분명한 것은 모든 곳들이 궁극의 휴식을 위해 설계되었다는 점이다. 흐트러짐 없이 각 잡힌 공간이지만, 나무랄 데 없는 쾌적함과 숙박객의 동선을 고려한 세심한 구조 덕에 마음만은 마음껏 흐트러질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객실에 짐을 풀고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은 뒤, 창 밖 혹은 테라스 밖으로 펼쳐진 풍경을 감상하다 보면 어느새 잡념이 사라진다. 그리고 쾌적한 침구에 몸을 맡기고 제네바 사운드 스피커로 좋아하는 음악을 틀면, 이 곳이 바로 낙원이다. 방 안 가득 울리는 스피커의 깨끗한 음색과 무념무상의 시간은 찰떡궁합이 아닌가. 저녁이 되면 미니멀한 디자인의 욕조에서 노곤해진 몸을 녹인다. 姑 김백선 디자이너의 동양적 감성과 현대적인 감각이 만들어낸 디자인을 몸소 감상하며 즐기는 목욕은 경건하기까지 하다.

이 곳의 숨겨진 재미는 또 있다. 바로 24시간 감상하는 넷플릭스 서비스다. 밤이 되면 영화감상을 빼놓을 수 없지 않은가. UHD(4K) TV로 넷플릭스를 켜고 좋아하는 드라마나 영화를 골라 보면, 그야말로 전통과 현대가 조화된 최고의 휴식을 즐기는 셈이다. 넷플릭스에서 어떤 채널을 골라야 할지 모르겠다면, 티비 앞에 놓인 메모를 참고해보자. 박현숙 대표의 추천 미드 채널이 적혀있는 쪽지는 마치 친구의 집에 초대받은 듯, 하룻밤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다음날 아침, 여행의 마무리는 예술과 함께다. 체크아웃 후 1층의 갤러리 ‘스페이스 메이(SPACE MAY)’로 발걸음을 옮겼다. 여백의 미가 돋보이는 전시 공간인 이 곳에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신진 작가의 현대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완벽한 쉼과 엔터테인먼트와 예술이 결합된 하룻밤. 짧은 여행이지만 여운은 길다.
4 POINT OF VIEW

ORIGINALITY

고매한 취향을 가진 이의 특별한 초대

자신의 취향을 객실에 오롯이 녹이고자 한 박현숙 대표의 생각은 오월호텔에 특별함을 불어넣어주었다. 로비를 지나 객실로 들어가는 길, 길게 늘어선 복도식 호텔이 아닌 커다란 대문이 우리를 맞이한다. 그리고 그 안으로 들어서면, 그 동안 일반 호텔에서 보지 못한 색다른 구조와 한국의 아름다움을 담은 오브젝트들을 곳곳에서 발견한다. 진짜 한국의 아름다움을 아는 누군가의 집에서 편하게 쉬다 가는 느낌이 드는 이유다.

DESIGN

한국의 아름다움을 절제된 감성으로 풀어내다

절제된 공간 디자인과 임팩트 있는 가구 및 소품의 배치는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극대화시킨다. 여러 겹의 미닫이문과 담담한 회색 빛의 욕실, 그리고 곳곳에 배치된 고가구와 동양화는 마치 고풍스러운 한국 전통 가옥에 들어선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특히, 이탈리아 판티니사와의 협업으로 탄생된 姑 김백선 디자이너의 심플한 욕조 수전은 그 감성의 정점을 찍는다. 姑 김백선 디자이너와 박현숙 대표의 완벽한 시너지로 만든 오월호텔은 동양의 미를 가장 현대적인 감각으로 실현시킨 곳임에 틀림이 없다.

Hospitality

바쁜 일상을 떠나 깊은 휴식을 만끽하다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호텔이지만, 객실에 들어서면 오롯이 나만의 휴식을 즐길 수 있다. 좌식 테이블에 앉아 편안하게 책을 읽다가 폭신한 침대 위에서 정원이 보이는 통창 너머를 바라보며 사색에 잠긴다. 따뜻한 물을 채운 욕조에 몸을 담그며 눈을 감고 쉬다 보면 그 간 받았던 스트레스가 어느덧 스르르 풀리기도 한다. 마치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기와집 안에서 평화로운 휴식을 즐기는 것만 같다.

PRICE

색다르게 즐기는 도심 속 호캉스

굳이 해외나 저 멀리 지방으로 떠나지 않아도 서울안에서 이렇게 색다른 공간을 만날 수 있다니얼마나 합리적인가. 특급호텔보다 합리적인 가격이지만 그에 못지 않은 서비스를 누리며 특별한 취향과 문화까지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긴 여행이 부담된다면 짧고 굵게, 잊지 못할 도심 속 ‘호캉스’를 준비해보는 건 어딸까.

스테이명
오월호텔

숙소타입
게스트하우스

연락처

주소
서울특별시 강남구 언주로 85길 27

인원 / 객실수
2~2명 / 28객실

가격대
₩250,000 ~ ₩350,000

체크인 / 아웃
15:00 / 12:00

편의시설

PHOTO BY 박기훈 | www.arcfactory.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