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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온: 리트릿
why

수동적 일상을 비집고 들어온 능동의 하루

이따금 그런 날이 찾아온다. 맥이 풀리고 무력함에 갇힌 듯한 순간이. 앞도 뒤도 물러설 수 없는, 유쾌하지도 정열적이지도 못한 시간에 정체된 것 같은 수동적인 나날들이.

이 먹먹한 순간으로부터 헤엄쳐 나오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산온(SANON)’은 도시 소음이 가득한 일상 밖, 풀벌레 소리만 들리는 곳에서 잠시 현실의 걱정거리를 잊고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하고 휴식하는 하루로 삶의 방향을 환기시켜볼 것을 제안하고 있다.

시선 끝에 빌딩 숲 대신 산과 너른 논밭이 걸리는 한적한 시골 마을. 크고 묵직한 대문을 밀어 여는 순간 직감하게 된다. 이곳에서만큼은 ‘고립’의 어감이 능동적으로 변할 거라고. 유여하고 평안하게, 일상보다 조금 느린듯한 ‘산온: 리트릿’의 시간대를 걷기 시작할 때 문득 영화 속 대사를 툭 뱉고 싶은 기분이 된다. 오늘은 다시 못 볼지도 모르니 미리 인사하죠. Good afternoon, good evening, and good night.
people

삶에 비례해 견고해진 취향을 나누고파서

일본, 캐나다, 미국, 여러 환경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 건축을 꿈꿨던 아이는 여행과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활동과 이야기를 즐길 줄 아는 어른으로 성장했다. 치열한 경쟁과 현실로 이 즐거움을 잠시 잊었던 어느 날, 문득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기계적으로 현실을 소모하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한데 모여 이야기와 영감이 스며든 음식을 함께 요리하며 먹고 마실 수 있는 공간을 다시 일구자. ‘산온(SANON)’은, 좋아하는 요소가 가득한 공간에서 서로의 철학과 가치를 공유하는 시간이 얼마나 행복한지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으로부터 비롯됐다. 나의 공간에 가까운 사람들을 초대해 같이 요리하고 대화하던 미국과 일본의 홈 파티 문화를 담고, 호스트가 만났던 아름다운 공간들과 사람들에게 받은 영감을 반영코자 했다.

‘산온: 리트릿’은 산온의 두 번째 스테이다. 깊고 높은 산자락에 폭 안긴 첫 번째 산온과는 달리, 두 번째 산온은 낮고 널따랗게 펼쳐진 논밭 한가운데 섬처럼 홀로 자리하고 있다. 현실의 불안에서 벗어나 나에게만 집중하고 휴식하는 시간을 보내길 바라며 ‘일상에서 한 발자국 떨어진 조용하고 한적한 곳’이라는 의미의 Retreat이라는 부제가 붙는다.
location

명승에 묵어가는 나그네가 되어

서울 면적의 2.5배에 달하는 넓은 땅에 구름과 닿은 높은 산들이 겹겹이 넘실대고, 간혹 알 수 없는 누군가가 큼지막한 손으로 조각해놓은 듯한 절벽 산이 얼굴을 비춰 웅장함을 더한다. 동서로 크게 가로지르는 낙동강은 때로는 고요히, 때로는 호쾌히 흘러 그 자체로 장관을 이룬다. 자연이 만드는 우묵한 틈에 각각 소규모의 마을들이 오랜 모습을 간직한 채 이제껏 자리하고 있는 안동은, 예로부터 많은 시인 묵객들의 사랑을 받았고 명승고적을 찾아 여행하는 나그네와 이야기꾼들로 북적였다.

정해진 네모 박스 건물 내부만이 아닌, 길과 수풀 강가까지 전부 공간으로 여겨 누구나 너른 마당을 누비고 살았을 이곳. 여전히 마을 내 정자에서 동네 사람들끼리 윷놀이하는 광경이 어색하지 않은 동네. 대자연에 감싸 안겨 오래도록 변하지 않은 얼굴을 간직한 안동에서 오늘 하루 묵어가는 나그네가 되어 기꺼이 누려본다.
MAKING STORY

문화재가 많은 안동 지역의 특성상 건축 시 허가사항이 많고 검토 시간이 오래 요구된다. 수영장은 특히 시공 과정에서 더 신경을 많이 써야만 했다. 형태와 길이, 건물과 마당을 향해 열린 투명한 창을 통해 수영장 내부가 보이도록 많은 디테일을 고민했다. 기계실의 위치가 노출되지 않아야 했고, 물의 무게와 압력을 이겨낼 수 있는 클리어부의 두께와 디테일이 계산되어야 했다. 수영장으로 진입할 수 있는 두 개의 접근로는 서로 다른 형태로 존재할 수 있도록 각각 계단과 사다리를 사용했고, 수영장으로부터 시선의 높이를 달리하여 건물의 내부 및 외부 마당에서 방해받지 않고 수영장을 바라보고 즐기며 소통할 수 있게 기획하고 실현했다. 수영장 뒤편에 위치해 휴식 공간이자 포토존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벽 역시 수많은 높이의 조정과 형태의 변경을 통해 완성되었다.

실내 공간에서는 ‘한옥'이라는 건물을 다루는 ‘라이프 이즈 로맨스(Life is Romance)’의 태도가 여실히 드러난다. 현대적인 색을 기반으로 하지만 전통을 잃지 않을 것, 분명한 포인트 공간을 살리되 과하지 않을 것, 언제나 자연과 조화로울 것. 오리엔탈을 기반으로 해석한 미니멀 모던의 톤의 인테리어를 차용함으로써 불편한 요소는 없애는 동시에 동양적 아름다움을 극대화했다.

인테리어 컬러의 베이스가 되는 백색은 가장 한국적인 공간을 표현하는 빛깔로 공간 안에 담긴 다양한 요소들을 더욱 빛나게 만들어 준다. 특히 서까래 마감 아래 펼쳐진 다이닝의 거대한 곡면 벽은 형태의 미학뿐 아니라 머무는 이를 감싸 안는 듯한 안락함을 연출하고, 어두운 색상을 사용함으로써 백색의 벽과 확연히 대비시켜 시선이 집중되도록 했다. 블랙의 포인트 가구와 아크릴, 무광의 스테인리스 소재의 디자인 가구와 소품으로 면과 선의 아름다운 입면을 구성하고 단조롭지 않은 공간감을 완성한다.

곡면 벽의 뒤에 위치한 다도 공간은 또 다른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LP 플레이어를 올려둘 수 있는 선반의 선형, 방향, 두께를 조절해 가장 단순한 형태로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린넨 패브릭과 바닥의 조경, 간접등으로 계획된 조도가 현대와 전통 사이의 간극을 메워주는 접점이 된다.#
마을의 중심, 노랗게 물든 논밭의 한가운데 고고하게 서있는 섬과 같은 건물은 첫인상부터 강렬하다. 땅의 레벨과 건물의 바닥 높이 차이는 무려 1m 가량. 원 건물은 비교적 대지의 뒤편에 위치해 있으며, 담벼락 내 크게 펼쳐진 마당을 가로질러 계단을 밟고 기단 위에 올라서는 단순한 구성이었다. 본디 주변을 내려다볼 수 있는 높이적 특성은 외부에서도 실내를 올려다볼 수 있다는 말과 같다. 일반적인 설계 단계에 적용하기는 부담스러울 테지만, ‘산온: 리트릿’은 주변에 어떠한 건물 없이 광활한 터지에 홀로 우뚝 솟아 있으므로 ‘방해받을 곳 없이 온전한 휴식을 하고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을 터였다. 본능적으로 대지의 위치적 특성과 1m 높이의 기단은 살려야 한다는 직감이 들었다.

‘산온: 리트릿’을 설계하면서 근본적으로 고려된 이념은 ‘SANON임을 잊지 말 것’이었다. SANON은 모채인 ‘양평 산온(산 아래 안온한 하룻밤을 선사하는 공간)’에서 탄생한 이름이다. 안동이라는 지역에서 새로운 디자인 언어와 핵심 공간을 갖되, 여전히 산온의 정체성인 거대한 다이닝과 자쿠지에 더불어 특유의 따뜻하고 다정한 분위기는 곳곳에 담아야 했다.

핵심 공간은 ‘기단’에서 탄생한다. 예로부터 기단은 의장적으로 중요한 요소이자 전통적인 건축 요소로 쓰였다. 대지의 위치적 특성과 1m 부유한 전통적인 기단을 기반으로 공간의 위계성을 표현하고 압도적인 몰입감을 줄 수 있으리라. 조화로운 진입부를 조형하기 위해 기단의 높이와 평행하게 ‘부유(富裕)’하는 콘크리트 구조물을 만들기로 했다. 건물을 휘감은 산책로와 같은 모습의 ‘콘크리트 브릿지'를 활용하면 최대 8M 길이의 수영장과 조경 공간까지 일궈낼 수 있다. 기존 한옥 스테이에서 다루던 자쿠지 개념의 작은 ‘수공간’을 수영장으로 확장시켜 새로운 공감각적 경험을 대입하고, 대지 전체의 존재감을 형성하여 한옥에서의 하룻밤을 생경하고 아름다운 경험으로 남기고자 했다. ‘산온(SANON)’, ‘부유(富裕)’, ‘수공간’. 이렇게 ‘산온: 리트릿’은 명확한 세 개의 키워드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SPACE

한 발자욱씩 떼어 꼬박 누비는 양반의 느긋함으로

나무로 만들어진 크고 묵직한 한옥의 대문을 밀고 들어서면 곧바로 계단을 마주한다. 이 계단을 밟고 올라섰을 때 비로소 부유의 공간에 들어온 것을 실감하게 된다. 바닥으로부터 떠있는 듯한 ‘길’을 따라 걸어 들어가면 높은 기단 위에 세워진 집의 현관을 마주한다.

집은 크게 침실, 다이닝, 다도 공간, 자쿠지 공간으로 구분된다. 두 개의 침실은 각 방에서 빔프로젝터로 영상을 감상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할 수 있도록 여유로운 면적을 가지고, 편안한 조도와 넉넉한 수납을 위해 만들어진 가구의 형태 속에서 조형적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마련되었다. 압도적인 벽에 감싸 안긴 다이닝은 아름다운 재즈 선율 아래 기다란 아일랜드형 주방과 은은하게 새어 나오는 조명 앞 브루잉 존을 지나, 콤팩트한 사이즈에 완벽한 구성을 가진 다도・청음 공간까지 연결된다. 자쿠지 공간은 침실 혹은 외부 기단을 통해 진입 가능하여 뒷마당의 대나무 숲을 마주하고 있는 형태다. 실내에 위치하지만 창호를 완전히 열어 노천탕으로 즐길 수도 있다.

담장 안팎으로 조경된 모든 땅은 내가 누빌 수 있는 마당이 된다. 마당을 둘러 걷고 있노라면 이 작은 세계를 온전히 누리고 있다는 기분에 사로잡히고야 만다. 콘크리트 브릿지는 마당과 시선의 높이가 다른 새로운 ‘산책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외부의 수영장으로 쉬이 이동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신발을 신지 않은 채 걸을 수 있게 고안되어 맨발로 땅을 디딜 경험이 현저히 적은 현대인에게 발의 촉감을 새로이 느껴볼 수 있는 감각적 경험이 되어줄 것이다.
INTERVIEW

Interview with 산온 김민철 호스트

stayfolio
Sanon: Retreat
산온의 스테이를 구현할 설계 스튜디오로 ‘Life is romance’를 선택하신 호스트님의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산온이 될 집을 먼저 계약한 후 저희가 생각하는 느낌을 구현해 줄 디자인 스튜디오를 찾았습니다. 포트폴리오를 중점으로 찾다가 Life is romance를 알게 되었는데요. 대표님과 전화로 첫 상담을 진행할 때부터 책임감과 신뢰감을 받을 수 있었어요. 스튜디오 이름에 걸맞게 공간에 담기는 ‘낭만’에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고, 다른 회사들과 비교해서 디자인에서도 좀 더 이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산온에서 첫 인연을 맺고 그 과정에서 너무나도 즐겁고 유익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산온: 리트릿도 믿고 맡기게 되었죠.
산온: 리트릿은 전작인 산온과 어떤 가치를 공유하는지, 반대로 어떤 차별성을 두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요리하고 먹고 마시며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공통점입니다. 그래서 사랑방처럼 사용할 수 있는 키친과 다이닝, 거실 공간을 신경 써서 꾸렸지요. 이곳에 모여 함께 시간을 보내고, 쉴 때는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 온전한 쉼을 누린다는 콘셉트를 공유합니다.

차별성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스테이 주변 자연 경관이 확연히 다르다는 점이겠네요. 높은 나무와 산림에 둘러싸여 포근하게 안긴 느낌을 받는 양평의 산온과는 달리, 안동의 산온: 리트릿은 넓고 낮은 논밭 한가운데 홀로 우뚝 서 담으로 한 꺼풀 가려져 있어 외딴섬에 머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풍경이 다르니 느껴지는 감정도 달리 다가올 것 같아요. 산온: 리트릿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공간은 어디인지, 또 가장 아름다운 시간대는 언제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너무 어려운 질문인데요. (웃음) 개인적으로는 실내 욕조라고 생각합니다. 밤이나 아침에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근 채, 창호 문을 열어 찬바람을 맞고 대나무를 비롯한 바깥 풍경을 보며 목욕하는 게 너무 기분이 좋습니다.
 
공간 디렉팅을 담당해 주셨던 허슬기 디자이너님은 수영장을 꼽으셨고요. 낮, 밤, 노을이 지거나 해가 붉게 떠오르는 모든 순간에 눈길을 빼앗기죠. 디자이너님이 방문하셨던 때는 이상하리만큼 날이 흐려 수영을 하고 있는데 폭우가 내렸다고 해요. 하지만 따뜻한 물에서의 수영, 머리 위로 떨어지는 굵은 빗방울이 행복한 순간으로 남아 그마저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아름다움이었다고 하셨습니다.
 
또, 이른 아침에 콘크리트 브릿지 위에서 야외 요가를 해보는 것도 추천해 주셨습니다. 바닥에는 나뭇잎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옆에는 파란 물이 일렁이고, 새소리와 더불어 나뭇잎이 움직이는 소리, 천천히 머리 위로 지나가는 햇빛의 눈부심까지 충만한 경험이었다고요.
스테이 곳곳에서 일회용 어메니티를 자제하고 최대한 친환경 제품을 이용하고자 하신 노력이 보여요. 이 역시 호스트님만의 철학이 반영된 걸까요?
환경을 지키는 데 미력하게나마 도움이 되고 싶어 평소에도 여러 가지 노력을 합니다. 여행을 갈 때 리필 용기에 소분한 어메니티를 직접 들고 다니는 편이고, 저의 생각에 공감하고 이해해 주실 수 있는 분들이 있지 않을까 용기 내어 스테이에도 반영했는데 생각보다 더 많은 분들이 저희의 철학에 공감해 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걸 몸으로 체감하고 있습니다.
 
숙소이다 보니 어메니티를 제공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피할 수 없다면 조금이라도 환경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준비하자는 마음으로 최대한 친환경으로만 찾아서 사용해요. 산온: 리트릿에도 리필용 제품, 정수기, 천연 수세미, 생분해 비닐 등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가격적으로는 훨씬 부담이지만, 산온이 추구하는 중요한 방향성이기 때문에 포기하기가 힘들어요.
뚜벅이 여행자들을 위한 팁을 인스타그램에 공유해 주시거나, 새로운 추억을 만들 수 있도록 자전거를 비치해두신 모습에서 친절과 배려를 느꼈습니다. 특별한 스테이 운영 철학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항상 ‘산온만의 환대’를 고객님들께 전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진심은 통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고객님이 적어주신 방명록을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업로드하며 저희들의 감사함을 표현하고, 스테이와 여행지를 더 즐겁게 누릴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하거나 시간이 맞는다면 입실하시는 분들께 공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퇴실 때 마주하는 분들께 불편한 점은 없으셨는지를 여쭈어보는 등 고객님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저희의 진심을 전달해 드리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 마음이 전해졌기에 많은 분들이 ‘산온'이라는 브랜드를 신뢰하고 좋아해 주신다고 생각합니다. 스테이를 재방문해 주시거나, 좋았던 경험을 SNS 등에 표현해 주시는 게 저희로서는 너무 감사하고 또 그 감사함을 전달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찾고. 이런 식으로 선순환이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산온의 행보가 어떻게 될지도 궁금해지네요.
먼저 90년대에 지어진 벽돌집을 리노베이션 한 세 번째 산온을 준비하고 있고요. 다음 목표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해 친근한 위치에 숙박과 함께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공간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한국의 매력을 그들에게 전달해 주고 한국 관광의 시작점이 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스테이가 추천하는
주변 여행지

자전거로 동네 한 바퀴

숙소에 비치된 두 대의 자전거로 시골길 산책을 즐길 수 있다. 미리 코스를 정하지 말고 발길 닿는 대로 크게 마을 곳곳을 달려보자. 논밭 한가운데 홀로 고고히 자리 잡은 산온: 리트릿은 어떤 위치에서도 쉽게 눈에 들어와 지도 앱을 켜지 않고도 쉬이 되돌아갈 수 있다.

암산유원지 일대

겨울이면 얼음 축제가 열리는 안동의 유명한 관광지 암산유원지 근방에서 느긋한 시간을 보내보자. 전시를 겸하는 폴모스트 카페에서 잠시 쉬었다 가거나, 일대에 펼쳐진 노지에서 잠시 머물러 자연을 있는 그대로 만끽할 수도 있다. 지도에 ‘암산유원지 버스정류장'을 찍고 광음3교 아래에 도착하면 비교적 한산하고 너른 들판을 마주한다. 유채꽃, 노란 코스모스로 가득한 꽃밭 뒤로 세찬 물줄기가 시원하게 흐른다.

하회마을, 부용대

스테이 가까운 곳에서 느낄 수 있는 안동의 정수. 산과 암벽, 낙동강에 안긴 모습을 오래도록 간직한 하회마을을 양반처럼 유유히 거닐어보자. 날이 유독 춥거나 더운 날엔 마을 바로 맞은편에 있는 부용대에 방문하는 것도 권장한다. 산맥 끝자락에서 태백산의 정기를 받으며 자연에 폭 싸인 하회마을을 한눈에 내려다보는 색다른 기분을 느낄 수 있으니.

스테이가 추천하는
주변 레스토랑

옥동손국수

식객 허영만의 백반 기행에도 소개된 한식당. 옛날 방식 그대로를 고수하는 담백한 안동 국시를 맛볼 수 있다. 체크인 전에 안동 시내를 둘러볼 계획이 있다면 추천. 근처에 ThanQ coffee, 아이딜포인트, 카페m2 등 잠시 숨을 고르기 좋은 카페들도 많다.

STAY

무채색 도시의 인간은 취음의 색으로 물든다

곳곳에 핀 꽃들은 계절을 체감케 하고 우거진 녹음은 높아진 햇볕을 한 겹 가려주는 그늘이 되어준다. 완벽히 포장되지 않은 도로에 맞추어 자연히 느지막해진 속도로, 오랜 시간을 간직한 동네에서만 볼 수 있는 흔적들을 좇다 보면 자연스레 잔잔히 일렁이는 여행을 누리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호전적이던 두 눈에 걱정 없는 평화로움이 덮이고, 쨍한 형광등 아래에서 날이 선 피부는 짙은 초록빛 그늘과 파란 물속에서 비로소 긴장을 푼다. 사람들 틈에서 나를 끊임없이 표현하던 입은 속 편히 다물리며, 시끄러운 도시 소음으로 찢어지던 귀는 자연의 소리로 충만히 매워진다. 그렇게 무채색 도시 인간은 녹청빛 자연 속에서 속수무책으로 물들고 만다.
4 POINT OF VIEW

ORIGINALITY

나의 어제와 관계없이 내일의 나를 위해 채워가는 충만한 오늘

어깨를 짓누르던 어제까지의 짐은 내려놓아도 좋다. 새로운 각오를 장착할 내일의 나를 위해 오늘 하루를 비우고 다시 또 채울 거니까. 시시각각 변하는 바람과 하늘에 매 순간 다른 색을 띄우는 기분을 느끼며 자연스레 흘러가는 시간을 억지로 붙잡지 않고 놓아 본다.

DESIGN

한국의 정수를 머금은 터로부터 감각하는 풍류

느릿하고 풍족한 음풍영월을 향유했을 양반들의 발자취 위로 걸음을 포개어본다. 한국 문화의 정신이 그대로 깃든, 하지만 북적스럽지 않아서 더 좋은 드넓은 땅. 거대한 톱니바퀴 기계의 작은 부품이 되어 굴러가는 도시의 나를 떠올리면 안동 한 켠에 있는 이 순간이 생경하게 느껴지고 만다. 지금의 기분을 잊고 싶지 않아 곳곳에 밴 풍류를 들이켰다.

Hospitality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적당한 온도로, 물기 어린 산온의 환대

정도에 알맞게 중용을 지키는 것. 머무르는 이의 이질감과 부담을 없애는 산온만의 환대 방식이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무던한 온도의 배려가 곳곳에 깃들어 있다. 서로 다른 공기를 지닌 수공간을 안팎으로 누비다가 음악이 흐르는 침실에서 밤을 맞이하면 ‘여행'으로 만난 이곳은 어느새 사랑스러운 나의 집이 된다.

PRICE

모든 시간대별 누리는 요소로 몸과 마음을 가득 채우는 하루

시간별로, 공간별로, 심지어 머무는 이의 성향별로 다양하게 준비했으나 강요하지 않는다. 성대히 차려진 콘텐츠 중 내가 좋아하는 것만 골라 즐기다 보면 어느새 ‘웰컴'부터 ‘굿바이'까지 완벽하게 대접받았다는 짧은 회상과 함께 하루가 마무리된다.

스테이명
산온: 리트릿

숙소타입
한옥

연락처

주소
경상북도 안동시 풍산읍 하리리 126

인원 / 객실수
2~4명 / 1객실

가격대
₩520,000 ~ ₩640,000

체크인 / 아웃
15:00 / 11:00

편의시설
바베큐, 빔프로젝터 또는 TV, 취사, 수영장, 반신욕

PHOTO BY Life is romance | WRITTEN BY 진연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