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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웨어
why

정의 내리고 싶지 않은 공간

멀리 떠나고 싶지만 떠날 수 없을 때가 있다. 바쁜 일상, 내 삶이 어디로 흘러가는 지도 알 수 없다. 이럴 때 꼭 낯선 어느 도시로 나를 옮겨 놓지 않아도 가까운 곳에서 위안을 얻기도 한다. 김영하 작가는 에세이 『여행의 이유』에서 여행을 여러 가지로 정의했다. 많은 정의 중 한 가지는 ‘여행은 상처를 몽땅 흡수한 물건들로부터 달아나기’라는 것. 집과 회사, 익숙한 공간에는 내 하루하루의 상처가 쌓인 물건들이 가득하다. 그 물건들을 채우고 있는 공간을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 처하는 것만으로 여행이 되기도 한다.

몇 해 전부터 빈티지 가구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금방 식을 줄 알았던 인기는 지금까지도 꽤 오래 지속되고 있다. 빈티지 가구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늘면서 자주 회자되는 말 중 하나가 ‘미드센추리’이다. 1930년대부터 60년대를 이르는 이 말은 빈티지 가구 입문자라도 한 번 쯤은 들어봤을 법하다. 유럽의 미드센추리에는 관심이 많은 우리가 정작 한국의 미드센추리에는 관심이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 아쉬움을 채워줄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서촌의 1930년대를 기억하고 있는 썸웨어다.

서촌, 수성동 계곡 물길 근처의 썸웨어는 오랜 세월을 머금고 있는 스테이다. ‘여러 순간들 속 그 어딘가’를 뜻하는 썸웨어는 무조건 원형을 보존하지도, 새로운 방식으로 바꾸지도 않았다. 그저 시간의 흐름이 준 선물 같은 흔적들을 최대한 지키고자 노력했을 뿐이다. 그래서 썸웨어에서는 여러가지를 상상할 수 있다. 이 곳에서 그동안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원래 이 공간은 어떻게 활용됐는지 상상하다 보면 2020년에서 과거로 잠깐의 시간여행이 일어나기도 한다. 다이닝 테이블에 앉아서 가만히 고개만 들면 보이는 조그만 문, 방을 거쳐야만 올라갈 수 있는 2층 공간 등 썸웨어에는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궁금한 것들이 한가득이다.

썸웨어의 오우근, 함은주 대표는 시간을 소환하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쌓인 시간의 흔적을 보존하기를 원했다. 그리고 그렇게 쌓인 시간 위에 현재와 앞으로의 시간들이 점차 쌓여 점점 변하는 썸웨어를 기대한다. 제법 넓은 공간을 욕심내지 않고, 여백을 살려 마무리했다. 욕심을 버리니 공간은 비로소 더 아름다워졌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사용자의 시간과 흔적이 매일매일 쌓여가 공간의 기록으로 남을 썸웨어는 늘 그래왔듯 앞으로도 우리를 기다릴 것이다. 이제 우리가 그 초대에 응할 시간이다.
people

골목을 좋아하는 골목 여행자

썸웨어의 오우근 대표는 동료 건축가이자 부인인 함은주 대표와 함께 지음 아키씬 건축사사무소를 운영 중이다. 건축가 부부는 짬이 날 때면 찬찬히 골목 여행을 다닌다. 여행에 가서도 유명 관광지와 꼭 봐야 할 스폿 보다는 목적지를 두지 않고 하염없이 골목을 걷는다. 그러다가 취향에 맞는 곳이 생기면 털버덕 앉아서 밥을 먹기도 하고, 차를 마시기도 한다. “골목의 매력은 코너를 돌면 무엇이 있을 지 모른다는 것에 있어요. 그 너머에 있는 무언가를 보고 실망할 수도, 기뻐할 수도 있겠죠. 그 너머를 기대하면서 걷는 그 감정이 좋아요. 상상할 수 있으니까요.”

썸웨어와의 첫 만남도 그렇게 시작됐다. 십 수년 전 우연히 골목 일대를 돌아다니다 ‘찜’ 해뒀던 집을 서촌으로 이사 오면서 다시 보게 된 것이다. 처음 이 집을 보았을 때는 어딘지 모르게 괴기스러운 분위기까지 났다고. 지금처럼 다가구 주택이 많지도 않았고, 골목길도 넓지 않았다. 좁은 골목길에 다닥다닥 붙어있던 집 중에서도 유난히 그 집이 눈에 띄었다. 서촌으로 이사를 오고 다시 본 집은 그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한 눈에 ‘아, 이집이다’할 수 있었던 것인지도. 서울의 다른 지역보다 느리게 가는 서촌의 시간도 조금씩은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그 집을 보고 알 수 있었다.

이 집을 제외하고 일대는 모두 변해 있었다. 하지만 이 집만은 유일하게 그 자리, 그대로 있었다. 나무가 더욱더 무성하게 집을 뒤덮고 있다는 점만 빼면 놀라울 정도로 변함없이 그 곳을 지키고 있었다. 해가 넘어가는 시간이 되면 무성한 나무들이 마당을 더 어둑하게 만들었지만 그것마저 좋았다. 고향의 부재에 아쉬움을 느끼던 오우근 대표에게는 그 어둑함이 유년 시절의 고향집을 떠오르게 했기 때문이다. 한 번 뺏긴 마음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그렇게 그 집에서 태어나 6남매와 함께 그 집에서 자란, 그 집의 장녀를 만나게 됐다.

최근까지 이 집에서 살던 노모가 돌아가신 후 처분을 계획 중이었다. 그 분을 만나 집의 역사를 듣고 나니 더욱 이 집을 구해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고. 무리인 줄 알면서도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그 집을 갖게 됐고, 리뉴얼을 시작했다. 대대적인 리뉴얼이 끝난 후에는 이 집에서 나고 자란 6남매와 이 집을 만나게 해준 부동산 사장님 내외, 리뉴얼 작업을 해준 공사자분들을 초대해 파티를 열었다. 부부는 그 집의 역사를 아는 사람들을 만나 각자의 추억을 공유하는 것은 생각보다 꽤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회상한다. 그렇게 ‘여러 순간들 속 그 어딘가로’ 여행할 수 있는 썸웨어가 시작됐다.
location

서촌의 골목과 비탈길 사이 평범한 하루를 선물하다

몇 해 전 한바탕 젠트리피케이션이 쓸고 간 동네 서촌. 주차가 어렵고, 편리와는 조금 거리가 먼 이 동네는 그렇게 젠트리피케이션을 운 좋게 비껴갔다. 가족이 모두 모이는 저녁 시간이 되면 밥 짓는 냄새가 창문을 통해 전해지고, 더위를 피해 골목으로 나온 할머니는 집 앞의 작은 의자에 앉아 가로등 불빛에 의지해 손 뜨개질을 하기도 한다.

세련되지 않아도 그 어떤 생명들보다 보살핌을 받으며 자라고 있는 화분들과 그 화분들이 계절에 맞게 피우는 꽃은 골목의 분위기를 정답게 바꿔 놓기도 한다. 저녁까지 문을 열어놓은 가게들도 동네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다. 휘황찬란한 불빛을 내뿜기 보다는 간접조명으로 손님을 맞이한다. 그래서 핫플레이스보다는 조용히 오래 가는 가게들이 많다.

썸웨어가 있는 골목을 걸으면 새삼 가로등이 참 밝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높은 건물에서 쏟아내는 도시의 빛이 아닌 가로등과 달이 주는 빛이 전부다. 그럼에도 무섭지 않은 것은 소소하게 골목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 때문이다. 그 사람들이 서촌의 풍경이 되었다. 영업이 끝난 주얼리 가게 앞 기다란 벤치는 마치 이른 저녁 식사를 끝난 할머니들을 위한 휴식처로 변신한다.

썸웨어 바로 앞에는 미지의 세계가 펼쳐질 것 같이 까마득한 높이의 계단이 있다. 올라갈 생각을 하면 아찔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저 너머가 궁금해지기도 한다. 구비구비 골목길을 따라 약간의 오르막을 오르면 만날 수 있는 썸웨어는 여러모로 궁금해지는 곳이다. 시간이 멈춘 동네 서촌과 그 시간을 함께 해온 썸웨어는 너무나 환상적인 조합이다.
MAKING STORY

가장 먼저 공사를 시작한 곳은 위험천만했던 담장. 심각한 안전문제로 담장을 모두 허물고 다시 세워야 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큰 나무 두 그루를 잠시 이설한 후 그 자리에 다시 심었다. 오래된 주목 역시 건강상의 이유로 대대적인 전지를 해야 했다. 옆집까지 길게 가지를 뻗고 있던 가지와 잎을 잘라낸 나무는 마치 항암치료를 끝낸 환자를 보는 것 같았다. 입구의 외벽은 내부와는 다른 분위기를 주고 싶었다. 공간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불러일으키기 위해서 외벽도 높게 세우고, 현대적인 분위기를 더했다. 거실 창호 역시 손을 볼 수밖에 없었다.

부부가 꼽는 이 주택의 매력은 ‘모호함’이었다. 구조는 일본식이지만 디테일은 국적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창살의 모양은 제각각이었고, 오래된 나무 문은 삐걱거렸다. 큰 방에 달린 화장실 역시 원형이 아니었다. 가늠하기도 어려운 세월동안 서툰 방식으로 얼기설기 보완하면서 증축되어 온 것이다. 지금은 흔적만 남아있지만 마당 한 켠에는 조그만 연못도 있었다. 공사하면서 알게 된 재미있는 사실 중 하나. 봄이 되면 흔히 보는 개나리 나무가 이 집의 마당에 심어져 있었다는 것. 다실 앞으로 옮겨 심은 큰 나무는 봄이 된 후 노란색 꽃을 피웠다. 이렇게 큰 개나리 나무는 처음이라 썸웨어에서 앞으로 마주할 봄이 더욱 기다려진다.#
건축가 부부는 복원이 아닌 편의를 위한 변경을 선택했다. 해방을 전후로 태어나 수차례의 개보수를 거치는 동안 근대 이후 우리나라 주택문화의 변천과정을 죄다 품고 있는 이 집의 전체적인 공간구성은 전형적인 일본식 목구조로 설계되어있고 전통한옥의 축조방식과 근대건축의 공법이 혼재된 시공을 통해 두 개의 주거문화가 동시에 존재한다. 구조는 유지하면서 몇몇 공간은 지금의 생활양식에 적합하도록 바꾸어 나갔다. 기존의 작은 주방을 없애고, 방으로 만들어 화장실을 추가했다. 낯선 공간에 가면 화장실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부의 성향은 썸웨어에서도 잘 드러난다. 주방 옆의 작은 방은 한식 침실로 바꿨고, 1층 복도에 있던 2개의 방을 합쳐 넓은 거실 겸 다이닝 룸으로 바꾸었다. 다이닝 룸에는 소파와 긴 테이블, 원래 있던 고가구를 활용해 만든 주방 가구들을 놓았다.

2층은 기존의 모습을 그대로 살렸다. 2층으로 향하던 1층 방의 바닥을 높이 올려 차실로 만들었다. 큰 창을 통해 밖의 풍경을 보면서 차를 한 잔 마실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한 것이다.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대로,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바깥 풍경을 오롯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2층은 계단을 사이에 두고 큰 침실과 작은 침실로 나뉜다. 작은 침실에는 벽 한 켠에 꼭 맞는 사이즈의 책상을 뒀다.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등 이 넓은 집에서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작은 공간이다. 창문 사이로 살며시 들어오는 햇살이 2층을 적당히 밝힌다.#
SPACE

누군가의 일상 속에서 경험하는 비일상적 스테이

어느 동네나 누군가에게는 삶의 공간이 누군가에게는 여행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서촌 역시 그렇다. 통인시장에 기름 떡볶이와 마약 김밥을 먹으러 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서촌 골목을 지키는 어벤져스 할머니들도 있다. 썸웨어에 들어서면 작지만 오붓한 마당이 있다. 이 마당에는 차 한 잔, 혹은 와인 한 잔 하기 좋은 의자가 놓여 있다. 날씨가 좋으면 좋은 대로, 궂으면 궂은 대로 이 마당은 좋은 휴식의 공간이 된다. 한옥의 툇마루에 앉아 처마 밑으로 떨어지는 비를 보는 것은 더할 수 없이 낭만적인 경험이니까.

긴 복도의 저 끝엔 방이 있다. 방이 있다는 것은 유추할 수 있지만 어떤 구조인지는 끝까지 가 봐야 알 수 있다. 원래 작은 주방이었던 이 공간은 방으로 만들고, 주방에 달린 문간방도 또 다른 침실로 만들었다. 이 방에도 작은 화장실이 있다. 돌아서 나오면 용변만 볼 수 있는 욕실과 씻을 수 있는 화장실이 또 나타난다. 메인 화장실의 벽은 초록색 포르나세티 벽지로 꾸몄다. 우드와 화이트 톤으로 꾸며진,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공간에 초록으로 생기를 더했다. 더구나 그 공간이 화장실이라 위트가 느껴진다.

현관에서 가장 가까운 방인 다실 역시 원래는 방이었던 공간. 2층으로 올라가는 유일한 창구인 공간을 누군가의 방으로 꾸미는 것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던 호스트가 이 공간은 모두를 위한 다실로 꾸몄다. 바닥을 높여 제대로 차를 즐길 수 있는 다실로 만들어 차에 흥미가 없던 사람도 한 잔은 하고 가게끔 했다.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며 큰 창을 통해 마당을 보는 것은 썸웨어에서 할 수 있는 호사스러운 경험 중 하나다. 다실을 통해 올라간 2층은 누구나 한 번쯤 꿈꿔봤을 다락방의 모습이다. 다락방이지만 좀 많이 넓은 다락방. 친구들과 함께 큰 침대에서 뒹굴뒹굴 하고, 작은 침실에서는 책상에 앉아 일기를 쓸 수도 있다. 적당한 조도와 각도로 떨어지는 햇살은 2층을 더욱 머무르고 싶게끔 하는 이유가 된다.

마당을 정면에서 바라볼 수 있는 거실 역시 썸웨어에서 놓쳐서는 안 될 포인트. 요리를 하고, 식사를 하면서 마당을 바라볼 수 있다. 키가 큰 나무와 소담스런 마당, 모든 것이 한 프레임에 담기면 썸웨어만의 역사가 된다. 곳곳에 놓인 작품과 가구들이 호스트의 취향을 가늠할 수 있게 한다. 오래 전부터 이곳을 지키던 고가구들도 곳곳에서 인사를 건넨다. 썸웨어의 시간은 조용하면서도 차분하게 흘러간다.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파티도, 혼자만의 오롯한 시간도 썸웨어에서는 모두 가능하다. 한 가지 용도가 아닌 다양한 쓰임을 하는 공간의 발견은 언제나 새롭다.
INTERVIEW

썸웨어(Somewhere) 오우근, 함은주 대표와의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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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mewhere
썸웨어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오우근] 2004년 가을, 삼청동을 시작으로 낙원동, 이화동, 원서동을 거쳐 사무실과 집 모두 서촌에 안착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평소에 다름없이 골목 어귀를 지나다 A4용지에 사인펜으로 쓴 매물 안내 문구를 보게 됐어요. ‘대지 55평 단독 주택’이라는 문구였죠. 궁금하고 의아했습니다. 그날 저녁, 살 생각도 없고, 살 수 있는 가격도 아니었지만 그 의아함을 달래기 위해 부동산에 들렀습니다. 그때 바로 집을 보게 됐고, 이 집을 보는 순간 저는 유년 시절로 돌아가 있었죠. 그렇게 무리를 해서 덜컥 계약을 하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저희 가족이 부모님을 모시고 살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연로하신 부모님을 모시고 주택에 살기엔 여러모로 불편한 점이 많아서 스테이로 활용하게 됐습니다. 좋은 공간을 여러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으니까요.
썸웨어로 바뀌기 전 건축물을 보았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요.
[오우근] 가장 처음 이 집을 본 건 십 수년 전이었어요. 평소처럼 ‘이 골목엔 뭐가 있나’하는 생각으로 어슬렁대다 그 집을 발견하게 됐죠. 좁은 골목길의 고만고만한 주택들 중에서 그 집은 유난히 눈에 띄었습니다. 나무는 눈 앞을 모두 가릴 정도로 무성했고, 아픈 노모와 아들이 함께 살던 집은 상태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엉망이었습니다. 오래된 세월만큼 켜켜이 쌓인 시간이 장점이자 곧 단점인 집이었습니다.
썸웨어를 준비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오우근] 문화재는 복원의 대상이지만 집은 보존하면서 사용자의 필요와 쓰임에 맞게 변화하는 공간입니다. 문화와 생활 양식이 달랐던 오래 전의 시간을 소환한다는 명목으로 지금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은 잘못된 공간 활용법이라고 생각해요. 썸웨어는 오랫동안 쌓인 시간의 흔적으로 보존하면서 쌓인 시간 위에 지금의 시간과 앞으로의 시간을 쌓기 위해 노력할 예정입니다. 우리의 시간과 썸웨어를 이용하는 사용자의 시간이 함께 어우러진 썸웨어의 모습은 어떨 지 기대됩니다.
썸웨어에서 발견하기 어려운 디테일이나 건축적으로 알아두면 좋을 장면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개인적으로 애착이 가는 스폿을 소개해주셔도 좋고요.
[함은주] 스테이폴리오와 협업한 이후 가장 감동받은 포인트 중 하나가 향기입니다. 오픈 전부터 계속 이 공간과 어울리는 방향제를 찾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스테이폴리오가 제안한 이 향이 정말 마음에 들어요. 나무 냄새 같기도 하고, 풀냄새 같기도 해서 공간과 잘 어울려요. 지인 중 한 명은 “나중에 이 집을 떠올리면 이 향기가 기억날 것 같아”라고 했을 정도죠. 이렇게 단순히 옛날 건물을 부수고, 새로 짓는 것이 아니라 세월의 터를 가지고 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쳐 완성된 공간을 여러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어요

[오우근] 저는 다이닝 룸의 가장 어둡고 깊은 소파에 앉아서 음악을 듣는 순간을 좋아해요. 공간이 좋으니까 어떤 스피커로 음악을 들어도 사운드가 남다르더라고요. 이 공간에 대한 애착이 남달라서 스피커 2개를 어디 둘 지를 결정하는 데만 한 달이 걸렸어요.
썸웨어만이 줄 수 있는 매력이 있다면? 스테이에 머무르시는 분들이 꼭 경험했으면 하는 공간 경험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오우근] 다실에서 차도 한 잔 마셔보고, 음악도 들어보고, 2층의 작은 책상에서 메모도 끄적여 보는 사소한 경험들을 하고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썸웨어를 통해 대단한 경험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계단실에 있는 조각, 호스트가 추천한 책들, 설치 작품 등 다양한 것을 체험했으면 합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디자이너를 더 많이 소개하고 싶기도 하고요. 이 공간을 통해 ‘어머, 여기에 있었구나’하며 발견하는 재미도 느끼셨으면 합니다. 책 중에서도 누가 봐도 재밌는 책들이 있잖아요. 썸웨어가 사용자들에게 누가 봐도 재미있는 책으로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하룻밤이지만 이 공간, 이 마을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으면 하고요.

[함은주] 여행을 하고 돌아오면 명확하게 하나의 장면이 떠오르는 순간이 있잖아요. 당시의 냄새, 소리가 특정 장면과 함께 떠오르는 그런 기억이요. 그때를 생각하면서 위안을 얻기도 하고, 그리움에 빠지기도 하죠. 썸웨어는 나중에 언젠가, 어느 순간에 문득 막연히 떠오르는 공간이 되었으면 해요. 썸웨어의 향기와 섞여 있는 빗소리, 조금씩 삐그덕 거리던 마루의 소리 등 하나의 씬이 사람들의 마음 구석에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으면 해요. 썸웨어를 이용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그런 기억을 심어줄 수 있는 공간이라면 우리의 노력이 충분히 값어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스테이가 추천하는
주변 여행지

수성동 계곡

물소리가 들리는 동네’라는 뜻의 수성동. 서울시 기념물 제31호인 수성동 계곡은 조선 후기 화가 겸재 정선의 수성동 회화에 등장할 정도로 절경이다. 나무가 우거진 숲길을 걸으면 가슴이 뻥 뚫릴 정도로 시원해진다.

스테이가 추천하는
주변 레스토랑

핀란드 프로젝트

오후 여섯 시부터 자정까지 영업하는 아늑한 분위기의 와인 바. 적당한 가격대에 가볍게 와인을 즐기기 좋은 곳이다. 이름은 핀란드지만 들어가면 한옥 구조에 자개장까지 놓여 있는 오묘한 공간이다.

서촌스코프

부암동 본점에 이어 서촌에도 오픈했다. 영국인이 직접 만든 영국식 디저트로 유명한 곳이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스타일의 스콘을 좋아한다면 추천.

STAY

자연에 폭 안기는 공간

나에게 서촌은 막연한 동경이자 로망과 같은 곳이다. 어릴 적 어머니는 늘 ‘사대문 안’을 말하곤 했다. 지방에서 나고 자란 내가 ‘사대문 안’을 정확히 이해하게 된 것은 대학에 오면서부터. 높은 건물 대신 사람들이 오순도순 모여 살고, 근처에는 통인시장이 있는 서촌은 나에게 한 번도 삶의 터전이었던 적은 없다. 가끔 전시를 보러 놀러 오는 동네 딱 그 정도. 물론 올때마다 늘 좋은 기억과 향수에 젖게 하는 동네였다. 그러다 갑자기 서촌으로 여행을 떠나게 됐다. 이름도 낯선 썸웨어. 한옥은 으레 ‘OO재’라는 이름을 가질 것이라 생각했는데 썸웨어라니 낯설면서 호기심이 생겼다.

서촌을 가로지르는 마을버스를 타고 목적지 근처로 향했다. 가는 길은 내내 굽은 골목길이었다. 간혹 보이는 작은 상점들과 카페들이 발을 붙잡았지만 꾹 참고 목적지를 향해 부지런히 걸었다. 이내 도착한 썸웨어. “이리오너라” 할 법한 외관을 상상했는데 밖에서 보니 전혀 다른 모습이다. 높고 튼튼한 철문을 넘어 썸웨어로 들어선다. 그러자 작은 마당이 반긴다. 늘 마당 있는 집에서 살고 싶었지만 아파트에서만 생활했던 나의 로망이 한 순간에 실현된 순간이었다. 마당을 지내 이내 삐그덕 열리는 나무 문을 열고 한옥 안으로 들어선다. 신발을 벗고, 한 발자국 올라서니 썸웨어로의 여행이 시작된다.

처음 들어서니 긴 복도가 나를 맞이한다. 왼쪽으로 눈을 돌리니 차를 마실 수 있도록 마루를 올린 다실이 보인다. 긴 복도를 따라 걸으니 그 길의 끝에는 침실 2개와 화장실이 있다. 오른쪽 나무 문을 여니 또 다시 긴 복도가 보인다. 그 복도의 왼쪽에는 길고 큰 테이블이 놓인 다이닝 룸과 키친이 함께 있다. 오른쪽에는 들어오면서 보았던 작은 마당이 있다. 분명 2층이라고 들었는데 2층으로 향하는 문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여기저기 기웃거려 보다 발견한 2층으로 통하는 계단은 다실과 연결되어 있다. 2층 계단을 오르기 전에도 작은 화장실이 보인다. 공간이 넓은 만큼 화장실의 형태도 세심하다.

2층 역시 계단을 사이에 두고 2개의 침실로 구성되어 있다. 오늘 내가 묵을 침대는 2층의 큰 침대로 정해본다. 그렇게 집구경을 끝낸 후 다시 1층으로 내려온다. 다실에도 한 번 앉아보고, 다이닝 룸의 소파에도 몸을 맡겨본다. 가장 편한 나만의 공간을 찾겠다는 의지다. 그렇게 낯선 공간에서도 익숙한 공간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나를 보면서 인간은 참 재미있는 존재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낯선 곳으로 떠나는 것이 여행인데, 그토록 오고 싶었던 여행에서도 익숙한 것을 찾게 된다는 것이 말이다. 하지만 그래서 썸웨어는 지쳐 있던 나에게 더 큰 위로가 됐다. 익숙함과 낯설음이 주는 묘한 설렘이 모호하게 공존하는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서촌 여행의 이유가 한 가지 더 늘었다.
4 POINT OF VIEW

ORIGINALITY

나와 우리에게 집중할 수 있는 공간

꽤 넓은 공간인 썸웨어. 게다가 2층까지 있다. 개인 공간의 부재에 허덕이는 현대인들에게 이곳은 혼자만의 공간이 확보된 또 다른 여행지다. ‘따로, 또 같이’는 썸웨어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수식어 중 하나. 함께 하고 싶을 땐 함께 하고, 혼자 있고 싶을 땐 혼자 있을 수 있다. 켜켜이 쌓인 시간의 흔적 속에서 우리의 흔적을 새겨보는 것은 어떨까.

DESIGN

세월에 감성을 더한 공간

썸웨어는 어떤 공간에서 보느냐에 따라 모습이 달라진다. 마당의 의자, 마루, 주방, 2층의 침대, 2층의 작은 책상 등 공간과 함께 풍경도 변한다. 그 모습이 모두 더해져서 썸웨어가 완성된다. 대부분의 공간을 완성한 나무와 적당히 밝은 조도, 전체적인 색감까지 아름답게 조화로운 공간이다.

Hospitality

시간과 기억을 공간에 녹인 스테이

쌓인 시간과 앞으로 쌓일 시간이 더해져 만들어진 공간. 호스트 오우근 대표가 바라는 썸웨어의 모습이다. 무거운 철문을 끼익 열고 들어오는 순간, 다른 공간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복도와 복도가 연결된 독특한 구조에 어느 곳 하나도 허투루 쓰지 않은 공간 구성이 썸웨어로의 여행을 기다린 사람들에게 작지만 큰 위로가 된다.

PRICE

한옥, 그 이상의 가치를 누릴 수 있는 시간

한옥 스테이는 꽤 많다. 서촌, 북촌에만 해도 그 수가 제법 될 정도. 하지만 썸웨어는 혼자, 혹은 여럿이서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합리적이다. 2층 개방 여부는 예산에 맞게 정하면 된다. 맛있는 음식을 해먹으면서 자연 속에서 하루를 보내고 싶은 사람에게 충분히 가치 있는 선택이다.

스테이명
썸웨어

숙소타입
렌탈하우스

연락처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옥인6길 37-5

인원 / 객실수
4~8명 / 1객실

가격대
₩270,000 ~ ₩550,000

체크인 / 아웃
18:00 / 14:00

편의시설
취사

PHOTO BY 안수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