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오리아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길게 뻗은 마당을 마주한다. 간결한 구조의 마당이지만 건물과 담벼락의 위치, 볕과 바람을 고려해 식생을 다양하게 연출했다. 담벼락과 붙은 부분은 음지 식물을 배치하고 그늘 없이 열린 부분은 풍성한 식재를 계획했으며, 대문으로 들어온 후 바로 마주하는 곳에는 수형이 아름다운 단풍나무를 심어 두었다. 추운 겨울까지 날 수 있는 아름다운 갈대류와 함께. 계절감이 가장 잘 드러나는 식물을 통해 테오리아의 첫인상을 풍성하게 느끼길 바란 마음이 깃들어 있다.

단풍나무를 바라보며 우측, 현관으로 들어서면 바로 주방이 나타난다. 주방은 간결한 다이닝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공간 일부에 배치하고, 뒤이어 나타나는 수공간은 마치 로비와 같이 넉넉한 공간감과 개성적인 디자인으로 머무는 이들을 맞이하는 메인 공간처럼 구성했다.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가장 짙게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섬처럼 물 위에 둥실 떠 있는, 어두운색의 마감재로만 둘러싸인 수공간에 들어서면 공간의 틈새를 비집고 스며드는 최소한의 빛 아래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시작된다. 높이 솟은 천장까지 블랙으로 통일되었으며 원형의 구조미에 의해 몰입감은 점차 심화된다. 수공간 좌측에는 레인 체인이라는 요소를 설치했다. 일반적으로 레인 체인은 공간 외부에서 빗물받이의 용도로 활용된다. 빗물이 크게 떨어지지 않고 고여서 내려올 수 있는 기능을 하는 것이다. 이 레인 체인을 내부에 설치함으로써 폭포처럼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흘러내릴 수 있도록 했다. 레인 체인으로 들어온 작은 폭포수는 섬과 같은 공간을 둥글게 두르고 있는 물의 영역을 따라 다시 흘러나간다. 외부의 자연을 가장 자신다운 모습으로 받아들인 공간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어두운 밤하늘을 닮은 검은 한옥 아래 흐르는 물줄기는 수면에 반짝이는 빛무리를 더없이 선명한 아름다움으로 보여준다.

디자인 키워드의 중심이 되는 ‘음의 미학’과 ‘가다듬다’. 이 콘셉트를 살리기 위해 여러 소재와 컬러, 동양적 구조가 도입되었는데 특히 주목해볼 만한 것을 꼽자면 ‘구로 철판’이다. 현관에 들어섰을 때 가장 메인으로 보이는 영역에 구로 철판을 적용했다. 다크한 그레이 톤의, 어두운 마감재이기도 하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용감이 아름답게 연출되는 마감재이기 때문에 테오리아와 무척 합이 좋다. 녹이 슬 수도 있고, 그 부분이 조금씩 붉게 변하면서 시간의 변화가 느껴지는 마감재. 테오리아는 전통과 현대가 교차하는 전주에 위치한 공간인 만큼, 스테이가 품은 지역적 특성을 개성 있게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해 과감히 도입했다.

현관 우측으로 몸을 틀어 두 개의 계단을 오르면 아늑한 구조의 침실이 나타난다. 조금 높은 단에 침실을 구성함으로써 툇마루의 구조적 특징을 가미하고자 했다. 높아진 바닥은 일종의 거대한 침대 프레임처럼 역할해 가구 자체로 인지되는 점이 독특하며 그렇기에 더욱 안락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침실 영역은 본래 외부와 인접한 담벼락을 마주하고 있는 공간이었다. 이에 디귿자로 창문을 내는 대신 벽 하단을 따라 길게 공간을 절개해 시선을 아래로 이끌었다. 담벼락을 마주하고 있다는 심리적인 부담감을 상쇄하고 테오리아를 둘러싼 감각적인 조경에 시선이 머무르도록 한 것이다. 자연스럽게 위쪽에는 빈 벽이 생겼는데 이곳은 빔 프로젝트를 활용해 영상을 감상할 수 있게 쓰임을 부여했다. 수공간 정면에는 현관 외에 외부로 이어지는 작은 문이 한 개 더 있다. 외부 자쿠지로 향하는 기다란 복도와 연결되는 문이다. 좁은 길을 따라 걸어가면 단풍나무를 정면에서 바라보는 뷰로 계획된 자쿠지가 나타난다. 한정된 공간이지만 다채로운 동선을 이끌어낸 점이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