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지친 마음이 쉴 곳을 찾아 떠돌 때. 우리를 항상 반가이 맞이해줄, 항상 자리에서 기다려 줄 고향이 그립다. 그 고향은 실재할 수도 아닐 수도 있다. 무어라 설명하기 어려운 마음의 고향이 있으므로. 비단 유년기를 보낸 실제의 경험만이 아니라, 이곳을 내 마음의 터로 삼겠다 결심하게 만드는 그리운 풍경. 머릿속으로 떠올리면 괜히 마음이 먹먹하고, 애틋하며, 편안하고, 그 자체로 나를 치유하는 듯한 풍경.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 한라의 산등성이를 끼고 있는 작은 마을 의귀리에는 정겹고 편안한 낯으로 우리를 맞이하는 집 ‘의귀소담’이 있다. 의귀소담은 항상 우리 모두에게 마음의 고향이 되어 줄 준비를 한다. 시골 외딴곳의 할머니댁을 상상하며 지어졌기 때문일까. 의귀소담이 내보이는 다정함에서는 알 수 없는 세월의 깊이와 모든 것이 괜찮을 거라는 느긋한 믿음이 느껴진다.
한적한 골목을 굽이굽이 따라 올라가면 두툼한 판재가 켜켜이 엮인 너와 벽이 나타나며 제주의 옛 초가집을 상기시키는 의귀소담의 첫 인상을 마주한다. 공간 주변을 둘러싼 동백나무와 삼나무는 호젓하면서도 부드러운 정취를 전하고, 고개를 빼꼼 내민 온두막(오두막+원두막)이 정다운 인사를 건넨다. 토속적인 인상의 공간 너머로 들어서면 시선이 갑작스레 자유로워진다. 귤나무가 그리는 푸르고 주황의 바다가 펼쳐지는 것이다. 지형적 특색을 살려 귤밭과 높이를 두고 지어진 공간이기에 발 아래 이어지는 귤나무가 독특한 뷰를 빚는다. 이 풍경은 과감한 건축적 시도를 통해 머무는 이의 시야 안으로 쏟아 들어온다. 경계를 완전히 열어 ㄱ자로 매끄럽게 이어지는 통창은 어떠한 시선의 끊김 없이 온전한 풍경을 감상하게 만든다.
진정한 쉼은 무엇이며, 진정한 제주다움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의 끄트머리에서 자연과 건축, 삶 사이의 접점을 찾아낸 의귀소담. 곁을 넉넉히 비워둔 채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의귀소담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people
자연의 따듯함을 머금은 쉼의 공간을 찾아서
부부인 노유정, 한명규 호스트는 자연에 녹아들 수 있는 편안하고 따듯한 스테이를 짓기 위해 일 년 가까이 제주 각지를 꼼꼼히 살펴봤다. 제주의 자연을 깊이 담은 공간으로 여행자들을 환대하며 스테이를 운영하는 것을 하나의 꿈처럼 간직해 왔다고. 이들의 진정성 어린 열정은 색다른 건축적 경험을 희구하는 마음과 맞물려 포머티브 건축사사무소를 찾아가기에 이르렀다. 포머티브 건축사사무소는 지역의 색채와 대지의 맥락을 토대로 다채로운 건축 구조를 실험하며, 고영성, 이성범 소장을 주축으로 활동하는 건축 그룹으로 잘 알려져 있다. 수리코, 더 스테어 등 제주도의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바 노유정, 한명규 호스트는 포머티브의 감각을 전적으로 믿으며 프로젝트를 의뢰했다. 포머티브 건축사사무소의 지향점은 감성의 형태를 공간이라는 도구로 구축하고 궁극적으로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 의귀소담 역시 이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오롯이 담겨 있다.
의귀리는 남원읍 중앙에 위치한 중간산 마을이다. 이곳의 농토 전반이 감귤원이라고 파악될 정도로 귤나무가 다채롭고 아름다운 곳이며, 감귤 재배에 최적화된 만큼 온화한 기후를 자랑한다. 의귀소담이 자리한 동네 어귀는 구불거리는 길 끝에 위치해 인적이 더욱 드문 곳. 지역적 특색과 같이 의귀소담의 터가 될 자리는 귤나무로 가득 차 있었다. 주변에는 수십 년 넘은 애기동백나무와 삼나무가 곧게 자리를 지키고 있어 제주를 상징하는 다양한 식생이 조화 이룬 모습이 무척 아름답다. 크고 작은 나무로 둘러싸여 그 자체로 자연에 폭 안긴 듯한 안락함이 느껴진다. 주변 환경을 최대한 보호하며 건축하였으며 이 풍경을 공간에서 온전히 누릴 수 있도록 개방감 있는 구조를 의도했다. 아름다운 열매와 꽃, 그리고 흙과 풀내음, 잔잔한 새소리를 나만의 공간에서 누리는 기쁨이 있다. 또한 제주 특성상 비가 자주 오는 기후를 즐길 수 있도록 설계 초반부터 고려한 점이 인상적이다. 이를 위해 안뜰로 처마를 기울게 하고, 땅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을 감상하며 다도를 만끽할 수 있게 계획하기도 했다.
MAKING STORY
의귀소담은 공간에 도입된 목구조와 소재 구성이 도전적이고 창의적이다. 특히 목구조의 경우 독창적인 설계 및 시공안과 그 완성도를 인정 받아 목조건축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의귀소담의 가장 큰 특징은 벽체는 콘크리트, 지붕은 목구조, 일부는 철골 보가 지나가는 세 가지의 하이브리드 구조에 있다. 이 같은 구조를 접목한 이유는 귤밭을 향해 펼쳐지는 뷰 때문. 주방과 거실에서 감상할 수 있는 귤밭의 풍경을 최대한 살리고자 공간의 모서리까지 기둥이 아닌 투명한 유리로 이어지게 했다. 양쪽에 빔을, 그리고 안쪽으로 들여서 철골 기둥을 하나 박음으로써 시선에 거침이 없게 만들었다. 특히 원형 강관으로 Y자 기둥을 만들어 목구조와 자연스럽고 안정적으로 이어지도록 한 점이 독특하다.
공간 내부에는 곳곳에서 돌담을 마주할 수 있는데 이 역시 제주의 자연과 시골집이라는 콘셉트를 긴밀히 연결한 결과다. 제주에서 큰 의미를 가지는 돌담이 공간 내외부와 교차하며 구조를 나누는 역할을 하면 더욱 뜻깊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이에 외부에 배치한 돌담을 그리드 형식으로 내부까지 확장해왔다. 주차 공간과 창고, 정원과 외부 공간을 막아주는 경계의 돌담이 내부로 관통해 TV를 거는 벽으로 역할하게 했으며, 별채와 스파 사이의 돌담을 공간 방향 따라 배치해 정원 너머 펼쳐진 뷰를 적절히 분할했다.
아울러 외관에서 의귀소담에 콘셉트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소재는 나무 너와를 꼽을 수 있다. 제주의 옛 초가집에서 나타나는, 새끼줄로 꼬여 고정된 격자 형태의 지붕에서 영감 받아 너와를 공간 벽면에 적용하고자 했다. 질감을 잘 살린 두터운 너와가 벽에 겹겹이 배치돼 독특한 양감을 형성하며 독특한 개성을 드러내는데 이러한 뉘앙스는 궁극적으로 검박한 아름다움으로 귀결해 제주의 시골집이라는 이미지 형성에 큰 기여를 한다. 또한 주변 나무가 이루는 풍경과도 맥락을 같이 해 더욱 자연스러운 멋이 있다.
의귀소담은 지역의 자연과 지형적 특색을 최대한 이롭게 고려하여 완성됐다. 주변 자연물에 맞추어 나무 너와, 서까래, 석재 등의 소재를 강조했으며 동시에 형태적으로 풍경과 조화를 이루도록 적절한 강약 조절을 꾀했다. 특히 외관에서 살펴보면 러프한 나무 소재가 강조되는데 구조적으로는 낮고 길게 뻗은 가운데 온두막이 우뚝 솟은 형태를 지녀 친숙하면서도 특별하게 느껴진다. 또한 외부 가장자리의 풍경까지 시선이 잘 닿도록 공간 내부를 비우거나 조금씩 열어준 점도 세심하다. 건물과 마을, 풍경이 하나로 어우러지게 만든 비결이다.
또한 흥미로운 점은 주변을 둘러싼 자연 지형을 자연스럽게 내려다볼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지형이기에 시원하게 트인 풍경을 선사하고자 노력했다. 이에 대지와 기본적인 높이 차이를 두고 거대한 콘크리트 매스를 마루 삼아 공간을 올렸다. 높이 차이가 큰 곳에서는 더 다이내믹한 경사가 느껴지며 발 아래 귤나무가 하늘거리는 풍경을 시원시원하게 보여준다. 풍경을 바라보는 시선이 높아 자유롭고 개방적인 감각이 느껴진다.
내부는 대가족이 함께 머물러도 불편함이 전혀 없도록 룸 구성에 신경을 썼다. 개인 공간은 각각 멀리 나누되, 대청마루가 중간에 있고 양쪽에 방이 나뉘는 시골집의 평면을 참고해 침실은 집의 가장 끝부분에 배치했다. 그 중앙에는 거실과 주방, 공용 욕실과 파우더룸을 마련했으며 그중 거실은 별도의 소파 없이 폴딩 도어만을 더해 야외와 이어진 대청마루를 구현했다. 침실 하나는 별채처럼 외부에 구성되어 더욱 프라이빗하며, 온두막은 마당 가장자리에 별도로 위치해 한층 독립된 쉼을 보낼 수 있다.
SPACE
의귀소담이 찾은 자연과 건축, 삶의 접점은 대지를 처음 마주한 시점부터 시작된다. 주차장에 들어서는 동선부터 머무는 이의 시선을 고려했다. 차를 대고 주차장을 따라 들어가면 바로 들어서는 것이 아닌, 한번 꺾인 형태로 진입부를 조성해 공간으로 여유롭게 걸어 들어오게 된다. 그 과정에서 벽면을 가득 메운 너와의 질감을 가까이 마주하며 앞으로 펼쳐질 공간에 대한 심상을 가질 수 있다. 마당으로 올라선 후 처음 마주하는 풍경은 루버 창 너머로 어렴풋이 보이는 귤밭의 풍경이다. 외부와 완전히 차단하기보다 주변을 아늑하게 감싸면서 외부 자연을 공간 깊이 투영해 편안한 시골집에 놀러온 듯한 정서를 자극하고자 했다.
공간은 크게 본채와 별채, 외부 영역으로 이루어진다. 먼저 본채의 주방은 의귀소담을 대표하는 공간으로, 가장자리까지 통창으로 열린 개방적인 구조에서 제주의 자연을 가까이 누리며 다이닝을 즐길 수 있다. 주방 외부는 귤밭과 함께 제주도 숲에서 볼 수 있는 고사리, 이끼 등을 토대로 곶자왈 정원으로 꾸며져 있다. 또한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할 정도로 와인을 사랑하는 호스트의 취향에 맞추어 분위기 좋은 와인 바를 모티브로 설계했다. 제주의 신선한 식재료를 이용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은 여행지에서의 또 다른 즐거움이라는 생각으로 무척 신경 썼다. 거실은 마당과 연결된 폴딩도어를 열면 제주의 자연을 가까이 즐길 수 있어 매력적이며, 가장 안쪽에 마련한 침실은 시몬스 블랙 매트리스와 5성급 호텔 침구를 갖추어 완벽한 수면 시간을 만들어준다. 별관의 침실 역시 유사한 구조로 이루어졌다.
의귀소담에서는 자연을 가까이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외부 환경이 구축되어 있다. 귤밭을 마주한 노천탕은 4계절 내내 이용 가능한 온수가 제공되며 성인 8명이 함께 사용해도 넉넉한 사이즈를 자랑한다. 마당 한곳을 든든히 지키고 있는 온두막은 오두막과 원두막의 형태에서 모티브를 얻은 곳이다. 사다리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가 조용한 독서 시간을 가지거나 수평을 가르는 창 너머 마을 풍경을 감상할 수도 있다. 이 밖에도 잔디밭 위에 파라솔과 피크닉 바구니를 갖추었으며 귤밭의 풍경을 공유하는 BBQ존이 마련돼 머무름 그 자체로 충분한 여행 경험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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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stayfolio
UIGWISODAM
안녕하세요, 고영성 소장님. ‘시골집’ 콘셉트를 어떻게 발전시키셨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처음에는 삼시세끼 집이라고 별명을 붙였어요. 뭔가 해먹을 수 있는 것들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 과정에서 예전 시골집의 모습 중 하나인 툇마루, 대청마루 같은 것들을 도입하고자 했습니다. 또 시골집에 머무를 때면 자연에 폭 들어간 느낌이 좋은데, 밤이 되면 완전히 어두워져서 무서운 기분도 들거든요. 그래서 중정 구조로 적당히 아늑하면서 외부와 연계를 가지는 공간을 기획했습니다. 기존에 있던 귤 밭도 최대한 보존하려고 했고요. 최근에는 제주에서 이런 토속적인 이미지의 스테이는 찾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특히 신축한 스테이라면요. 그런 점에서 의귀소담이 특별하지 않나 생각해요.
목조건축대상을 수상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의귀소담만의 구조적 특징은 무엇인가요?
의귀소담은 세 가지 요소가 접목된 하이브리드 구조예요. 벽체는 콘크리트, 지붕은 목구조, 그리고 일부는 철골 보가 지나가죠. 특히 주방의 다이닝 영역을 보시면 구조적 특징이 잘 드러납니다. 일반적인 공간은 모서리에 기둥이 심어지기 마련인데, 그러면 기둥으로 인해 외부의 자연을 시야에 온전히 담기 어려워요. 그래서 모서리 부분을 유리와 유리가 만나게끔 만들기 위해 가장자리에서 안쪽으로 들여 철골 기둥을 하나 박았어요. 다이닝 테이블에 앉으면 연속적인 풍경을 볼 수 있게 된 거죠. 또 디자인적인 부분을 고려해 철골 구조의 원형 강관으로 Y자 기둥을 만들어서 목구조와 연결했어요. 이를 실현하기 위해 목구조와 철골 구조 접합부, 혹은 콘크리트 접합부에 대한 스터디가 수없이 필요했습니다.
집 안에 돌담이 있네요.
시골집인 만큼 돌담으로 공간을 구분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외부의 돌담을 자연스럽게 내부로 확장해서 연결성 있게 사용하는 방식으로요. 주차 공간에서 주방으로, 정원에서 스파 공간으로, 어딜 가든지 자연스럽게 돌담을 따라 걷게 됩니다. 또 돌담의 높낮이를 통해 노출되는 시야감을 적절히 조정하기도 했어요.
외벽의 소재가 무척 독특합니다.
너와를 모티브로 이곳만의 소재를 만들었어요. 제주의 옛 초가집을 닮은 소재를 의귀소담에 더하고 싶었는데, 너와의 재료성이 저희가 추구하는 방향과 잘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걸 벽면에 투영시키면 재료 자체에서 느껴지는 소박한 아름다움을 더 잘 느낄 수 있을거라 판단했어요. 사실 너와는 잘 안 쓰이는 편이에요. 제주는 무척 습한 편이라 관리가 어렵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오일 스테인을 여러 번 바르고 디테일 있게 시공해서 썩는 부분이나 벌레가 발생하는 문제를 차단했어요.
공간 물성의 측면에서 추가적으로 신경 쓴 부분이 있으시다면.
너와나 서까래 같은 외부 마감에 공을 많이 들였어요. 최근 어떤 유행처럼 콘크리트나 회색빛을 띤 재료를 굉장히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이런 경향성이 조금 걱정됐거든요. 왜냐면 너무 도시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어서요. 이런 부분을 지양하려 했고, 혹 사용하더라도 거친 마감의 목재 같은 다른 재료와 어우러지는 방향을 계획했습니다. 돌담이 공간 안으로 파고드는 것도 실내의 자연스러운 텍스처를 살려 주기 위해서였어요. 또한 시골집에 쓰이는 여러 재료를 통해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온두막도 의귀소담에서만 누릴 수 있는 공간인 것 같아요.
시골집이 콘셉트지만 스테이로서 가치를 더하려면 비일상적인 공간이 하나는 있어야겠다고 느꼈어요. 처음 이 지역에 방문했을 때 귤밭만 가득 펼쳐져 있었는데, 과수원에 배치돼 있는 원두막이 떠오르더라고요. 그리고 그 원두막의 느낌이 오두막으로 이어져서 ‘온두막’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형태를 잡았습니다. 원두막처럼 위에 올라가는 구조이고 창을 통해 주변 귤밭을 다 내려다볼 수 있어요. 동시에 오두막처럼 내부는 목재 마감을 해서 아늑하게 쉴 수 있게 했죠.
또 외부에서 봤을 때 자칫 평이해보일 수 있는 스테이에 매력적인 상징을 더한다는 점에서도 중요했어요. 신기하게 머무는 분들도 그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공간이 참 자연스럽고 편안한데, 저 온두막이 있어 무척 특별해보이기도 한다고.
소장님이 제일 좋아하는 공간은 어디인가요?
저는 바깥이랑 이어진 툇마루 공간이요. 여기에 누워있으면 굉장히 편안한 느낌을 받아요. 마당으로 열려 있음에도 포근함이 느껴지기도 하고요. 마루 아래에는 작은 수공간이 있어요. 수공간이라는게 고요하고, 명상적이고 하는 상징이 있잖아요. 이곳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온전히 쉬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두었어요.
이곳에 머무르는 분들이 어떤 하루를 보내시길 바라나요.
스테이를 지을 때마다 그런 고민을 많이 합니다. 요즘은 웅장하거나 화려한 스테이도 많겠지만, 의귀소담 같은 경우는 굉장히 소박하게 가되 주변 풍광을 누리며 그저 편안히 머무르고 가는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준공 이후에 이곳에 묵었을 때 제가 실제로 그런 감각을 느끼기도 했고요. 어디든 자연에 열려 있어서 밖으로 나가고 싶으면 언제든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어요. 책을 읽어도 좋고, 글을 써도 좋고, 가만히 있기만 해도 좋고. 머무시는 분들이 느리게 흐르는 시간을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스테이가 추천하는 주변 레스토랑
범일분식
순대국의 농도부터 남다르다. 왠지 추어탕을 닮은 걸쭉함에 들깨가 듬뿍 들어가 느껴지는 고소함이 환상적이다. 순대국뿐 아니라 할머니의 비법을 전수한 막창 순대와 찹쌀 순대도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독특한 메뉴.
털보네 고양이
부산에서 서귀포니아로 이사 온 동갑내기 부부의 비밀스러운 식당. 동네 주민의 마음을 모두 사로잡은 스테디셀러 치킨남방과 함께, 계절 따라 맛볼 수 있는 샐러드 우동과 탄탄짬뽕라멘 3가지 메뉴를 제공한다. 정겨운 분위기와 근사한 맛을 갖춘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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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눌레부터 파운드 케익까지 달콤하고 부드러운 베이커리로 가득 찬 브레드 케이스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성산읍에서 친환경 재배로 만든 찻잎을 활용한 각종 녹차, 홍차, 꽃차와 함께라면 기분 좋은 브런치 시간 완성.
STAY
서귀포시 남원읍, 의귀리의 작은 골목을 따라 굽이굽이 걸어들어가다 보면 귤나무와 동백나무로 둘러싸인 집 한 채가 나타난다. 질감이 느껴지는 나무와 고즈넉한 돌담이 조화를 이루어 제주의 자연과 경계가 없다. 무척이나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태. 그러나 공간에 들어서니 오직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비범한 풍경이 나타난다. 구조의 한계를 넘어선 드넓은 통창, 그리고 그 너머로 보이는 귤나무의 푸르른 주황의 물결, 개구쟁이처럼 뛰어놀았던 어린날을 상기시키는 건축물 온두막까지 오직 ‘의귀소담’이기에 가능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4:00 pm
그리웠던 공간의 품
그 이름부터 정겨운 마을 의귀리, 그리고 의귀소담에 도착했다. 자연의 결이 느껴지는 너와 벽을 더듬어가며 마당으로 들어서자 공간에 폭 안긴 것 같다. 긴 여정에 수고 많았다고 나를 다독여주는 할머니가 생각나는 공간의 품. 안락하지만 더없이 자유롭다. 어디서든 자연이 보인다. 귤나무와 동백나무, 고사리와 이름 모를 풀꽃이 나를 마중한다.
6:00 pm
귤밭 가운데 따스한 바다
이렇게 넓은 온욕조는 처음 봤다. 수영장이라고 해도 될 법한 조적 욕조에 몸을 담근다. 내 시선의 높이가 아담한 귤나무와 꼭 같다. 시간이 흐를수록 자연과 하나 되어가는 몸과 마음. 해가 사방을 물들이며 저무는 때에는 제주의 바다 어딘가를 부유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귤밭 가운데의, 따스한 주홍의 바다.
7:00 pm
제주의 자연이 만든 완벽한 다이닝
경계 없이 좌우로 펼쳐진 귤밭의 풍경을 눈에 담으며 저녁 식사를 즐긴다. 나무와 풀, 하늘을 벽 삼은 주방 덕택에, 가볍게 차린 식사임에도 분위기 있는 다이닝 바에 온 것만 같다. 밤이 깊어갈수록 이름 모를 풀벌레 소리가 운치 있는 휴식 시간을 선물한다.
10:00 am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충만한
거실 마루에 올라 폴딩 도어를 활짝 펼친다. 기분 좋은 아침 햇살과 신선한 공기가 폐부 깊숙히 스민다. 볕이 잘 드는 곳 아무데나, 아무렇게 누워 체크아웃 전까지 시간을 보낸다. 열린 공간 너머 자유롭게 움직이는 의귀리의 자연은 그저 감상하는 것만으로 뿌듯하다.
4 POINT OF VIEW
ORIGINALITY
제주의 역사와 자연을 담은 집
의귀소담에 발 디딘 순간, 아주 오래도록 제주에 살아온 사람이 된 것만 같다. 제주의 주거 역사와 자연 환경을 고스란히 집약한 집의 구조가 친근함을 전한다. 동시에 특별하다. 이전에는 본 적 없는 창조적인 목구조, 머무는 이에게 새로운 시야를 선물해주는 온두막 등 의귀소담에서만 가능한 공간 경험이 있다.
DESIGN
건축가의 감각을 심은 다채로운 물성
구태여 말하지 않더라도 느껴지는 진심이 있기 마련이다. 사람과 사람이 마주했을 때 느끼는 눈빛이나 온기 같은 것들. 의귀소담의 진심은 눈을 감아도 짙게 전해진다. 손 끝을 세워 벽을 짚으며 천천히 거닐어 보자. 촉감만으로 수많은 감정과 사유의 흔적이 쏟아진다. 우둘투둘한 너와의 나뭇결로 숲의 잔향을 느끼고, 거친 돌의 표면을 매만지며 현무암을 떠올린다.
Hospitality
자극에서 벗어나는 회복의 시간
우리는 너무도 많은 자극에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다. 자극과의 단절과 감각의 회복이 필요하다면 지체 없이 의귀소담으로 향해야 한다. 가만히 머물러 있으나 결코 지루하지 않다. 푸르른 풍경을 담은, 어딜 향해서나 크고 넓게 열려 있는 창은 그 자체로 남다른 화질과 사운드를 지닌 홈씨어터.
PRICE
모두의 여행 취향을 아우르는
대가족이 묵어도 여유로운 공간이다. 사공이 많을 수록 여행의 행방을 정하기 어렵겠으나 여기서는 모든 이들의 여행 취향을 만족할 수 있다. 제주의 자연을 느끼길 원하는 이, 편안히 머무르길 원하는 이, 활동적인 아웃도어 경험을 원하는 이까지. 귤밭을 조망하는 온두막, 아기자기한 바구니를 들고 잔디밭과 파라솔에서 즐기는 피크닉, 귤을 수확해보는 경험, 멋진 풍경과 함께하니 더욱 멋스러운 BBQ 시간 모두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