웜댄콜드맨션
why

어느 날 나타난 하나의 우주 같은 스테이

새로울 수 있을까? 다를 수 있을까? 다른 무엇을 원하는가? 어떤 새로움을 원하는 걸까? 스스로 묻지 않고서는 얻을 수 없는 답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럴 새 없이 많은 이들이 찾는 곳, 좋아요 수와 리뷰가 많거나 예약이 꽉 차 있는 공간을 선택하고 만다. 파도에 쉬이 휩쓸리고 만다. 시간은 언제나 부족하니까. 생각할 시간조차 없기 때문이다. 새로움을 펼치되 너무 어색해서 헤매는 일이 없도록, 바로 앞, 근미래의 주거를 구상하고 제시하는 스테이가 있다. KTX로 1시간 50분이면 도착하는 강릉 교동의 '웜댄콜드맨션'. 차가운 것보다는 따뜻한 맨션이라는 이름 안에는 많은 의미가 함축돼있다. 1960년대 한국의 저택에 쓰이던 맨션이라는 호칭과, 아직 당도하지 않았음에도 따듯한 머무름과 배려를 연상케 하는 수식어. 마치 불시착한 우주선처럼 비일상의 궤도에 오른 듯한 황홀한 경험을 선사하는, 새로움과 다름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스테이가 나타난 것이다. 어느 날 어느 순간에 어딘가에서 짠하고 나타난 듯한 놀라운 스테이 '웜댄콜드맨션'. 하나의 우주로 머무름을 준비하자. 상상 이상의 디테일과 비일상적인 장면으로 놀랄 준비를 하자. 24시간 운영되는 리셉션으로 밀도 있는 환대를 경험할 준비, 첨단 온도 유지 및 정화 시스템을 갖춘 슬로프 형태의 스파에 몸이 침잠하는 것을 경험할 준비, 조도, 음악, 냉난방 등 쉼에 필요한 모든 것을 IoT 시스템으로 한 번에 다룰 준비를 말이다.

people

따듯한 배려를 토대로 근미래의 주거를 제안하다

서울에 기반을 둔 유즈풀 워크샵은 산업 디자이너와 건축가로 구성된 인더스트리얼 디자인 스튜디오다. 이들은 기술, 재료, 공예 및 다양한 산업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설계 과정을 구축하며, 생활 속 작은 사물부터 대량 생산 제품, 가구와 공간 및 브랜드까지 디자인이 닿는 여러 범주의 제품들과 서비스를 작업하고 개발하고 있다. 창의적인 연구와 실용적인 프로토 타이핑을 특징으로 하는 접근 방식으로 근미래의 주거 형식을 고민하는데 그치지 않고 제시하는 전개를 선보인다. 그 첫 시도로 종로 한복판에 'ABP(어베터플레이스)'라는 혁신적인 스테이를 총체적으로 디자인하고 직접 운영하는 중이다. 가까운 미래에 우리는 어떤 모습을 한 주거에서 살아야 할지 고민하고 디자인하고 제시하는, 앞서가는 디자인 스튜디오인 것이다. 섬세한 기술과 정교함이 깃든 공간과 제품은 겉으로 보기엔 차가워 보일 수 있으나 사용자를 위한 따뜻한 배려가 잠재되어 우리를 언제나 놀라게 한다.

location

평범하기에 이색적인 사람 사는 풍경 속으로

크게는 강원도 강릉시, 좀 더 들어가면 강릉의 교동이란 곳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강릉의 관광 지역은 아니다. 물론 교동 짬뽕이라는 이름으로 친숙하게 들어본, 그 교동이 맞다. 향교가 있던 자리라 교동이라 이름 지어진 이곳은 강릉 지역 주민들이 즐겨 찾는 하나의 허브. 웜댄콜드맨션이 자리한 주변은 많은 숙박업소와 네온 사인, 편의 시설이 넘쳐나는 도시의 풍경을 갖고 있다. 서울의 종로와도 비슷한 풍경. 그러나 교동의 한편은 골목을 걷는 것만으로도 여행이 되는 고즈넉한 풍경이 펼쳐진다. 사람 사는 풍경 속의 위치다. 물론 강릉 하면 떠올리는 바닷가나 관광지 다운 특별함은 없지만, 강원도 강릉시 교동의 사람 사는 풍경은 달리 보면 꽤나 이색적이다.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을 들여다보고, 그 안에 머물며 하루쯤 강원도 사람이 되어 볼 수 있으니까.

MAKING STORY

공간에는 IoT 시스템을 사용자 중심으로 구성하고자 물리적인 터치 키와 태블릿 등을 최대한 활용했다. 입구에 진입하면 왼쪽 아이패드에 마스터키가 인베딩 돼 있어서 그것으로 모든 걸 조작할 수 있게 했다. IoT 시스템 혹은 IoT와 함께 엮이는 물리적 요소도 최대한 총망라해 하나의 덩어리로 묶는 작업이 이루어졌다. 그 과정에서, 첨단 IoT 시스템이 접목된 기계적인 구성과 금속의 물성으로 인해 공간이 다소 차가워 보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되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작한 모듈 박스 벽에 물리적인 형태의 키를 설치했다. 어떤 공간에나 적재적소에 키가 위치해 있어 필요할 때 우측 또는 좌측을 보면 물리적인, 익숙한 키가 있게끔. 따라서 물리적인 키를 써도 IoT와 연동이 되어 작동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스위치의 사용성을 직관적으로 나타나게 함으로써 어린아이나 나이 많은 분이 투숙을 해도 전혀 거리낌 없이 조작할 수 있다.

또한 호스트님은 투숙하는 곳, 쉬러 가는 곳, 놀러 가는 곳 같은 곳에서는 생필품과 마주하는 장면이 배제되기를 희망했다. 시각적 스트레스를 줄여주기 위함이었다. 이에 최대한 깔끔하게 숨기면서도 찾기 쉽도록 하기 위해 박스 주변에 물리적인 신호를 넣었다. 열릴 수 있는 곳은 동일한 형태의 손잡이가 있고, 열리지 않는 곳에는 손잡이가 없다. 이 박스는 수납 공간뿐 아니라 가구의 형태로도 기능한다. 부엌의 박스를 열면 되면 찻잔과 커피 머신과 조리도구가 있고, 오피스 체어 옆의 박스를 열면 책상이 되고, 라운지 어에 있는 옆에 있는 박스를 열면 가벼운 티 테이블이 된다. 박스 내부에는 각 공간에서 필요한 적당한 아이템들을 구비해뒀다. 가장 중점을 두었던 것은 모듈화. 벽이 없다는 점에 공간의 제한이 있었다. 유리 외벽 창이 이어지고 벽은 없었는데, 벽을 새로 만드는 대신 독립적으로 쓸 수 있는 다른 형태의 가구를 두어 활용성을 높였다.#
스튜디오에 의뢰를 맡긴 대표님, 호스트님은 ABP(어베터플레이스)를 접하고 찾아오셨으며 앞으로의 프로젝트가 ABP(어베터플레이스)와 흡사하길 원했다. 그러나 기존 모듈 벽과 제작 가구 등을 그대로 활용하기보다 새로운 시도를 하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ABP(어베터플레이스) 프로젝트 당시의 한계를 개선해 더욱 좋은 모습을 구현할 기회로 다가간 것이다. 이에 호스트님의 이미지와 디자이너의 욕망을 최대한 하나로 일치화하려 노력했다. 가장 먼저 IoT 시스템에 집중했다. 연동되는 다양한 하드웨어를 파악하며 직접 제작한 것과 구매한 것을 섞고, 이를 자연스럽게 하나로 녹여대는 작업이 필요했다. 그 과정에서 금속 소재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금속은 나무에 비해 불변성이 강조된 소재다. 불특정다수가 사용하는 가구와 하드웨어에 접목하기에는 유통기한이 훨씬 긴 금속의 특성이 적합했다. 동시에 공간이 지나치게 차가워지지 않도록, 내추럴한 사용자 경험에 대해 자문하면서 따듯한 배려가 묻어있는 가구와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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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

미래지향적 주거 경험의 총체

많은 이들의 아이디어와 정성이 모인 웜댄콜드맨션. 손잡이가 없는 카드 키를 대면 자동으로 열리는 출입문을 시작으로 하나의 우주이자 비일상적 궤도에 오른다. 곧이어 등장하는 길게 뻗은 스파와 노란 불빛이 가득한 실내. 이곳의 입구에서 특별한 공예품(고려 시대 출토품)을 제일 먼저 만난다. 이는 공예가, 디자이너와 느슨한 연대를 맺으며 전시를 기획하는 '더 니트 클럽(The Knit Club)'이 큐레이션한 것으로 다양한 분야에 있는 공예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블로잉 기법의 유리컵, 도예가의 펜 트레이와 양치 컵, 섬유공예가의 오브제, 담양 죽공예품 등 실용적인 공예품들은 공간에 아름다움과 온기를 더한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작품의 촉감과 기능성은 머무름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입구 왼쪽 하나의 아이패드 속의 마스터키로 모든 것을 컨트롤할 수 있는 웜댄콜드맨션의 공간은 크게 거실, 다이닝 룸, 주방, 스파 공간, 두 개의 침실, 화장실과 테라스로 이루어져 있다. 내부는 원하는 형태로 쌓고 연결할 수 있는 모듈형 박스를 기반으로 설계되었다. 따로 공간이 분리되어 있지 않고, 박스를 열어 쓸모와 사물이 등장하면 자연스럽게 공간이 분리된다.

스파를 막아주는 노란색 유리 벽이 유일한 벽이다. 유리벽 너머에는 주방 공간이 널찍하게 자리를 잡고 있어서 최대 6명까지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주방 역시 모듈형 박스가 적용돼 취향에 따라 확장과 이동이 가능하다. 주방을 지나면 흔히 볼 수 있는 안락한 거실 공간에 소파가 있고 티비가 있는데 재료 분리와 시각적인 공간 구분을 카펫으로 해서, 타일 바닥과는 다른 따뜻한 질감을 느낄 수 있다. 그곳의 우측은 스파의 끝이기도 한데 스파 끝을 넘어가면 모듈 박스가 침실 앞에 놓여 있다. 양쪽을 열게 되면 책상 공간이 되어 가벼운 업무를 볼 수도 있고, 책을 읽는 등의 콘텐츠의 경험 역시 충분히 향유할 수 있다. 그 뒤로 슬라이딩 도어 너머 침실이 있다. 똑같은 사이즈의 침대가 하나씩 놓인 침실인데 평상 밑에 서랍을 열면 하나의 침대가 또 등장해 가족 단위의 숙박객일 경우에는 최대 6명까지 머물 수 있다. 안전하게 조금씩 깊어지는 긴 스파는 몸을 담그거나 반신욕을 즐길 수 있는 깊이로 부담스럽지 않은 자태의 신 스틸러다. 스파 맞은편의 욕실은 천장에 완벽하게 매립된 샤워 시설과 환풍 시스템을 경험할 수 있는데 미래 세계를 배경으로 한 영화 속의 공간을 방불케 한다. 흔한 색, 흰색까지 최대한 배제된 공간. 공간보다 공기에 가깝기도 하다. 금속의 쓰임이 많아 조금은 차가워 보이지 않을까라는 우려로 스위치와 IoT 시스템을 넣고 기술과 재료를 하나하나 세심하게 선정한, 사용자를 위한 디자인 스튜디오의 배려가 따뜻한 공기를 불어넣는다. "어떻게 하면 좀 더 편하게 쓸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우리의 따뜻한 마음이 전달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의 흔적이 모듈형 박스로 구분된 각각의 공간에 은은하게 배어 있다. 미래지향적인 주거 경험의 총체, 이름처럼 차갑기보다 따뜻한 공간이다.
INTERVIEW

stayfolio
warm than cold mansion
유즈풀 워크샵 문석진 대표님께 질문드립니다. 어떻게 의뢰를 받게 되셨고, 어떤 과정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대표님이자 호스트님이 그 레스토랑의 셰프가 나가고 식당이 문을 닫게 되면서 공간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시다가 저희 기사와 자료를 보신 것 같아요. 이를 기반으로 계획하는 프로젝트가 하나의 스위트룸일 수도, 하나의 브랜드일 수도 있는데, 우선 건물에 스테이가 들어오면 좋겠다는 의견을 주셨죠. 굉장히 신선했던 의뢰였어요. 재밌게 잘 풀어낸 것 같아요. 처음 대표님께서 의뢰를 주실 때에는 ABP(어베터플레이스)와 흡사하길 원하셨어요. 하지만 더 다르고, 더 퀄리티 높게 새로운 시도를 해보기로 결정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의뢰인의 이미지와 저의 욕망을 최대한 일치화하려고 노력했던 거 같아요. 이전에 구현하지 못했던 것 중 하나가 IoT 였는데, 최근에는 구현 가능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많이 생겨서 시도해볼 수 있겠다는 확신이 섰습니다.

또 금속에 대한 얘기를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금속을 좋아해요. 왜냐면은 금속이 나무에 비해서 불변성을 갖고 있고요. 불특정 다수가 사용하는 가구들이나 하드웨어들로서는 유통기한이 훨씬 길거든요. 나무는 보통 3년 정도 4년 정도 본다면 금속류는 한 10년까지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물성의 특성이 있어서 선호하는 재료이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까 금속을 많이 사용했어요.

스마트 리빙과도 연결점이 있어요. 사실 한 10년 전부터 구글, 네이버, 삼성 등 다양한 곳에서 시도하고 있었던 개념이에요. 그런데 그런 프로젝트를 경험할 때마다 저의 첫인상은 뭔가 어색하고 어렵다? 또 대부분 음성으로 오더하는 시스템이잖아요. 창피하더라고요. 가족들이나 아이들, 주변인들도 조금 창피하고 부자연스럽대요. 특히 나이가 있는 어른들에게는 사용이 어려울 수도 있겠더라고요. 내추럴한 사용자 경험을 이끌어내기 위해 계속 고민했습니다. 물리적인 터치키와 태블릿 같은 것을 최대한 활용하면 좋을 것 같았어요. 입구에 진입하게 되면 왼쪽 마스터키와 아이패드가 인베딩 돼 있어서 모든 걸 조작할 수가 있어요. 예를 들어, 불을 켜고 싶으면 우리는 어떤 공간에 진입하는 순간 우측이나 좌측 벽을 보잖아요. 그래서 키를 저희 모듈 박스 벽에 설치했어요. 적재적소에 위치되어 필요할 때 우측 또는 좌측을 보면 모듈 박스에 물리적인 키가 다 있어요. 그래서 물리키를 써도 IoT와 연동이 될 수 있게끔 스위치 하나하나 많은 고민을 거쳤습니다. 직관적으로 보이는 형탤를 통해 어린아이들이나 나이 많은 분들이 투숙해도 전혀 거리낌 없이 조작할 수 있게끔 하는 게 목표였어요.
새로 디자인하신 모듈 박스, 키친 유닛을 설명해 주세요.
이번 타입 같은 경우는 ABP의 모듈 벽처럼6가지, 9가지 타입 같은 것이 아니고 말 그대로 수납과 전기 장치가 결합된 하나의 박스예요. 안쪽 구성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쓰임새로 탈바꿈할 수 있는 것이죠. 그리고 이번 공간에는 넣지 못했지만 가장 흥미로운 점은 세로로도 설치가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세로로 설치하게 되면 긴 코트나 우산도 깔끔하게 넣어둘 수 있어요. 그게 저에게는 흥미로운 부분이었습니다. 박스의 좌우 폭, 길이 등을 정할 때에도, 주변 사물의 치수를 충분히 리서치하면서 이를 효과적으로 담아내는 방식을 고려했어요. 이런 매스감에 대해 지속적으로 탐구했기 때문에 이 모듈 박스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주방은 ‘5년 뒤 우리 집은 어떤 모습일까’, 혹은 ‘지금 우리 부엌의 단점은 무엇일까’ 하는 질문처럼 다양한 방면을 고려해 디자인했어요. 사실 다른 집으로 이사하게 되면 우리는 항상 공사를 해야 하잖아요. 보통 일이 아닌 데다 다시는 뗄 수 없는 시공을 하게 되는데 이런 방식에서 벗어나보고 싶었어요. 무버블하고 라이트하고 쉽게 조립할 수도 있고 자신이 원하는 기능만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는. 예를 들어, 혼자 사는 집에서는 큰 주방이 필요 없으니까 모듈형 박스가 두 칸만 있으면 되겠죠. 반면 여러 가족과 함께 살 경우 모듈 여러 칸을 활용하면 돼요. 다양한 삶의 방식을 어떻게 충족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보니, 움직일 수 있는 키친 유닛을 만들게 됐습니다.
스파를 과감하게 넣으신 시도가 멋집니다.
사실 처음에는 스파 자체를 넣을 생각이 없었어요. 근데 자료 조사를 하면서 강릉에 있는 스테이에 대해 정체성을 구체화하다 보니 필요가 생기더라고요. 강릉은 굉장히 유명한 관광지긴 하지만 여름에 사람들이 많이 찾아요. 왜냐면 바닷가가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좋은 스테이란 1년 사계절 내내 찾아갈 수 있는 공간에 가까워요. 그런 점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스테이 내에서도 무언가 즐길 거리가 필요했어요. 더 릴렉스할 수 있으면서도 또한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 끝에 스파라는 콘텐츠를 떠올리게 됐죠.

그런데 스파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건물의 구조적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했어요. 스테이가 자리한 2층 공간은 원래 식당이었다 보니 스파를 염두에 두고 지어진 곳이 아니었거든요. 하중에 대한 걱정이 있었어요. 물은 밀도가 높고 무거운 재료라 마냥 길고 깊게 만들 수는 없었죠. 이 부분은 약간의 묘술을 떠올려 해결하는 데 성공했어요. “얕고 길게 만들어 보자. 최대한 분산 하중을 주자!” 그리고 여기에는 바다의 모습을 닮게 만들려는 의도도 있었어요. 바다에 들어서게 되면 아주 서서히 몸이 침잠되잖아요. 스파 안으로 걸어가면서 이런 부분을 경험할 수 있게 유도했습니다. 또 경사가 급격하게 지면 위험하기도 해서 천천히 길게 내려앉도록 만들었어요. 그 결과 거의 7미터 가까이 길어진 스파가 되었습니다. 이게 입구 쪽에 있다 보니까 멋진 신이 연출된 거 같아요. 사진 찍기에도 좋은 스팟이 되었고요.
발견해야 보이는 특별한 것들이 있을까요?
스파 왼쪽에 노란 벽을 설치하니 자연광이나 조명이 들어오게 되면 물빛이 노랗게 찰랑거려요. 게다가 스파에는 자동 정화 시스템이 들어가 있어서, 계속 물을 정화시키니까 물이 가만히 있지 않고 조금씩 출렁이거든요. 바닷물처럼. 투숙객 중에 한 분이 말씀하시길 노란빛과 출렁임이 만나 마치 노을 아래에서 바다에 들어가는 것 같다, 노을 아래에서 수영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는 이야기를 하셨어요. 특별하게 받아들였던 후기였습니다.
드러나있지 않고 숨긴, 의도적으로 숨어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설명 부탁드려요.
이전 프로젝트에서도 공예품이나 오브제가 곳곳에 잘 숨어 있게 설치했었는데 그때는 조금 소극적이었다면, 이번에는 반대로 적극적으로 의뢰를 드렸어요. 아트워크 큐레이션을요. 왜냐면 이곳은 근미래의 공간이다 보니까 테크놀로지, 금속, 편리하고도 근사한 가구들이 있지만, 이와 동시에 한국의 옛 수공예품이나 현대 수공예품, 혹은 손으로 만든 어떤 작품이 섞여 있다면 독특하게 대조되는 경험이 좋게 느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더 니트 클럽이라는 브랜드의 대표님께 의뢰를 드렸고, 장시간 고민을 거쳐 큐레이션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오브제는 화장실의 어메니티 박스예요. 손으로 만든 담양 죽공예함. 함인데 만듦새가 너무 좋아요. 그리고 일반적인 오해와 달리 공예는 손으로 직접 만드는 과정을 생각해보면 생각보다 그렇게 비싸지 않고 접근성이 있는 편이거든요. 그런 점에서도 좋은 오브제입니다. 나중에 직접 보게 되시면 이게 담양의 특산품이구나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또 옻칠을 하시는 허명욱 작가님이 만드신 메탈 테이블 매트가 있어요. 책상 매트로도 쓸 수 있는데 매트의 톤이랑 공간의 톤이 정말 절묘하게 맞아요. 만져보면 옻칠이라서 흔히 접하는 페인트와도 다른 신비로운 촉감이 느껴지고요. 그리고 김승현 작가님의 모빌도 벽과 천장에 설치되어 공간에 포인트를 줍니다. 고려 시대 출토품도 하나 있어요. 처음 공간에 들어서면 스파 입구 오른쪽에 출토품이 무심하게 있는데, 사사막 가드닝 스튜디오에서 작업해 주신 박달나무와 나뭇가지 오브제가 담겨 있어요. 이것들이 저에게는 굉장히 와닿았던, 인상 깊었던 공예품들인 거 같아요. 웜댄콜드맨션에 가시면 직접 사용해 볼 수도 있고, 경험해 볼 수 있다는 점을 추천드립니다.
끝으로 머무실 분들께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실까요?
ABP 때랑 똑같은 목표인 듯 해요. 이 공간을 보고 엄청난 인상을 느끼실 수도 있고, 즐겁게 사진을 찍을 수도 있겠지만, 결국 디자이너로서 제가 원하는 건 ‘이런 곳에 살아보고 싶다’ ‘우리 집이 이런 공간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대입시켜 보셨으면 하는 것 같아요. 내 삶이 이러면 어떨까 하고 다양하게 상상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스테이가 추천하는
주변 레스토랑

세세라기

웜댄콜드맨션에서 걸어갈 수 있는 가까운 곳에 식사 겸 술 한 잔을 할 수 있는 맛있는 이자카야가 있다. 메뉴 선택이 힘들다면 우선 오늘의 메뉴를 선택한 뒤, 튀김 요리 하나와 명란 파스타는 꼭 드셔보시길. 사케 한 잔도 함께라면 더할 나위 없는 완벽한 밤이 될 것이다.

스테이가 추천하는
주변 카페

워프 워프

미래 세계의 한옥은 이러할까? 웜댄콜드맨션의 주재료인 금속이 많이 쓰인 독특한 인상의 카페다. 같거나 다른 종류로 2개의 양갱을 커피 또는 밀크티와 함께 곁들이길 추천하며, 또 다른 우주에 정착한 듯한 안과 밖에서의 기념사진도 놓치지 않기를.

퍼베이드

고즈넉한 색감 그러나 트인 공간을 가진 베이커리 카페. 어떤 하나의 주 종목인 빵이 있다기보다 어떤 빵을 골라도 실패하지 않는 맛이다. 저자극 맛을 가진 식사빵부터 디저트 류의 빵까지 모두 훌륭하다. 유독 쫄깃쫄깃한 치아바타 류는 꼭 먹어보길 추천한다.

STAY

우주선 속에서 사유의 시간

한 번쯤은 누구나 생각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완전한 일탈처럼 보통의 삶이 아닌 기이하거나 특이한 집에 머무는 것을. 생각은 생각에 그치고 만다. 왜냐하면 익숙하지 않은 것은 불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편해야만 겪고 보지 않고, 보지 못했고, 만난 적 없는 것을 맞닥뜨려야만 갇히지 않고 확장될 수 있다. 스스로 깊이 물어본 적이 있을까? 미래에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지, 어떤 공간에 머물며,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지 말이다. 미래의 모습을 제시하는 우주선 같은 곳에서 사유의 시간을 갖는다. 미래의 세계를 어떻게 상상하고 있는가? 더 편하고 더 절제되고, 따라서 더 미니멀하고 단순해지는 세상을 꿈꾸고 있는가? 단순해지는 것은 일상의 편리를 담당할 뿐, 그 안에서 우리는 더 선택하고 생각해야만 한다. 사유의 절제는 없어야 한다. 차가운 물성의 재료가 즐비하지만 잠시 허용한 우주선 안에서의 머무름은 따뜻하기만 하다. 이유는 뭘까? 진정한 배려가 뭔지 차분하게 곱씹어본다. 그것은 편의만을 추구하고 편리하게 흐르듯 두어 아무 선택 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닐 수도 있겠다. 진정한 배려는 일상 속에서 잃은 사유의 시간을 되찾게 해주는 것일 수도 있겠다. 우주선 그리고 근 미래의 집 안에서 갖는 사유의 시간. 부지런히 몸을 놀리는 데로 얻을 수 있는 게 많은 시간. 가치를 넘어서 느껴지는 참된 배려이다.

4 POINT OF VIEW

ORIGINALITY

비일상적 경험의 발견

이런 곳은 없었다. 과감한 색감 그리고 IOT 기술의 적극적인 활용. 근미래에서 날아온 우주선의 불시착인 듯 어느 건물의 한 층에 끼워진 차갑고도 따뜻한 덩어리라고 말하는 게 적절하겠다. 입구부터 침실, 주방과 다이닝 공간, 서재 그리고 욕실까지. 감탄사를 연발하게 되는 재미와 동선, 움직임이 펼쳐진다. 머무름은 위로를 위한 안락, 쉼 또는 비일상적 경험으로 인한 자극, 크게 이 두 가지로 나뉘고 선택하는데 이곳은 비일상적 경험이 천지에 널렸다. 미래 세계 라면 영화 월 E의 떠다니는 의자에 앉아 화면만 바라보는, 일상 속 움직임이 줄어들어 둔하고 게으른 인간을 떠올리게 되는데 이곳에서는 오히려 더 많이 움직이는 족족 비일상적인 경험들을 하나 둘 발견하게 된다.

DESIGN

감각을 일깨우는 적극적인 디자인

여러 물성의 재료는 감각을 일깨운다. 금속, 타일, 카펫, 나무, 플라스틱 등. 여러 모양의 오브제와 일상적이지 않은 형태의 사물도 감각을 일깨운다. 그들의 색도 마찬가지다. 무엇 하나가 유행하면 비슷비슷한 공간과 오브제, 재료들이 부지불식간에 주변을 감싸고 만다. 새로움이 넘쳐나는 요즘도 마찬가지다. 그곳에서 빠져나와 진정한 새로움에 들어서 감각을 일깨우고 스스로 원하는 것을 깨닫고 선택하는 건 쉽지 않다. 유즈풀 워크샵은 큰 공간에서부터 작은 재료 선정, 가구와 싱크를 직접 디자인 제작하여 자연스럽게 스미되 일상을 넘어선 감각을 일깨운다. 적극적으로 선보이고 조용히 제시한다. 웜댄콜드맨션의 벽 같지만 실은 문인 육중하고 큰 출입문부터 감각의 솜털은 일어날 준비를 한다.

Hospitality

노을빛의 사유

질문하기는 어렸을 적부터 배제된 행동이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주는 가르침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그러나 질문은 선택을 끌어내는 가장 좋은 사유의 방법이다. 삶은 선택의 연속이므로. 미래 세계에는 더 많은 질문이 있어야 휘몰아치는 발전된 문물 속이 아닌, 이를 곁에 두고 스스로의 선택으로 스스로가 주체인 바른 자세로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더 물어야 한다. 좋은 책과 영화, 예술은 경험하는 이로 하여금 많은 질문을 하게 만든다. 즉, 사유하게 한다. 이 공간에 머물면 많은 질문이 노란 노을빛처럼 찬란하게 쏟아지고 만다.

PRICE

미래의 머무름을 묻는다

지금 당장의 유행을 좇는 공간은 많다. 인스타그래머블한 스팟들이 즐비한 가운데 바로 앞, 우리 미래의 머무름을 제시하는 공간은 몇이나 될까? 안타깝게도 손에 꼽을 정도다. 공간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하다. 바로 앞의 미래에 당신은 어떤 곳에 살고 싶나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싶나요? 웜댄콜드맨션은 수많은 주거 형태 중 그들이 추구하는 주거의 형태를 메시지화하여 전한다. 미래의 머무름을 묻는 곳, 이곳에 머물러야 할 가장 큰 이유다.

스테이명
웜댄콜드맨션

숙소타입
호텔

연락처

주소
강원도 강릉시 교동광장로100번길 19

인원 / 객실수
2~6명 / 1객실

가격대
₩300,000 ~ ₩620,000

체크인 / 아웃
15:00 / 11:00

편의시설
아침식사, 빔프로젝터 또는 TV, 취사, 반신욕

PHOTO BY 이상필 | WRITTEN BY 김모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