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숙은 어릴 적 드라마에서나 듣고 보았던 단어였다. 드라마에서는 여인숙을 고된 노동을 한 후 간신히 몸을 누일 수 있는 작은 공간으로 그렸다. 그래서 어딘지 모르게 ‘호캉스’가 트렌드가 되어 버린 요즘 시대에는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경험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 형태가 궁금했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중요하다. 막연히 여인숙에 대한 거부감이 있던 찰나 양양에서 만난 월화여인숙은 내 첫 여인숙 체험을 반전으로 물들였다.

처음 들어가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적당한 온도. 보통 호텔에 들어가면 계속 켜져 있는 에어컨 혹은 히터 때문에 너무 춥거나 답답할 정도로 후끈한 경우가 많은데 월화여인숙은 춥지도, 덥지도 않은 딱 적당한 온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구글 네스트를 통해 원격으로 조절하는 시스템이 꽤 잘 유지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사용자가 공간에 들어가서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사소하지만 굉장히 중요한 장점이었다.

다이닝 공간도 꽤 세심하다. 잘 구비된 식기와 커피 머신 등 음식을 해먹기에 충분했다. 테이블에 앉아 빈티지 AR 오디오로 음악을 들을 수도 있고, 널찍한 거실 소파에 앉아 아무 생각도 없이 멍 때리고 있기에도 좋다. 책을 읽거나 무언가를 보는 것, 무언가를 듣는 것도 실제로 뇌가 쉬는 시간은 아니다고 한다. 월화여인숙에서는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뇌를 쉬게 하는 시간을 가져볼 것을 추천한다. 온전한 휴식이 가능한 곳이다.

해가 뜨는 동쪽 바다를 앞에 두고 있는 월화여인숙은 해는 물론 달이 아름답게 비치는 곳이었다. 왜 호스트가 이 곳의 이름을 ‘영롱한 달빛’을 뜻하는 월화로 지었는지 밤이 되고서야 확실히 깨닫게 됐다. 해가 잘 드는 곳은 많아도 달빛이 예쁘게 들어오는 것은 드물었는데 이름처럼 이곳은 달빛이 따스했다. 불을 꺼도 환한 도시의 인공 조명이 아니라 자욱하게 내린 안개처럼 스미는 달빛은 오히려 달빛에 안겨 잠을 자는 듯한 느낌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