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ebook_pixel
월령선인장
why

여행을 시작하는 장소의 힘 제주 월령리 마을

낯선 곳은 두려운 동시에 매혹적이다. 새롭고 낯선 것을 경험하거나 그 풍경에 둘러싸이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여행은 ‘지금 이곳’이 아닌, ‘저기 다른’ 곳으로 건너가는 행위이자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수많은 관계망과 익숙한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비일상의 세계로 빠져드는 일이다. 낯선 곳에 들어선 나는 나를 둘러싸고 있는 새로운 풍경만큼이나 다른 존재가 된다. 낯선 곳의 타지 사람이 되어 내 안의 생경한 나를 마주하기도 하고, 내가 알고 있는 세계의 반경 및 의식의 지평선을 넓히기도 한다. 소설가 김영하가 말하듯 여행은 “일상의 부재” 속에서 “노바디”가 되어 내가 누구인지를 잠시 잊기 위해 떠나는 것이자(『여행의 이유』) 익숙한 나에서 낯선 나, 또는 새로운 나에 다가서는 일이다. 그렇게 밖으로, 혹은 탁 트인 경계 너머로 시선을 돌리다보면 그간 풀리지 않은 문제들의 핵심에 다가서거나 문제에 직면할 마음의 힘을 얻는다.

하지만 이 낯섦을 경험하고 일상으로부터의 탈피를 꿈꾸는 장소가 물리적으로 먼 곳일 필요도, ‘타국’일 필요는 없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먼 타국을 오고가는 시간을 내기는 더욱 어렵다. 낯섦의 정도와 감도가 물리적 이동 거리에 무조건적으로 비례하는 것도 아니다. 심리적 멂을 허용하는 장소가 필요하다. 이러한 순간 제주도는 가장 합리적이고도 적합한 대안이 되어준다. 멀리 이동하지 않아도 공항을 거치는 재미가 있고, 본토와 전혀 다른 풍토로 낯선 이국땅을 밟듯 이국적이고도 낯선 정취와 자연을 만끽하는 것이 가능하다. 날마다 새로이 유입되고 있는 트렌디한 문화는 제주도를 다시 또 찾아야할 이유를 하나 더 보탠다.

그러한 제주에 제주의 이색적임이 한층 더 짙게 풍기는 마을이 있다. 국내 유일의 선인장 야생 군락이 있는 한림읍 월령리다. 사막의 거칠고 척박한 환경 속에서 자란다고 여겨진 선인장이 쿠로시오 해류를 타고 열대지방으로부터 밀려와 월령리 해안가 바위틈에 뿌리 내렸다. 언제부터인가 월령은 손바닥 선인장 자생지가 되었고, 거친 바람과 파도가 몰아치는 해안가에 검은 돌무더기 틈 사이로 무리지어 자라나는 선인장의 모습은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이국적 풍경을 이룬다.

2016년 12월, 소리 소문 없이 월령리 마을에 찾아든 열대 지방의 선인장처럼, 이곳에 조용히 스며들어 낯섦의 경험과 이국적인 하룻밤을 선물하는 스테이가 있다. 머무는 것만으로도 일상의 경계를 넘어 비일상의 세계로 들어서게 하는 여행의 장소, 월령선인장이다. 일찍이 ‘눈먼 고래’를 통해 스테이라는 경험재로 지역마을과 자연스럽게 조화되는 가능성을 증명해보인 지랩(Z_Lab)이 그와 비슷한 방향성을 가진 건축주를 만나 마을의 지역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고유한 공간 경험과 정체성으로 녹여내었다.

월령선인장이라는 스테이가 제주의 월령리 마을로 다시 여행을 떠나야 하는 이유이자 목적이 될 수 있도록 사람들에게 그간 잘 알려지지 않은 선인장 마을의 이야기를 품었다. 로컬지향의 시대, 월령선인장은 3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없는 가치를 전하며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에서 피어나는 여행의 의미를 재확인하게 하는 제주 월령리의 스테이로 우리를 초대한다.
people

일상을 여행하듯 살아가고 싶어 제주행을 선택한 사람들

제주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이주민의 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저마다 다른 크기와 모양의 삶을 살아가지만 제주행을 결심하는 데는 대개가 비슷한 이유에서라고. 쉼 없이 흘러가는 삶을 멈추고 한 호흡을 고르고 싶거나 스스로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또는 느리게 가더라도 자기만의 리듬과 속도대로 일상을 꾸려가고 싶은 이들이 꾸준히 모여든다. 일상에서 비일상으로 떠나는 여행이 아닌, 일상을 여행하듯 살아가고 싶은 사람들이 이주지로서 선택하는 곳이 제주다.

지금의 월령선인장을 있게 한 건축주 부부도 마찬가지. 맞벌이 부부로 서울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삶을 당연시 여겼지만, 아이가 태어나고부터는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탄탄한 커리어를 쌓으며 성공하는 삶도 좋지만 그만큼 잃는 것도 많기에 '좋아하는 것을 잃지 않는' 삶을 선택했다.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자연과 함께하는 가족 중심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제주행을 선택했다. 다행히 부부는 땅값이 한정 없이 치솟기 직전 제주에 발 내딛을 수 있었고, 자신들의 취향을 불어넣은 스테이로 제주에서의 지속가능한 삶을 이어 나가는 것으로 방향을 크게 틀 수 있었다.

처음은 제주 돌집을 리모델링한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 아무래도 지랩(Z_Lab)의 '눈먼 고래'의 역할이 컸다. 눈먼 고래로 제주 돌집의 매력에 빠져든 건축주가 그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터와 돌집을 찾아다닌 끝에 닿게 된 곳이 월령리이기 때문이다. 협재 해수욕장과 가까운 곳을 찾던 중 우연히 들어선 마을에 열대 지방의 야생 선인장들이 마을 곳곳에서 경계 없이 피어나고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부부 역시 월령리 마을이 가진 이국적이고도 유일무이한 장면에 빠져 들었고, 마을 입구에 세 개의 갈림길이 만나는 지금의 터를 만나 닻을 내렸다.

월령리는 선인장 자생지라는 독특하고도 신비스러움이 깃드는 특징 외에도 제주4.3사건의 상징인 무명천 할머니의 삶터가 있어 매해 추모제가 열리는 곳이자, 제주 바람의 시원인 마을이었다. 자연스레 부부는 월령리에 숨겨진 여러 결의 이야기들을 담아낼 수 있는, 마을에 이질감 없이 녹아드는 공간을 꿈꿨고, 그리고 무엇보다 이 모든 여정을 자신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불러 일으킨 지랩과 함께 시작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지랩으로서도 월령리 마을의 이야기를 겸손한 방식으로 담고 싶어 한 건축주 부부의 뚜렷한 방향성에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라이프 스타일 전반에 대한 타고난 감각과 뚜렷한 취향 있음으로 원하는 공간의 디자인이나 이미지, 느낌에 대한 구체적 그림을 갖고 계신 분들에 감화 받기까지 했다. 자신의 취향을 완벽히 구현하는 공간을 짓되, 그것이 제주다움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진행되길 바라는 건축주와 함께 월령리 마을의 이미지와 이야기를 스테이의 고유한 정체성으로 담아내기 위한 고민을 이어 나갈 수 있었다.

스테이와 함께 사람들의 진입 장벽이 낮은 카페로, 돌담의 경계 위로 피어나는 손바닥 선인장의 이국적 풍경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즐기다 갈 수 있기를 바랐지만, 월령선인장의 대지가 마을길보다도 낮고, 또 세 개의 마을길이 만나는 모퉁이에 자리해 있어 스테이의 프라이버시 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그래서 지랩은 건축주를 설득했고, 월령리라는 마을이 제주 여행의 목적지가 될 수 있도록 월령리 마을의 지역성과 이야기를 온전히 품고 느끼는 독채 스테이를 만드는 것으로 접점을 찾았다.
location

바람이 머물고 자생 선인장이 피어나는 곳

월령리는 제주 한림읍 제일 끝 서쪽 해안에 위치한 마을이다. 옛 지명은 제주어로 검은 길을 뜻하는 ‘감은질’ 또는 ‘가문질’로, 마을이 들어서기 전 이곳 일대는 암반과 돌무더기 위로 거대한 숲을 이룬 곶자왈이었다고 한다. 제주의 거친 자연에 때로는 저항하고 순응하며 살아온 제주인의 삶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러한 월령리 마을에 또 하나의 독특한 풍경이 새겨들었다. 해류를 타고 들어와 검은 현무암 바위틈에 무리지어 자라나고 있는 손바닥 선인장이다. 마을 주민들이 쥐나 뱀의 침입을 막기 위해 하나 둘씩 선인장 줄기를 가져다가 돌담에 옮겨심기 시작한 것이 마을 골목마다에, 검은 돌무더기에, 길가의 자투리땅에 까지 짙게 퍼졌다. 여름이면 노란 꽃을 피우고 초겨울이면 ‘백년초’라는 붉은 선홍빛 열매를 맺으며 월령리만의 이국적 풍경을 연출한다.

월령리는 국내 유일의 자생 선인장 마을이라는 독특한 이력 외에도 저마다 다른 결의 이야기가 겹겹이 쌓여들어 있어 그것 그대로의 대체 불가한 지역다움을 형성하고 있는 마을이다.

100년 먹은 여유에 홀린다는 '월계 진좌수'의 이야기가 이곳 마을과 금능리의 중간지점인 반마루에서 생겨났고, 바람, 돌, 여자가 많아 삼다의 섬이라는 제주도에, 풍다의 시원이 되는 곳도 월령리다. 사시사철 세차게 불어 닥쳐 제주민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그 바람이 이제 재화를 생산하는 미래 자원으로 여겨지기 시작하자 제주의 첫 풍력발전연구소가 월령리 해안가에 들어섰다.

월령리 마을에도 잊지 말아야할 제주 4.3사건의 비극적 아픔의 역사가 서려있다. 월령선인장과 불과 800m 떨어진 곳에는 제주 4.3사건의 희생자이자 무명천 할머니로 알려진 진아영 할머니의 삶터가 자리해있다. 마을 주민들은 매년 진아영 할머니를 위한 추모 문화제를 준비한다.

월령선인장은 스테이라는 경험재로 마을에 쌓인 이야기를 전하기 위한 방향으로 등장한다. 월령리 마을을 모르는 사람이 월령선인장이라는 '다른' 계기로 이 곳을 찾게 만드는 것. 그자체로 유일무이한 마을의 지역 가치를 공간의 언어로 써내려갔고, 소란하지 않은 방식으로 타지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비일상의 공간 경험을 제안하는 독채 스테이로, 제주도로 '다시' 여행을 떠나야할 이유를 조용히 전한다.
MAKING STORY

다양한 외장 마감재의 활용과 스테이의 다양한 기능들, 그리고 쉽지 않은 디테일들이 특히 많아 어려운 프로젝트인 것만은 분명했다. 시공에 있어 난항이 예상되었지만, 지랩의 다이빙맛(Davingmat) 프로젝트에 이어 스타시스 디자인(Starsis Design)에서 맡아준 덕분에 걱정을 덜 수 있었다. 흔치 않은 합과 유연한 소통으로 월령선인장에 시도된 다양한 실험들에 대한 해법을 고민한 것이 지금의 완성도 높은 신축 스테이로 이어졌다.

완공되기까지 수정을 거듭하고 스터디가 가장 많았던 디테일은 ‘지붕’이다. 다이닝룸의 유리천창을 일단 차치하고서라도 지붕 마감재로 쓰인 목재(적삼목)는 우수처리나 뒤틀림의 가능성이 있어 비바람이 몰아치는 제주에서는 잘 시도되지 않는다고. 무타공 시공으로 해법을 찾은 결과 목재지붕의 살아 있는 결과 콘크리트 벽의 완벽한 비례감으로 녹아든 반면, 유리천창은 지랩과 스타시스 디자인 모두 고민이 깊었다.#
“자연히 월령선인장의 시작은 대지 입구의 팽나무 두 그루와 돌, 선인장 그리고 실내 공간의 연결에 있었습니다.” 지금의 월령선인장이 있는 터에는 오래된 제주 돌집이 있었지만, 이내 허물 수밖에 없었다. 지주와 건축물의 소유주가 다른 경우라 돌집을 지키려면 복잡한 법적 절차에 따르는 비용과 시간 소요를 감당해야 했다. 어쩔 수 없이 이를 허물고 신축을 짓되, 그곳에 자리 해 있었던 지금의 돌담과 선인장 무리들, 그리고 두 그루의 고목과 현무암 돌무더기는 그대로 두기로 결정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시작과 끝은 월령리 마을의 ‘선인장’에 있었다. 선인장이 아우르고 있는 마을의 이미지와 특징들을 건축물에 최대한 반영하고자 한 프로젝트로서, 디자인 요소 뿐만 아니라 이를 고유한 공간 경험으로 풀어내고 월령리 마을에 최대한 자연스레 녹아드는 방법을 고민했다. 단층으로 짓고 싶다는 건축주의 바람은 큰 힘이 되어주었고, 마을 초입에 위치한 입지 조건과 프라이버시를 우선적으로 고려해 내부지향적이고 폐쇄적 느낌을 주는 지금의 월령선인장을 설계하였다.#
SPACE

일상에서 경험하기 힘든 비일상의 순간을 누리는 스테이

월령리 마을에 깊숙이 스며든 월령선인장은 바람과 섬의 경계에서, 또 안과 밖을 구분하는 돌담 위에서 경계 없이 피어나는 손바닥 선인장의 특징들을 안았다. 월령선인장은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를 가로지른다. 제주 속 또 다른 낯섦을 찾아 월령리 마을에 들어서는 이들에게 일상과는 다른 공간 경험으로, 머무르는 것만으로도 여행이 되는 비일상의 경험을 제안한다.

오각형의 중정 모양에 따라 이어지는 독특한 시퀀스로 공간과 기능을 완벽히 구분하고 이색적인 공간감을 더했다. 그래서 월령리 마을은 두 가족이 ‘따로 또 함께’ 머무르기에 불편함이 없다. 두 개의 침실 공간을 양방향으로 이어지는 동선 끝에 각각 배치시켜 분리했을 뿐만 아니라 침실을 향하는 동선에서 서로 다른 공간 경험과 만나도록 치밀하게 짜여졌다. 거실과 연결된 밝은 분위기의 침실이 중정 뒤의 노천탕으로 이어진다면, 반대편 다이닝룸을 지나 만나는 짙은 색감으로 꾸며진 침실은 야외 수영장과 면하고 있어 시선과 동선이 바깥으로 이어진다.

공간을 이동할 때마다 머무는 시선의 경험 역시 깊고 다양하다. 어디에서나 공간 안팎으로 시선이 겹쳐들게끔 치밀하게 고민한 구조이다. 바깥 마을의 풍경을 공간 내부로 품고, 가운데 중정의 공간은 내부의 공간과 경계 없이 열려 있도록 디자인 했다.

특히 리빙룸과 다이닝룸이 서로 마주보지 않고 살짝 비껴나듯 배치된 덕분에, 돌담의 마당과 거실, 중정과 키친, 뒷마당으로 이어지는 시선으로 열린 공간감을 경험할 수 있다. 콘크리트 노출벽과 에폭시 바닥재, 그리고 나무 소재로 꾸민 실내 공간은 소재 자체가 주는 느낌과 질감이 실내 선인장과 잘 어우러지고, 정제된 세련됨으로 집 이상의 이색적 공간 분위기를 연출한다. 월령선인장에서 가장 비일상의 순간과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은 유리천창이 있는 다이닝룸이다. 여러 사람이 앉아도 모자람이 없는 큰 테이블에 앉아 유리천창의 틈새로 쏟아지는 빛의 모양과 시간의 흐름을 즐기는 것이 가능하다.

앞뒤로는 중정의 공간과 앞마당이, 그리고 마주보는 정면으로는 수영장과 천창에 닿을 것 같은 높이의 투쟁용 선인장들이 시선에 닿는데, 이 역시 낯선 이국적 풍경에 둘러싸여 보내는 ‘비일상의 순간’이다. 파란타일의 클래식함이 묻어나는 수영장 역시 마찬가지. 손바닥 선인장이 돌담 위로 피어나는 제주다운 풍경과 고목들을 시야에 담고서 프라이빗하게 즐기는 물놀이는 월령선인장만이 줄 수 있는 경험이다. 중정에서 수직적으로 향하는 오브제의 계단으로 오르는 경험도 빼놓을 수 없는 특별함인데, 루프탑 가든의 작은 테이블에 앉아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거나, 루프탑에서 노천욕을 즐기는 것은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으며 누리는 월령선인장에서의 오롯한 쉼의 시간이다.
INTERVIEW

지랩(Z_Lab)과의 인터뷰

stayfolio
Wollyeongsuninjang
월령선인장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제주살이를 결심한 젊은 맞벌이 부부가 저희를 찾아오셨어요. 저희를 찾아주신 건 '눈먼 고래' 때문이고요. 눈먼 고래에서의 하룻밤이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았다고 하시더라고요. 무엇보다 눈먼고래로 제주 돌집의 매력에 빠져 그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땅과 집터를 찾아 다니다 지금의 월령리를 만났고, 매입까지 하게 됐다고요. 두 분 다 랜드 마케팅 분야에서 오래 몸담아 일하신 분들이라 그런지 짓고 싶은 건축의 설계 디자인이나 프로그램, 공간 경험에 대한 뚜렷한 방향과 취향을 갖고 계셨어요. 내부에 들이고 싶은 가구 디자인(밀로드)이나 스피커(뱅앤올룹슨 A9), 어메너티(이솝) 등의 브랜드도 이미 염두에 둔 게 있었으니까요. 자신들의 취향의 결을 섬세하고도 완벽히 구현할 스테이의 공간을 짓고 싶어 하셨어요. 그리고 그것이 제주다움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진행되기를 바랐고요. 저희로서도 제주의 서쪽 작업을 해보고 싶었던 터라 어렵지 않게 결정할 수 있었어요. 손바닥 선인장이 자생하고 있는 월령리만의 풍경도 신비로웠고요. 무엇보다 그때 당시 제주 내 신축 프로젝트로서 ‘다음’을 선보여야할 중요한 기로에 놓여 있었는데, 자연에 겸손하면서도 지역의 스토리와 제주다움을 담아내는 월령리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었어요.
처음 월령선인장의 대지에 닿았을 때의 느낌은 어떠했나요.
월령선인장의 터는 본래 돌집이 있는 집터였어요. 처음 현장에 갔을 때는 이미 철거가 이루어진 상황이라 빈터를 두르고 있는 돌담만 자리해 있었고요. 제주의 돌집 중에는 지주와 건축물의 소유주가 다른 경우가 있는데, 월령선인장의 땅이 그러했죠. 건축주는 오랜 세월 한 곳을 지켜온 돌집을 지키고 싶어 했지만 복잡한 법적 절차와 규제 때문에 허물 수밖에 없었어요. 비어 있어서인지 대지의 경계를 두르고 있는 거친 돌담과 돌 언덕, 그리고 돌담의 경계안팎으로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선인장 무리에서 어떤 신비함이 느껴졌어요. 대지를 지키는 오래된 팽나무 두 그루는 그 느낌을 배가시키고 있었고요. 이 나무들을 있는 그대로 지켜내자는 것이 저희와 건축주가 서로 공감한 사안이었어요. 돌집에 대한 아쉬움이 컸던 만큼 새로 지을 건축물이 제주다우면서도 월령리 마을에 조용히 스며들기를 바랐고요. 무엇보다 단층으로 짓고 싶다는 건축주의 바람은 큰 힘이 되어주었어요. 신축 건물이 주는 모던함이나 인위적인 느낌은 피할 수 없겠지만, 월령리 마을의 정주환경을 크게 해치지 않으려는 고민을 건축주와 함께 이어나갈 수 있었어요.
월령선인장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주안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월령리 마을의 이야기와 선인장의 이미지를 하나의 일관된 공간 언어와 정체성으로 풀어내는데 집중했어요. 선인장이 이번 프로젝트를 이끌어가는 주요 어휘였죠. 선인장이 주는 이국적 느낌과 형상에 착안해 월령선인장의 고유한 공간 경험과 디자인으로 녹여내었어요. 제주의 또 다른 이국적 풍경을 찾아 마을에 들어섰는데, 저희 월령선인장에 들어서면 이국적인 경험이 배가되고, 이중으로 둘러싸이는 것이지요. 스테이의 공간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비현실적이고도 비일상의 풍경과 공간 경험으로 여행의 느낌과 경험을 이어가도록 했어요.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월령선인장이 여행의 목적이나 장소가 되어, 월령리 마을에 다시금 들어서도록 하는 것이죠. 유리천창이 있는 다이닝룸을 비롯해 독채 스테이에서 기대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기능들 – 루프탑, 노천탕, 수영장, 바비큐장 등을 월령선인장에서 경험하실 수 있어요. 월령리 마을이 자아내는 이국적인 분위기가 공간 안팎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크고 작은 부분들에 남다른 취향과 감각을 불어넣으려 했고요.
완성도 높은 신축 스테이라는 결과물을 얻기까지 여러 시행착오와 시공 상의 어려움이 있었을 듯합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월령선인장은 독채 스테이가 가진 거의 모든 기능이 맥시마이즈된 형태로 녹아들어 있는 스테이 공간이에요. 독채 스테이로서는 상당히 큰 규모의 수영장과 야외 데크, 그리고 노천욕을 즐길 수 있는 공간도 두 군데나 있으니까요. 하지만 노천탕을 처음부터 두 개로 기획한 건 아니었어요. 건축주는 옥상에 올라가 360도로 펼쳐지는 마을의 전경과 바다의 뷰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기를 원했는데, 옥상 위의 기능이 없으면 손님들이 많이 올라가지 않는다고 말씀드렸더니 지스테이의 수화림의 사례대로 옥상 위 노천탕을 만들자고 해서 만든 곳이에요. 월령선인장에 대한 건축주의 애정과 의지가 느껴지는 부분이라 생각해요. 그러한 남다름이 있었기 때문에 유리천창으로 된 지붕도 과감히 시도할 수 있었다고 봐요. 결과적으로는 월령선인장에 더 풍성한 공간감을 불어 넣어 주고 있으니까요.

다른 하나는 시공이 끝난 후, 실내 콘크리트 노출 벽과 관련한 에피소드예요. 콘크리트 노출 벽은 시공비를 낮추면서 재료 본연 그대로의 감성과 자연스러운 공간을 만들기 위해 종종 사용하는 방법이에요. 건축주와 이 공법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고서 진행한 사안이었지만 건축주가 생각하고 기대했던 느낌과는 많이 달랐던 것 같아요. 건축주가 생각했던 노출 콘크리트 면은 아주 매끄러운 마감이었거든요. 그래서인지 처음 시공된 벽을 보시고는 당황해하셨어요. 완공이 되고나서 한동안은 어색해하시다가 지금은 그 거친 미감이 더 자연스럽고 정감이 간다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대지를 두르고 있는 제주 돌담과도 더 잘 어우러지기도 하고요.
2016년 월령선인장의 출현이 제주도 스테이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들었습니다.
월령선인장은 투자한 비용도 비용이고, 건축주가 그간 축적해온 공간에 대한 안목과 ‘좋음’의 가치를 불어넣은 스테이라 1세대 제주 이민자들에게 특히 충격과 자극을 주었어요. 자본의 규모도 커졌을 뿐만 아니라 스테이에 그것만의 스토리와 지역성을 품지 않으면 스테이 사업을 지속가능하게 이어나갈 수 없겠다는 어떤 위기감을 심어준 것이죠. 이후 월령선인장은 스테이 공간의 상향평준화를 이끌어내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해요. 월령리 마을에 문워크(MOONWALK)와 같은 스테이가 등장하게 되는 직접적 계기가 되었으니까요. 저희에게도 월령선인장은 눈먼고래, 조천댁, 평대 파노라마, 유월별채, 하도하도에 이은 6번째 토탈 디자인 프로젝트였는데요, 섬세하고도 남다른 감각을 지닌 건축주로 인해 함께 성장 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이자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고 생각해요.
월령선인장만이 줄 수 있는 매력이 있다면? 스테이에 머무르시는 분들이 꼭 경험했으면 하는 공간 경험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월령선인장의 매력은 이국적인 정취와 공간 분위기 속에서 느끼는 시간의 흐름과 제주 자연의 신비로움에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빛이 바로 떨어지는 다이닝 공간은 이를 한층 더 분명하게 각인시키는 공간이고요. 긴 테이블에 앉아 유리천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을 느끼며, 고목이 있는 뒷마당, 그리고 중심의 중정을 에워싸고 있는 키친과 거실, 그리고 앞마당까지 한번에 겹쳐드는 열린 시선을 경험하실 수 있어요. 실내에는 또한 국내에서 잘 볼 수 없는 다양한 종류의 선인장들이 있어 이국적이고 낯섦의 풍경을 즐길 수도 있고요. 중정의 오브제처럼 있는 계단도 한번 꼭 올라가보셨으면 해요. 360도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마을 전경과 월령리 바다는 탁 트인 공간감과 함께 잊지 못할 한 장면으로 남을 겁니다.

스테이가 추천하는
주변 여행지

무명천 할머니 삶터

제주 4.3사건의 생존 희생자이자 슬픈 얼굴로 기억되고 있는 무명천 진아영 할머니의 삶터이다. 8평 남짓한 할머니의 생가를 작은 박물관 형태로 개조하여 할머니의 유품을 전시하고 있다.

제주 월령리 선인장 군락

월령선인장에서 도보 5분거리에 위치한 국내 유일의 야생 선인장 군락지. 올레길 14코스이기도 한 이곳은 산책길 데크가 조성되어 있어 월령리 바다와 선인장을 바라보며 걷기에 좋다.

월령점방

음료, 주류, 간식거리를 구입할 수 있는 월령리 월령점방. 점방지기로 20년을 지켜온 (월령리가 고향인) 노부부가 운영하는 곳.

스테이가 추천하는
주변 레스토랑

쉴만한 물가

월령리 선인장 군락지의 입구에 바로 자리한 카페이다. 월령리 마을에서만 맛볼 수 있는 선인장 주스와 백년초 레몬에이드를 즐길 수 있다.

돌담너머바다

협재해수욕장 근처, 제주의 신선한 해선물로 만든 이탈리아 음식을 맛있게 즐길 수 있는 곳. 판포리 문어스파게티와 전복 새우 크림 리조또 맛집.

STAY

월령선인장의 여행자가 되어 낯선 풍경에 둘러싸이다

소설가 김연수는 여행의 목적이 “공간의 이동이 아니라 나를 둘러싼 세계를 바꾸는데 있다”고 했다. “낯선 풍경 앞에 서 있을 때 여행자가 된다”고 말이다(『언젠가, 아마도』). 나를 산란하게 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일상의 풍경이 소거된 낯선 곳과 장소를 찾는다. 외국으로 훌쩍 떠나기엔 시간도 비용도 버거울 때, 하지만 도심은 벗어나고 싶을 때 일순위로 떠오르는 곳이 제주도다.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낯섦의 풍경에 둘러싸여, 제주의 바람과 바다, 오름을 보고 새기는 것만으로도 복잡한 마음을 환기시키고 다시금 일상을 반복할 힘을 얻곤 했다. 그러한 좋은 기억들이 있어서인지 여행이 필요할 때면 (지금 당장 떠나지 않아도) 다시금 제주도를 찾고, 제주의 묶을 곳을 검색하며 여행 계획을 짠다.

이번은 제주 북서쪽에 위치한 월령리 마을이다. 국내 유일의 자생 선인장 군락이 있는 월령리 마을에 특히 월령선인장에 묶고 싶어 떠난 여행이다. 국내에 자생하는 선인장 마을이 있다는 소식을 얼핏 접한 있어 언제 한 번은 꼭 가봐야겠다고 했던 곳이었다. 해안가를 가득 채운 검은 돌들 사이로 초록빛깔의 선인장 무리들이 강렬한 대비를 이루며 자라나는 이국적이고도 신비한 모습에 마음이 뺏겼다. 그러한 이국적인 낯섦이 있는 제주 마을에, 그 이국적 정취를 배가시킬 월령선인장의 존재는 이곳 자체를 여행의 목적이자 도착지로 정할 이유는 충분했다.

월령리 마을의 입구 안길에 들어서니, 제주 바람에 한쪽으로 뉘여 자라는 인상 깊은 폭낭 나무와 나무결이 살아 있는 박공지붕이 있는 단층 건물이 보인다. 사진으로만 보았던 월령선인장이다. 설렘을 안고 들어선 공간에, 정면으로 보이는 선인장들의 작은 정원은 내가 선인장 마을에 들어섰음을 환기시켰고, 빛이 드는 중정과 양옆으로 펼쳐지는 공간들에 마음이 순식간에 뺏겼다.

역시 하루로는 이 모든 공간을 누리기에 부족하구나 했다. 그렇게 흐르듯 이어지는 동선을 따라 월령선인장 구석구석을 구경하고서 다이닝룸의 긴 테이블에 앉았다. 다른 풍경이 겹쳐든다. 주위를 둘러보고, 찬찬히 주변을 응시하며 앉아 있으니 어떤 형언하기 힘든 비현실적이면서도 낯선 이국적 풍경에 한 겹, 두 겹 둘러싸이는 듯 했다. 분명 제주인데, 제주가 아닌 것 같기도 한 비현실적인 느낌. 어디 먼 타국으로 훌쩍 여행을 떠나온 것 같았다. 저 뒤편 파란 수영장이 보이는 풍경에는 검은 돌담에 둘러 싸여 파란 물빛이 참방인다. 이국적인데 제주다움이 교차되는 묘한 분위기다.

스테이에서 제안하는 특별한 경험을 다 차치하고라도 월령선인장에서 보낸 하루는 내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빛의 흐름도 사물에 부딪쳐 생겨나는 그림자들도 당연하지 않게 되는, 어떤 심리적인 멂을 허용하는 비일상의 순간들로 채워졌다. 월령선인장에 마음이 뺏기면 뺏길수록 이곳 월령리 마을이 더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다음 날은 근처에 있는 무명할머니 삶터를 찾아야 겠다 했다. 선인장 마을과 월령선인장이라는 ‘다른’ 계기에 의해 이 마을에 들어섰지만, 그 계기로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들에 대해 알아갈 수 있어 다행이었다.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시간들에 월령선인장의 기억으로 작고 소소한 다른 계기들이 생겨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연수의 책 마지막 글귀가 딱 들어맞는 순간이다. “여행자란 가만히 앉아서 풍경을 바라보는 사람이지만 그 순간에도 그는 조금씩 바뀌고 있다. 나를 둘러싼 세계가 달라지면 내가 달라지는 건 확실했다. 그게 바로 여행의 목적이었다. 진짜 여행은 이제부터 시작된다.”(『아마도, 언젠가』) 월령선인장으로 떠나온 여행으로, 나의 진짜 여행도 이제부터 시작되었다.
4 POINT OF VIEW

ORIGINALITY

심리적인 머뭄을 허용하는 이국적 여행의 장소

이동에 따른 피로나 고됨, 환멸의 가능성에도 우리는 여행을 매순간 꿈꾸고 여행을 떠나며 지나온 여행을 반추한다. 제주도는 일상이 고되고 버겁게 여겨질 때, 그리고 낯선 이국적 정취와 자연을 느끼고 싶을 때 제주도는 단연 영순위로 꼽히는 여행지다. 제주도라는 이미 충분히 이국적인 곳에서, 월령리 마을의 월령선인장에서의 하룻밤은 돌담 위로 경계 없이 피어나는 선인장 마을의 이국적 풍경과 함께 머무는 것만으로도 여행이 되는 비일상의 공간 경험을 제안한다.

DESIGN

이국적인 비일상의 경험을 불어넣기 위한 각고의 노력

돌담에 피어난 선인장의 형상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입면 디자인으로 월령리 마을에 자연스레 녹아드는 방식을 택하였다. 중정을 감싸안듯 이어지는 공간 구성과 독특한 동선의 흐름은 이국적인 공간감을 부여하고, 건축주의 섬세한 취향과 안목에 따라 실내 디자인과 공간 스타일링, 플랜테리어를 완성하였다. 빠르게 변해가는 트렌드에도 쉽게 영향받지 않은 디자인의 가구와 소품들로 선별해 넣은 덕분일까. 월령선인장은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는 가치를 전하며 월령리 마을에 들어선 이들에게 비일상적인 낯섦의 하루를 선물한다.

Hospitality

월령리 마을의 선인장과 지역다움을 품다

충분히 이국적인 느낌을 안기는 제주에, 한림읍 월령리는 국내 유일의 선인장 자생지로서 낯섦과 이국적 정취가 한층 더 짙게 풍기는 마을이다. 머무는 것만으로도 비일상의 여행 경험을 완성하는 프라이빗 스테이로 월령리 마을이 다시 한번 여행의 목적이자 이유가 될 수 있도록 건축주의 세련된 취향과 지랩의 감성과 해석을 더하였다.

PRICE

비일상적인 낯섦의 하루를 위하여

두 가족이 한 공간 안에 머물러도 전혀 불편함이 없는 프라이빗 렌탈 하우스이다. 최대 8인까지 머무를 수 있으며, 비현실적인 크기의 수영장, 두 개의 노천탕 그리고 루프탑과 중정의 공간 등을 이국적 분위기 속에서 프라이빗하게 즐기는 것이 가능하다. 여행의 기억은 장소의 기억이라 했다. 월령선인장에서 하룻밤은 충분히 가치 있는 비일상으로의 여행 경험과 기억으로 보답할 것이다.

스테이명
월령선인장

숙소타입
민박

연락처

주소
제주도 제주시 한림읍 월령리 411-1

인원 / 객실수
4~8명 / 1객실

가격대
₩450,000 ~ ₩800,000

체크인 / 아웃
16:00 / 11:00

편의시설
바베큐, 취사, 수영장, 반신욕

PHOTO BY 이병근 | nangmansie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