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대장간이 간직한 세월과 지역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공간
'고결 문경'은 본래 대장간이었다. 1960년대에 지어져 생활 도구와 농기구를 제작하던 마을에 꼭 필요한 공간이었다. 시간이 흘러 폐광이 되자 대장간은 기능을 잃었고, 어느덧 세월이 흘러 방치되어 있었다. 호스트가 처음 공간을 마주했을 때 뽀얀 먼지 아래 대들보와 서까래, 툇마루는 여전히 그때의 따뜻한 온기를 간직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옛 대장간은 '고결 문경'으로서 경북 문경의 지역 문화를 온전히 담은 공간으로 거듭났다.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지역 문화의 원형이 있는 문경의 다양한 문화와 이야기를 온전히 느끼고 경험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공간을 기획했다. 장인, 작가, 브랜드로 구성된 20여 명의 로컬 파트너와 함께 지역 문화를 하나의 공간, '고결'에 담고자 했다.
'고결 문경'은 과거 대장간이 그랬듯,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고자 했다. 본래 공간이 갖고 있던 따뜻한 공간감과 정체성을 유지하고자 대들보와 기둥을 그대로 살려 옛 대장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새로운 공간을 만들었다. 국가무형문화재 김삼식 한지장의 문경 전통한지는 공간 디자인의 중심이 되어 창호, 조명, 서랍장 등에 녹아들었고 화가 유태근 교수의 작품 또한 문경 한지 위에 고스란히 새겨졌다. 그뿐만 아니라 머무르는 동안 사용할 수 있도록 도자기 장인 가은요, 현암요의 자기가 비치되어 있다. 좋은 도구를 경험해 봄으로써 도자기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우리 생활에 보다 가까이할 수 있게 한 의도이다. 다도 공간은 문경 전통 한지로 둘러싸여 은은하게 빛을 머금고 있다. 나무의 그림자가 수묵화처럼 한지에 드리워져 시시각각 즐거움을 선사한다. 티클래스를 신청하면, 전문 다예사가 방문해 차와 함께 문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아름다운 산세를 바라볼 수 있는 자쿠지 공간에는 문경도자기 요장에서 직접 구운 입욕 소금이 제공된다. 정원은 김원희 정원디자이너의 손길을 통해 지역의 역사와 추억이 쌓인 풍경을 재현했다. 자연주의와 편안함을 주제로, 문경의 자연석으로 쌓은 돌담은 하나의 오브제가 되고 재래종 식물과 대장간의 서까래로 쓰였던 소나무는 공간이 간직한 세월과 지역의 정취를 온전히 전한다.
'고결 문경'이 위치한 가은읍은 문경 고유의 고즈넉한 시골 마을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옛 기찻길을 따라 걸으면 그 주변으로 강이 흐르고, 저 멀리 산을 바라보며 아름다운 사계절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고결 문경'에 머무르며 다양한 지역 문화를 경험하고 세월이 담긴 공간이 전하는 이야기를 들여다보자.
Edited by STAYFOLIO
Designed 고결건축사사무소
Photo by 김기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