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 전주시, 50년이 넘은 2층 주택을 자신들만의 작은 세계로 만들어 낸 ‘로텐바움’이 있다. 부산 ‘웻에버’를 기획한 27 club의 두 번째 프로젝트이다. 로텐바움의 호스트는 머무르는 이들이 닿는 것이 유기적이고 매끄럽게 이어지도록 구성되어야 하며, 공간과 건축은 영화를 만드는 것과 같다고 믿는다. 이곳은 조르그(zorg)라는, 우리들의 자아가 모여 만들어낸 가상 주인공의 집이다. 1967년을 살아가는 프랑스인 조르그가 독일의 낡은 친구 집을 고쳐 살고 있으며, 독일과 프랑스의 경계에 있는 곳이다. 각자의 클리셰와 살아오며 함축된 것을 모아 시나리오처럼 만들어졌다.
로텐바움은 거실 두 개, 침실 두 개, 화장실 두 개와 주방, 다이닝룸과 서재로 이루어져 있다. 전 공간을 이루는 오마주들을 음악과 책, 텍스트 등의 형태로 공간에 남겨두었다. 오랫동안 모은 소품과 빈티지 가구에 취향과 기호가 담겨있다. Room 1의 아이보리 벽지와 월넛 몰딩이 눈에 띈다. 킹사이즈 베드가 있으며, 빈티지 조명과 포스터가 방의 분위기와 조화를 이룬다. Room 2는 조르그의 방으로, 킹사이즈 베드 옆 책상 한편에는 메모지와 필기구, 슬라이드 필름과 인화된 사진이 흩어져 있다. 액자에 걸린 사진이 사진작가의 공간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거실을 가로질러 가면 다이닝룸을 마주한다. 빈티지 조명과 널찍한 테이블, 앤티크한 주방 도구가 구비되어 있다. 식사가 준비되는 동안 벽면에 붙은 LP 리스트를 훑어본다. Miles Davis의 LP를 턴테이블에 올린다. 서재에는 한 쪽 벽을 가득 채운 책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소파에 앉으면 통유리 너머로 빛이 내리쬐는 마당과 커다란 나무가 보인다. 적갈색의 타일로 마감한 욕실에는 빈티지한 욕조가 있어 60년대를 반영하는 듯하다.
전주 로컬 카페인 '평화와 평화'의 원두를 구비해 커피를 직접 내려 마실 수 있도록 준비해 두었다. 취향에 맞는 LP를 들으며 낭만적인 선율과 함께 여유롭게 지내는 것은 어떨까. 침대 위의 빔프로젝터로 영화를 보며 천천히 흘러가는 하루를 보내도 좋겠다. 로텐바움에서의 추억을 남길 수 있도록 필름 카메라가 준비되어 있다. 이곳에 머무르는동안 자신의 색으로 순간을 담아내는 프랑스 사진작가 조르그가 되어 보자. 우리의 모든 집이, 각자의 취향을 품고 저마다의 색깔로 아름다웠으면 한다.
Edited by STAYFOLIO Designed by 27 club Photo by 정찬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