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 바다, 숨과 쉼
강릉 경포대에서 4Km 떨어진 사천에 바다를 굽어볼 수 있는 아담한 야산이 있다. 착한 숲이 줄지어 서 있고, 그 안에 떼 지어 사는 새들이 아침잠을 깨우는 곳, 스테이 심상이다. 낮에는 싱그러운 지평선으로 공상의 나래를 펼치고, 밤에는 묵직한 대기가 배달해주는 파도 소리를 베개 삼아 잠들 수 있다. 마음에 떠오르는 상이라는 뜻인 ‘심상(心象)’은 고즈넉하고 안온한 공간을 지향한다. ‘쉰다’는 말은 휴식을 뜻한다. 숨도 ‘쉰다’라고 한다. 온전히 숨 쉬는 행위, 들숨과 날숨을 의식하는 상태가 진정한 휴식이다. 자연과 한 몸이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루를 묵어도 몸과 맘이 가벼워지는 변화를 손님들에게 드리고 싶다고 호스트는 말한다.
심상은 빛의 방향과 바람의 결까지 섬세하게 배려해서 지은 집이다. 심상을 건축적으로 축약하면 SIMPLE & MODERN이다. 스테이는 두 채의 독립가옥과 문화공간 심상재로 이루어져 있다. 이웃사촌에서 따와 2인용은 이웃집, 4인용은 사촌집이란 이름을 붙여주었다. 이웃집은 스튜디오 스타일로 손을 뻗으면 자연의 숲이 만져지는 곳으로 사임당이 율곡을 낳은 오죽헌의 상징 오죽(烏竹)을 작은 뜰 한 켠에 심어 놓았다. 사촌집은 투룸, 두 개의 화장실에 넓고 세련된 거실과 독립된 정원을 자랑한다. 찔레꽃과 산딸기, 이끼로 만든 작은 중정도 숨긴 듯 지니고 있다. 심상의 크고 작은 모든 공간은 한마디로 정갈하다.
나무 박공으로 지은 별채 ‘심상재’는 실내 20평, 테라스 10평으로 구성된 문화공간이다. 직선거리 565m쯤 아래 바다가 내려다 보이고 반대편으론 멋진 소나무와 대관령 능선이 눈에 들어온다. 실내에는 200여 권의 책과 불멍이 가능한 벽난로, 호스트의 아트 콜렉션, 빔 프로젝터, 스칸디나비아에서 온 VIFA 블루투스 스피커, 연주가 가능한 분을 위한 피아노가 준비돼 있다. 'STAY with CULTURE'란 슬로건이 빈 말이 아니다. 이곳에는 '북 트레이딩'이란 특별한 프로그램이 있다. 손님이 읽은 책 한 권을 가져와 기부하면 호스트도 책 한 권을 드린다. 기증한 책에는 누가, 왜 이 책을 추천했는지 책갈피에 간단하게 써서 끼워 둔다고 호스트는 말한다. "그 곳에 가면 내가 기부한 책도 하나 있어", 이것도 괜찮은 인연의 끈이 아닐까.
Edited by STAYFOL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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