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아래

평온한 하루!

글ㆍ사진 ㅣ 신재웅

여행과 관광하기 좋은 도시에서 유명한 곳을 가지 못했다 해서, 제대로 여행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어느 도시의 여행지를 방문하면서 도시 안에 있는 멋스러운 공간과 시간 속에서 일상의 긴장을 내려놓는 것만으로도 나에게 여행의 목적은 충분하다. 목적성이 없어도 그 특정 도시 속의 로컬 무드와 공간이 내어주는 스트레스로부터의 해방을 느끼는 것 자체가 소중한 여행이므로.

가평 안쪽으로 들어와 계곡물 소리가 나는 산자락 안에 위치한 가평 숙소 ‘나아하’ 담 속에서 담을 허무는 집 ‘나아하’는 카페로 운영되던 공간을 리모델링한 곳으로 공간을 둘러싼 풍경을 오롯이 게스트들에게 감상하게 하기 위해 높은 담을 쳐 주변을 가렸다고 한다. 주변에 여러 펜션이 많지만, 이곳만은 커다란 담을 통해 프라이빗하게 감싼 공간을 만들어 내며 오직 한 팀만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주차하고 외부에서 보았을 때 대체 어떤 공간이 나올지 전혀 예상되지 못하게 비밀스럽기까지 했다.
 

입구에 들어서면 호스트께서 친절하게 객실 안으로 안내를 해주시며, 공간으로 들어오는 순간 정면으로 마주하는 고급스럽고 커다란 거실과 주방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다양한 디저트와 계절에 맞는 시원한 차를 웰컴 티로 내주시고 공간 이용과 안전에 관한 설명을 친절하게 해주심으로 게스트들을 위한 무언가의 수고스러운 정성이 엿보이는 안내였다.

입구 테이블에 일렬로 놓여 있는 안내 책자 또한 고급스럽고 감성 있게! 제공하는 어매니티 또한 TOUN28 제품으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브랜드라 반가웠다. 그리고 나아하 공간을 표현한 듯한 아트워크가 담긴 엽서와 12가지 경험 요소 카드가 있는데, 나아하 안에서 모두 느낄 수 있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카드를 한 장 한 장 뽑아 그대로 행동하며 스스로 스트레스도 완화하고 걱정도 비워내는 마인드 셋 같은 재밌는 경험 카드였다.

일자로 뻗은 넓은 거실과 10인이 충분하게 식사할 수 있는 식탁, 그리고 소파까지. 가평 풀빌라 숙소 나아하에서는 최대 10인까지 이 고급스러운 무드를 느낄 수가 있다. 전체적으로 우드 소재 가구들로 채워져 공간에 따뜻한 색감이 돌고, 와이드한 통창 너머로 커다란 나무 한 그루와 푸르른 잔디가 보이며, 마당 끝 쪽엔 수영장이 자리하고 있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며 즐길 수 있는 소파 앞으로는 슬라이드 아트월로 숨겨진 대형 TV가 놓여 있으며, 대형 식탁 앞으로 냉장고와 그 옆으로는 브루잉 커피를 자동으로 즐길 수 있는 발뮤다 더 브루가 놓여 언제든지 카페 못지않은 퀄리티의 커피를 즐길 수도 있다. 또한 다이닝 진열장 안에 다양한 식기구가 구비되어 있으며, 또 다른 한편엔 호스트의 셀렉으로 놓인 와인과 샴페인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요리를 직접 해 먹으며 어울리는 와인을 페어링해도 좋을 것 같다.

거실 끝에 자리한 욕실과 커다란 자쿠지는 마치 일본 료칸을 연상시키듯 푸르른 정원과 산을 바라보며 즐길 수 있어 정말 좋았다. 숙박한 날 비가 오다 안 오기를 반복했는데, 맑은 날의 이 공간도 아름다웠겠지만 흐린 날에는 안개가 걸친 산을 바라볼 수 있어 감성이 배가되는 멋진 공간을 경험했다. 자쿠지에 준비된 고급스러운 사해 소금을 풀어 밤에 맥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는데, 하루의 피로가 자연스레 풀리는 나른함을 느꼈다.

베드룸은 2개로 준비되어 있으며, 킹베드가 있는 룸엔 개별 욕실이 있는 편리함이 좋았다. 또 다른 방은 슈퍼싱글 베드 2개가 준비되어 있으며 두 개의 룸 다 아늑함이 느껴지는 공간으로 숙면하기 좋은 무드를 가지고 있었다.

잠깐 비가 그친 틈을 타 가평 풀빌라 숙소의 마당으로 나가 주변 경치를 보며 산책하는데 왜 이리 좋던지! 아직 한여름 전이라 그런지 시원하게 넘어오는 산바람과 안개를 머금은 산 경치 또한 반하지 않을 수 없는 귀한 풍경이지 않나 싶었다. 다만 비 맞아가면서까지 수영은 즐기고 싶지 않았기에 첫날 수영을 못 즐긴 점이 개인적으로 아쉽다면 아쉬웠던 점.

가평 풀빌라 숙소 나아하에서는 바비큐와 불멍도 즐길 수 있지만 비가 오는 바람에 즐기지 못해 저녁은 이곳에서 추천하는 식당 중 한 곳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역시 로컬 추천 맛집은 실망하게 하지 않았다! 그렇게 돌아오니 해가 지고 푸른 어둠이 깔린 나아하를 마주했는데, 사진에는 이 알 수 없는 웅장함이 표현되지 않아 아쉬웠다. 나아하에서의 밤. 자쿠지에서 시간을 보내고 거실 소파에 앉아 음악을 틀어놓고 책도 보고. 어떻게든 더 시간을 보내다가 자려고 뒹굴뒹굴하다가 잠이 들었다.

다음날이 되니 언제 비가 왔냐는 듯이 맑은 나아하를 만날 수 있었다. 생각보다 일찍 일어나 비 온 뒤 상쾌한 바깥 공기 냄새를 맡으며 산책도 하고, 커피도 내려 마시다가 수영장으로 들어가 잠시나마 물놀이도 즐겼다. 파란 하늘을 위로하고 새소리를 들으며 수영을 즐기고 있으니, 마치 외국 풀빌라에 온 듯한 기분 좋은 묘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수영을 즐기고 씻으려 욕실로 들어왔는데, 자쿠지에서 바라보게 되는 경치가 바로 씻을 수 없게 만들었다. 바로 물을 받아 뷰를 바라보며 몇십분 앉아 있으니, 이 아름다운 가평 풀빌라 숙소를 벗어나기 싫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던! 공간이 넓고 게스트들이 즐길 요소들이 많다 보니, 1박보다는 연박하며 충분히 쉼을 느끼고, 여유를 즐기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해가 쨍한 날의 나아하 실내는 너무 예뻤다. 우드 컬러가 더욱 환하게 비치고, 공간이 환해지니 어제 느꼈던 감정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들었다. 퇴실 시간이 아직 남아 창가에 놓인 의자에 앉아 오롯이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멍을 즐기다 보니 어떤 감정이 차오름을 느꼈다. 무언가 다음을 기약하듯 아쉬움을 던져주며 잘 가라고 기분 좋게 보내주는 듯한 묘한 감정이었다. 이런 아쉬움을 가지고 나아하를 나왔다.

가평 풀빌라 숙소 나아하에서는 조식을 제공한다. 단 나아하에서 제공되는 게 아닌 ‘나무아래오후’라는 카페에서 브런치가 제공되는데, 차로 3분 거리에 있어, 보통 퇴실하며 들르면 딱 맞는 시간이다. 원하는 브런치 메뉴로 선택하고, 살랑살랑 바람이 부는 카페에 앉아 있으니 이 여유가 너무 좋았다. 나아하 오기 전 예습으로 리뷰를 보면서, 다들 만족했던 부분이 브런치가 맛있다는 멘션이 많았었는데, 역시는 역시였다. 제공되는 브런치 질이 이렇게 좋아도 되는 건지! 너무 맛있게 먹었다. 스테이와 카페를 같이 운영하다 보니 이런 연계되는 서비스가 참 만족스러웠다.

이렇게 모든 나아하의 서비스를 받고 가평을 나오며 생각한 것은 단순하게 '또 오고 싶다'는 것. 공간이 주는 넓고 따뜻한 여유로움과 일반 가정집에서 즐기기 어려운 다양한 콘텐츠들이 있어 이 가평 풀빌라 숙소에서는 1박이 아닌 연박을 하며 워케이션을 즐겨도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조만간 다시 찾아갈 듯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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