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하늘과 초록 풀빛,

따뜻한 삶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곳

글ㆍ사진 ㅣ 이다영

무더위가 가까워진 여름, 강릉 버스터미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 나지막한 오르막길을 걸어 올라가다 보면 작고 낮은 일반 집들을 지나 푸른 하늘과 대조되는 흰색의 이층집이 보인다.

강릉 하면 바다만을 생각했는데 익숙했던 강릉의 모습에서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순간이다. 유독 하늘에 맞닿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숙소와 큰 길가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는 낮은 건물들 덕분에 잘 알려지지 않은 동네에 잠시 머물러 온 듯한 느낌을 주었다.

대문을 열고 통과하면 가장 먼저 작은 화단과 빨간 야외용 테이블과 의자들이 보인다. 지내는 이틀 내내 비가 오고 흐릴 것 같더니 때맞춰 구름이 걷히고 하늘이 맑아졌다. 거실 쪽 창이 하늘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었다.

미풍언덕은 2층으로 된 숙소로, 세로로 길게 뻗어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현관문을 중심으로 대문 쪽으로 1, 2층 모두 큰 창이 난 부엌이 자리 잡고 있고, 침실은 반대쪽 끝에 위치한 형식으로 되어있다.

아직 일행 한 명이 도착하지 않아 그 친구를 기다리며 1층 부엌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기다렸다. 전면과 측면으로 난 두 개의 창을 통해 빛이 쏟아져 들어왔고, 반대편 작은 언덕과 나무들이 가끔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체크인 이전에 호스트님이 친절한 숙소 내 주의사항과 설명 들을 문자로 안내해 주시면서 근처의 맛집 리스트들을 잔뜩 공유해 주셨는데 비단 이번 여행이 아니더라도 앞으로도 강릉에 오갈 때마다 시도해 보고 싶은 곳들이 많았다. 그중에 숙소에서 멀지 않은 카페의 소금빵을 작은 선물처럼 부엌 식탁에 준비해 놓으셔서 친구를 기다리며 한 입씩 나눠 먹었는데 그 다정한 마음과 소금빵의 풍미에 감탄해 버렸다.

사이좋게 소금빵을 나눠 먹고 2층 방과 그 위층 마을이 한눈에 보인다는 옥상을 구경하러 올라갔다.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고, 주변 건물들이 전반적으로 낮은 편이라 이미 숙소에서는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모습이었지만 옥상으로 올라와 보니 더더욱 하늘을 머리 위에 지고 마을을 내려다보는 느낌이 들었다. 멀리 펼쳐진 마을의 모습과 드문드문 흘러가는 구름의 모습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늦게 온 일행이 도착해 늦은 점심을 먹으러 숙소를 나섰다. 버스터미널부터 식당들과 카페, 모든 것이 주변 걸어갈 만한 위치에 있어 차가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오기 좋은 숙소였다.

숙소를 끼고 옆길로 쭉 마을을 구경하며 걸어갔다.

작은 무화과나무, 하늘과 맞닿은 길, 한번 큰 언덕에서 꺾어져 내려고 가는 계단 길과 그 멀리 보이는 강릉 시내의 풍경… 이 모든 산책길 자체가 여행의 일부였다. 마치 여름날 할머니 집에 놀러 온 것처럼 주변을 둘러보기도 하고, 샛길로 빠지기도 하며 편하게 동네 길을 걸어 내려갔다. 시내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작은 빵집과 카페들이 있고, 밥집도 많았다. 언덕을 조금만 걸어 내려오면 이렇게 편리하게 되어있는데 언덕 위의 숙소는 인적도 드물고 조용해서 온전히 시골집에 우리들만 있는 기분이 들게 했다.

식사를 마치고 들어와서 해 질 녘 빨간 야외 테이블에 앉아 잠깐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낮은 담장 너머로 햇빛이 쏟아지듯 들어왔다. 와서는 내내 1층에 있었으니, 이번엔 2층을 구경해 보자며 2층 숙소로 올라갔다.

느지막한 오후 기울어진 햇빛이 2층 창을 타고 부엌 안을 따스하게 물들였다.

호스트님이 미풍언덕의 가장 큰 매력은 이 큰 부엌 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이라고 하셨는데, 그 말이 무색하게 우리는 지내는 내내 부엌에 앉아 풍경을 곁에 두고 이야기하거나 할 일을 하는 시간이 많았다.

미풍언덕의 곳곳에는 작은 인테리어 소품들이 공간을 알록달록하고 귀엽게 채우고 있는데, 비단 모든 게 미관을 위한 소품이 아니라 지내면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소품들인 경우가 많았다. 부엌의 벽에 있는 접시와 잔 수납장도 그런 깔끔하고 센스있는 인테리어 포인트 중 하나였다.

1층과 2층 모두 부엌과 침실 사이 공용공간이 있는데 1층은 영상을 볼 수 있는 빔프로젝터가 설치되어 있고 2층은 넓게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평상 같은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바로 옆으로는 침실로 난 문이 있는데 2층 침실에는 글을 쓰거나 일을 할 수 있는 길게 뻗은 책상과 함께 방명록이 놓여 있었다.

이 작은 작업 공간은 벽에 붙어 길게 나 있어서 공간을 크게 차지하지도 않아서 좋았다. 미풍언덕에서 지내는 동안 각자 할 일이 많아서 중간중간 흩어져서 할 일을 해야 하는 순간들이 있었는데 2층 방을 쓰면서 이 공간을 잘 활용할 수 있어 좋았다.

오후 시간이 조금 남아 각자 휴식 시간을 가졌다. 계단을 통해 1, 2층을 자유롭게 드나들며 지내면서 옥상과 마당, 1, 2층의 데크를 통해 보이는 풍경을 만끽했다. 하늘과 유독 낮고 초록 풀들이 유독 무성하게 느껴져 하늘과 땅이 더욱 가까이 맞닿아 있는 느낌이 들게 했다

부엌에서도 큰 창을 통해 바깥 풍경이 하나로 이어지는 듯 보여서 실내에 있으면서도 바깥 풍경 가운데 앉아있는 모습처럼 보였다.

해 질 녘 옥상 풍경이 유독 멋지다는 호스트님의 말씀을 듣고 해 지는 하늘의 풍경을 보러 옥상으로 올라갔다. 해가 지고 한풀 시원해진 바람이 불어오고, 흩어지는 구름 사이로 보랏빛이 퍼져가는 모습을 한참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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