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고래제주 / 제주시
2023. 10. 14. by. 길보경
글ㆍ사진 ㅣ 길보경
Jul 23. 2021
여행의 기본 속성은 일상과의 ‘다름’이다. 낯선 곳으로 떠나 새로운 경험을 하며 평소와는 다른 생각을 하고, 감정을 겪고, 태도를 지니게 만드는 순간. 여행만이 가져다주는 ‘선물’이 무엇인지 알기에 언제나 떠날 궁리를 하며 살아가고 있다.
올해 여름 즈음이면 다시금 ‘호모 비아토르(여행하는 인간)’의 삶을 살 수 있을 줄 알았건만 여전히 팬데믹은 우리 곁에 있다. 잠시 일상을 벗어 나는 일이 더욱 귀히 여겨지니, 그저 머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여행과 다층적인 경험을 누릴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을 찾게 되었다.
여기, 단순히 머묾을 넘어 스테이폴리오와 다이슨이 제안하는 ‘생활’을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집이 있다. 제주 동쪽의 낮고 깊숙한 어촌마을에 위치한 ‘눈먼고래’는 제주의 전통 가옥인 돌집의 원형을 살리면서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집이다. 여기에 다이슨의 기술력이 집약된 제품을 집안에 두어 쾌적하고 편안한 공간을 구현했다.
조천 바다와 면한 두 채의 돌집을 보며, 마치 바다에서 표류하는 고래가 육지로 다가와 폭 파묻힌듯한 느낌을 받았고, 그 느낌 그대로 ‘눈먼고래’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집안의 구조도 두 마리의 고래 이름을 따 각각 ‘바다고래’와 ‘숲고래’ 공간으로 나뉜다. 먼저 ‘바다고래’에는 부엌, 거실, 침실, 욕실, 야외 욕조와 바베큐 데크가 포함된 화단이 있다. ‘숲고래’에도 마찬가지로 부엌, 거실, 침실, 스파가 딸린 욕실이 있어 각각 하나의 집으로 기능하기에 충분하다.
눈먼고래의 하이라이트는 이 두 고래를 연결하는 중정이다. 대나무 숲과 잔디로 구성된 마당은 ‘바다고래’와 ‘숲고래’를 독립적으로 만들어 주면서도 아늑함을 더한다. 너른 집안을 둘러보는 내내 아름답고 균형 있는 인테리어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제주 전통 가옥인 돌집의 자연적 재료가 집안 곳곳에 스며 있어 그 자체로 생명력 넘치는 인상을 주었고, 집안의 동선과 가구의 배치는 현대적으로 설계되어 있어 매우 편안하게 느껴졌다. 이에 오랜 역사를 지닌 마을에서 100년이 넘는 세월을 견딘 집이라는 눈먼고래의 이야기는 이곳만의 특별함을 완성한다.
이곳에서 보낸 하루는 잊지 못할 순간들로 가득했다. 우선 변화무쌍한 기후를 지닌 제주답게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태풍급 비가 쏟아졌다. 날씨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는 여행의 장면을 바꿔 놓기 마련이었다. 바깥의 쏟아지는 비로 인해 마치 우리만의 안식처를 꾸리듯, 숙소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깊고 여유롭게 즐겼다.
친구와 나는 ‘숲고래’의 서가에 가득히 쌓인 <매거진 B>와 <Directory>를 집어 들고, 침대와 소파를 번갈아 오가며 잡지를 읽었다. 숙소에 입실했을 때부터 흐르던 잔잔한 음악과 빗소리 그리고 눈먼고래의 룸 스프레이 향이 코끝에 느껴지니, ‘좋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이때 ‘다이슨의 라이트 사이클 모프’ 조명을 사용해 봤는데, 자연광과 같은 따스한 빛의 무드 조명이 마음에 들었다. 포근한 공간감을 조성해주어 더없이 완벽한 독서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차츰 비가 멎어 들자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마당으로 뛰어 나갔다. 맨발로 풀밭을 거닐고, 나무의자에 앉아 수다를 떨며 자유로운 순간을 온전히 만끽했다. 그리고는 친구는 ‘숲고래’에 있는 스파 욕조에서, 나는 ‘바다고래’에 있는 노천탕에서 따듯한 물로 목욕을 했다. 노천탕을 둘러싼 돌벽 사이로 바다가 보였다. 광활한 수평선을 바라보며 신선한 바람을 마시니 순간 일상의 스트레스가 모두 날아가는 듯했다. 사적인 평화가 온몸을 감쌌던 순간이었다.
저녁을 먹기 위해 주방으로 향했다. 이곳에는 식기와 주방도구가 매우 다양하고 넉넉하게 구비되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조미료와 향신료도 종류별로 있었다. 유아용 식기와 의자까지 준비해 숙박객의 편의를 깊이 배려했다. 오늘 우리가 만들 요리는 감바스. 거창하게 차리고 싶지 않아 간단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메뉴로 준비했다. 여기에 동문시장에서 사 온 김밥과 흑돼지 족발 그리고 한치회를 곁들인다면 더없이 완벽한 한상이 될 것이다. 제주의 맛이 담긴 식탁을 꾸리고, 요리를 하는 내내 다이슨의 ‘퓨어 쿨 크립토믹 공기청정기’를 틀어 놓았다. 비 때문에 창문을 내내 닫아 놓았기에, 이 공기청정기가 톡톡히 역할을 했다. 습기 하나 없이 쾌적함이 유지되었고, 음식 냄새도 금방 사라졌다.
다음날, 눈을 떴을 때도 여전히 바깥은 빗소리로 가득했다. 폭신한 이불에 몸을 돌돌 감싸고, 지붕의 끝에 떨어지는 비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마당에 가득한 풀이 흐린 구름과 대비되어 더욱 선명하고 밝게 보였다. 잠깐 ‘풀멍’을 때린 뒤 보통 나의 일상처럼 커피 한 잔과 함께 요거트를 먹고, 책을 조금 읽었다. 더없이 평화롭고 행복한 순간이었다. 여행에서 경험한 어떤 일상적 행복은 그 무엇보다 긴 여운을 남긴다.
이번 여정은 눈먼고래에서만 향유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들로 가득했다. 무엇보다도 전통미를 지닌 집에 현대적인 가구와 제품이 더해져 자아내는 '기능적 조화'가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제주의 이채로운 무드를 느끼면서도 편안하게 쉴 수 있었다. 몸과 마음에 새로운 에너지를 채우고 나니 다시 일상을 마주할 용기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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