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핀코제주 / 제주시
2024. 11. 25. by. 루앤리_리나
글ㆍ사진 ㅣ 루앤리_리나
6년째 우리 가족이 불리는 이름, 반디네.
대형견과의 여행은 숙소, 식당, 이동 수단… 여러 가지 면에서 그 문턱을 넘기 쉽지가 않다. 그럼에도 부모가 여행을 가면서 아이를 맡겨두고 떠나는 일이 흔치 않듯이 둘이 편한 여행을 하기 위해 반디를 맡겨두고 나선다면 마음 한구석에 남겨두고 온전한 행복을 즐기지 못하리라는 것을 잘 아는 우리.
호텔핀코에서의 시간은 그런 우리의 마음을 다 알아주는 느낌이었다.
반디 왔어요!
큰 멍뭉이들도 마당에서는 마음 놓고 자유로울 수 있는 높은 담을 마주했다. 이러니 함께 해야 하지 않겠냐고 이미 반겨주는 느낌!
반디의 이름이 적혀진 웰컴카드를 보니 '반디가 가장 환영받네?' 하는 생각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 간식과 영양제 등의 강아지 어메니티까지, 정말 반려견을 위한 공간에 왔구나! 첫 번째 감동이었다.
그동안 반려견 식기와 배변 패드가 준비되어 있는 숙소는 많았지만, 대형견 털도 더 쉽게 말릴 수 있는 에어탱크, 마킹이 심한 아이들을 위한 매너벨트, 진드기 방지제와 반려견 전용 담요까지 준비되어 있는 섬세함은 처음 받아본 감동이었다.
특히 제주여행스럽게 귤 모자와 선글라스 같은 사진 소품까지. 필히 사장님께서는 반려견과 함께 여행을 많이 다녀 보셨으리라 짐작이….
이런 것까지? 마당 한편에서 발견한 배변 봉투를 따로 버릴 수 있는 통! 배려의 끝이 어디일지, 자꾸 더 궁금해져서 걸음을 옮길 때마다 보물찾기하듯이 찾아내게 되었다.
반디에게만 보물이 아니라 예쁜 식기에 담아내는 걸 좋아하는 우리에게도 보물 같은 공간이었다. 도자기 접시와 예쁜 잔을 보니 마치 귀한 손님으로 대접받는 기분이 들어서 괜히 설레더라.
2층에서 올라서도 보물찾기는 계속되었다. 침대를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신 침대 계단과, 또는 따로 포근한 잠자리에 들 수 있는 반려견 침대! 그리고 작은 서재 공간까지. 우리 부부에게도 반디에게도 곳곳이 감탄이었다.
그만큼 또 설레게 한 건 자쿠지였다. 물에서 함께 시간을 보낼 때 그 설렘과 몽글몽글함이 배가 된다는 거! 연애할 때부터 물이 주는 친화력으로, 물놀이를 참 좋아하는 우리에게도 반가운 공간이었다.
우리와 다르게 물놀이에 관심이 없는 반디여서, 애착공이 물에 빠져도, 아빠가 물에 빠진 시늉을 해도 발로만 살짝살짝 구조하려는 액션에 함박웃음이 끝이 없던 시간!
해가 저물도록 따듯한 자쿠지에서 함께 별을 바라보며, 꿈만 같다고 서로 되풀이하며 행복한 이야기들을 나눴다.
쏟아지는 별에 또 한 번 꿈을 꾸는 듯했다.
곧 결혼 기념 17주년이어서 소소한 파티를 준비해 왔는데 예쁜 테이블웨어들 중 어디에 플레이팅을 하면 좋을지 고민까지 하게 될 줄이야….
셀프조식으로 준비된 아기자기한 음식들과 커피도 플레이팅 해놓고 보니 멋진 브런치 한 상이 되었다.
우리 부부가 함께 한곳을 바라보며 걸어온 17년과 반디와 또 함께 나눈 행복의 6년….
즐거웠던 많은 추억들이 스치며 지나갔지만, 호텔핀코에서의 이날만큼은 지금 행복만이 전부
인 것 같았다.
아침에 일어나 침대에 앉아 지미봉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런 반디와 침대에서 아무 말 없이 한참을 바라본 풍경들과 평온이 머문 공기가 오래도록 기억될 것만 같은 힐링 프레임.
호텔핀코는 큰 멍뭉이 반디가 무엇이든 해도 된다고 허락된 공간 같았다. 공간 곳곳, 발길 닿은 곳곳에 다정하게 놓여있는 마음들 그리고 섬세한 배려가 스민 공간.
우리 가족, 반디까지 모두 함께이기에 더 온전한 행복을 채울 수 있었던 감사한 시간과 공간. 반디에게도 오래도록 따듯한 기억으로 남아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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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er 루앤리_리나
봄 햇살같은 온도, 그 포근한 아름다움과 잔잔한 행복을 담아내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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