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들도원강원 / 춘천시
2025. 3. 7. by. 한아름
일상과 여행 사이
나만의 작은 무릉도원에서
글ㆍ사진 ㅣ 한아름
새로운 해를 맞이하고 어느덧 시간이 흘러 겨울의 끝자락에 닿았다. 낮에는 제법 볕이 따뜻해 봄이 가까이에 온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떠나는 여행으로 설레는 마음 가득 품고 준비를 서두르던 이른 아침.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양광모 시인의 시 한 구절이 귓가에 와닿는다.
“이틀이나 사흘쯤 더 주어진다면 행복한 인생을 살아갈 수 있겠니?“
2월은 다른 달보다 2, 3일이 짧아서 그런지 시간이 더 빨리 지나가는 것 같아 아쉽기만 한데, 날이 많고 적음보다 그날들을 어떻게 채우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오늘은 복잡한 상념을 뒤로하고 나의 일상에 봄의 기운을 알차게 채우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
서울에서 2시간 이내, 이름부터 봄의 도시인 ‘춘천’에 도착했다. 춘천은 유난히 산과 강이 많아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다. 가는 길마다 물이 흐르고 여러 산들이 줄지어 있다.
나는 소양강과 북한강을 지나 춘천호 물길 따라 한참을 달려 더 깊은 산의 품속으로 향했다. 입춘이 지났지만, 산자락 안에 모든 생명이 겨울잠을 자고 있는 듯 고요한 동네에 반듯한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이름부터 봄의 기운이 가득한 ‘버들도원’이다.
‘버들도원’은 봄을 가장 먼저 알리는 버드나무와 비현실적인 아름다운 자연이 펼쳐지는 무릉도원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곳이다. 아름다운 정원을 중심으로 버들숲1과 2, 버들정원 이렇게 총 3개의 객실로 구성되어 있으며 모든 객실이 벽을 과감하게 뚫고 폴딩도어를 전면에 설치하여 안팎의 경계를 허물었다.
봄을 시샘하는 차가운 바람을 피해 오늘 내가 머물 ‘버들정원’으로 들어갔다. 내부로 들어서자마자 따뜻한 우드톤 인테리어에 은은한 조명이 어우러져 차분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높은 층고와 정원을 향하는 곳에 큰 창을 두어 탁 트인 공간감이 매우 좋았다. 특히 큰 창 앞으로는 데크와 수영장이 있었는데, 사계절 내내 누구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프라이빗하게 자연을 가까이에 두고 즐길 수 있도록 하였다.
주방에는 집을 옮겨온 듯 각종 조리도구와 가전이 잘 갖춰져 있었다. 시원한 물과 음료, 향기로운 차와 커피 그리고 곁들여 먹을 수 있는 각종 다과까지, 호스트의 섬세함과 다정함에 버들도원에서의 시작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주었다.
주방 겸 거실, 침실이 한 공간에 구성된 스튜디오 형태이나 침실은 가벽과 단차를 두어 아늑하게 쉴 수 있도록 분리를 하였다. 그리고 어린 시절 한 번쯤 꿈꿔본 공간 자그마한 다락이 침실 위로 이어졌다.
공간의 가장 끝에는 욕실이 자리했다. 샤워 공간과 화장실은 분리되어 있고 세면대는 건식 공간에 놓여 방의 일부처럼 공간을 더 넓게 활용할 수 있었다.
해가 저물 무렵 준비해 온 음식으로 간단히 저녁 식사를 차렸다. 바쁘게 지내느냐 소홀했던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대화를 나눴다. 사소한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이며 다정한 대화를 나누니 식탁 위로 따스한 온기가 머물렀다.
어느덧 창밖 모든 게 까만 밤, 버들도원은 고요와 적막 사이에 있었다. 일상의 소음을 완벽히 차단한 채 여행이 만들어낸 여백의 시간 속에서 천천히 생각을 곱씹었다. 그리고 이렇게 일상을 가득 채우고 자연을 누릴 수 있음에 감사했다.
버들도원에서의 하루는 자연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벗어나 자연과 함께하는 공간에 몸과 마음을 맡기는 경험.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더라도 오늘 이곳에서 느낀 이 특별한 감각은 오랫동안 간직될 것이다. 언젠가 삶이 다시 분주해질 때, 이곳에서의 기억이 나를 지탱해 주리라는 확신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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