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깊도록 남은

따스한 온기

글ㆍ사진 ㅣ 김수연

용기를 얻어온 여행, 함덕 해변 그리고 박하제주.

대학 소모임에서 만난 여자 여섯이 일정을 맞춰 제주도로 향했다. 이십 대 푸르던 시절에 만난 인연이 어느새 10년을 넘겨 선배 언니는 엄마가, 동기는 멋진 건축사가, 후배들은 공무원과 공기업의 n년차 노련한 직장인이 되었다. 

어렵게 맞춘 일정, 길 위에서 시간 보내지 말자며 우린 내내 함덕 해수욕장에 머무르기로 했다. 오랜만에 마주한 찬란한 노을이 참 아름다워 첫날의 추억을 한 장 담아왔다.

그리고 이튿날, 기다리고 기대하던 ‘박하제주’로 향했다. (사실 '향했다'라는 표현이 민망할 만큼, 박하제주는 함덕 해수욕장 바로 앞에 자리해 있다. 입지가 깡패…ㅎㅎ)

적벽돌로 이루어진 박하제주는 두 개의 박공 건축물이 나란히 붙어 있는 형태. 전면은 해변을 향해 열려 있고, 뒷모습은 말없이 담백하다. 몇 가지 방식으로 쌓인 벽돌과 선의 형태로만 이루어진 건축물이라 10년, 20년이 지나도 마치 풍경처럼 조화롭겠구나 생각했다.

체크인 하던 시간 햇살이 비스듬히 들어와 환대를 완성해 주었고, 현관의 바닥 타일과 내부로 따라 들어온 조적벽이 스테이의 색감을 알려주었다. 현관으로 들어와 반 층을 오르면 2개의 방과 1개의 화장실이 자리 잡고 있고, 높은 천정을 따라 걸어 나가면 황홀한 함덕 해수욕장과 서우봉 뷰가 펼쳐진다.

자연만으로도 충만한데, 예쁜 걸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나는 화장실이 어찌나 좋았는지 모르겠다. 버건디 컬러의 수건은 벽돌로 이어지고 민트 컬러의 작은 모자이크 타일은 박하 향을 떠올리게 했다. ‘다이슨 너, 이렇게 예쁜 컬러의 케이스도 있었구나.’

‘콘센트가 이렇게 예뻐도 되는 거야?’ 구석구석 세심하게 놓인 감각에, 호스트분들의 디자인에 대한 깊은 애정이 느껴졌다. 2층을 모두 구경하고 다시 현관을 지나 1층으로 내려오면 펼쳐지는 거실. 작지만 충분한 크기의 테라스가 있었고, 모두의 시선이 그 너머로 잠시 머물렀다.

자 이제 1층의 하이라이트를 소개해 볼까. 깊이도 있고, 미온수라 더 좋았던 수영장. 바람이 제법 부는 날씨였지만, 노천탕처럼 즐길 수 있어 더 좋았다. 물에 들어가니 다들 아이처럼 웃고 떠들며 즐거워했고, 한참 그렇게 맑은 시간이 흘렀다.

호스트분이 준비해 주신 간식과 근처 유명한 빵집에서 사 온 빵으로 간단히 요기하며 길어진 여자들의 수다. 저녁을 먹고 들어와 이어진 우리의 이야기는 밤이 깊도록 이어졌다. 그날의 기억을 사진과 글로 정리하고 돌아보니 ‘용기’라는 여운이 남았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좋은 공간.

모두가 편안히 머물 수 있도록 배려해 준 박하제주, 고마워!

※ 글과 사진은 저작권이 있으므로 작가의 동의 없이 무단 복제 및 도용을 금합니다.

Traveler 김수연
언젠가 마을을 만들기를 꿈꿉니다.

▶️ 작가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