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채꽃 사이, 

봄에 잠기다

글ㆍ사진 ㅣ 고서우

유채꽃이 만개하고, 오름에는 푸릇푸릇한 봄 싹이 돋아나기 시작하는 계절. 찬 공기에 맞서느라 퉁퉁하게 부풀렸던 옷가지들은 집어넣고, 가벼운 차림으로 너도나도 봄 여행을 준비하는 때다. 그리고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계절마다의 여행 스팟들은 정해진 셈, 봄은 꽃구경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스테이폴리오에서 눈에 띄는 신상 스테이가 있었다. 유채꽃이 빼곡히 뒷마당을 채우고 있고, 멋스러운 별 방진을 요새로 삼은 곳. ‘윈도우라운지’의 첫인상은 한 폭의 그림처럼 웅장한 이미지였다.

4월, 이곳에 머물며 풍경을 경험하기에 더할 것 없이 완벽한 달이었다. 삼다도의 바닷가 마을다운 거센 바람이 불고 있었지만, 흐드러지게 핀 유채꽃은 그저 따뜻한 봄 햇살 아래 활짝 웃어줄 뿐이다. 먹색의 현무암으로 쌓아 올린 별 방진 위에 관광객들이 유채꽃을 보려고 서 있다. 

노란색과 검은색의 조화가 그들의 사진첩에 가득 쌓이는 중이다.

나는 그 바로 옆 ‘윈도우라운지’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가까이에 와서 보니 그 높이가 더욱 높게 느껴져,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큰 집이라고 생각했다.

‘윈도우라운지’는 두 동의 객실로 이루어져 있는데, 중간에 계단과 화단을 통한 출입구 분리가 되어 있으며, 객실별 마당을 두고 있어 프라이빗 숙소로서의 장점을 잘 갖추고 있다. 내가 머무는 동안에도 옆 객실에 손님이 머물고 있었지만, 서로 주차장만을 공유할 뿐 얼굴 마주칠 일이 없어 불편치 않았던 기억이다. 

내부로 들어가기 전, 나는 중앙 계단을 통해 곧장 유채꽃밭으로 향했다. 틈으로 보이는 빽빽한 노란색이 눈에 띄어, 누구라도 객실로 향하기 전에 나처럼 유채꽃밭을 구경하게 될 것이라는 확신이다.

몇 걸음 가지 않아, 눈앞에 정말 장관이 펼쳐졌다. ‘이 드넓은 유채꽃밭을 어떻게 하면 내가 지금 느끼는 그대로 카메라에 담아갈 수 있을까?’ 생각도 해 보았지만, 아무래도 드넓은 자연 앞에 이 감정은 실물을 눈에 담아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것이라며 어쩔 수 없는 체념을 하고, 그 자리에 선 나는 하염없이 앞을 바라보았다.

한 편에는 ‘빌레(암반 지대를 뜻하는 제주도 방언)’가 있어서 잠깐 올라서 보기도 했다. 아침 산책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이러한 뒷마당을 가진 숙소에 큰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봄에 제주를 찾은 이들을 두 팔 벌려 환영하는 모습이었던 ‘윈도우라운지’.

한참을 그렇게 계절을 만끽하다, 내부로 들어섰다. 안으로 들어왔더니 아주 넓은 통창이 가장 먼저 나를 반겨주었고, 역시나 그 통창으로 보이는 것은 유채꽃 밭이었다. 몸이 녹아드는 따뜻한 내부 온도까지 일순간에 나를 반겨주니, 다 팽개치고는 춘곤증에 져 주고 싶을 지경이었다.

“우와….”

여러 숙소를 다니며 감탄해 봤지만, 자연이 이토록 가깝게 훅 들어온 적이 몇 번이나 있었나 헤아려 보게 됐다. 오후의 햇살은 더 깊숙이 안으로 들어와서는 사방을 밝히고 있었다. 호스트님께 듣기로는 두 객실이 방향만 다를 뿐, 똑같은 구조를 하고 있다고 했다.

거실과 주방, 그리고 침실이 같은 층에 자리하고, 반 층을 내려가면 실내 자쿠지와 욕실이 있다. 

그리고 거실에서 반 층을 올라가면, 거실을 내려다볼 수 있는 다락 공간이 나온다. 이곳은 루프탑 계단과 이어져, 루프탑에서 주변을 조망할 수 있다. 각 공간이 널찍널찍하여, 다양한 인원이 와서 놀아도 불편함 없겠다는 모습이었다.

최대 5인까지 수용이 가능하다고 하니 10명 정도가 나누어 객실을 잡고 놀아도 즐겁겠다는 상상도 더해졌다. 나는 거실에 서서 주방 통창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 자연 덕분에 이곳의 겨울도 궁금해지는 참이었다. 루프탑도 궁금해졌다. 

재빨리 계단을 올라, 루프탑에 서 보았다. 들어오기 전에 봤던 별 방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옹기종기 하도리 바닷가 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뒤로 돌아보면 ‘윈도우라운지’의 유채꽃 밭. 그야말로 프라이빗하고 넓은 유채꽃밭이다. 하루 종일을 스팟 바꿔가며 사진 찍고 놀아도 누구 하나 재촉하거나 무어라 할 일이 없다.

거센 바람에 겉옷을 여미며 다시 내부로 들어왔다. 따듯한 실내에서 바라보는 경치만으로도 부족함이 없었으니, 아쉬워하지 않고 들어왔다고 여행기에 적어야지 생각도 했다.

커튼을 걷어내고, 소파에 앉아 앞마당을 보았다. 수영장 물이 반짝반짝 윤슬을 뽐낸다. 사실 나는 야외 수영장이 깨끗하게 유지되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특히 따뜻한 계절에는 벌레가 잘 빠지거나, 바람이 많이 불면 모래나 흙이 들어가거나 등등. 

그래서 수영장에서 수영하는 것을 웬만하면 좋아하지 않게 되었는데, ‘윈도우라운지’의 수영장은 물도 아주 깨끗해서 인상 깊게 남아있다. 

뜰채를 옆에 준비해 주시기도 했지만, 있는 그 자체로 깨끗해서 마음껏 놀기에 좋아 보였다. 그리고 옆 객실도 수영장을 이용하는 것을 보니, 나도 수영장을 이용하고 싶어져, 오래도록 캐리어 안에 그저 갖고만 다니던 스윔팬츠를 꺼냈다. “이따 놀아야지!” 동심, 여기서 찾았다.

놀 궁리에 설레는 마음 안고, 실내 자쿠지에 물도 받기 시작했다. 수영으로 차가워진 몸은 자기 전에 따뜻한 물에 담갔다가 침대에 누워야 푹 잘 자니까. 진짜 좋은 꿈을 꿀 것이라고 예약이라도 하는 듯!

여기저기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통창에 해도 짙게 붉어지고 있었다. 곡선을 그리며 하얀 구름을 만들어 내는 정찰기도 한 대 지나간다. 아름다운 저녁 시간이었다. 때마침 배도 고팠다.

근처 마트를 찾아보니, 멀지 않은 거리에 농협마트가 있어 찾아가 보기로 했다. 싱싱한 회 한 접시와 쌈 채소. 숙소를 돌아다니면서 가장 많이 먹는 음식이자,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라고 해 두자. 거기에 역시 가장 좋아하는 과일인 딸기까지 샀다. 입 심심할새라 닭가슴살도 사 왔다.

전자레인지와 인덕션 등 간단히 조리해 먹을 수 있도록 주방 구성이 잘 되어 있어서, 어렵지 않게 한 상 뚝딱 차려냈다. 노트북으로 아껴두었던 영화도 눈앞에 틀었다. 시장이 반찬이라서든, 좋아하는 음식들로 차려져서든, 통창 너머의 아름다움이 함께여서든. 오랜만에 흡족한 저녁 식사를 마쳤다.

그리고 수영장에 들어가기 전에 불멍을 하려고 마른 장작들을 화로에 쌓았다. 토치로 불을 지피자, 나무 타는 냄새가 가득했다. 타닥, 타닥. 타는 장작끼리 부대끼며 불씨가 날린다. 마침, 돌아오는 옆 객실 손님들이 모닥불 피우는 냄새에 관심을 가진다. 그들도 낭만을 즐겼으려나!

수온이 30도 정도 되는 온수 풀! 겨울에도 이용이 가능한 온수 풀은 거센 바람에도 물 온도가 적당했다. 수영장 내부에 켜지는 조명 덕분에 물 색깔이 곱기도 해서, 사진 한 장 찍지 않을 수 없었다.

푹 자고 일어난 다음 날에도 별 방진에는 관광객들이 몰렸다. 차에 짐을 싣고 있는데, 아까 별 방진에서 봤던 차림새의 커플들이 여기까지 금세 걸어왔다. 둘의 대화를 들어보니, “펜션이야!”라는 것이, 별 방진에 올라가서 본 이 건물이 어떤 건물인지 궁금해서 한달음에 왔나 보다.

숙소 명을 확인한 둘은 핸드폰에 무언가를 검색하며 돌아갔다. ‘윈도우라운지’를 검색했을까? 스테이폴리오를 통해 다양한 파인스테이들이 소개되고 있는데, 제주의 봄을 혼자서 모두 누리고 싶은 욕심이 있다면, 넓은 유채꽃밭을 소유하고 있는 ‘윈도우라운지’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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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er 고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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