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하우스울산 / 북구
2025. 5. 20. by. 이다영
글ㆍ사진 ㅣ 이다영
분주한 서울을 떠나 마주한 색다른 도시에서의 하루. 어릴 적 할아버지 댁이 울산에 있어 명절이면 부모님과 함께 비행기를 타고 울산을 내려갔다가 오곤 했었다.
그때는 부모님과 할아버지가 계획하신 일정을 따라 할아버지의 차에 타 이곳에서 저곳으로, 또 익숙한 할아버지의 집과 동네만을 오가며 더없이 작게만 느껴졌던 울산이었다.
그래서인지 한 번도 울산을 여행으로 가봐야겠다고 생각하지 못하고 있던 찰나에 지인이 울산에 터를 잡게 되며 간만에 친구의 얼굴을 보고 밀린 근황을 나눌 겸, 그녀의 새로운 일터를 방문하러 갈 겸 하여 겸사겸사 울산으로의 여행을 계획하게 되었다.
어릴 적에는 한없이 길게만 느껴지던 비행시간이었건만 가져간 책의 한 챕터를 마치기가 무섭게 이내 곧 착륙한다는 기내 방송이 들려왔다. 멀게만 느껴졌던 울산이라는 도시의 심리적 거리가 한층 가깝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택시를 타고 친구의 새로운 일터로 향했다. 소소함이라는 이름으로 서울에서 유명한 네일샵을 운영하던 친구는 오랜 재정비 기간 끝에 울산에서 터를 잡게 되었고 몇 년 만에 만난 우리는 이내 자연스럽게 손톱을 그녀에게 맡기고 한참 수다를 떨었다.
서울에서는 서로 바빠서 이렇게 여유 있게 길게 이야기 나누는 것조차 어려웠는데 울산에서 마주한 친구의 얼굴은 한층 더 여유롭고 편안해진 모습이었다.
오기 전부터 여러 가지 일들로 일상과 마음이 분주해 여행 계획을 전혀 짜지 못하고 왔는데도 불구하고 울산 남구청에서부터 친구의 일터까지 걸어오는 10분 안팎의 길에서도 아기자기하고 힙한 카페들을 여러 곳 발견했다. 하루만 머물다 가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울산에는 귀엽고 예쁜 카페와 샌드위치 집, 맛집들이 많았다.
먼저 숙소에 체크인하고자 스테이폴리오를 통해 예약한 올리브하우스로 향했다. 울산을 여행하는 동안 하나 더 좋았던 것은 유독 푸릇푸릇하고 키가 큰 나무들이 도심을 가득 채운 모습이었는데, 올리브 하우스로 향하는 길과 위로 나 있는 주차장을 둘러싸고 나무가 무성하게 서 있어서 한결 청량함을 더해주었다.
봄바람이 나무들을 한번 훑고 지나가면 솨아-하고 나뭇잎들이 서로 스치는 소리를 내며 기분 좋은 시원함을 더해주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한참을 나무가 서로 부딪치는 소리를 들으며 봄볕을 쬐고 서 있었다.
언덕 위로 깔끔한 하얀색의 기다란 이층집이 올리브 하우스 숙소였다. 옆으로 나무가 무성한 알록달록한 색감의 벽화가 그려진 담장 길을 따라 걸어 내려가면 숙소의 아래에는 사장님이 운영하시는 카페가 있다.
하얀색의 깔끔한 외관과 상반되게 알록달록하고 귀여운 색감과 따스한 조명으로 꾸며져 있는 올리브 하우스의 1층 카페는 베이커리류도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고, 공간도 넓은 데다가 하나의 통으로 된 공간이 아니라 그 안에서도 작은 공간들로 구분이 되어있어 다른 손님들이 있어도 각자의 개인공간을 가지고 쉬다 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직접 대면으로 체크인을 해주시며 공간을 설명해 주셨는데 처음 문을 열자마자 길게 난 통로와 밝게 들어오는 채광이 마치 유럽의 에어비앤비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했다.
1층에는 부엌과 식사를 할 수 있는 테이블, 화장실과 같이 공용공간이 마련되어 있고, 나무로 된 앤틱한 나무 계단을 올라가면 알록달록 빈티지하게 꾸며진 2층 거실을 두고 두 개의 침실이 마주 보고 있다.
빈티지한 디자인인데도 전혀 낡았다는 느낌이 들지 않고 너무 깔끔하게 유지된 나무 계단이 공용공간과 더욱더 개인적인 공간을 나눠주는 기분이 들었고, 또 숨은 공간으로 가는 기분이 들어 오르내릴 때마다 묘하게 기분이 좋았다.
실제로도 2층 공간은 간접 조명을 여럿 두어 더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하셨고, 알록달록한 가구들과 소품들로 가득 채워두셔서 영화 속 공간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침실은 두 개로 또 다른 무드로 꾸며져 있었다. 1층의 카페와 숙소 곳곳에서 정말 많은 애정과 정성을 들여서 공간 하나하나를 구상하시고 꾸미셨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너무 예쁜 소품들로 채워져 있었다.
단순히 예쁜 소품들로만 가득 채우기보다 어떻게 공간이 사용되고 이 안에서 어떻게 편하게 쉴 수 있을지 여행자의 입장에서 사려 깊게 고민하신 흔적들이 가득했다. 그렇게 각자의 방에서 한참을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또 편히 쉬며 첫날 밤이 저물었다.
아침이 되어서 어제의 아늑했던 공간의 모습과 또 달리 채광이 은은하게 스며들어오자 2층 침실이 한순간에 밝아졌다. 따뜻한 햇빛에 눈을 뜨는 기분이 참 좋았다. 올리브 하우스에서는 아침에 조식을 제공해 주시는데, 조식이 나오기 전 친구와 함께 간단하게 주변을 뛰고 오기로 했다.
30분 정도 가까이에 있는 카페까지 뛰어가서 아침 커피를 마시고 오는 것이 목표였다. 울산은 도시인데도 길을 따라 나무가 정말 울창하게 나 있어, 또 색다른 도시의 느낌을 주었다. 그늘을 통해 달리다 보니 더 시원한 느낌이 드는 것 같기도 했다.
달리기는 여행지를 속속들이, 또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정말 좋은 여행법이라는 생각을 하며 달렸다. 도로가 넓고 가는 길에 천도 흐르고 나무들이 울창하게 있어 도심인데도 불구하고 서울과는 정말 다른 도시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었다.
조식 시간에 맞춰 짧게만 뛰고 돌아가야 하는 것이 야속할 정도로 달리면서 만나는 울산의 모습은 정말 매력적이었다.
돌아와 간단히 씻고 조식을 기다리며 1층 공용공간에 앉아 한참 수다를 떨었다. 1층 부엌 창으로는 건너편 나뭇잎에 비친 햇빛이 반사되어 온통 푸른빛으로 물들었다.
이 큰 공간을 봄볕이 따스하게 가득 채워갈 때쯤 사장님이 직접 조식을 숙소까지 가져다주셨다. 조식은 보기에도 너무 예뻤는데 맛까지 있어 연신 감탄을 하며 먹었다.
체크아웃하며 1층 카페에 들러 인사를 드렸다. 어디 한 곳 애정이 닿지 않은 곳이 없는 올리브 하우스. 밝고 다정한 기운에 기대어 온전한 쉼을 얻고 가는 여행이 되었다.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울산의 매력을 발견한 여행, 앞으로 이 따뜻한 도시로 종종 오게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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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er 이다영
건축사진 스튜디오에서 일하며 가끔 글을 씁니다. 일기 쓰듯 사진 찍고 사진 찍듯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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