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요감경상 / 청도군
2025. 6. 2. by. 신재웅
글ㆍ사진 ㅣ 신재웅
주변을 돌아보면 요즘 일상에서 ‘여행을 떠난다’라는 말이 너무 큰 결심처럼 느껴지는 듯해 보인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여행이라는 건 멀리 떠나는 일보다 익숙한 일상의 나로부터 잠시 벗어나는 일이 아닐지 생각을 해본다. 작은 가방에 필요한 짐만 챙겨 약 두어 시간 남짓 거리의 아직 가보지 않은 동네로 가보는 것, 딱히 뭘 하지 않아도 그 동네의 공기와 무드를 즐기며 걸어보는 것, 이만으로도 충분한 여행이 되지 않을까?
경상북도 청도에 위치한 ‘위요감’은 그런 의미에서 요즘 내가 정의한 여행의 본질을 닮은 곳이었다. 담으로 둘러싸인 공간 안에서 새로운 자극이 없이 그저 ‘나를 쉬게 해주는 장소’로 딱이었다.
주차는 스테이 바로 앞에 할 수 있었고, 차에 내려 바라본 입구가 마치 젠스타일 무드의 일본 숙소를 연상케 하는 느낌도 들었다. 무언가 미니멀하면서도 정갈하게 자리 잡은 선들의 레이아웃이 참 멋스러웠다.
안으로 들어가자, 팔로산토 우드스틱 향이 은은하게 코로 스며들어오며 기분 좋은 향과 함께 무드 있는 음악이 잔잔하게 흘러나오며 반겨주었다. 멋스러운 조경이 돋보이는 외부 테라스와 연결된 통창으로 시원한 개방감을 보여주며, 우드로 마감된 벽과 천정의 따뜻한 색감으로 포근한 느낌이 들었다.
일자 쉐잎의 구조로 벽을 바라보는 전면에서 왼편으로는 욕실과 방 하나가 자리 잡고 있었다. 빌트인 쉐잎으로 마감되어 마치 하나의 벽으로 보이는 디자인이 너무 멋스럽고 깔끔했다.
마치 비밀의 공간을 발견한 듯한 느낌도 들고, 개인적으로 참 마음에 들었던 포인트이다. 욕실은 군더더기 없이 청결하고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침대만 딱 들어가 있는 침실 또한 오롯이 잠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은 아늑함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오른편 또한 방과 욕실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쪽 공간에는 자쿠지와 연결된 욕실이 있어, 편백 특유의 묵직한 향과 함께 고즈넉한 정원을 바라보며 입욕을 즐길 수 있었다.
어매니티는 록시땅 제품으로 세팅이 되어 있었고, 헤어드라이어는 다이슨 슈퍼소닉이 세팅되어 있었다.
방 구경을 마치고 거실로 나와 보니 주방 바 뒤편 창으로 보이는 푸르른 나무가 너무 이쁘게 빛나고 있었다. 이곳에 서서 음식 하는 모습을 보면 어느 누가 서 있어도 너무 사랑스럽고 멋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변화하는 사계절 날씨마다 보는 멋도 있을 듯한 공간이었다. 싱크대 바 수납장에는 간단한 취사를 하기에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깔끔하게 세팅이 되어 있었다.
위요감을 오기 전 검색했을 때, 제일 눈에 띄었고, 멋스러운 조경으로 기대가 되었던 외부 테라스를 나와보니, 내 기대보다 훨씬 만족스럽고 멋스러운 무드에 괜히 기분이 업되기도 했다.
고요한 공기와 함께 물이 흐르는 졸졸졸 소리, 바람 소리와 함께 새소리가 들리고, 사방 어디 걸릴 것 없는 뻥 뚫린 하늘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위요감에서 충분히 쉬었다 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참 만족스러운 공간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수공간에 앉아 집중하여 책을 보며 오후를 보내기도 했다.
해가 살짝 떨어질락 말락 해지자 좀 쌀쌀한 공기가 느껴졌다. 안으로 들어와 호스트께서 준비해 주신 맥파이앤타이거 티를 마시며 몸을 녹였다. 티 외에도 드립백을 준비해 주셔서, 선택하여 즐기면 되었다.
저녁은 스테이 주변으로 나가서 해결하려고 준비하는 동안 해가 떨어진 위요감의 모습은 너무 멋스러웠다.
어둑해진 푸른 하늘 아래로 내부 조명이 켜진 공간과 외부 테라스는 더욱 고요해진 공기와 함께 물이 흐르는 소리가 더욱 집중되었다.
날씨만 조금 괜찮았다면, 수공간에 앉아 맥주 한잔하며 이야기를 즐겨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스테이 입구 외부 또한 담장 아래로 켜진 조명과 더불어 한층 무드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낮에 보는 모습과 다르게 묵직하게 내려앉은 듯한 톤과 무드가 마치 고급 일식당 또는 갤러리를 연상케도 했다.
저녁을 마치고 들어온 위요감 내부 또한 한층 차분하게 내려앉은 웜톤의 무드와 함께 포근한 공간을 보여주었다. 들어오며 편의점에서 사 온 맥주 한 캔을 테이블에 앉아 마시며 위요감에서의 아쉬운 밤을 마무리하였다.
알람을 맞춰 놓고도 세상모르고 푹 자다 눈이 떠졌다. 그만큼 침구에서 느껴지는 포근함과 숙면도가 꽤 좋았나 보다. 좀 더 이르게 일어나 더 즐기고 싶었었는데, 계획보다 늦게 눈이 떠졌다.
다시 블라인드를 걷고 아침 빛을 받은 위요감을 맞이했다. 정말이지 이런 집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매력적인 공간이었다.
어제 못한 입욕을 체크아웃 전에 해봐야겠다. 생각에, 자쿠지에 물을 받아 30분 정도 쉼을 취했다. 진하게 올라오는 편백 향을 맡으며, 다시 한번 쉼과 여행이라는 단어에 되새김질하듯 이번 여행도 완벽했다고 생각하였다.
체크아웃 한 시간을 남기고 호스트께서 준비해 주신 조식을 즐겼다. 시작부터 무리 가지 않을 선의 요거트와 견과류를 준비해 주신 센스에 감동!
바구니를 들고 안에서 먹을까? 밖에서 먹을까 고민하다가 결국 물소리 들으며 먹자는 결론에 나가서 먹는데, 정말 며칠 더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금 이 또한 참 좋은 시간이었다.
다 먹고 마지막으로 정원을 한 바퀴 두 바퀴 돌며 그동안 쌓아왔던 나쁜 감정들과 생각들도 정리하고 참 좋았다.
마지막으로 체크아웃하며 위요감과 인사를 하고 나왔다. 번잡하고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과 더불어 잠깐 쉼표를 찍을 수 있었던 공간과 시간에 감사한 1박2일이었다.
위요감에서 즐겼던 모든 것들이 인상이 깊을 만큼 생각이 났고,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괜스레 기분이 좋아지는 듯하다. 이렇게 다시금 일상의 원동력을 만들어 준 쉼표 같은 공간에 감사를 느끼며, 청도라는 도시에도 좋은 감정을 가지고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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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er 신재웅
공간이 주는 이야깃거리를 발견해내는 발명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