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로운 바다의 모습을 

마음으로 바라보며

글ㆍ사진 ㅣ 이다영

Nov 16. 2022

스테이 해돋은 양양과 속초 위 작은 바닷가 마을 강원도 고성에 위치해 있다. 바닷가로 여행을 계획할 때마다 항상 조금 한적한 바닷가에서 물이 들어가고 빠지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생각보다 바다의 바로 앞에 위치한 숙소를 찾는 것도, 애초에 조용하고 깨끗한 바닷가를 찾는 것도 꽤 어려운 일이었다. 

이제는 수영을 하기 조금 추운 날씨 때문인지, 아니면 비교적 작은 동네여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스테이 해돋에 도착했을 때 아야진 해변은 굉장히 한산했다. 여느 관광지의 해수욕장들과는 달리 아야진의 바다는 삶의 정취가 가득했다. 숙소 옆 부둣가에 세워져 있는 형형색색의 어선들과 방파제에 걸려있는 ‘OO의 손녀 전국체육대회 메달 획득’과 같은 플랜카드가 마치 우연히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평화로운 작은 마을에 여행 온 기분이 들게 했다.

건물도, 숙박시설도 많지 않은 조용한 바닷가의 끝에 다다르면 깔끔한 크림색 타일로 된 건물이 서 있다. 마주한 바다의 색과 겨루듯 큰 창으로 하늘의 빛을 비추어 보이고 있었다. 각 층마다 하나씩, 총 4개의 객실만으로 운영되는 스테이 해돋은 객실이 많지 않아서 주차공간도, 시설도 더 사적이고 여유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각 객실마다 똑같이 오션뷰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으로 다가왔다. 계단실이 엄청 예뻤는데, 마치 아야진 해변의 자갈들을 깔아놓은 듯했다.

호스트님께 문자로 미리 안내받은 대로 수월하게 체크인할 수 있었다. 우리는 스테이의 3층에 위치한 BLUE 객실에 머물렀는데 바닷가 쪽으로 크고 많게 난 창문들과 일자로 길게 뻗은 객실의 모양이 시야를 가리지 않아 실내에 있는데도 답답하지 않고 바다와 가까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키친과 거실을 나누는 벽도 그런 의도로 낮게 위치해 있어 요리를 하고 다이닝 테이블에서 저녁을 먹으면서도 풍광을 온전히 누릴 수 있었다. 

오랜 시간 이곳에 식당을 운영해오던 호스트 가족이 그들이 경험해왔던 풍광과 추억을 더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어서 지은 스테이라고 소개했는데, 그 마음이 온전히 전해질 정도로 모든 시간의 경과에 따라 바다가 보여주는 모습은 다채로웠다. 메인 뷰인 거실의 코너창 틀에 앉아 시시각각 변하는 바다의 모습을 몇 시간이고 바라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완강기에 걸어둔 작은 나무 원숭이 인형이나, 아침에 직접 끓여서 전달해주신 전복죽, 곳곳에 놓여있는 작은 간식들과 침대나 의자, 모든 스팟에서 바로 보이는 곳에 적재적소로 뚫려있는 창문의 풍경들에서 호스트의 작은 배려와 공간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공용부의 뒤쪽으로 위치한 화장실과 복도를 지나면 침실이 나오는데 침실의 바로 옆에 욕조가 있어 목욕을 하면서 바다를 볼 수도 있고, 빔프로젝터를 켜서 영화를 볼 수도 있게 해두었다. 화장실 내부에도 샤워공간이 있는데 이렇게 욕조를 따로 두어 목욕을 즐길 수 있게 배치한 것이 색다르게 느껴졌다.

저녁에는 걸어서 5분도 안 걸리는 위치에 있는 아야진 수산시장에서 회를 포장해 와서 밤바다를 보며 먹었다. 오후의 푸른 빛과, 해 질 녘 분홍빛으로 물들던 모습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바닷마을의 작은 불빛과 야간 작업을 하는 어선의 불빛을 연신 비추어 내었다. 열어둔 창문으로 파도 소리가 간간히 들려왔다. 

다음 날은 친절하게 아침 날씨와 해돋이 시간을 알려주신 호스트님 덕분에 바다 위로 해가 뜨는 모습까지 볼 수 있었다. 점점 쌀쌀해지는 가을 날씨에 굳이 옷을 껴입고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편하게 침대에 누워 해돋이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가을의 하늘은 청명하고 맑아서, 해돋이를 보기에 더없이 좋았다.

한산한 것 같으면서도 걸어서 10분 거리에 식사할 수 있는 작은 식당들과 예쁜 감성의 카페, 편의시설이 모두 있었기에 불편한 점 없이 느긋한 여행을 누릴 수 있었다. 문득 오히려 많은 선택지들이 온전한 쉼과 여유를 희생시킨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래가 아닌 작은 자갈들로 이루어진 아야진 해변에서 돗자리와 준비해온 캠핑의자를 펴고 햇빛을 받으며 근처 카페에서 사온 커피를 마셨다. 투명하고 푸르른 바닷물에 가을볕이 반사되어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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