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동쪽 바다, 그 바다를 오롯이 마주하고 있는 소박한 돌집이 있습니다. 거칠지만 최소한으로 정제된 돌벽과 고재를 사용한 공간 곳곳에 제주가 녹아들어 있습니다. ‘바당봉봉’은 제주어로 ‘바다가 가득하다’라는 뜻을 가집니다.
작은 성벽을 닮은 돌담을 지나, 올레길을 따라가다 보면 제주도의 대문 역할을 하는 ‘정낭’이 보입니다. 마당으로 들어서면 제주 전통 가옥 구조인 안거리와 밖거리 두 공간을 만날 수 있습니다. 바닷바람과 세월의 흔적으로 거칠어진 표면을 어루만지듯, 넓은 처마와 지붕이 돌집을 감싸 안습니다. 안거리는 침실과 거실, 간단한 주방 시설, 호텔식 욕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고재 마루와 조금은 삐걱대는 나무문에서 옛집의 정취가 느껴집니다. 개방감 있는 높은 나무 천장은 머무르는 이로 하여금 편안함을 가져다줍니다. 창문의 커튼을 걷으면 바다가 가득 담겨 있어, 마치 바다에 떠 있는 집과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합니다. 마당 건너의 밖거리는 거친 돌벽 마감이 매력적인 공간입니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을 맞으며 자쿠지를 즐깁니다. 시원한 물줄기와 함께 상념이 씻겨 내려가는 듯합니다. 고재 마루 평상에는 다도 세트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차를 마시는 것도 좋고, 가만히 누워서 하늘과 바다를 바라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위로가 되는 공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