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또한, 좋은 날’이라는 의미를 가진 시호일(是好日)은 세 번째 공간을 강원도 강릉에 만들었다. 공간의 이름은 ‘한옥 시호일’이다. 한옥 시호일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정원을 꼽을 수 있다.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의 저자 혜곡 최순우 선생의 옛집에는 거실 현판에 ‘두문즉시심산(杜門卽時深山)’ 이라 쓰여 있는데 이는 그곳에 머무는 동안 산중에 있는 느낌이 들어 표현한 구절이다. 이 구절에서 착안하여 대문을 열면 나무가 우거지고 펼쳐진 오솔길을 따라가다 보면 그 끝에 평온히 자리 잡은 한옥의 모습을 공간에 그려내었다.

한옥 시호일은 1970년에 지어진 한옥으로 내부와 외부로 이루어져 있다. 내부는 거실, 주방, 침실, 다실 겸 침실, 화장실, 파우더룸, 샤워 욕조룸으로 이루어져 있다. 구조적인 보강이 필요한 부분을 제외하고 기존의 기둥과 보, 주춧돌을 활용하였으며 결합부를 드러내어 한옥의 구조가 가진 지속성과 건축 기술의 과학성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거실은 주방과 한 공간에 이루어져 있어 넓은 공간감이 느껴진다. 주방 테이블은 메탈 소재로 되어 깔끔하며 다이닝 공간과 마주 보도록 배치하였다. 다이닝 테이블 아래에 깔린 카펫의 색상은 블루인데 공간 곳곳에서 현대적인 블루 색상의 가구와 소품을 만날 수 있다. 침실은 커다란 통창 옆에 침대를 마련하였다. 아침이면 창호 너머로 들어오는 햇살이 침대 위에 살포시 앉는다. 다실 겸 침실에는 다기가 마련되어 있어 조용한 방 가운데에서 차를 음미하기 좋다. 외부는 앞뜰과 뒤뜰에 정원이 준비되어 있으며 해가 지면 청기와 아래에서 빛을 발하여 황금빛 한옥과 함께 정원이 모습을 드러낸다.

공간을 조심스레 훑어보면 한지, 서까래, 나무 기둥, 삼베 등의 한국적 소재와 메탈, 블루 색상과 같이 현대적인 소재와 컬러가 디자인적으로 어떻게 융화될 수 있는지 보여 준다. 이것으로 한옥에 섬세하게 표현한 시호일의 디테일과 의도를 알 수 있다. 한옥 시호일에서 충분히 시간을 보냈다면 밖으로 나가보는 것은 어떨까. 도보 3분 거리에 옛 철길을 산책로로 조성한 길이 있어 주변을 둘러보기에 좋다. 산책길을 따라가면 강릉중앙시장에서 다양한 먹거리 또한 만나볼 수 있다. 시원한 바닷소리를 찾는다면 동쪽으로 향하여 안목해변을 눈에 담아도 좋겠다. 과거와 현대의 시간이 공존하는 한옥에서 강릉을 마음껏 즐겨보자.

Edited by STAYFOLIO
Designed by 스튜디오 시호일
Photo by 김동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