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이 공직자에게 사색을 위해 주었던 사가독서(賜暇讀書)라는 휴가제도가 있었듯이 예부터 책과 휴식은 늘 함께였다. 경복궁 서쪽 마을, 서촌에 예전부터 문인과 예술가들이 많이 머물었던 이유도 아마 이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서촌은 유독 책과 관련이 깊다. 여러 책방과 상점들을 지나 누하동의 좁은 골목길을 따라가다 보면 아담한 포도나무 아래 작은 한옥을 만날 수 있다. 일독일박(一讀一泊)은 그 이름처럼, 복잡한 생각과 하루를 벗어두고, 한 권의 책과 조용한 이야기로 온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다.

일독일박은 작지만 다채로운 공간들로 알차게 구성되어있다. 우선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비밀을 품고 있을 것 같이 수줍게 자리한 중정을 만날 수 있다. 중정의 좌측에는 세심한 집기들로 꼼꼼하게 구성된 키친과 책과 음악으로 환대하는 거실을 볼 수 있다. 거실의 창호문을 책을 펼치듯 열면 첫 번째 침실이 은밀하게 빛나고 있다. 첫 번째 침실은 한옥의 따뜻한 분위기와 중정의 단아한 자작나무가 반기는 아늑한 공간이다. 중정의 우측은 다이닝으로, 다함께 모여 식사와 다도, 그리고 책과 이야기로 가득 메울 수 있게 구성되었다. 다이닝에서 나와 원목의 사다리를 따라 올라가면 낮은 층고의 사적인 다락을 만날 수 있다.

전통적인 한옥의 구조를 그대로 살린 것이 일독일박의 특징이지만, 기존의 한옥에서 즐기기 힘들었던 활동들을 넘침 없이 담아낸 공간이기도 하다. 작은 안식처이자 자연을 벗삼을 수 있는 중정에서는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고, 바스 솔트의 은은한 향을 맡으며 툇마루에 걸터 앉을 수 있다. 또한 키친에 놓인 작은 원목 테이블에서는 ‘참바’의 시크릿 레시피로 만들어진, ‘주음야독(晝飮夜讀)’을 직접 만들어 마실 수 있게 준비되어 있다. 또한 IOT 설비를 통해 빛과 음악을 개인의 취향에 맞게 연출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일독일박은 여전히 책이 중심이 되는 공간이다. 각 공간에서는 공간의 특성에 맞게 ‘한권의 서점’의 큐레이션으로 엄선된 책들을 만날 수 있다. 책을 읽다가 다락공간에 올라 미뤄뒀던 생각들을 손글씨로 정리해보는 시간은, 일독일박에서만 즐길 수 있는 이기적인 하루의 피날레일 것이다. 바쁘고 생각할 틈 없는 일상을 다독이는, 온전히 나를 위한 사가독서(賜暇讀書)를 일독일박에서 만끽할 수 있기를 바란다.

Edited by STAYFOLIO
Designed And Styling By Z_Lab
Book Curation By 한권의 서점
Photo by 박기훈 (@arc_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