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슬’은 제주어로 ‘가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여름이 지나 가을이 오는 것처럼, 치열한 시간을 지나야 비로소 익어가는 것처럼, 이곳에서 일상의 열기를 식히고 아름답게 물들어가는 순간을 맞이하길 바랐습니다. 이름에 담긴 의미처럼 공간의 분위기는 가을과 잘 어울립니다. 철새들이 찾아오는 작은 습지, 붉은 나무 조각의 지붕, 풍차마을의 거친 바람, 수확하기 직전의 푸른 당근밭 등 이곳을 둘러싼 모든 풍경은 가을이면 가장 아름다워집니다. 그러나 음악과, 차와,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즐기는 지금이 어느 때보다 아름다운 풍경처럼 느껴지길 바랍니다.
그슬의 아이덴티티이자 가장 큰 건축적 특징은 지붕입니다. 유려한 곡선으로 이어지는 지붕은 과감하고 자유로운 조형미를 드러냅니다. 지붕 아래 한 획으로 이어지는 띠창은 마치 지붕이 유유히 떠다니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객실은 외부로 연결되는 공간인 ‘볕’과 내부에 집중하는 공간인 ‘밤’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볕’은 마당을 기준으로 라운지와 침실 공간이 분리되어 있습니다. 라운지의 폴딩 도어를 열면 실내외 데크가 연결되어 널찍한 툇마루가 됩니다. 경계를 허물고 개방감을 느끼며 가벼운 차 한잔을 즐겨보세요. 야외 정원에는 자쿠지 공간과 캠프파이어를 즐길 수 있는 화로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밤’은 실내 중정에서 자라나는 유칼립투스 나무가 인상적인 공간입니다. 천창에서 내려오는 햇살을 받는 나무를 사이에 두고 스파룸과 라운지가 마주하고 있습니다. 각 공간에는 모루 유리를 설치해, 문을 여닫으며 개방감과 아늑함을 모두 느껴보세요.